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고 돌아 돌아온 이대호

부산에 짐 푼 '150억 사나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대호(35)가 친정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이대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그의 선택은 친정집으로의 복귀였다. 친청집은 따뜻하게 그를 맞이 했다. 4년 총액 연봉 150억원으로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최고액을 보장해 주기로 한 것. 2017년 시즌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 24일 이대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150억원에 FA(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것이다. 이대호의 4년 연봉 총액은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이다. 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국내행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았다.

4년에 150억원
역대 FA 최고액

높은 몸값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의 커리어에 걸맞는 연봉을 제시해줄 국내 구단이 전무해 보였다. 특히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이대호에게 큰 금액을 배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를 확실하게 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 것이다. 이 선수도 이에 화답했다.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한 채 한국 무대서 뛰기로 결단을 내렸고, 친정팀인 롯데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4년 연봉 총액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가 지난해 11월24일 받았던 4년 총액 100억원이었다.

미국과 일본, 국내를 모두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2011시즌을 마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오릭스 버펄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서 뛰었고, 6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대호는 “미국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꿈을 이뤘다.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고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된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 이대호를 1루수 플래툰 자원으로 보고 관심을 보일만한 구단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도 이대호의 거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출전 기회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해 다시 일본서 뛸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한신 타이거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올 겨울 전력 누수가 심했던 롯데에 이대호는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개인사를 이유로 이탈한 가운데 FA 황재균까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겠다고 제안을 고사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겨울에도 그에 대한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해외에 나가있을 때에도 언제든지 롯데로 돌아올 선수라 생각해 예의주시했다. 이번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말만 하고 지켜본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살펴봤다”며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꾸준히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던 롯데는 지난 주부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직접 사이판으로 떠났다. 지난 18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이판에 머물면서 그를 설득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접 사이판으로 간 것에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미국 거쳐 6년 만에 친정팀 복귀
망설이다 팬·가족 사랑에 한국행 결심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이대호도 고향팀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그에게 고향팀서의 우승이라는 꿈이 남아있었다.

이 단장은 “이대호 본인도 롯데서 우승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뜻이 통했고,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한국행을 결정했던 중요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이 선수는 평소 자녀교육에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해외(일본) 진출했고 우수한 성적도 거뒀다. 일본 진출 첫 해에 오릭스와 계약한 그는 2014년 소프트뱅크로 팀을 옮겼고, 4년간 일본 프로야구서 맹활약했다.

2015시즌을 마치고 돈 대신 꿈(메이저리거)을 택한 이대호는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했다. 이대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꿰찼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서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에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대호 본인은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초 해외파의 WBC 출전 의사 확인 차 미국을 다녀온 이순철 WBC 타격코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더라. 출전시간 보장도 큰 걸림돌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을 많이 걱정하더라”라고 언급했다.

1루수 4번 찜
주장으로 활약

특히 장녀 효린양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이 깊다고 했다. 효린양은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할 무렵에 태어나 그곳에서 유아기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미국생활을 하면서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꽤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가정적인 이대호도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 딸을 매우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고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의 한국행이 가능했던 것은 상호 신뢰감이 돈독한 팬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해외리그서 뛸 동안에도 항상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너무 그리웠고, 우리 팬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설렌다”며 “마음으로 대하고 가치를 인정해주신 구단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국제신문>에 따르면 사이판서 정훈 등과 함께 개인 훈련 중인 이대호와 전화 통화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구단 홍보관계자는 이대호가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팬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에는 팬들이 두 차례 언급됐지만 이대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 팬들’이라는 말을 거의 빼놓지 않았다”며 “후배들과 함께 팬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롯데 입장서도 이번 이대호의 영입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이대호가 이전에 롯데에 있을 때도 리더십을 보여줬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복귀로 롯데는 막강 타선도 구축하게 됐다. 손아섭, 최준석, 강민호, 이대호 등으로 이어지는 ‘강타 라인업’은 향후 포스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형우와의
라이벌 예고

이대호는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진 프렌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2001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8∼2011년 롯데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다.


