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①북촌한옥마을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외갓집 같은 동네 '북촌한옥마을'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북촌한옥마을이 있다. 북촌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 시대 고관대작들의 거주지로, 경치가 수려하고 궁궐에서 가까워 살기 좋았다.

현재 북촌이 아담한 도심형 한옥으로 자리 잡은 데는 1920년대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사를 운영한 민족자본가 정세권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북촌의 대형 필지를 사들인 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작고 생활하기 편한 개량 한옥을 지어 분양했다. 덕분에 북촌은 전통을 계승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북촌의 명소를 하나로 꿰는 코스가 ‘북촌8경’이다. 1경 창덕궁 전경, 2경 원서동 공방길, 3경 가회동 11번지 일대, 4경 가회동 31번지 언덕(북촌전망대), 5경 가회동 골목길(오르막길), 6경 가회동 골목길(내리막길), 7경 가회동 31번지, 8경 삼청동 돌계단길이다.

북촌8경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가까운 북촌문화센터는 북촌 여행의 베이스캠프다. 북촌의 역사와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촌을 둘러볼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주민이 사는 공간이므로 되도록 조용히 다녀가는 게 예의다. 북촌8경의 위치가 표시된 ‘북촌 산책’ 지도를 들고 출발하면 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 작은 언덕을 넘으면 불쑥 담벼락 너머로 구중궁궐이 펼쳐진다. 인정전, 구 선원전, 규장각 등 창덕궁의 전각이다. 이 전각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북촌1경이다. 봄에는 거무스름한 전각 사이로 보이는 붉은 매화꽃이 화룡점정이다. 창덕궁 안을 둘러보려면 이 지점에서 다녀왔다가 북촌8경 탐방을 이어간다.

창덕궁 담벼락을 따르는 창덕궁길은 휘파람이 절로 나는 길이다. 담벼락 위로 봉곳 고개를 내민 나무 덕분에 숲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삼거리에 있는 식당 ‘용수산’ 주차장 자리에서 박인환 시인이 살았다. 시인은 창덕궁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시와 인생을 생각했으리라. 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에서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이란 구절을 떠올려본다.


용수산 뒤편에 이국적인 벽돌 건물이 눈에 띈다. 한때 김지하 시인이 문학 공간으로 사용한 ‘싸롱 마고’는 지금 원불교 재단인 은덕문화원에서 문화 사랑방 카페로 운영한다.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며 은덕문화원의 고풍스러운 한옥을 둘러봐도 좋다.

다시 길을 나서면 북촌2경 원서동 공방길로 들어선다. 원서동은 왕실을 돌보는 나인과 하인들이 살던 곳이다. 지금은 각 분야 작가와 장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공방촌을 이룬다. 골목 끝까지 가면 담벼락으로 막히는데, 이곳에 빨래터가 있다. 물은 사철 궁에서 흘러나온다. 궁인은 물론 백성도 여기서 빨래를 했다고 한다.

골목을 돌아 나오면 고희동 가옥을 만난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1918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직접 설계해 지은 집이다. 서양식과 일본식 주거 문화의 장점을 적용해 실용적인 한옥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그림을 볼 수 있다.

고희동 가옥에서 나와 제법 가파른 언덕을 넘으면 중앙중·고등학교 정문이 보인다. 여기서 대각선 방향 작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북촌3경이 펼쳐지는 가회동 11번지 일대다. 크게‘S 자형’으로 휘어진 골목 구석구석에 자수 공방, 민화 공방, 매듭 공방, 북촌전통공예체험관 등이 자리한다.

북촌의 중심 도로인 북촌로를 건너 돈미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선다. 북촌4경부터 7경이 모여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으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회화나무 앞에서 길이 갈린다.‘북촌전망대’화살표를 따라 언덕에 오르면 각양각색 한옥 지붕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정겨운 풍경이 북촌4경이다.

창덕궁길, 공방촌, 전통 체험관 등을 한 번에
현재 주민이 사는 마을, 조용한 관람 필수

다시 회화나무 앞에서 출발하면,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길 양편으로 한옥이 빼곡하다. 이곳이 북촌에서 가장 유명한 가회동 골목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풍경이 북촌5경, 언덕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북촌6경이다. 한옥과 골목, 남산과 고층 빌딩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6경은 북촌을 대표하는 풍경으로 꼽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600년 고도 서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가회동 골목에 자리한 ‘꼭두랑 한옥’은 꼭 들러볼 만하다. 동숭동에 있는 꼭두박물관 분관으로, 마당에 도깨비와 고양이 꼭두가 물구나무선 모습이 재미있다. 내부로 들어가면 ‘꽃을 든 여자’‘창을 든 무인’등 다양한 꼭두가 전시돼 있다. 꼭두는 우리나라 전통 장례식 때 사용하는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이다. 낯익은 곳을 떠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망자를 지켜주고 위로한다고 한다. 북촌7경은 6경의 바로 옆 골목인데, 6경과 비슷한 풍경이다. 8경은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으로 생략해도 괜찮다.

