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 2017 대선 천기누설> 양만열 교수가 본 선영

“명당이지만…용의 기운이 약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조기 대선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각 당은 이미 대선 체제로 진용을 갖추고 후보를 옹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난립 중인 후보들 사이에서 이미 높은 지지율을 선점했다. 성급한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19대 대통령은 둘 중 한 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그렇다면 하늘의 뜻은 어떨까. <일요시사>가 풍수지리학의 대가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와 두 유력 대권후보의 선영을 살펴봤다.
 

“하늘의 뜻이 조금 필요합니다.”

2009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MBC 드라마 <선덕여왕>서 이후 선덕여왕으로 즉위하는 덕만(이요원)의 반대편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미실(고현정)의 대사다. 당시 미실의 표정과 제스처는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대사는 유행어로 자리잡았다.

부모님 조상님
묏자리에 달려

인공지능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하늘의 뜻’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줄어들지 않았다. 신년이 되면 철학관, 사주카페에 사람이 몰리고,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궁합을 보고 길일을 찾는다. 또 이사 때는 집터를 보고, 사람이 죽으면 묏자리를 살핀다.

기업가들이 중요한 결정 때마다 점집을 찾는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로 재계를 떠돈다. 항간에선 ‘근거 없는 헛소리’ ‘사기꾼들의 장삿속’이라는 말로 이런 행태를 치부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과학’이라고 맞선다.

선조들은 농번기에 비가 오지 않으면 하늘이 노했다며 제를 올렸고, 일식이 일어나면 제왕이 힘을 잃는다고 생각해 ‘흉조’로 여겼다. 풍수지리와 관련한 속설은 그 시작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랫동안 사람들 곁을 맴돌았다.

특히 많이 알려진 게 ‘묏자리’에 관한 것이다. ‘묏자리를 잘못 쓰고 패가망신했다’ ‘부모님 묘를 이장했더니 일이 술술 풀리더라’ 등의 이야기는 낯설지가 않다. 집에 우환이 생기면 선친의 묘부터 챙겨보는 일도 다반사다.
 

정치인이 선친의 묘를 이장하면 그 이면의 의미를 찾기 위해 풍수지리를 살피는 일도 있다. 한때 여권 잠룡으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관심을 모았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5월 선친의 묘를 이장했다. 김 의원은 아버지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과 그의 조모의 묘를 서울 도봉구 우이동서 경남 함양군 유림면 유평리 선산으로 옮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에서는 묘를 이장한 장소에 대한 풍수지리학적 분석과 더불어 그의 행보를 대권 출마와 연결 지었다. 그만큼 정계에선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풍수에 기대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9대 대선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경우는 어떨까.

문, 부모 묘 예사 길지가 아니다
탁월한 기맥…공사 끝나 안정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탄핵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등장은 정치권의 시계를 대선 정국으로 빠르게 돌려놨다. 10년간 유엔의 수장으로 활동했던 반 전 총장은 국내로 돌아온 직후부터 대권을 위한 광폭행보를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2주차에 비해 2.0%포인트 오른 28.1%를, 반 전 총장은 0.4%포인트 하락한 21.8%를 기록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반 전 총장이 귀국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 벌어졌다. 반 전 총장이 72세의 고령으로 전국을 누비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컨벤션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최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여야 대선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각광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근 일정에서 연일 실수를 연발하는 반 전 총장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앞으로 지지율 하락만 남았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2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 지지율이 30%대까지 치솟으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의 3자 대결서 41.5%로 반 전 총장(30.5%), 안 전 대표(12.3%)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문 전 대표가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후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날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시간상의 문제도 반 전 총장보다는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4년 전 18대 대선에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혹독한 검증 세례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문 전 대표의 경남 양산 자택 처마까지 문제 삼으며 현미경 검증을 진행했다. 문 전 대표는 이전 대선서 이미 검증을 받은 상태이기에 이번 대선에서 견제를 받을지언정 검증받을 사안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반 전 총장이 귀국 직후부터 수많은 의혹을 달고 다니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반 귀국으로
본격 대선 경쟁

그동안 여야 대권 후보들의 선영을 풍수지리학적으로 분석해온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선친 묘 상황이 18대 대선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부모는 함경도 흥남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경남 거제에 정착했다. 전체적인 선영의 본산은 흥남에 있어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천주교 하늘공원에 안장된 부친의 묘만 둘러봤다.

