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②새누리당 정우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6 10:01:00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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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세론요? 허망하게 무너질 것”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 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두 번째로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났다.

새누리당에게 지난 2016년은 상실의 해였다. 4·13총선 참패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원내1당 자리를 내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계파 갈등은 극에 달했고, 결국 분열됐다. 유승민·김무성·남경필·오세훈 등 당에서 어렵게 키워낸 대선주자들 대부분은 바른정당으로 옮겨갔다. 30%를 웃돌던 정당 지지율도 반 토막 났다.

반전의 모멘텀이 절실한 새누리당은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당명·로고는 물론 당색까지 싹 바꿀 계획이다. 또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3정 쇄신’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모멘텀은 결국 대선 승리뿐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때문에 경선 관리를 맡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좌우명처럼 그는 굴곡진 정치 인생 속에서도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며 39세에 공직서 나와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이후 정·관가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점이 그를 당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진 중 한 명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그의 확고한 당내 입지는 향후 당 대선주자들을 관리하는 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대선 준비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주신다면?
▲이번 대선은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일자리, 북핵, 통일 문제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런 후보를 선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집권여당으로서 총체적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경선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헤쳐 나갈 생각이신가요?
▲아직 우리 당이 ‘경선 흥행’을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적 쇄신과 정치·정당·정책 쇄신 등 ‘3정 쇄신’을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설 명절 이후 당명 개정을 완료하고 비대위서 본격적인 경선 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

-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수 지지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진단해 주신다면?
▲황 권한대행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라고 밝혔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황 권한대행이 국정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 대선주자가 부족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당 인재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여러 쇄신이 한창 진행 중이라 아직 당내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 명절 이후 당명 개정, 경선 룰 논의 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당내의 대선주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새누리당에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 영입 시도는 계속되는 건가요?
▲반 전 총장은 그동안의 경력 등을 감안하면 진보 성향이라기보다 중도·보수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사드 배치 등 안보문제는 보수 성향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핵심적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중도·보수 후보’에게는 원칙적으로 문호가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국민과 당원들의 혹독한 검증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 대선주자로서 반 전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한국인으로서 유엔사무총장을 10년 동안 역임했던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적·국제적 자산’이고 이는 본인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뛰어든다면 총체적 국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경선 질문에 “신뢰 되찾는 게 우선”
충청권 탈당 초읽기? “보고 받았다”

-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을 따라 당 충청권 인사들이 탈당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나요?
▲언론 보도를 통해 보았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 최근 인적 쇄신 문제로 당이 내홍을 겪었습니다. 결국 몇몇 의원에게 징계가 내려졌는데요.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윤리위는 당 대표에게도 독립돼있는 기구입니다. 당내 인사보다는 사회 명망가, 전문가 등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인적 쇄신 문제는 윤리위서 독자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던 문제라 제가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당원권 정지 3년은 우리 당 당헌·당규 상 강력한 중징계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 내부 관계자 중 일부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당을 위해 한 일이 없음에도, 당 쇄신을 외치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인데요.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 소속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청년위원회, 기초의회 의장단 등 대부분의 당내 구성원들이 인 위원장의 쇄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인 위원장께서 반성·화합·다짐 대토론회, 의원총회 등을 거쳐 쇄신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명과 로고, 당색을 모두 교체한다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현재 당 홍보본부에서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문가 검토, 국민 공모 등을 거쳐, 설 명절 직후에는 당명, 로고, 당색 등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합산 지지율이 50% 내외인 상황입니다. ‘민주당 대세론’을 만들겠다는 게 민주당 측 입장인데요.
▲역대 모든 대선에서 ‘대세론’은 허망하게 무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세론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만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저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최근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선출직 공직자 65세 정년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적절한 주장이라고 판단하시나요?
▲정상적인 국회의원이 말했다고 믿기지 않는 ‘반(反) 헌법적’ 주장입니다. 표 의원의 말대로라면 74세에 집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격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불과 2년 후 65세가 되는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는 것입니까? 표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1호’인데 문 전 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반기문 영입 “혹독한 검증 먼저”
대구 서문시장 방문해 복구 약속

- 최근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그렇다면 권력구조에 집중한 ‘원포인트 조기개헌’을 의미하는 건가요?
▲개헌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작업으로 반드시 ‘대선 전’에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권력구조가 핵심이 되겠지만 협치와 분권, 통일시대 준비, 국민 기본권 강화 등도 개헌의 중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검토를 거쳐 국회 개헌특위서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대선 전 개헌’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개헌을 매개로 한 반문연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진단하시나요?
▲“어떤 후보를 반대하기 때문에 뭉친다”는 아젠다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개헌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대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피해 상인을 만나셨습니다. 현장 민심은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던가요?
▲일단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에 대해 대구 시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시장 상인들께서 ‘집권여당이 다녀갔다는 보람을 느끼실 정도’로 적극적인 복구작업도 지원할 것입니다. 대구가 보수 정치의 본산인 만큼 새누리당이 정통 유일의 보수정당으로서 더욱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씀도 듣고 아픈 회초리도 맞았습니다.


- 설 연휴를 앞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국민 여러분,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정통 유일 보수정당으로서 경제·안보 등 총체적 국가 위기 극복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서겠습니다.

현재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쇄신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chm@ilyosisa.co.kr>


[정우택은?]

▲부산 출생
▲하와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제7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32대 충북도지사
▲15·16·19·20대 국회의원
▲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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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