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②썰렁한 연말·명절 분위기
<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②썰렁한 연말·명절 분위기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7.02.06 11:46
  • 호수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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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선물 보기 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영란법 시행 후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반작 특수마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어느 때 보다 썰렁했던 연말 송년회와 설 분위기는 김영란법의 부정적인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후 사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값비싼 접대와 선물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연말 송년회부터 이 같은 징조는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말 송년회 기간 흥청망청식의 단체 회식은 줄어든 반면 조촐한 식사를 하며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모임이 늘었다.

확 바뀐 공기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3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소비위축은 현실이 됐다. 특히 외식업계의 피해가 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에 김영란법 영향이 겹치며 송년회 모임은 술을 적게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풍조가 두드러졌다. BC카드가 지난해 11월21일부터 한 달 간 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치킨집이나 호프집, 소주방 등 주점 업종에서의 카드 사용액과 결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6%, 10.4% 감소했다.
 

 

개인카드 이용액은 9.1%, 결제 건수는 10.7% 각각 감소했고, 법인카드 역시 이용액과 결제 건수가 각각 7.3%와 8.6%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모임은 물론 회식 등의 술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식집과 일식집, 중식당, 서양음식점 등이 포함된 요식업종에서 카드 결제 건수는 4.1% 늘었지만 이용액은 0.5% 줄었다. 결제 건당 이용액은 4만5014원에서 4만3057원으로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음식점으로 분류되는 한정식집(-17.9%)이나 갈빗집(-14.0%), 일식집(-4.7%) 등에서 카드 이용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조촐하다 못해 휑했던 연말연시
특수는 옛말…‘소비절벽’현실화

결제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를 기준으로 밤 9시 이전에 결제한 비중은 2014년 53.9%에서 2015년 55.8%, 2016년 56.9%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연말 송년 모임은 간단한 식사 자리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단체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2∼3명의 손님만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냉각된 연말 분위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이었던 이번 설에는 선물 풍속도마저 확 바뀌었다. 일단 정형화된 설 선물세트가 자취를 감췄다. 설 선물로 인기가 높은 한우, 굴비, 청과 선물세트가 김영란법에서 정한 가액범위를 대부분 넘긴다는 점이 설 선물 풍속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대신 달걀, 스타킹, 과자선물세트, 귤 10개, 사과 5개, 주방용 앞치마 등 금액으로 따지면 1만∼2만원, 많아야 2만∼3만원 상당의 선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품목들이 명절 선물로 등장한 것이다. 아예 설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설 선물 풍속도의 변화는 유통업계 매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진행한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을 살펴보면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45% 이상으로 나타났다. 축산부문 매출이 10%, 청과가 12%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번 설 명절을 맞아 판매한 설 선물세트 중 5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14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셜 커머스 위메프에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진행한 ‘설레는 선물대전’에서 판매 수량 기준으로 2만원대 이하 상품은 90% 이상 판매됐다.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5만원 이상 설 선물세트 매출액이 줄어든 반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매출은 늘어나는 경향을 나타냈다”며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실속형 제품이 인기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유독 잘 팔린 것이 있다. 바로 백화점 상품권이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두 자릿수 판매율을 두고, 감시당국의 눈을 피하기 쉬운 상품권에 설 선물이 몰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 사용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설 전 일수 기준)보다 13.3% 늘었다. 모바일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9%나 급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품권 매출 상승의 원인을 김영란법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고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품권을 기업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연말·설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지만 반대급부로 소비위축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절벽’ 고착화로 소상공인들과 국내 농수축산 농가들이 파산위기에 내몰렸다는 불멘소리도 들린다.

상인들은 속수무책이라며 업종 전환을 시도하거나 음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소상공인 진흥공단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상공인 예상 피해 규모만 2조6000억원 규모다.

울상 짓는 소상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금액에 함몰돼 ‘5만원 이상은 뇌물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면 안 된다”며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국산 농수산물이 외면받고 수입 농수산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법의 취지가 변질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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