북촌8경 구경을 마쳤으면 삼청동과 감고당길을 지나 인사동까지 걸어보자. 추천하는 길은 삼청동과 경복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촌로5나길이다. 중간쯤 있는 목욕탕 건물 굴뚝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알록달록한 카페와 가게가 즐비한 삼청동 카페골목을 지나면 정독도서관 앞이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감고당길을 만난다.

감고당길은 정독도서관에서 안국역까지 이어진 골목이다. 중간쯤에 감고당 터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 감고당은 숙종이 인현왕후의 친정을 위해 지어준 집이다. 인현왕후가 폐위된 뒤에 살았고, 1866년에 명성황후가 왕비로 책봉된 곳이다. 명성황후가 인현왕후의 일을 회상하여 ‘감고당(感古堂)’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감고당은 현재 여주시 명성황후 생가 옆에 이전·복원됐다.

빼곡한 한옥

감고당길은 정독도서관에 다니는 학생과 연인들이 많이 지난다. 덕성여자고등학교 직전에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지긋한 노부부가 입맞춤하는 그림으로 ‘WE ARE YOUNG’이라고 쓰였다. 마치 벽화가 “너 진짜 젊어? 그럼 뽀뽀하며 살아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감고당길이 끝나는 율곡로에서 길을 건너면 인사동으로 접어든다. 인사동 골동품거리는 몰락한 북촌의 고관대작들이 골동품을 내다 팔면서 생겼다. 땅거미가 진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서니 차향이 그윽하고, 속이 출출해진다. 맛있는 밥집을 찾아 바삐 발걸음을 옮기면서 북촌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북촌문화센터→북촌1경(창덕궁 전경)→북촌2경(원서동 공방길, 고희동 가옥)→북촌3경(가회동 11번지 일대)→북촌4경(가회동 31번지 언덕, 북촌전망대)→북촌5경(가회동 골목길 아래)→꼭두랑 한옥(꼭두박물관 분관)→북촌6경(가회동 골목길 위)→북촌7경(가회동 31번지)→삼청동 카페골목(북촌로5가길)→감고당길(율곡로3길)→인사동

1박2일 여행 코스
북촌문화센터→북촌1경(창덕궁 전경)→북촌2경(원서동 공방길, 고희동 가옥)→북촌3경(가회동 11번지 일대)→북촌4경(가회동 31번지 언덕, 북촌전망대)→북촌5경(가회동 골목길 아래)→꼭두랑 한옥(꼭두박물관 분관)→북촌6경(가회동 골목길 위)→북촌7경(가회동 31번지)→삼청동 카페골목(북촌로5가길)→감고당길(율곡로3길)→인사동
둘째 날 / 북촌전통공예체험관(공예 체험)→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junggu.seoul.kr/tour
- 북촌한옥마을 http://hanok.seoul.go.kr
- 꼭두박물관 www.kokdumuseum.com

문의 전화
- 종로구청 관광기획팀 02-2148-1857
- 북촌문화센터 02-2133-1372
- 북촌전통공예체험관 02-741-2148
- 북촌재동관광안내소 02-2148-4160
- 북촌정독도서관관광안내소 02-2148-4161
- 꼭두랑 한옥 02-766-3351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하차, 3번 출구(북촌문화센터), 2번 출구(재동초등학교).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삼일대로→안국역→안국역사거리에서 우회전→정독도서관 주차장

숙박 정보
- 락고재: 종로구 계동길, 02-742-3410, http://rkj.co.kr (한옥스테이)
- 명가재: 종로구 북촌로9길, 02-763-6979, www.myeonggajae.com (한옥스테이)
- 북촌게스트하우스: 종로구 북촌로, 010-6711-6717, www.bukchon72.com (한옥스테이)
- 효선당: 종로구 율곡로5길, 02-725-7979, www.hyosundang.com
- 고운당: 종로구 자하문로, 02-2277-0808, www.gowoondang.com

식당 정보
- 비원손칼국수(손칼국수·만두전골): 종로구 창덕궁1길, 02-744-4848
- 황생가칼국수(칼국수·수육): 종로구 북촌로5길, 02-739-6334, http://hwangsanga.modoo.at
- 만수옥(설렁탕·도가니탕): 종로구 북촌로, 02-763-1447
- 토지(백반·한정식): 종로구 인사동14길, 02-737-0436
- 두레(한정식): 종로구 인사동4길, 02-732-2919, www.foodsidae.com/dure

축제와 행사 정보
없음

주변 볼거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운현궁, 정독도서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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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