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9) 대야성

복수심에 불판 평정심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하들의 시선이 의자왕의 얼굴에서 입으로 옮겨졌다.

“일찍이 성왕께서 관산성 전투에서 패하여 서거하신 적이 있음을 잘 알고 있소. 당시 우리의 세가 약했다 할 수 없으나 성왕께서는 평정심을 잃고 전쟁에 임하였기에 그런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이오.”

의자왕이 잠시 말을 멈추고 저만치에 앉아 있는 청년 장수 계백에게 시선을 주었다.

“계백 장군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지휘관의 덕목이 뭐라 생각하는고?”

“그야…… 방금 전하께서 말씀하신 평정심입니다.”


“바로 말하였네. 그런데 성왕께서는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평정심을 잃으셨었네. 그런 연유로 신라군에게 패하신 게고.”

경청하는 신하들이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그러니 경들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네. 군사, 계속 설명하게.”

흥수가 가볍게 목례하고 다시 신료들을 바라보았다.

“하여 이번 전투에서는 양동작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양동작전이오?”“그러합니다, 대장군.”

성충의 말에 가벼이 답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성충 장군께서는 전하를 모시고 미후성(구체적 지명은 알 수 없으나 경남 거창 인근 지역으로 사료됨)을 시작으로 진격해 주십시오. 아울러 그와 관련하여 전하께서 계백 장군을 가잠성(경남 거창) 성주로 임명하셨으니 회의가 파하는 즉시 계백 장군은 서둘러 전쟁 준비를 하시오.”

“그렇다면 가잠성을 본진으로 삼고 주변의 모든 성을.”

성충이 말하다 말고 시선을 의자왕에게 주었다.

“그렇소. 그러니 장군은 짐과 함께 움직여야 하오.”

성충이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오, 장군.”

“이왕지사 전하께서 친정하신다면 의미 있는 전쟁을 벌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일어났습니다.”

“그 이야기인즉.”

“미후성 정도가 아니라 신라의 중심 혹은 그에 버금가는 장소를 취하심이 옳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급하게 흥수가 말을 이어받았다.

“하면.”


흥수가 즉답에 앞서 의자왕을 주시하자 의자왕의 시선이 윤충에게 향했다.

시선을 받은 윤충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는 듯 흥수를 주시했다.

“대장군께서 전하를 모시고 가잠성을 기반으로 신라를 공략할 시점에 소신은 윤충 장군과 함께 신라의 대야성을 공략하려합니다.”

“대야성!”

모두의 입에서 일시에 터져 나왔다.

“우리 백제의 실제 목표는 바로 대야성입니다.”


“대야성을 치고자 하는데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소이까?”

“신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거점이란 점이 첫째 이유고 둘째는 지금 대야성 성주가 김품석이라는 사실입니다.”

“김품석이라면 김춘추의 사위 아니오?”

“그렇습니다. 하여 지금 신라 선덕여왕의 조카인 김춘추의 사위를 죽여 우리 백제의 기개를 만방에 알리고 이를 계기로 지난 시절 관산성 전투에서 당했던 일을 복수하고자 합니다.”

성충이 김품석을 되뇌며 의자왕을 주시했다.

“왜 그러는 게요, 대장군.”

“전하, 그런 경우라면 소장이 당연히 선봉에 서야 하지 않겠는가 싶어 그러하옵니다.”

“대장군이 말이오? 하면 대장군은 짐을 내치고 가겠다는 이야기요?”

의자왕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자 당황한 성충이 의자에서 일어나 급히 무릎 꿇었다.

“전하, 꿈이라도 그런 말씀은 삼가하여 주십시오.”

“하면, 방금 이야기는 무슨 뜻이오?”

“대야성 같은 중요 지점에는 아무래도.”

성충이 말을 하다 말고 윤충을 바라보았다.

“형님, 아니 대장군은 소장을 어찌 보고 그러십니까!”

말을 마친 윤충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왕에게 다가서면서 허리에 있던 칼을 풀어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전하, 소장이 명을 받들지 못할 시에 반드시 이 칼로 소장의 목을 베어주십시오.”

윤충의 목소리가 가래 끓는 듯했다.

“하기야 군사가 함께 한다면.”

