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망 접은 반기문 20일 천하 풀스토리

괜히 나섰다가 망신만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레이스에서 중도이탈했다. 10년간 맡았던 유엔 사무총장직을 내려놓고 지난달 12일 귀국한 뒤 20일 만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판도는 안갯 속으로 접어들었다.

가뜩이나 후보가 없는 여권은 다시금 자중지란 속으로, 후보가 넘쳐 나는 야권은 누가 대항마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입국부터 사퇴까지 ‘20일 천하’가 돼버린 반 전 총장의 행적을 되짚어봤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하자마자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의 행보는 연일 기삿거리를 양산했고 발언은 언론 지상을 뒤덮었다. 그만큼 반 전 총장은 입국부터 사퇴까지 20일간 숱한 논란에 휘말렸다.

반 전 총장과 관련된 논란은 귀국길부터 시작됐다. 그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귀국 소감을 묻는 언론의 질문에 “가슴이 벅차고 설렌다. 국가 발전을 위해 10년간의 경험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면도 많다”고 말했다.

못 견디고
중도 사퇴

귀국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건 반 전 총장의 친인척 비리 문제였다.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주현씨는 경남빌딩 매각과 관련해 뇌물, 사기, 돈세탁 등의 혐의로 그의 귀국 하루 전 뉴욕연방법원에 기소됐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서 “아는 것이 없다. 장성한 조카여서 사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었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가까운 가족이 연루된 것에 당황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한다”는 말을 시작으로 귀국 연설문을 발표했다.

그는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질 때라고 생각한다” 등 국민통합과 정치교체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한 몸을 불사를 용의가 있다”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귀국 메시지보다 의전 논란이 더 관심을 받았다. 반 전 총장 측은 귀국 전 인천공항에 대통령 등 3부 요인급에게 제공되는 의전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은 인천공항에 내려 승용차로 자택에 가려던 일정을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그가 시민들과 만나고 싶다면서 바꾼 일정이었다. 일정이 변경되면서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공항철도로 몰려들었고 일대는 혼란에 빠졌다. 반 전 총장의 동선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통제하는 등 과잉 의전으로 퇴근길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귀국 이후 광폭행보 이어갔지만

과거 발언·친인척 비리에 발목

누리꾼의 풍자 대상이 된 ‘2만원 논란’도 이날 나왔다. 반 전 총장은 인천공항역에서 7500원짜리 표를 사면서 무인발매기에 1만원권 두 장을 동시에 집어넣었다. 이 모습을 포착한 누리꾼은 반 전 총장의 행보를 ‘서민 코스프레’라고 비난했다. 이날의 해프닝은 이후 이어질 ‘1일 1논란’의 서막에 불과했다.

귀국 다음 날에는 반 전 총장의 피선거권 논란이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제16조 1항에 따르면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 이 경우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 거주기간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며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해석했다.

중앙선관위의 해석을 놓고 법조계 등 각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귀국 사흘째인 지난달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했다. 반 전 총장은 어르신들의 수발을 드는 과정에서 본인이 턱받이를 한 모습이 보도돼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게다가 똑바로 누워 있는 할머니에게 죽을 건네고 그마저도 얼굴에 흘리는 등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반기문 턱받이’ 논란은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입국·사퇴
속전속결

논란이 커지자 반 전 총장 측은 “(턱받이는) 꽃동네 측에서 요청한 복장”이라고 해명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반기문의 어이없는 서민 친화 코스프레. 정치가들의 거짓말과 속임수에 이제는 진력이 났다”며 “제발 국민들께 진실을 좀 보여 주시지요”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날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소 방문 일정서도 반 전 총장을 비롯, 일부만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분사해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을 기점으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반 전 총장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를 방문한 일정에서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즉각 야권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앞에서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미국이 우리 최대 동맹국이고 앞으로도 최고의 우방이어야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사드 배치를 유치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잃고 청와대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함께 탄핵당할 정책을 옹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에는 반 전 총장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전화 통화에서 반 전 총장은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고 화답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죽이 잘 맞는 것 아닌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보여주기 행보
과잉의전 구설

국민통합 행보로 경남 봉하마을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과 세월호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잇달아 방문했던 지난달 17일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냈다.


