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 미제사건 파일6 ③전주 여대생 실종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09:58:13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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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만 있고 증거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평범한 20대 여대생이 홀연히 사라졌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이윤희씨(당시29세)다. 기다림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는 6월이면 실종 11년이 되지만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이던 이윤희씨는 2006년 6월5일 오후 전주시 금암동 자신의 원룸서 1.5㎞가량 떨어진 전주시 덕진동의 음식점에서 교수, 학과 동료 40여명과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인 6일 새벽 2시30분께 혼자 살던 집으로 귀가했다.

미궁 속으로…

하지만 이후 이씨의 종적은 끊겼다. 이씨는 서울 모 여대서 통계학과 미술 등을 복수전공으로 6년간 수료하고 2003년 전북대 수의대 3학년으로 편입학했다. 졸업까지는 1학기만 남아 있었다.

경찰은 “당시 이씨가 우울해 보이기는 했지만 특이점은 없었으며 모임 후 동료 남학생의 배웅을 받아 걸어서 원룸에 도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원룸서 6일 오전 2시59분께부터 1시간가량 데스크톱 컴퓨터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이용했으며 검색창에 ‘성추행’과 ‘112’라는 단어를 3분간 검색했다. 컴퓨터는 오전 4시21분에 꺼졌고 이후 이씨는 사라졌다. 이씨는 실종 3~4일 전 지갑과 휴대폰 등이 든 핸드백을 날치기당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6월7일 평소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는 이씨가 결석하자 학우 김모씨는 이씨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고 안에서 개들이 킁킁대고 짖는 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이 없었다.

김씨는 이씨가 4학년이었고, 통상 졸업생들은 국가고시 준비 때문에 수업을 종종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일 아닐 거라 생각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 날인 6월8일에도 이씨가 결석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를 비롯한 학과 동기들은 점심때 이씨의 원룸에 찾아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이씨에게 점심 먹자고 부르러 간 거였지, 설마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은 잠겨 있고 안에서는 개 짖는 소리만 나자 창문으로 이씨의 집을 살펴보았다. 이상하게도 창문이 열려 있고 방 한가운데 신발을 비롯한 잡동사니가 어질러져 있었다.

혹시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에 갔나 싶어 이씨의 부모에게 전화하였으나 집에 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들은 경찰과 119 구조대를 불러 현관문 디지털 도어록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 2마리만 있었다.

경찰은 친구들에게 "아마 잠깐 어디 갔을 거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학우들은 파출소에 가서 가출신고서를 작성했고 이씨의 부모님이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씨의 집을 청소했다.

결국 학우들이 방 안을 말끔히 청소하는 바람에 경찰은 초기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창문 틈에서 담배꽁초 하나가 발견됐지만 이마저도 ‘엄마가 보면 화낼 것’이라는 이씨의 언니가 버렸다.

수사가 제자리에 머물자 가족들은 초동수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딸의 행방을 찾아 애타게 동분서주하는 한편, ‘전북대 이윤희 실종사건’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고 실종사건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경찰에 간곡히 호소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건 당일 이씨를 원룸 근처까지 데려다준 후 자신은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한 김씨를 용의자로 지목,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3년이 넘도록 이씨를 짝사랑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이씨의 머리카락, 이씨가 키우던 애완견의 목걸이 등을 소유할 정도로 이씨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물증이 없다며 미제사건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아직 수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전북대 여학생 홀연히 사라져
6년째 꼬리 물고 있는 의구심

먼저 컴퓨터로 112와 성추행을 검색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씨는 귀가한 이후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에 들어가 112와 강제추행을 검색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씨가 종강총회서 성추행 당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했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고 한다.

더 의문스러운 점은 새벽 2시59분부터 새벽 4시21분까지 컴퓨터가 켜져 있었는데 정작 이씨가 검색을 한 시간은 2시59분부터 3시2분까지 약 3분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씨가 검색 도중 신변에 위협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평소 이씨는 TV와 컴퓨터를 한 번 켜놓으면 잘 끄지 않아 TV는 아예 자동종료 기능을 설정했다고 한다.

만약 검색 당일 그녀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컴퓨터의 전원을 끈 사람은 그녀의 실종에 가장 깊이 관여한 사람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씨의 친구들이 원룸에 들어갔을 때 방이 심하게 어질러져 있긴 했으나 없어진 물건은 이씨가 방에 두고 쓰던 찻상과 공구함에 있던 망치뿐이었다. 사건 전날인 6월5일 이씨는 친구와 함께 깜빡 잊고 집에 두고 온 실험 요령이 적힌 메모지를 가지러 집에 잠깐 들렀다.

이씨가 그 메모지를 찾고 있을 때 그의 친구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이 때 침대 바로 앞에 있던 커피 잔 1개가 올려진 찻상을 봤다고 진술했다. 또 이씨가 평소 찻상을 단순히 찻상뿐만이 아니라 식탁, 책상 등 다용도로 활용했고 다리 한 쪽이 헐거워지자 새로 사지 않고 친구에게 다리의 나사못을 조여줄 것을 부탁할 정도로 이 찻상에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하지만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는 전날에는 분명히 있었던 찻상이 사라지고 없었다.

찻상은 며칠 후인 6월13일 이씨의 아버지가 원룸 주변을 살펴보던 중 원룸 앞 도로변의 폐가구 쓰레기 더미와 밭 언덕 사이의 좁은 틈에서 발견됐다. 찻상은 네 다리가 모두 없어지고 상판뿐이었는데 다리를 뜯어낸 꺠끗한 상태였다. 드라이버로 정교하게 나사못을 돌려 뜯어낸 것으로 보였으며, 망치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나흘 후 서울서 이씨가 인터넷을 접속 흔적이 발견됐다. 6월10일 저녁에 서울 여의도의 모 호텔서 누군가 이씨의 계정으로 음악 사이트에 접속하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인터넷의 특성상 이씨의 인터넷 계정 정보를 알지 못하는 이상 접속할 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묘한 일이었다.


그녀의 흔적들

이 때문에 경찰은 이씨 본인이나 혹은 이씨의 인터넷 계정 정보를 가진 사람이 접속했을 것으로 보고 호텔의 CCTV를 확보해 판독했다. 그러나 CCTV 영상 어디에도 이씨나 이씨의 실종에 관여된 걸로 의심할 만한 인물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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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