성충이 동생의 모습, 어깨까지 심하게 떠는 모습을 살피며 급히 말을 돌렸다.

“바로 그러하오. 윤충 장군의 용맹함과 군사의 지략이 합해지면 대야성 아니라 경주를 함락시키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하오.”

말을 마친 의자왕이 윤충에게 물러가라 고갯짓하자 윤충이 가볍게 헛기침을 내뱉으며 성충을 바라보았다.

성충이 그 시선을 은근히 회피하며 흥수를 바라보았다.

“결국 전하를 모시고 신라의 관심을 유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송구하옵니다만 결과는 그렇습니다.”

성충이 생각에 잠겨들었다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

“그건 그렇다 하고 신라 쪽의 대응은 생각해 보았소?”

성왕 관산성 전투 패배…설욕 위해 성 접수?
앞장서는 계백 장군…신라군 역습 대비 나서

“당연합니다, 대장군. 경주에 잠입해 있는 세작에 의하면 지금 신라의 장수로는 김유신이 으뜸인데 그야말로 찬밥 신세라 합니다.”

“김유신, 찬밥 신세라.”

“사사건건 선덕여왕과 반목을 일으키고 그런 연유로 하루하루 술에 의지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김유신이 지금 신라의 실세인 김춘추와 처남 매부지간으로 알고 있소만.”

“대장군, 권력의 문제입니다.”

흥수가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하고 의자왕을 바라보았다.

순간 의자왕의 얼굴이 경직되고 있었다.

“정말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소.”

의자왕의 표정을 살피던 성충이 급히 말을 돌리고 계백에게 시선을 주었다.

“계백 장군, 아니 가잠성 성주는 여하한 경우라도 방심하지 말고 가잠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대장군.”

“신라 놈들은 간사한 족속들이라 예측할 수 없으니 쉽게 움직이지 말도록 하게. 그리고 행여나 전하를 모시고 백제군이 진군하기 전에 신라군이 쳐들어온다 해도 오로지 수성에만 전념하게.”

“수성만 하라니요?”

혈기왕성한 계백이 목소리를 높였다.

“방금 전 전하께서 지적하셨듯이 전쟁은 혈기로만 치르는 게 아니네. 즉 평정심이 중요한 게야, 평정심.”

성충이 평정심에 힘을 주고 의자왕을 바라보았다.

“계백 장군은 대장군의 말을 유념하도록 하라. 짐이 가기 전까지 오로지 성을 견고하게 유지하도록 하게. 이후의 일에 장군을 소중히 쓸 터이니.”

의자왕까지 나서 계백의 혈기에 일침을 가하자 계백이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타소의 주의를 무시하고 기어코 검일의 처를 빼앗은 품석이 그녀를 위해 집을 마련하고 치마폭에 젖어 지냈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가야금 소리에 낮을 보내고 버들가지처럼 야들야들한 몸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지속되었다.

그 시각 백제는 성충을 앞세운 의자왕이 직접 부대를 이끌고 국경으로 이동했다.

이어 가잠성을 기반으로 미후성 등 국경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성을 공략했다.

그에 따라 백제군을 막기 위해 신라의 주력군이 급히 움직였다.

동시에 윤충이 군사인 흥수와 함께 백제의 정예병 일만 명을 거느리고 김품석이 성주로 있는 대야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 성을 포위했다.

그 모든 정황을 입수한 대야성 진영에서도 즉각 경계태세가 발동되었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말인가?”

“기껏 매복 훈련에다 순찰을 강화했는데 정작 백제군이 코앞까지 닥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검일의 지적에 모척 역시 의아한 듯 백제 진영을 바라보았다.

“가만, 생각해보니.”“무슨 일입니까?”

“우리가 했던 훈련을 생각해보았네.”

“훈련이라니요?”

“어느 순간 훈련이 멈췄지. 그래, 자네 일이 있고 난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훈련이 종료되지 않았는가?”

검일이 모척의 말을 헤아리는 듯 잠시 사이를 두었다.

“듣고 보니 형님 말이 맞네요.”

“성주가 자네 부인을 취한 후로는 훈련이 없었지.”

“그러면 그게.”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니야.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너무 비약 말게.”

“아닙니다, 형님.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성주가 자네 부인에게 빠져 지내느라 훈련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은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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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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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