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비상 걸린’ 평창동계올림픽 현주소

D-365…꽁꽁 얼어붙은 평창 ‘열리긴 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1년 삼수 끝에 개최권을 따냈을 때만 해도 지금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야기한 외부 악재와 조직위원회로부터 나오고 있는 내부 악재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개최권을 반납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흘러나오지만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 평창올림픽은 내년 2월9일 개막한다. 남은 시간은 1년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7일, 올해 업무계획을 내놨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는 문체부의 주요업무 계획 중에서도 첫손에 꼽힌다. 평창올림픽은 당장 내년 2월9일 개막으로, 준비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주무부처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년
어디로 가나

문체부는 올림픽을 치르면 경제가 무너진다는 ‘올림픽의 저주’와 열악한 동계스포츠 저변 등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민 통합과 신뢰 재구축의 기회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문화·체육계 관계자들은 문체부의 현황 파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에 색안경이 쓰인 건 ‘풍비박산’난 문체부의 내부 상황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조윤선 전 장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문체부장관이었던 그는 ‘현직 장관 1호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불거졌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현직 장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지면서 문체부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이미 김종덕 전 장관, 김종 전 2차관, 정관주 전 1차관까지 구속됐다. 한 부처에서 최고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현직 장·차관 4명이 한 사건으로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문체부는 지난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반성과 다짐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전 장관이 구속된 지 이틀 만이다.

이 자리서 문체부는 “통절하게 반성하고 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며 사과의 말을 내놨고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하겠다” “부당한 차별이나 개입 등을 차단하는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대책을 쏟아냈다.

아울러 “많은 국민들이 염려하고 계신 평창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를 발표한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제1차관) 역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민의당은 문체부 대국민 사과 이후 발표한 논평서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은 문체부 건전콘텐츠 TF를 맡아 블랙리스트 총괄팀장을 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은 인물”이라며 “직무대행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송 직무대행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미 비상체제로 운영 중인 문체부는 회복불능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주무부처의 망가진 내부를 수습해야 할 정부는 더 엉망이다. 문체부는 업무계획 보고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범정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불리는 국가적 행사인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또 올림픽을 통해 비치는 국가 이미지가 향후 국제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정부로선 내년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렇기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하는 우리나라로선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망가진 정부 상황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남은 시간 1년뿐인데…온갖 악재 뒤숭숭
전체적 분위기 다운 “다음 정권에 기대”

지난해 7월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평창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순실 일가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한 건 예산 13조원이 투입되는 ‘공룡 프로젝트’ 평창올림픽의 이권을 따기 위해서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지난 17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가 설립한 더블루K의 외국 파트너사인 누슬리사에 3000억원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시설 공사를 맡기려 했다”고 진술했다.

누슬리사는 스위스 체육시설 제작 및 설치 전문업체로, 최씨가 소유권을 가진 더블루K가 국내 사업권을 갖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진술대로 누슬리사가 공사권을 따냈다면 최씨는 수수료 등을 포함해 최소 수백원억의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슬리사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이 이미 오각형으로 설계돼 토목공사가 들어간 상황이었지만 원형 설계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공사기간에 설계를 포함하지 않는 등 부실한 계획을 가져왔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누슬리사가 아닌 이미 계약을 맺었던 대림산업이 공사를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

최씨의 개입 정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의 개입 시도가 무산되자 감사원이 조직위를 대상으로 특별감사에 나선 것이다. 그 과정서 감사원 측은 누슬리사가 입찰을 따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추궁했다는 정황까지 잡혔다.

최순실 등장
암운 드리워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는 최씨 일가의 평창올림픽 이권 개입 의혹에 누구보다 깊숙이 들어가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종합편성채널 JTBC는 장씨가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300억원이 들어간 강릉 빙상장 사후 활용 계획에 장씨가 관여한 정황이 그 근거였다.

정부와 조직위는 평창올림픽 이후 강릉 빙상장을 철거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는데, 지난해 4월 존치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는 장씨가 출범 과정에 관여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가 강릉 빙상장 존치를 전제로 사업 계획을 짰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씨의 사업 계획에 따라 빙상장 사후계획이 오락가락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

장씨는 영재센터 사무총장을 맡아 인사·자금관리를 총괄했다. 영재센터는 2015년 6월 설립된 신생법인이지만 이례적으로 문체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일찌감치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영재센터는 삼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단체다. 삼성은 이 단체에 16억원을 지원해 대가성 논란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로 인해 특검 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구속 직전까지 몰렸다 살아났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이명박정부로부터 ‘원 포인트 1인 사면’을 받았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대를 이어 관여한 셈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이미 두 번의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국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던 상황에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었던 이 회장이 필요하다고 판단, 그를 사면했다.

장씨는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더스포츠엠’을 통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관련 사업에 손을 뻗으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시사인> 보도에 따르면 더스포츠엠의 등기상 설립 목적에 ‘로고 및 마스코트 제작’이 포함돼있다.

조직위원장 쫓아내
컨트롤타워 붕괴

박근혜-최순실게이트의 유탄을 맞은 평창올림픽 전 조직위원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바로 마스코트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조 회장은 지난해 4월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부를 찾아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진돗개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미 호랑이로 정해졌던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바꾸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에 조 회장이 스위스까지 날아갔던 것. 당시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로 정신이 없던 때였다. 청와대의 지시에 등 떠밀려 자가용 비행기로 스위스에 갔던 조 회장은 그곳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말 그대로 문전박대를 당했고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조 회장은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에게 해임 통보를 받고 사퇴 형식으로 조직위를 떠났다. 본인이 사의를 표했지만 평창올림픽 시설 공사에서 누슬리사 배제, 마스코트 문제 등 최씨 일가와의 갈등으로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혹이 특검 조사를 통해 제기된 상태다.

