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②새누리당 정우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6 10:01:00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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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세론요? 허망하게 무너질 것”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 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두 번째로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났다.

새누리당에게 지난 2016년은 상실의 해였다. 4·13총선 참패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원내1당 자리를 내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계파 갈등은 극에 달했고, 결국 분열됐다. 유승민·김무성·남경필·오세훈 등 당에서 어렵게 키워낸 대선주자들 대부분은 바른정당으로 옮겨갔다. 30%를 웃돌던 정당 지지율도 반 토막 났다.

반전의 모멘텀이 절실한 새누리당은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당명·로고는 물론 당색까지 싹 바꿀 계획이다. 또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3정 쇄신’에 들어갔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모멘텀은 결국 대선 승리뿐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때문에 경선 관리를 맡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좌우명처럼 그는 굴곡진 정치 인생 속에서도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며 39세에 공직서 나와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이후 정·관가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점이 그를 당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진 중 한 명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그의 확고한 당내 입지는 향후 당 대선주자들을 관리하는 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정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대선 준비에 임하는 각오를 말씀해주신다면?
▲이번 대선은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일자리, 북핵, 통일 문제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그런 후보를 선출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집권여당으로서 총체적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경선 흥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헤쳐 나갈 생각이신가요?
▲아직 우리 당이 ‘경선 흥행’을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인적 쇄신과 정치·정당·정책 쇄신 등 ‘3정 쇄신’을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설 명절 이후 당명 개정을 완료하고 비대위서 본격적인 경선 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입니다.

-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수 지지층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실제 출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진단해 주신다면?
▲황 권한대행이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라고 밝혔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황 권한대행이 국정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 대선주자가 부족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당 인재양성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당에서 여러 쇄신이 한창 진행 중이라 아직 당내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 명절 이후 당명 개정, 경선 룰 논의 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당내의 대선주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새누리당에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 전 총장 영입 시도는 계속되는 건가요?
▲반 전 총장은 그동안의 경력 등을 감안하면 진보 성향이라기보다 중도·보수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사드 배치 등 안보문제는 보수 성향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핵심적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중도·보수 후보’에게는 원칙적으로 문호가 열려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국민과 당원들의 혹독한 검증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 대선주자로서 반 전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한국인으로서 유엔사무총장을 10년 동안 역임했던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적·국제적 자산’이고 이는 본인만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반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뛰어든다면 총체적 국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경선 질문에 “신뢰 되찾는 게 우선”
충청권 탈당 초읽기? “보고 받았다”

-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을 따라 당 충청권 인사들이 탈당할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나요?
▲언론 보도를 통해 보았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 최근 인적 쇄신 문제로 당이 내홍을 겪었습니다. 결국 몇몇 의원에게 징계가 내려졌는데요.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윤리위는 당 대표에게도 독립돼있는 기구입니다. 당내 인사보다는 사회 명망가, 전문가 등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인적 쇄신 문제는 윤리위서 독자적으로 검토해 판단했던 문제라 제가 말씀드리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당원권 정지 3년은 우리 당 당헌·당규 상 강력한 중징계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 내부 관계자 중 일부는 인명진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당을 위해 한 일이 없음에도, 당 쇄신을 외치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인데요.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 소속 국회의원, 원외당협위원장, 사무처 당직자, 청년위원회, 기초의회 의장단 등 대부분의 당내 구성원들이 인 위원장의 쇄신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인 위원장께서 반성·화합·다짐 대토론회, 의원총회 등을 거쳐 쇄신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당명과 로고, 당색을 모두 교체한다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현재 당 홍보본부에서 당명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문가 검토, 국민 공모 등을 거쳐, 설 명절 직후에는 당명, 로고, 당색 등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합산 지지율이 50% 내외인 상황입니다. ‘민주당 대세론’을 만들겠다는 게 민주당 측 입장인데요.
▲역대 모든 대선에서 ‘대세론’은 허망하게 무너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대세론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만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저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최근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선출직 공직자 65세 정년도입을 주장했습니다. 적절한 주장이라고 판단하시나요?
▲정상적인 국회의원이 말했다고 믿기지 않는 ‘반(反) 헌법적’ 주장입니다. 표 의원의 말대로라면 74세에 집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격이 없었던 것 아닙니까? 불과 2년 후 65세가 되는 문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 자격이 없는 것입니까? 표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인재 영입 1호’인데 문 전 대표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반기문 영입 “혹독한 검증 먼저”
대구 서문시장 방문해 복구 약속

- 최근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셨습니다. 그렇다면 권력구조에 집중한 ‘원포인트 조기개헌’을 의미하는 건가요?
▲개헌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가 시스템을 재설계하는 작업으로 반드시 ‘대선 전’에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물론 권력구조가 핵심이 되겠지만 협치와 분권, 통일시대 준비, 국민 기본권 강화 등도 개헌의 중요한 아젠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검토를 거쳐 국회 개헌특위서 속도감 있는 논의를 통해 ‘대선 전 개헌’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개헌을 매개로 한 반문연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현실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진단하시나요?
▲“어떤 후보를 반대하기 때문에 뭉친다”는 아젠다로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개헌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대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피해 상인을 만나셨습니다. 현장 민심은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던가요?
▲일단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에 대해 대구 시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시장 상인들께서 ‘집권여당이 다녀갔다는 보람을 느끼실 정도’로 적극적인 복구작업도 지원할 것입니다. 대구가 보수 정치의 본산인 만큼 새누리당이 정통 유일의 보수정당으로서 더욱 노력하라는 격려의 말씀도 듣고 아픈 회초리도 맞았습니다.


- 설 연휴를 앞둔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국민 여러분,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 탄핵 등 국정 혼란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정통 유일 보수정당으로서 경제·안보 등 총체적 국가 위기 극복에 모든 것을 걸고 나서겠습니다.

현재 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쇄신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chm@ilyosisa.co.kr>


[정우택은?]

▲부산 출생
▲하와이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제7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32대 충북도지사
▲15·16·19·20대 국회의원
▲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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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