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①북촌한옥마을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외갓집 같은 동네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북촌한옥마을이 있다. 북촌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고관대작들의 거주지로, 경치가 수려하고 궁궐에서 가까워 살기 좋았다.

현재 북촌이 아담한 도심형 한옥으로 자리 잡은 데는 1920년대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사를 운영한 민족자본가 정세권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북촌의 대형 필지를 사들인 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덕분에 북촌은 전통을 계승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북촌의 명소를 하나로 꿰는 코스가 ‘북촌8경’이다. 1경 창덕궁 전경, 2경 원서동 공방길,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북촌전망대), 5경 가회동 골목길(오르막길), 6경 가회동 골목길(내리막길), 7경 가회동 31번지, 8경 삼청동 돌계단길이다.

북촌8경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까운 북촌문화센터는 북촌 여행의 베이스캠프다. 북촌의 역사와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촌을 둘러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주민이 사는 공간이므로 되도록 조용히 다녀가는 게 예의다. 북촌8경의 위치가 표시된 ‘북촌 산책’ 지도를 들고 출발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작은 언덕을 넘으면 불쑥 담벼락 너머로 구중궁궐이 펼쳐진다. 인정전, 구 선원전, 규장각 등 창덕궁의 전각이다. 이 전각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북촌1경이다. 봄에는 거무스름한 전각 사이로 보이는 붉은 매화꽃이 화룡점정이다. 창덕궁 안을 둘러보려면 이 지점에서 다녀왔다가 북촌8경 탐방을 이어간다.

창덕궁 담벼락을 따르는 창덕궁길은 휘파람이 절로 나는 길이다. 담벼락 위로 봉곳 고개를 내민 나무 덕분에 숲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삼거리에 있는 식당 ‘용수산’ 주차장 자리에서 박인환 시인이 살았다. 시인은 창덕궁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시와 인생을 생각했으리라. 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에서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이란 구절을 떠올려본다.


용수산 뒤편에 이국적인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한때 김지하 시인이 문학 공간으로 사용한 ‘싸롱 마고’는 지금 원불교 재단인 은덕문화원에서 문화 사랑방 카페로 운영한다.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며 은덕문화원의 고풍스러운 한옥을 둘러봐도 좋다.

다시 길을 나서면 북촌2경 원서동 공방길로 들어선다. 원서동은 왕실을 돌보는 나인과 하인들이 살던 곳이다. 지금은 각 분야 작가와 장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공방촌을 이룬다. 골목 끝까지 가면 담벼락으로 막히는데, 이곳에 빨래터가 있다. 물은 사철 궁에서 흘러나온다. 궁인은 물론 백성도 여기서 빨래를 했다고 한다.

골목을 돌아 나오면 고희동 가옥을 만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1918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서양식과 일본식 주거 문화의 장점을 적용해 실용적인 한옥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고희동 가옥에서 나와 제법 가파른 언덕을 넘으면 중앙중·고등학교 정문이 보인다. 여기서 대각선 방향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북촌3경이 펼쳐지는 가회동 11번지 일대다. 크게‘S 자형’으로 휘어진 골목 구석구석에 자수 공방, 민화 공방, 매듭 공방, 북촌전통공예체험관 등이 자리한다.

북촌의 중심 도로인 북촌로를 건너 돈미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선다. 북촌4경부터 7경이 모여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회화나무 앞에서 길이 갈린다.‘북촌전망대’화살표를 따라 언덕에 오르면 각양각색 한옥 지붕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정겨운 풍경이 북촌4경이다.

창덕궁길, 공방촌, 전통 체험관 등을 한 번에
현재 주민이 사는 마을, 조용한 관람 필수

다시 회화나무 앞에서 출발하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하다. 이곳이 북촌에서 가장 유명한 가회동 골목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풍경이 북촌5경, 언덕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북촌6경이다. 한옥과 골목, 남산과 고층 빌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6경은 북촌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꼽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600년 고도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가회동 골목에 자리한 ‘꼭두랑 한옥’은 꼭 들러볼 만하다. 동숭동에 있는 꼭두박물관 분관으로, 마당에 도깨비와 고양이 꼭두가 물구나무선 모습이 재미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꽃을 든 여자’‘창을 든 무인’등 다양한 꼭두가 전시돼 있다. 꼭두는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 때 사용하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다. 낯익은 곳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망자를 지켜주고 위로한다고 한다. 북촌7경은 6경의 바로 옆 골목인데, 6경과 비슷한 풍경이다. 8경은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으로 생략해도 괜찮다.

