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⑥고개 드는 무용론
<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⑥고개 드는 무용론
  • 박창민 기자
  • 승인 2017.02.06 09:48
  • 호수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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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바꾸거나 없애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설 명절 전후 소상공인과 유통가는 썰렁했다. 김영란법 탓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본격적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된 명절은 이번 설이 처음이다. 김영란법을 감안해 5만원 이하의 설 선물세트 품목을 대폭 늘려도 예상외로 잘 판매되지 않았다. 김영란법이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급히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일고 있다.

▲ 김영란법 반대 집회 갖는 단체들

김영란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소상공인들의 국회앞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설날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시작한 1인 시위는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민상헌 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전국한우협회 황엽 전무, 한국화원협회 선호영 부회장, 한국농축산연합회 이홍기 상임대표, 한국산업전동툴협동조합 유재근 이사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문승국 부회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설 명절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김영란법으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소상공인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란법으로 저렴한 선물 및 메뉴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극도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돌릴 정부 당국의 방안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유통가도 이번 설날 명절특수는 없었다. 지난달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최대 10% 줄었다. 대형 마트들도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면세점 역시 성장보다는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설 선물세트 매출이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10.1%(12월26일∼1월27일), 신세계백화점은 3.8%(1월12∼26일 기준), 갤러리아백화점은 2%(1월9∼26일) 줄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김영란법)은 3·5·10이라는 통제선을 정해놓고 이 선을 넘어서는 음식이나 선물, 경조사비를 받거나 제공할 경우 쌍방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대형백화점과 유통업체의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감소는 곧바로 기업과 고용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출이 떨어지면 우선 1차적으로 완성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고용인원을 감축시키고 생산량을 줄이는 1차 사태가 일어난다. 2차적으로는 대기업서 자재를 받아 중간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일감이 줄어들어 2차 고용감소 현상이 일어난다.

3차적으로는 원자재 생산업체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국가기간산업 마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4차적으로는 농·수산물과 서비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 국회 본회의 통과하는 김영란법

이 때문에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서도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국회 당정 민생물가점검회의서 “김영란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농민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속히 개정 작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썰렁’ 내수 침체 가시화
당·청 개정안 논의 개시

이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정 검토 지시가 있었고 4당 정책위의장들도 정부에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발생할 문제를 점검해 국회에 보고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김영란법의 문제점으로 특별히 농·축산 농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개정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도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애초 ‘3·5·10’서 ‘5·5·10’으로 높였다. 음식물 접대 한도가 3만원서 5만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액 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3월 초부터 시행한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접대 제한으로 기준이 ‘3·5·10’이다. 이 시행령의 개정은 사실상 김영란법의 개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해 시행령 개정을 위한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에서 자체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마무리한 후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 분석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 부처는 특히 청탁금지법이 이번 설 명절 기간 우리 경제현실서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와 별도로 중소기업청도 다음 달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공유해 개정안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 '김영란법' 가결시키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를 토대로 정부는 현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시행령 개정을 위한 TF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TF 구성 이후 총 7차례 정례회의를 가졌는데, 앞으로는 각 부처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청탁금지법의 비현실적인 부분과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을 취합해 시행령 개정작업을 주도토록 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달 8일 경북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수·축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상한금액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이 여러 모로 영세상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개정안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법 개정 눈앞

일각에선 여전히 김영란법 폐지론이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가 국민생활 안정의 기본임무마저 소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개정안 보니…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28일에 앞서 8월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안이 6건이나 발의됐다.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잇따라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보성향인 정의당도 개정에 동참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청탁성 소비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한다”면서도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개원 뒤 입법발의된 김영란법 개정안은 6건이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관련법 시행에 따른 수수금지 품목에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 내에는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허용가액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허용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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