양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조부모 선영이 함경도에 있어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출세가도는 부친이 사망한 이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부친 묘로도 대권운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공원묘지의 경우 수백개 묘들의 획일적인 정단에 따라 길흉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용맥의 흐름과 정혈의 위치, 수맥 등에 따라 길흉이 바뀔 수 있다. 하늘공원에 수많은 묘지가 있지만 여러 가지 풍수지리학적 요소에 따라 분석해보면, 각 묘지마다 기운이 다르고 자손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부친 묘는 유좌묘향(酉坐卯向)으로 우선수 환포해 상삼천으로 당문파했고 수맥을 절묘하게 피했다. 또한 투지룡(透地龍)이 알차게 들어와 기유(己酉) 뢰택귀매(雷澤歸妹) 정룡(正龍)으로 입수해 많은 묘 중에서도 탁월하게 기맥이 형성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양 교수는 “부친의 묘도 좋은 자리지만 모친의 신후지지(사망 전 미리 잡아두는 묏자리)는 부친의 기를 훨씬 능가한다. 예사 길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친 신후지지
‘길지’로 평가

양 교수는 2012년 18대 대선이 있던 해에도 문 전 대표의 선친 묘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선친의 묘가 장군대좌와 군왕지지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묘 위쪽에서 진행되고 있던 대형 토목공사가 신경 쓰인다고 했다.

양 교수가 말했던 토목공사는 골프장 확장 작업이었는데, 지난 16일 하늘공원을 찾았을 땐 마무리된 상태였다. 양 교수는 “지난 번 대통령 선거 때는 토목공사로 탁한 기운에 노출됐던 선친의 묘가 안정을 되찾았다”고 읽었다.

또 천운지룡기상신(天運之龍氣象新) 급제위관입제경(及第爲官入帝京), 즉 천운의 용의 기는 새로운 상이니 급제로 벼슬하고 재경에 이른다고 했다. 이어 지난 선거 때는 8운(運)이 작용해 힘에 부친 싸움이었으나 이번에는 하늘의 도움이 있으니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파죽지세의 기운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반 전 총장의 선영은 어떨까.

반 전 총장은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반기문 생가마을’에 조상의 묘역을 조성했다. 양 교수는 선산을 보고 “한 마디로 자미원국”이라고 했다. 자미원국은 풍수지리 용어로 최고의 명당을 의미한다. 별자리 중에서도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자미원국은 풍수의 형세 상 황제의 자리라고 불린다. 왕이나 대통령, 즉 지도자에 오를 사람을 배출하는 자리라는 뜻이다.

반, 선산 최고의 ‘자미원국’ 형세
2㎞ 떨어진 부친은 아쉬움 남아

양 교수는 그 중에서도 반 전 총장의 9대 장절공 조상의 묘역이 으뜸이라고 봤다. 백두대간이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 금북 정맥을 분맥해 북진하던 중 음성 큰 산(보덕산)을 주산으로 행치마을과 인근을 자미원국으로 형성해 대명당을 이뤘다는 것.
 

그는 “풍수에 밝지 않은 사람이 봐도 이 자리는 명당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혈은 광주 반씨 장절공파 9대 선영, 즉 반 전 총장의 9대 할아버지가 주인인데 “풍수적으로 용맥이 건해룡(乾亥龍)으로 입수(入首)해 해좌(亥坐) 사향(巳向)”이라며 “정해(丁亥) 투지(透地)로 뢰천대장(雷天大壯) 정룡(正龍) 왕상주보혈(旺相珠寶穴), 하늘과 땅의 조화로 자미원국이 형성된 곳인데 이곳의 선영과 생기가 명당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뢰천대장(雷天大壯)의 댓궁은 지천태(地天泰)의 향이 된다”며 “지천태의 이기(理氣) 해석은 먼저 갑신(甲申)생이 귀(貴)를 받고 나중 갑자(甲子)생의 재(財)를 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어서 정리하면 갑신년에 태어난 사람은 정치하는 귀한 몸이 되고,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 중에는 부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은 1944년, 갑신년생이다.

