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고 돌아 돌아온 이대호

부산에 짐 푼 '150억 사나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대호(35)가 친정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된 이대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그의 선택은 친정집으로의 복귀였다. 친청집은 따뜻하게 그를 맞이 했다. 4년 총액 연봉 150억원으로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최고액을 보장해 주기로 한 것. 2017년 시즌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롯데는 지난 24일 이대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150억원에 FA(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이대호가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것이다. 이대호의 4년 연봉 총액은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이다. 그가 FA 시장에 나왔을 때 국내행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았다.

4년에 150억원
역대 FA 최고액

높은 몸값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의 커리어에 걸맞는 연봉을 제시해줄 국내 구단이 전무해 보였다. 특히 선수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이대호에게 큰 금액을 배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를 확실하게 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연봉을 제시한 것이다. 이 선수도 이에 화답했다.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한 채 한국 무대서 뛰기로 결단을 내렸고, 친정팀인 롯데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4년 연봉 총액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가 지난해 11월24일 받았던 4년 총액 100억원이었다.

미국과 일본, 국내를 모두 염두에 두고 고민하던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향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게 됐다. 2011시즌을 마치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오릭스 버펄로스,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거친 이대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서 뛰었고, 6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하게 됐다.


이대호는 “미국서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꿈을 이뤘다. 롯데로 돌아와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우승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었고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된 이대호가 롯데와 계약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 이대호를 1루수 플래툰 자원으로 보고 관심을 보일만한 구단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도 이대호의 거취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출전 기회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해 다시 일본서 뛸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 한신 타이거스가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잇따랐다.

올 겨울 전력 누수가 심했던 롯데에 이대호는 놓칠 수 없는 카드였다.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이 개인사를 이유로 이탈한 가운데 FA 황재균까지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겠다고 제안을 고사한 상황이었다. 롯데는 이대호에게 꾸준한 관심을 보였다. 이번 겨울에도 그에 대한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롯데 이윤원 단장은 “해외에 나가있을 때에도 언제든지 롯데로 돌아올 선수라 생각해 예의주시했다. 이번 비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말만 하고 지켜본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살펴봤다”며 “이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꾸준히 이대호의 움직임을 살피던 롯데는 지난 주부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개인 훈련을 하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직접 사이판으로 떠났다. 지난 18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등 사이판에 머물면서 그를 설득했다.

이 단장은 “사이판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직접 사이판으로 간 것에 고마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미국 거쳐 6년 만에 친정팀 복귀
망설이다 팬·가족 사랑에 한국행 결심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이대호도 고향팀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일본 프로야구서 정상급 타자로 활약하고,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그에게 고향팀서의 우승이라는 꿈이 남아있었다.

이 단장은 “이대호 본인도 롯데서 우승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선수와 구단의 뜻이 통했고,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한국행을 결정했던 중요 키워드는 가족이었다. 이 선수는 평소 자녀교육에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1년 시즌을 마치고 해외(일본) 진출했고 우수한 성적도 거뒀다. 일본 진출 첫 해에 오릭스와 계약한 그는 2014년 소프트뱅크로 팀을 옮겼고, 4년간 일본 프로야구서 맹활약했다.

2015시즌을 마치고 돈 대신 꿈(메이저리거)을 택한 이대호는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을 맺고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합류했다. 이대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 자리를 꿰찼고,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서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33득점의 성적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에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대호 본인은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초 해외파의 WBC 출전 의사 확인 차 미국을 다녀온 이순철 WBC 타격코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가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더라. 출전시간 보장도 큰 걸림돌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을 많이 걱정하더라”라고 언급했다.

1루수 4번 찜
주장으로 활약

특히 장녀 효린양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이 깊다고 했다. 효린양은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할 무렵에 태어나 그곳에서 유아기를 보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미국생활을 하면서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꽤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가정적인 이대호도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 딸을 매우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고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의 한국행이 가능했던 것은 상호 신뢰감이 돈독한 팬 때문이었다. 그는 한국행이 결정되면서 “해외리그서 뛸 동안에도 항상 저를 끊임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너무 그리웠고, 우리 팬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이 너무나도 설렌다”며 “마음으로 대하고 가치를 인정해주신 구단에도 감사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국제신문>에 따르면 사이판서 정훈 등과 함께 개인 훈련 중인 이대호와 전화 통화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한 구단 홍보관계자는 이대호가 끊임없이 강조한 것은 팬들이었다.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에는 팬들이 두 차례 언급됐지만 이대호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우리 팬들’이라는 말을 거의 빼놓지 않았다”며 “후배들과 함께 팬들이 보는 앞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전했다.

