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반가운’ 업종 백태

‘게이트’가 장사에 도움될 줄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우리 사회에 미친 후폭풍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7월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그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유명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30년 정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꼽았다. 온통 악영향뿐이다.

지난해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9.8%로, 10%에 육박했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101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100만

‘실업자 100만명, 청년실업 1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업자 수의 증가는 지난해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 암울한 것은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 등 학원 통학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쉰 사람(통계상 ‘쉬었음 인구’),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 실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포함한 ‘사실상 백수’ 인구가 45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공식 실업자 101만2000명의 4.5배에 이르는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인구 약 10명당 1명이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경제활동인구로 범위를 좁히면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 “올해가 최악”이라는 말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경제 한파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청년층의 경우는 체감 경기가 더 살벌하다. 유력 대선주자는 대학 특강에서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여건상 청년창업은 ‘맨땅에 헤딩하기’와 다름없다. 일시적인 침체현상이 아니라 이미 경기 불황이 고착화된 상태라 앞길은 더욱 막막하다.

파쇄업·디지털세탁 성행
지우기 열풍에 반짝 인기

이런 상황에서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업종이 있다. 어떤 경제상황에서든 ‘틈새시장’은 늘 있어왔다. ‘다 죽겠다’ 수준으로 경제 불황이 지속될지라도 특정업종은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경매시장이 뜨는 것처럼 한 업종 내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경우, 중소기업이 상식,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령 동남아엔 제설기, 유럽엔 온돌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통 상식선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방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별로 각광받지 못했던 업종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파쇄업과 디지털세탁업을 동시에 불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두 업종은 모두 정보를 지우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처 없애지 못한 문서, 지우지 못한 휴대폰 음성으로 범죄 사실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보고 ‘뜨끔’한 사람들이 두 업종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진 점도 인기의 원동력이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 신사동 더 리버사이트호텔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우수 브랜드대상’ 인증식에서 보안 문서 기록물 폐기 전문 기업 ‘더부러’가 고객 만족브랜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자세히 소개돼있다.

현장·입고 등 다양
공기업서 개인까지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현장 파쇄’, 특수운반차량으로 문서를 이송한 후 공장서 한 번에 파쇄 하는 ‘입고 파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쇄해주는 ‘하드디스크 파쇄’ 서비스도 있다.

지난 21일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하드디스크 파쇄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현재 구치소가 아니라 따뜻한 집에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 전 장관이 취임 직후 교체한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그 안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가 나온다면 조 전 장관은 무거운 형량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부분 고객들은 현장 파쇄를 선호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문서가 파쇄되는 것을 보고도 파쇄 전 문서 무게와 파쇄 후 무게를 비교,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고객은 공기업, 병원, 은행, 변호사 사무실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최근에는 개인 고객도 많이 늘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서 파쇄 자료를 찾아 하나하나 맞춰 증거를 찾은 사례가 있지만 전문업체의 경우 고객의 눈앞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후처리’는 깔끔한 편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나 은행의 경우는 정기 방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SNS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세탁업도 성행 중이다. 온라인에 남긴 내 흔적을 말끔히 지워준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장의사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소셜 네트워크 시장이 광범위하게 성장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누리꾼들은 논란이 발생하면 SNS를 통한 ‘신상털기’에 나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페이스북 글이 누리꾼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전 국민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국조특위 청문회의 숨은 공로자인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구글링’을 통해 관련자들의 과거를 샅샅이 훑어냈다.

법률시장 호황이지만
빈익빈 부익부 심해

주갤러(주식갤러리 이용자)들은 당사자는 기억도 못 할 시기의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의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국조' 청문회서 2007년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이 공개돼 코너에 몰렸고, 국조특위 간사였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사진 몇 장으로 청문회 증인들과의 관계 의혹이 제기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자신이 정말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 누구와 사진을 찍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인터넷에 게재된 자료의 확장성과 생명력은 넓고 질기다. 언제 어느 순간 발목을 잡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 대학 입학, 취업, 이직 등 ‘검증’이 필요한 단계에서 온라인 활동을 살피는 학교, 기업 등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손길은 더욱 많아졌다.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 대표는 “정치인, 대학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이 의외로 전화가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과거를 지워라

법률시장도 호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관계자가 너무 많아 대형로펌은 의뢰가 없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거물급 변호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관예우 비리로 몇몇 변호사가 처벌을 받고 제명을 당하는 등 제재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전관 변호사는 섭외 1순위다. 반면 무명 변호사는 월 100만원을 버는 것도 힘들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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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