풍수경전의 비서(秘書) 총주금비(叢珠金秘)에 따르면 정해(丁亥)투지(透地) 28수에서 위(危) 15℃ 이상 실(室) 5℃까지 화도(火度), 실(室) 5∼10℃까지 금도(金度)는 인수와 복덕궁이 되기 때문에 부귀하면서 먼저 장손이 발복하고 뒤에는 중남이 발복하는 길좌(吉坐)이다. 즉 장남이 다른 형제자매들에 비해 먼저 성공한다는 뜻인데 반 전 총장은 3남2녀 중 장남이다.

양 교수는 “총주금비를 통해 반 전 총장의 기운을 보면 ‘신해(辛亥) 금룡은 귀(貴)가 가볍지 아니함이니 세인이 이를 만나면 대대로 최고 상품 벼슬에 드는 영화를 이어가리라. 또 전쟁을 만나도 만대로 철옹성을 지켜가리라’ ‘만약 구성(九星)이 입묘(入廟)함을 만나면 주(主)는 극품(極品)에까지 이르고 천하를 다스린다’고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왕의 한마디에 9족이 망할 수도 있던 상황이지만, 이 기운을 타고 난 사람은 그런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나아가 최고의 벼슬에까지 오른다는 뜻이다.

들어오는 혈과
좌향 맞지 않아

다만 묘역서 2㎞ 정도 떨어진 위치에 모셔져 있는 부친의 묘에 대해서는 “반 전 총장의 부친 묘는 보백지지(보통 묘)로 보인다. 청룡에 기댄 단와혈로 귀(貴)의 발복을 기대할 수 있으나 백호가 청룡을 관쇄하는 형국이라 최고의 명당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땅 속으로 들어오는 혈과 부친 묘의 좌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양만열 교수는?]

종합학파를 이끌고 있는 양만열 교수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서 풍수지리학을 가르치며 풍수지리학 교육 강사와 전문 풍수지리사를 배출하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미래 예측학 박사 과정이 개설돼 미래 예측학 석사·박사를 수여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은 곳으로 학계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 교수는 청운풍수지리학회 학술원장으로서 ‘현공대괘’와 비성·건곤국보감여 등 첨단 풍수학을 연구하고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기사 속 기사> ‘장외대결’ 2룡의 부인들 누구?

영부인의 역할을 단순히 대통령을 내조하는 선에서 한정짓는 건 이미 구시대적 발상이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활발한 활동으로 남편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대권 도전이 실패로 끝난 이후 차기 여성 후보 1순위로 미셸이 거론될 정도다. 영부인을 조력자가 아니라 대통령과 함께 달리는 ‘러닝메이트’라고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씨는 적극적인 활동으로 유명하다. 김씨는 최근 매주 1박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추석 이후 광주 남구 주월동 거점경로당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벌써 6개월째다. 

김씨는 “지난 대선 때 광주에서 92%나 되는 높은 지지율로 문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지만 결국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며 “감사함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어느 덧 해를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시민들은 매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김씨의 노력에 진정성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씨는 잘 드러나진 않지만 남편을 그림자처럼 쫓는 내조를 하고 있다. 유씨는 반 전 총장의 귀국 이후 모든 일정에 동행중이다. 따로 언론을 접촉하거나 독자적인 행사 일정을 잡는 일 없이 반 전 총장 곁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정치 행보를 처음에는 반기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가장 적극적인 후원자이자 지지자로 변신했다고 한다. 실제 성격이 과묵하다고 알려져 있는 유씨는 반 전 총장이 지난 14일 사회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일정에서 어르신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대화를 주도하는 등 조력자로서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