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⑥고개 드는 무용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09:48:42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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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바꾸거나 없애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설 명절 전후 소상공인과 유통가는 썰렁했다. 김영란법 탓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본격적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된 명절은 이번 설이 처음이다. 김영란법을 감안해 5만원 이하의 설 선물세트 품목을 대폭 늘려도 예상외로 잘 판매되지 않았다. 김영란법이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급히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일고 있다.

김영란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소상공인들의 국회앞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설날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시작한 1인 시위는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민상헌 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전국한우협회 황엽 전무, 한국화원협회 선호영 부회장, 한국농축산연합회 이홍기 상임대표, 한국산업전동툴협동조합 유재근 이사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문승국 부회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설 명절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김영란법으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소상공인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란법으로 저렴한 선물 및 메뉴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극도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돌릴 정부 당국의 방안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유통가도 이번 설날 명절특수는 없었다. 지난달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최대 10% 줄었다. 대형 마트들도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면세점 역시 성장보다는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설 선물세트 매출이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10.1%(12월26일∼1월27일), 신세계백화점은 3.8%(1월12∼26일 기준), 갤러리아백화점은 2%(1월9∼26일) 줄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김영란법)은 3·5·10이라는 통제선을 정해놓고 이 선을 넘어서는 음식이나 선물, 경조사비를 받거나 제공할 경우 쌍방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대형백화점과 유통업체의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감소는 곧바로 기업과 고용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출이 떨어지면 우선 1차적으로 완성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고용인원을 감축시키고 생산량을 줄이는 1차 사태가 일어난다. 2차적으로는 대기업서 자재를 받아 중간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일감이 줄어들어 2차 고용감소 현상이 일어난다.

3차적으로는 원자재 생산업체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국가기간산업 마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4차적으로는 농·수산물과 서비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서도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국회 당정 민생물가점검회의서 “김영란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농민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속히 개정 작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썰렁’ 내수 침체 가시화
당·청 개정안 논의 개시

이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정 검토 지시가 있었고 4당 정책위의장들도 정부에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발생할 문제를 점검해 국회에 보고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김영란법의 문제점으로 특별히 농·축산 농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개정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도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애초 ‘3·5·10’서 ‘5·5·10’으로 높였다. 음식물 접대 한도가 3만원서 5만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액 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3월 초부터 시행한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접대 제한으로 기준이 ‘3·5·10’이다. 이 시행령의 개정은 사실상 김영란법의 개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해 시행령 개정을 위한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에서 자체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마무리한 후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 분석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 부처는 특히 청탁금지법이 이번 설 명절 기간 우리 경제현실서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와 별도로 중소기업청도 다음 달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공유해 개정안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현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시행령 개정을 위한 TF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TF 구성 이후 총 7차례 정례회의를 가졌는데, 앞으로는 각 부처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청탁금지법의 비현실적인 부분과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을 취합해 시행령 개정작업을 주도토록 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달 8일 경북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수·축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상한금액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이 여러 모로 영세상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개정안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법 개정 눈앞

일각에선 여전히 김영란법 폐지론이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가 국민생활 안정의 기본임무마저 소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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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개정안 보니…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28일에 앞서 8월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안이 6건이나 발의됐다.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잇따라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보성향인 정의당도 개정에 동참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청탁성 소비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한다”면서도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개원 뒤 입법발의된 김영란법 개정안은 6건이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관련법 시행에 따른 수수금지 품목에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 내에는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허용가액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허용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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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