<기획연재> 삼국비사 (20) 작당모의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43:46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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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을 모의하다…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말인가?”

“기껏 매복 훈련에다 순찰을 강화했는데 정작 백제군이 코앞까지 닥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검일의 지적에 모척 역시 의아한 듯 백제 진영을 바라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했던 훈련을 생각해보았네.”

“훈련이라니요?”

“어느 순간 훈련이 멈췄지. 그래, 자네 일이 있고 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훈련이 종료되지 않았는가?”

검일이 모척의 말을 헤아리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

“듣고 보니 형님 말이 맞네요.”

“성주가 자네 부인을 취한 후로는 훈련이 없었지.”


“그러면 그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니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비약 말게.”

“아닙니다, 형님.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성주가 자네 부인에게 빠져 지내느라 훈련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훈련은 훈련대로 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모척이 검일에게 목소리를 낮추라 하고는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

“자네 그날 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당연하지요.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립니다.”

“당시에는 정신이 없었지 않은가.”“물론 그랬지요. 그러나 그 전까지의 일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모척이 잠시 신음을 내질렀다.

“왜 그럽니까, 형님.”


“사고가 있던 날, 그날 먹었던 음식과 관련해서 뭐 생각나는 거 없는가?”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음식이 맵고, 짰던 거 외에는.”

“그래서 모두가 정신없이 물을 마셨고 말이지.”순간 검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모척을 주시했다.

“왜 그러는가?”

“맞아요, 그 물!”

“그 물이 왜?”


“음식이 너무 맵고 짜서 모두들 물을 먹다보니 부족했는데, 그를 알고 있었다는 듯 성에서 물을 가져왔습니다.”

“그게 누구였는가?”

“서천! 맞아요, 그 쥐새끼였습니다.”

“서천이라면 성주의 분신과 다를 바 없는 놈 아닌가.”

“이제 생각해보니. 그 새끼가!”

“그놈이 개입되었다면 이는 분명 성주 그 놈의 짓거리임에 틀림없네.”

“그러면 이 새끼들이 일부러.”

말을 하다 말고 검일이 이를 갈았다.

“여하튼 자네는 지금 그날 그 놈과 함께 왔던 병사를 찾아보도록 하게.”

모척의 말을 헤아린 검일이 다시 이를 갈고 급히 자리를 떴다가는 오래지 않아 병사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자네가 물을 져다 날랐는가?”

“그렇습니다만.”

자신이 왜 그 일로 그 자리에 와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날 그 물 어디서 떠다 나른 건가?”

병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희가 물을 떠서 가져간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검일이 나섰다

“자네는 좀 가만히 있게.”

모척이 흥분하고 있는 검일의 행동을 제지했다.

“자네들이 떠다 나른 물이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그저 통에 담겨 있는 물을 가져다준 것뿐입니다요.”

“물이 이미 통에 담겨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사지.”

품석 계략에 놀아난 검일·모척
불타는 복수심…과연 성공할까

“알겠네, 그만 가보게. 그리고 지금 이 일은 절대로 함구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모척이 말을 하다 말고 자신의 손을 칼로 가져갔다.

순간 병사가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병사가 물러나자 모척이 급히 검일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디 가시게요.”

“어디긴 어딘가. 그 물통을 살펴보아야지.”

수하 병사를 불러 경계를 지시하고 모척이 급히 검일과 함께 성루에서 내려가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창고에 들어가서 물통이 즐비한 곳으로 찾아갔다.

주위를 살펴보자 따로 떨어져 있는 물통 여러 개가 시선에 들어왔다.

급히 다가가 그 물통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 순간 모척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십니까, 형님!”

“이 냄새 맡아보게.”

짤막하게 답한 모척이 곁에 있는 다른 물통으로 걸음을 옮겨 냄새를 맡아보았다.

냄새를 맡은 검일이 모척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이 물통들의 냄새를 맡아보게.”

냄새를 맡아본 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죽일 놈 새끼들!”

방금 전에 맡아보았던 물통에서 났던 이상야릇한 냄새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무슨 냄새인지 알겠는가?”

“그건….”

“대추냄새야, 대추!”

“대추요?”

“대추씨로 물을 우려 낸 거지.”

“그러면 수면제!”

“자네나 자네 수하들이 너무 맵고 짠 음식을 먹어 맛을 구분하지 못하고 물을 마셔대는 통에 일이 그리된 거야.”

“잠깐, 그러면 음식들은.”

“그 역시 성에서 가져간 음식들 아닌가?”

“그야 당연하지요.”

“처음부터 다 계획된 일이었네.”

“그렇다면 이 새끼가 제 마누라를 빼앗기 위해 일부러.”

“바로 그러하네.”

“그런데 형님은 어떻게!”

모척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내가 집사람에게 들은 말이 있었네.”

“네!”

“우리가 한창 매복 훈련에 매진하는 중에 아내가 자네 집에 볼 일이 있어 들른 모양이더라고. 그런데.”

“그런데요?”

“자네 처가 누군가와 함께 있더라는 말이었네, 그 야심한 시간에. 그래서 혹시나 하고 살펴보았는데 목소리로 보아 성주가 틀림없더라는 이야기였네.”

“그러면 결국 성주 이 새끼와 제 처가 짜고 이 일을 벌였단 말입니까?”

“그리 되었다고 봐야지.”

힘겹게 답한 모척이 화가 난 듯 물통을 걷어찼다.

“형님, 저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자네 일이니 자네가 판단하게. 여하한 경우든 나는 자네와 함께할 걸세. 이미 모든 정황 알고 난 마당에 쥐새끼만도 못한 새끼를 위해 목숨 바칠 생각 없네.”

순간 검일이 소리 나도록 이를 갈았다.

“어찌할 생각인가?”

“어찌하긴요. 반드시 복수해야지요!”

“어떻게?”

“내 이년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성주 이 새끼는.”

말을 하다 말고 검일이 백제군이 진을 치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제군의 힘을 빌려서라도 성주 새끼 씨를 말려야지요.”

“백제군에게 말인가?”

“단순히 성주 하나 죽이는 데서 끝맺지 않을 겁니다.”

모척이 알아들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세요?”

“그렇게 하려면 결국 신라를 배신하는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 성주 새끼 장인이 김춘추이니만큼 더 이상 신라와 연을 맺을 수도 없고.”

“형님, 우리 같은 놈들에게 백제든 신라든 그게 그거 아닙니까?”

“그야. 여기 있어봐야 어차피 더 이상 올라 갈 일도 없으니 자네 의견에 따름세.”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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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