롯데 입장서도 이번 이대호의 영입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어줄 베테랑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이대호가 이전에 롯데에 있을 때도 리더십을 보여줬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며 “팀 분위기를 활기차게,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복귀로 롯데는 막강 타선도 구축하게 됐다. 손아섭, 최준석, 강민호, 이대호 등으로 이어지는 ‘강타 라인업’은 향후 포스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형우와의
라이벌 예고

이대호는 막강한 티켓파워를 가진 프렌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2001년 2차 1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는 2008∼2011년 롯데의 4번타자로 활약하며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을 달성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활약했다.


사실상 최근 11시즌 동안 롯데의 전성기는 그의 전성기와 맞닿아 있었던 셈. 그가 복귀 후 선전한다면 최근 4년간의 부진으로 돌아선 ‘부산갈매기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하고 관중 동원 1위를 달린 롯데는 2013년 77만731명으로 관중수가 뚝 떨어졌고, 2014년(83만820명)과 2015년(80만962명) 90만 관중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도 롯데는 85만2639명 관중에 머물렀다.

이대호가 롯데로 돌아오면 1루수 4번타자와 더불어 팀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이대호와 롯데 팀원들이 처음 만나는 롯데의 미국 애리조나 캠프 상견례 자리서 그를 주장으로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시즌엔 포수를 맡고 있던 강민호가 주장직을 수행했다. 롯데는 강민호가 포수라는 중책을 맡고 있어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에서 이대호에 주장을 맡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대호의 친정 복귀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이대호의 한국행으로 지금까지 그가 선수로서 얼마나 연봉을 챙겼는지도 관심이 쏠린 것. 연봉 추이를 보면 그의 성과를 대략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국내 간판타자가 얼마나 벌었느냐는 호기심도 포함됐다.

이대호는 지난 2001년 2차 1순위에 지명돼 롯데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연봉은 프로선수 최저인 2000만원이었다. 이대호의 이번 연봉이 평균 37억5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6년 만에 187배 치솟은 셈이다.

이대호는 2006년 첫 억대 연봉(1억3000만원)에 진입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2007년 곧바로 3억원(3억2000만원)대로 들어섰고, 2011년에는 6억3000만원을 끝으로 일본으로 진출하며 큰폭으로 뛰었다. 오릭스와 2년간 7억6000만엔(약 78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자리를 옮겨 2년간 12억5000만엔(약 129억원)의 연봉을 기록하는 등 천정부지로 몸값이 솟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스플릿 계약서 400만달러(약 46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이번 롯데와 4년간 150억원의 역대 최고액을 받게 된 이대호는 입단 계약금 포함 연봉 누적 429억 2900만원을 적립하게 된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21억4645만원 수준.

롯데 애정공세로 계약성사
국내서 선수생활 마무리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간판타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승엽(41·삼성)과의 격차가 현격하게 좁혀졌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종료 후 은퇴할 예정인데, 그가 활약한 23시즌 동안 벌어들인 총 연봉은 462억9200만원으로 이대호의 연봉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번 이대호의 복귀로 KIA 거포 최형우와의 연봉 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둘 간의 4년 연봉 총액만 250억원으로 자연스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커리어는 이대호가 앞선다. 2001년 롯데서 데뷔한 이대호는 11시즌을 뛰면서 통산 1150경기서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2006년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에 오르면서 전성기에 진입했다.

2010년에는 KBO리그 최초로 타격 7관왕 시대를 열었다. 그는 KBO리그 통산 세 번의 타격왕 (2006·2010·2011년)과 두 번의 홈런왕(2006·2010년), 두 번의 타점왕(2006·2010년)에 오르는 발군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갔다.

이 꾸준함은 해외로 진출해서도 이어졌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뒤에도 소프트뱅크서 뛰던 2015년에는 31홈런 98타점으로 활약하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해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수생활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한 그는 14개의 홈런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물론 이대호의 한국행 이전 가장 높은 연봉을 기록한 최형우의 이력도 화려하다. 전통의 강호 삼성 라이온즈서 활약한 최형우는 2008년 중고 신인으로 신인왕에 오른 뒤 최근 4시즌 동안 평균 30홈런 이상을 때려냈다.

지난해에는 타율과 안타, 타점 부문서 1위로 생애 첫 타격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1년에는 이대호(27개)를 제치고 30홈런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풍성한 볼거리
달아오른 부산

최형우는 우승 경험서 이대호를 앞선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서 두 번의 일본시리즈 우승반지를 꼈지만 한국시리즈 정상 경험은 물론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도 없다. 반면 최형우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기록했다.

이대호의 롯데행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주장(2001∼2011년)을 맡았던 조성환 KBS 해설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대호의 복귀는 나도 고대하던 소식이었다”며 “롯데구단을 깨우고 팬들을 다시 불러모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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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