IOC 바흐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로잔서 열리고 있는 국제올림픽휴전재단 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스캔들(박근혜-최순실게이트) 때문에 평창올림픽 마케팅 활동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회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이후 직을 이어받은 이희범 위원장은 “최근 정치적 상황에 휘말리고 있다는 보도에 지난 몇 달간 시달려왔다”며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최순실 일가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접근한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계약에 이른 것은 일절 없었다”고 기자간담회서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 시설 공사 등의 계약을 모두 살펴봤지만 비리가 개입된 잘못된 계약은 없었다”며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인데 의혹과 음모만 가지고 매도당하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의 읍소에도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당장 평창올림픽의 돈줄이 말랐다. 대기업들은 최씨가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돈을 갹출했다. 기업들이 두 재단에 낸 돈의 액수는 800억원에 육박한다. 또 청년희망펀드 모금에도 대기업이 출연하면서 평창올림픽은 뒷전이 됐다.

조직위는 당장 기업 후원금 마련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후원을 약속했던 기업들도 줄줄이 펑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평창올림픽 운영비 관리 및 입장권 판매 업무를 담당할 주거래 은행조차 아직 찾지 못했다. 주거래 은행이 없으면 입장권 판매부터 차질이 생긴다.
 

조직위에 따르면 경기장 건설, 인건비, 시스템 구축비, 운영비 등 올림픽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8000억원이다. 이 중 2조4000억원은 조달 계획을 마련했지만 4000억원은 뾰족한 수가 없다. 조직위는 자금 조달을 위해 공기업, 금융권 등에 후원을 요청했지만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오고 있다.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매진해야 할 올 상반기까지 후원사 모집에 매달릴 경우 조직위의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외부의 타격으로 휘청대고 있는 조직위 내부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조직위 내부서 잡음이 가장 많이 흘러나온 건 개·폐회식 연출 문제다.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연출로 연극연출가 양정웅씨가 내정되기까지 무려 1년간 연출자 문제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기업 지원·국민 관심 ‘제로’
조직위·지역주민 사기 ‘바닥’

2015년 10월 첫 번째 연출자로 낙점됐던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는 송승환 총감독의 의견 없이 취임했다는 이유로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지난해 8월에는 두 번째 연출자로 낙점됐던 정구호 디자이너와 송 총감독의 불화설이 터져 나왔다.

정씨는 직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송 총감독과의 불화설을 감추지 않았다. 조직위가 정씨와의 개폐회식 연출 계약을 미뤄왔는데 그 배경에 송 총감독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씨는 연출직 사퇴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송 총감독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었다”며 내부 갈등이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연출직을 던진 시점은 평창올림픽 개막을 고작 17개월 앞둔 때였다. 그러고도 4개월의 공백 끝에 지난달에야 연출자가 결정됐다.

송 총감독을 둘러싼 구설은 끊이질 않았고 급기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의 친분설까지 불거졌다. 송 총감독이 임명 과정서 차 전 단장의 입김이 미쳤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이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총감독 지원자 중 내정자가 있었지만 갑자기 송 총감독이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조직위는 “개·폐회식 총감독 선정에 있어 적격자를 선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정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추천도 받았다”며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도 실시했다”고 적극적으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모 방식으로는 적격자를 선임하기 어렵다고 판단, 기존 추천위원회에 추천됐지만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인사를 포함했고 재검증을 통해 후보를 재선정했다”고 덧붙였다.

북미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을 둘러싼 갈등은 또 다른 악재 중 하나다. 문제는 NHL선수들의 출전비용을 둘러싸고 터져 나왔다. 이들이 지난 1998년 나가노올림픽부터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5회 연속 대회에 출전하면서 발생한 비용은 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F)이 분담해왔다. NHL 선수들의 출전비용은 3500만달러(약 412억원)로 추산되는데 이 중 IOC 부담액은 1500만달러 정도였다.

문제는 지금부터
국민들이 뭉쳐야

그런데 IOC가 한국과 북미의 시차 차이로 인한 시청률 문제를 들어 비용 부담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NHL 선수들은 부상 위험 등을 들어 대회 참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서 관중을 가장 많이 동원하는 인기종목이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는 전체 관중 수입의 절반가량이 아이스하키서 나왔다. 평창올림픽에 NHL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숱한 악재로 진퇴양난의 골에 빠져 있는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선 국민적 성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를 비롯, 지역 주민 등은 대회 열기 고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각보다 차가운 상황에 애를 먹고 있다. 10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올림픽 씨앗이 열매를 맺기까지 이제 1년, 내년 2월 평창에 어떤 열매가 맺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창 향하는 대권주자들

평창동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권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가시권에 들어온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후보는 당장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지지율 1위로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5일 강원도를 방문해 올림픽 조직위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모든 자원을 총동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평창올림픽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6일 강원도청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만난 안 지사는 충남 지역 내 올림픽 열기 확산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6일 강원 춘천 강원대학교에서 열린 춘천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추진 주체인 조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2일 귀국 이후 광폭행보 중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평창에 방문하려 했으나 토론회 준비로 취소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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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