북촌8경 구경을 마쳤으면 삼청동과 감고당길을 지나 인사동까지 걸어보자. 추천하는 길은 삼청동과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촌로5나길이다. 중간쯤 있는 목욕탕 건물 굴뚝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알록달록한 카페와 가게가 즐비한 삼청동 카페골목을 지나면 정독도서관 앞이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감고당길을 만난다.

감고당길은 정독도서관에서 안국역까지 이어진 골목이다. 중간쯤에 감고당 터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 감고당은 숙종이 인현왕후의 친정을 위해 지어준 집이다. 인현왕후가 폐위된 뒤에 살았고, 1866년에 명성황후가 왕비로 책봉된 곳이다. 명성황후가 인현왕후의 일을 회상하여 ‘감고당(感古堂)’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감고당은 현재 여주시 명성황후 생가 옆에 이전·복원됐다.

빼곡한 한옥

감고당길은 정독도서관에 다니는 학생과 연인들이 많이 지난다. 덕성여자고등학교 직전에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지긋한 노부부가 입맞춤하는 그림으로 ‘WE ARE YOUNG’이라고 쓰였다. 마치 벽화가 “너 진짜 젊어? 그럼 뽀뽀하며 살아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감고당길이 끝나는 율곡로에서 길을 건너면 인사동으로 접어든다. 인사동 골동품거리는 몰락한 북촌의 고관대작들이 골동품을 내다 팔면서 생겼다. 땅거미가 진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서니 차향이 그윽하고, 속이 출출해진다. 맛있는 밥집을 찾아 바삐 발걸음을 옮기면서 북촌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북촌문화센터→북촌1경(창덕궁 전경)→북촌2경(원서동 공방길, 고희동 가옥)→북촌3경(가회동 11번지 일대)→북촌4경(가회동 31번지 언덕, 북촌전망대)→북촌5경(가회동 골목길 아래)→꼭두랑 한옥(꼭두박물관 분관)→북촌6경(가회동 골목길 위)→북촌7경(가회동 31번지)→삼청동 카페골목(북촌로5가길)→감고당길(율곡로3길)→인사동

1박2일 여행 코스
북촌문화센터→북촌1경(창덕궁 전경)→북촌2경(원서동 공방길, 고희동 가옥)→북촌3경(가회동 11번지 일대)→북촌4경(가회동 31번지 언덕, 북촌전망대)→북촌5경(가회동 골목길 아래)→꼭두랑 한옥(꼭두박물관 분관)→북촌6경(가회동 골목길 위)→북촌7경(가회동 31번지)→삼청동 카페골목(북촌로5가길)→감고당길(율곡로3길)→인사동
둘째 날 / 북촌전통공예체험관(공예 체험)→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junggu.seoul.kr/tour
- 북촌한옥마을 http://hanok.seoul.go.kr
- 꼭두박물관 www.kokdumuseum.com

문의 전화
- 종로구청 관광기획팀 02-2148-1857
- 북촌문화센터 02-2133-1372
- 북촌전통공예체험관 02-741-2148
- 북촌재동관광안내소 02-2148-4160
- 북촌정독도서관관광안내소 02-2148-4161
- 꼭두랑 한옥 02-766-3351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3번 출구(북촌문화센터), 2번 출구(재동초등학교).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삼일대로→안국역→안국역사거리에서 우회전→정독도서관 주차장

숙박 정보
- 락고재: 종로구 계동길, 02-742-3410, http://rkj.co.kr (한옥스테이)
- 명가재: 종로구 북촌로9길, 02-763-6979, www.myeonggajae.com (한옥스테이)
- 북촌게스트하우스: 종로구 북촌로, 010-6711-6717, www.bukchon72.com (한옥스테이)
- 효선당: 종로구 율곡로5길, 02-725-7979, www.hyosundang.com
- 고운당: 종로구 자하문로, 02-2277-0808, www.gowoondang.com

식당 정보
- 비원손칼국수(손칼국수·만두전골): 종로구 창덕궁1길, 02-744-4848
- 황생가칼국수(칼국수·수육): 종로구 북촌로5길, 02-739-6334, http://hwangsanga.modoo.at
- 만수옥(설렁탕·도가니탕): 종로구 북촌로, 02-763-1447
- 토지(백반·한정식): 종로구 인사동14길, 02-737-0436
- 두레(한정식): 종로구 인사동4길, 02-732-2919, www.foodsidae.com/dure

축제와 행사 정보
없음

주변 볼거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운현궁, 정독도서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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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