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반가운’ 업종 백태

‘게이트’가 장사에 도움될 줄이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우리 사회에 미친 후폭풍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7월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이후 채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그 그림자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유명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30년 정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꼽았다. 온통 악영향뿐이다.

지난해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인 9.8%로, 10%에 육박했다. 지난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수는 101만2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9년 이후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100만

‘실업자 100만명, 청년실업 10%’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실업자 수의 증가는 지난해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여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 암울한 것은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 고시학원·직업훈련기관 등 학원 통학생, 특별한 이유 없이 쉰 사람(통계상 ‘쉬었음 인구’),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 실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포함한 ‘사실상 백수’ 인구가 450만명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공식 실업자 101만2000명의 4.5배에 이르는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인구 약 10명당 1명이 일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경제활동인구로 범위를 좁히면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서민들 사이에서는 “IMF 때보다 더 힘들다” “올해가 최악”이라는 말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경제 한파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청년층의 경우는 체감 경기가 더 살벌하다. 유력 대선주자는 대학 특강에서 취업이 안 되면 창업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여건상 청년창업은 ‘맨땅에 헤딩하기’와 다름없다. 일시적인 침체현상이 아니라 이미 경기 불황이 고착화된 상태라 앞길은 더욱 막막하다.

파쇄업·디지털세탁 성행
지우기 열풍에 반짝 인기

이런 상황에서도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업종이 있다. 어떤 경제상황에서든 ‘틈새시장’은 늘 있어왔다. ‘다 죽겠다’ 수준으로 경제 불황이 지속될지라도 특정업종은 호황을 누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경매시장이 뜨는 것처럼 한 업종 내에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경우, 중소기업이 상식,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령 동남아엔 제설기, 유럽엔 온돌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통 상식선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방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별로 각광받지 못했던 업종이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파쇄업과 디지털세탁업을 동시에 불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교롭게도 두 업종은 모두 정보를 지우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처 없애지 못한 문서, 지우지 못한 휴대폰 음성으로 범죄 사실이 낱낱이 까발려지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보고 ‘뜨끔’한 사람들이 두 업종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진 점도 인기의 원동력이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 신사동 더 리버사이트호텔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우수 브랜드대상’ 인증식에서 보안 문서 기록물 폐기 전문 기업 ‘더부러’가 고객 만족브랜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다양한 서비스가 자세히 소개돼있다.


현장·입고 등 다양
공기업서 개인까지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찾아가는 ‘현장 파쇄’, 특수운반차량으로 문서를 이송한 후 공장서 한 번에 파쇄 하는 ‘입고 파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쇄해주는 ‘하드디스크 파쇄’ 서비스도 있다.

지난 21일 구속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하드디스크 파쇄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현재 구치소가 아니라 따뜻한 집에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 전 장관이 취임 직후 교체한 하드디스크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그 안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가 나온다면 조 전 장관은 무거운 형량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부분 고객들은 현장 파쇄를 선호한다. 자신의 눈앞에서 문서가 파쇄되는 것을 보고도 파쇄 전 문서 무게와 파쇄 후 무게를 비교,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고객은 공기업, 병원, 은행, 변호사 사무실 등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최근에는 개인 고객도 많이 늘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최순실씨의 단골병원서 파쇄 자료를 찾아 하나하나 맞춰 증거를 찾은 사례가 있지만 전문업체의 경우 고객의 눈앞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후처리’는 깔끔한 편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나 은행의 경우는 정기 방문을 요청하기도 한다.

SNS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세탁업도 성행 중이다. 온라인에 남긴 내 흔적을 말끔히 지워준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장의사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소셜 네트워크 시장이 광범위하게 성장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누리꾼들은 논란이 발생하면 SNS를 통한 ‘신상털기’에 나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페이스북 글이 누리꾼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전 국민의 타깃이 되기도 했다.

국조특위 청문회의 숨은 공로자인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구글링’을 통해 관련자들의 과거를 샅샅이 훑어냈다.

법률시장 호황이지만
빈익빈 부익부 심해

주갤러(주식갤러리 이용자)들은 당사자는 기억도 못 할 시기의 사진과 영상을 인터넷의 바다에서 건져 올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된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은 '최순실 국조' 청문회서 2007년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이 공개돼 코너에 몰렸고, 국조특위 간사였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사진 몇 장으로 청문회 증인들과의 관계 의혹이 제기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자신이 정말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 누구와 사진을 찍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인터넷에 게재된 자료의 확장성과 생명력은 넓고 질기다. 언제 어느 순간 발목을 잡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특히 대학 입학, 취업, 이직 등 ‘검증’이 필요한 단계에서 온라인 활동을 살피는 학교, 기업 등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장의사를 찾는 손길은 더욱 많아졌다. 한 디지털 장의사 업체 대표는 “정치인, 대학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이 의외로 전화가 많이 온다”고 귀띔했다.

과거를 지워라

법률시장도 호황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관계자가 너무 많아 대형로펌은 의뢰가 없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거물급 변호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관예우 비리로 몇몇 변호사가 처벌을 받고 제명을 당하는 등 제재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전관 변호사는 섭외 1순위다. 반면 무명 변호사는 월 100만원을 버는 것도 힘들어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