사실상 최근 11시즌 동안 롯데의 전성기는 그의 전성기와 맞닿아 있었던 셈. 그가 복귀 후 선전한다면 최근 4년간의 부진으로 돌아선 ‘부산갈매기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하고 관중 동원 1위를 달린 롯데는 2013년 77만731명으로 관중수가 뚝 떨어졌고, 2014년(83만820명)과 2015년(80만962명) 90만 관중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도 롯데는 85만2639명 관중에 머물렀다.

이대호가 롯데로 돌아오면 1루수 4번타자와 더불어 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이대호와 롯데 팀원들이 처음 만나는 롯데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 상견례 자리서 그를 주장으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시즌엔 포수를 맡고 있던 강민호가 주장직을 수행했다. 롯데는 강민호가 포수라는 중책을 맡고 있어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에서 이대호에 주장을 맡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대호의 친정 복귀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이대호의 한국행으로 지금까지 그가 선수로서 얼마나 연봉을 챙겼는지도 관심이 쏠린 것. 연봉 추이를 보면 그의 성과를 대략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 간판타자가 얼마나 벌었느냐는 호기심도 포함됐다.

이대호는 지난 2001년 2차 1순위에 지명돼 롯데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연봉은 프로선수 최저인 2000만원이었다. 이대호의 이번 연봉이 평균 37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187배 치솟은 셈이다.

이대호는 2006년 첫 억대 연봉(1억3000만원)에 진입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2007년 곧바로 3억원(3억2000만원)대로 들어섰고, 2011년에는 6억3000만원을 끝으로 일본으로 진출하며 큰폭으로 뛰었다. 오릭스와 2년간 7억6000만엔(약 78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자리를 옮겨 2년간 12억5000만엔(약 129억원)의 연봉을 기록하는 등 천정부지로 몸값이 솟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서 400만달러(약 46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번 롯데와 4년간 150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받게 된 이대호는 입단 계약금 포함 연봉 누적 429억 2900만원을 적립하게 된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21억4645만원 수준.

롯데 애정공세로 계약성사
국내서 선수생활 마무리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간판타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승엽(41·삼성)과의 격차가 현격하게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종료 후 은퇴할 예정인데, 그가 활약한 23시즌 동안 벌어들인 총 연봉은 462억9200만원으로 이대호의 연봉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번 이대호의 복귀로 KIA 거포 최형우와의 연봉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둘 간의 4년 연봉 총액만 250억원으로 자연스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커리어는 이대호가 앞선다. 2001년 롯데서 데뷔한 이대호는 11시즌을 뛰면서 통산 1150경기서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2006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르면서 전성기에 진입했다.

2010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타격 7관왕 시대를 열었다. 그는 KBO리그 통산 세 번의 타격왕 (2006·2010·2011년)과 두 번의 홈런왕(2006·2010년), 두 번의 타점왕(2006·2010년)에 오르는 발군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꾸준함은 해외로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에도 소프트뱅크서 뛰던 2015년에는 31홈런 98타점으로 활약하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해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수생활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한 그는 14개의 홈런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물론 이대호의 한국행 이전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한 최형우의 이력도 화려하다. 전통의 강호 삼성 라이온즈서 활약한 최형우는 2008년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에 오른 뒤 최근 4시즌 동안 평균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지난해에는 타율과 안타, 타점 부문서 1위로 생애 첫 타격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에는 이대호(27개)를 제치고 30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풍성한 볼거리
달아오른 부산

최형우는 우승 경험서 이대호를 앞선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서 두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반지를 꼈지만 한국시리즈 정상 경험은 물론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도 없다. 반면 최형우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롯데행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주장(2001∼2011년)을 맡았던 조성환 KBS 해설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의 복귀는 나도 고대하던 소식이었다”며 “롯데구단을 깨우고 팬들을 다시 불러모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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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