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비밀 책사들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38:34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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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조력자들 ‘고도의 두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완성, 유비를 초대 황제로 옹립했다. 고려 말 학자 겸 정치가인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루이 하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비서로 일하며 그를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킹메이커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2017년 대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요시사>는 고도의 두뇌전이 펼쳐지고 있는 책사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책사들은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군에게 조언한다. 그렇기에 관련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원로·실무자들이 책사로 등용되곤 한다. 대선을 앞둔 현 정치권에선 능력 있는 책사를 모셔오기 위한 일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
책사 쟁탈전

삼고초려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 이십고초려도 불사한다. 특히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캠프 간 쟁탈전이 펼쳐질 정도다.

정책공약을 위해 영입하는 책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경제·노동·복지 등 대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분야의 전공자 영입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최근 ‘뜨고 있는’ 4차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대거 캠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주목받아 온 경제분야 전문가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빅3는 물론 안철수·안희정·박원순·손학규·남경필·김부겸 등 지지율 10%대 이하 군소 후보들 중에서도 경제 전문가는 전무하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문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도 영입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반드시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 이 인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경선 및 본선서 소중한 자산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금값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은 상당하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 중요도에 비해 변수가 많아 대선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 책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 분야 책사들의 조언을 한 데 묶어 정세를 파악, 대권의 길을 밝혀주는 선견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들을 총괄하는 일인 만큼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지식·안목·경험을 두루 갖추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임기응변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기문-김숙
외교부 라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사는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현재 반기문 대선 컨트롤타워인 마포 캠프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까지 유엔서 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대사는 최근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도운 바 있다. 귀국 후에는 대선 전략과 국내 정치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함께 북미국 적통이다. 북미국은 외교부 안에서도 요직으로 통하며, 외교부장관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국장 출신인 김 전 대사는 이후 국정원 1차장,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의 지근거리서 일했다.

반기문 캠프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핵심참모로서 김 전 대사를 총애하듯 서로 간의 신뢰가 기반인 외교관 출신들의 목소리가 캠프서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캠프 내 여러 그룹 간 파워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기문의 마포 캠프는 총 4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관계를 맺어온 외교관 그룹, 이명박정부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친이(친 이명박)계 그룹, 그리고 언론인 그룹과 충청권 그룹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친이계·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언론인 출신의 비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숨겨둔 ‘제갈량’ 한명씩 거느려
몸값 높은 브레인…막오른 영입전

김 전 대사는 비정치인 외교관 그룹에 속한다. 그는 이명박정부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관료생활을 했지만, 중앙 정치와는 꽤 거리가 있다.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인사가 업무총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 그룹 간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측은 외교관 그룹의 정무감각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외교관 측은 친이계 그룹이 권모술수에만 능하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혼선이 최근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문(비 문재인)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들을 끌어안아 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입당 없이 세력을 꾸릴지를 두고 두 그룹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교관 그룹이 조만간 친이계 그룹을 배제하기 위한 캠프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책사이자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전 대사의 결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조윤제
정책 브레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 참모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들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 청와대서 행정관-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같은 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들 외에 문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숨은 책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출신 참모진들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들 존재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 전 대표의 핵심 정책자문그룹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이 그룹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공부문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 등도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룹은 향후 1000여명의 교수들이 포진한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은 이들은 문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만 기다리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에 예비캠프를 차리고 대권을 정조준했다. 현역 국회의원보다 원외 정치인과 시민사회 등에 집중된 해당 캠프의 인적구성은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책이나 조직 부문에서 탄탄할 수 있겠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더민주 의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조직 파트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권미혁 의원이 정책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전략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홍근 의원이 맡고 있다.

반, 북미 적통 이어받은 김숙
문, 핵심 정책 브레인 조윤제
박, 금강팀 좌장 염동연 영입

그러나 캠프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과거 금강팀을 이끈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조직으로 당시 노 후보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했다.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를 찾아가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당신(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금강팀이 친노(친 노무현)의 성골로 불릴 정도로 적통을 인정받은 데는 염 전 총장의 공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후 당시 염 전 총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의 조직 파트를 맡았다.

국회의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박원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원순 캠프의 좌장은 김상희 의원이지만, 실질적인 좌장은 염 전 총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이든 본선이든 본질은 선거인데, 그 분야의 귀재가 합류한 것 아닌가. 롤(역할)이 결코 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 전 총장은 대표적인 친노이자 비문 성향”이라며 “최근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는 염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전 총장의 금강팀은 노무현정권 태동의 일등공신임에도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부산팀에 비해 홀대받았다. 대표적으로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라종금 사건’이 터져 검찰 조사를 받은 반면,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염 전 총장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에도 요직에 앉지 못했다.

박원순-염동연
선거의 귀재

염 전 총장을 중심으로 금강팀 책사 라인은 박 시장에게 전략과 조직 파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총장은 ‘집권결사 2017’이라는 호남지역 기반조직 창립도 준비 중이다. 과연 박 시장은 염 전 총장의 도움을 받아 군소 주자라는 꼬리표를 땔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남·손 캠프 상황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분야별로 30여명의 참모진을 구축,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참모진은 성남시 내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싱크탱크를 갖추지 않은 이 시장은 대신 30여명의 교수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제별 스터디를 하며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모병제의 경우 미래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후보 상임특보의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박 전 특보는 ‘모병제희망모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힘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래된 이 재단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때문에 오랜 세월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재단 핵심 인사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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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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