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⑥고개 드는 무용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09:48:42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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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바꾸거나 없애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설 명절 전후 소상공인과 유통가는 썰렁했다. 김영란법 탓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본격적으로 김영란법이 적용된 명절은 이번 설이 처음이다. 김영란법을 감안해 5만원 이하의 설 선물세트 품목을 대폭 늘려도 예상외로 잘 판매되지 않았다. 김영란법이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급히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일고 있다.

김영란법의 전면 개정을 위한 소상공인들의 국회앞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설날을 앞두고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시작한 1인 시위는 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 민상헌 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전국한우협회 황엽 전무, 한국화원협회 선호영 부회장, 한국농축산연합회 이홍기 상임대표, 한국산업전동툴협동조합 유재근 이사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문승국 부회장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설 명절 경기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며 “김영란법으로 인한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이 소상공인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란법으로 저렴한 선물 및 메뉴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며 “극도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되돌릴 정부 당국의 방안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유통가도 이번 설날 명절특수는 없었다. 지난달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판매실적은 최대 10% 줄었다. 대형 마트들도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면세점 역시 성장보다는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설 선물세트 매출이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보다 10.1%(12월26일∼1월27일), 신세계백화점은 3.8%(1월12∼26일 기준), 갤러리아백화점은 2%(1월9∼26일) 줄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김영란법)은 3·5·10이라는 통제선을 정해놓고 이 선을 넘어서는 음식이나 선물, 경조사비를 받거나 제공할 경우 쌍방 모두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대형백화점과 유통업체의 매출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감소는 곧바로 기업과 고용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출이 떨어지면 우선 1차적으로 완성업체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고용인원을 감축시키고 생산량을 줄이는 1차 사태가 일어난다. 2차적으로는 대기업서 자재를 받아 중간제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의 일감이 줄어들어 2차 고용감소 현상이 일어난다.

3차적으로는 원자재 생산업체의 일감이 줄어들면서 국가기간산업 마저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난다. 4차적으로는 농·수산물과 서비스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서민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혀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서도 김영란법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법 개정에 나섰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새누리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국회 당정 민생물가점검회의서 “김영란법의 조속한 개정을 통해 농민의 어려움을 해소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조속히 개정 작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썰렁’ 내수 침체 가시화
당·청 개정안 논의 개시

이 정책위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개정 검토 지시가 있었고 4당 정책위의장들도 정부에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발생할 문제를 점검해 국회에 보고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김영란법의 문제점으로 특별히 농·축산 농가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개정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도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개정안은 애초 ‘3·5·10’서 ‘5·5·10’으로 높였다. 음식물 접대 한도가 3만원서 5만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액 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정부의 판단으로 ‘3월 초부터 시행한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접대 제한으로 기준이 ‘3·5·10’이다. 이 시행령의 개정은 사실상 김영란법의 개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가 참석하는 회의를 개최해 시행령 개정을 위한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각 부처에서 자체 진행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마무리한 후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종합 분석해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각 부처는 특히 청탁금지법이 이번 설 명절 기간 우리 경제현실서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정부와 별도로 중소기업청도 다음 달까지 실태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공유해 개정안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현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시행령 개정을 위한 TF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 관련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TF 구성 이후 총 7차례 정례회의를 가졌는데, 앞으로는 각 부처 실태조사 결과를 기초로 청탁금지법의 비현실적인 부분과 이에 대한 보완 방안을 취합해 시행령 개정작업을 주도토록 할 예정이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달 8일 경북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수·축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상한금액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이 여러 모로 영세상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개정안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법 개정 눈앞

일각에선 여전히 김영란법 폐지론이 거론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가 국민생활 안정의 기본임무마저 소홀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이 본래의 취지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법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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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김영란법 개정안 보니…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28일에 앞서 8월 김영란법에 대한 개정안이 6건이나 발의됐다. 김영란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이 잇따라 개정안을 발의했다. 진보성향인 정의당도 개정에 동참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청탁성 소비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의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농축수산물 소비촉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한다”면서도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개원 뒤 입법발의된 김영란법 개정안은 6건이다.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월 관련법 시행에 따른 수수금지 품목에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 내에는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허용가액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3년간 유예기간을 허용하는 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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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