그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을 유엔사무총장으로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을 하지 않아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봉하마을을 찾은 그의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대통령이 되기 위한 ‘야권 달래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SNS에 “(반 전 총장은)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했던 노 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조문조차 못 했던 분”이라며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땐 분위기가 싸늘했다. 또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사람 사는 사회’라고 작성해 논란을 자초했다. 김보협 <한겨레신문> 기자는 “그분이 꿈꿨던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세월호참사가 발생한 진도 팽목항에 방문해서는 미수습자 가족들과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바른정당 박순자 의원이 미수습자 가족들을 불러 반 전 총장과 사진을 찍게 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에 “반기문, 오늘 팽목항을 방문했다. 2014년 참사 직후 뉴욕 분향소 조문 외에 그는 세월호에 대해 단 하나의 언동도 하지 않았다”며 “팽목항은 대권용 쇼를 위한 장소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일부 단체 회원들은 반 전 총장의 방문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1일 1논란’ 검증 칼날에 화들짝
현실정치 벽에 걸려 중도 낙마

지난달 14일에는 충북 음성의 부친 묘소 성묘 때 불거진 퇴주잔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진 영상에는 반 전 총장이 퇴주잔으로 보이는 술잔을 받아 마시는 장면이 담겨 있다.

누리꾼은 통상 묘소에 방문하면 술을 따라 올린 후 묘소 주변에 뿌리며 퇴주하는 것이 풍습이라며 그의 행동을 질타했다. 반 전 총장 측은 SNS에 당시 상황이 담긴 전체 영상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퇴주잔 논란은 영상을 게재한 누리꾼이 선관위 조사를 받게 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달 26일 영상을 게재한 누리꾼이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죄)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며 출석을 요구했다. 정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니고 반 전 총장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선관위는 “반 전 총장은 모두가 입후보할 상황으로 보는 입후보 예정자이기 때문에 후보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악의적인 루머에 시달릴 때는 이 같은 사례가 없었던 점을 들어 선관위가 ‘오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는 기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은 짧은 시간동안 자주 변했다.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이후 반 전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박근혜 대통령께서 올바른 용단을 내린 데 대해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비쳤다. 당시 발언은 후로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귀국 직후 인터뷰에선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해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는 비판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기자들은 반 전 총장의 일정 때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8일 “위안부에 관해서 제가 역사적인 과오를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니다”며 “앞으로는 어떤 언론이 묻더라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벽을 세웠다. 그 자리에 캠프의 이도운 대변인에게 “이 사람들이 와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물어보니까 내가 마치 역사의 잘못을 한 것 같다. 나쁜 놈들이에요”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자들의 사과 요구에도 며칠간 묵묵부답이던 반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시차 적응도 잘 안 되고 갑자기 지방을 돌다보니 수많은 기자들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한 점이 있었다”며 “후회하고 있고 해당 언론인들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하기까지 “페이크 뉴스라든지 가짜 뉴스, 남을 헐뜯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러는 건 대한민국 국민이 할 일이 아니다” “유엔에선 이런 식으로 취재하지 않는다” 등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대선 불출마 선언 직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촛불 민심이 변질됐다”는 발언으로 누리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당시만 해도 촛불 집회에 대해 “자랑스러웠다” “역사가 2016년을 기억할 것” “광장이 만들어낸 기적” 등의 찬사로 광장에 모인 국민들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3주 만에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한 면도 없지 않다.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TV 화면에서 볼 때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발언은 안 그래도 나빠진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일어난 이후부터 지지율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렸다. 귀국 직후에도 제대로 된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진 구설에 반등 동력조차 잃어가던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나온 촛불 변질 발언이 쐐기를 박았다.

결국 유권자
마음 못 얻어

반 전 총장은 지난해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학생 의식조사 및 기업·상품 선호도 조사에서 피겨선수 김연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4년 조사에서는 1위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전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불신하는 집단으로 무려 85.3%가 ‘정치인’을 꼽았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20일간의 ‘정치인 체험’으로 수십 년간 쌓아온 모든 명성과 존경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 친동생 반기호씨가 미얀마 사업체 운영 당시 ‘유엔 현지 방문대표단’ 직함을 사용해 특혜를 봤다는 의혹 등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칼날이 반 전 총장을 향한다면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낙동강 오리알’ 나경원·오세훈 다음 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멘붕’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에 발을 걸쳤던 인물들이다. 나 의원은 반 전 총장의 서울 사당동 자택 복귀 환영식에 참석하는 등 꾸준히 그의 곁에서 지지를 보내왔다.

그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소식을 듣고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반 전 총장 개인이나 대한민국의 긴 역사를 볼 때 오히려 더 나은 결정인 것 같다”며 표정 관리에 나섰다.

바른정당 최고위원에 뽑혔지만 반 전 총장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던 오 전 시장의 입장도 난감해진 건 마찬가지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국회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래 예정대로라면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제가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가 됐을 것”이라며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후보들과 연대 의지가 확고한 것을 보고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반 캠프 사이를 저울질하던 오 전 시장은 자연스럽게 당에 남게 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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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