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비밀 책사들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38:34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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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조력자들 ‘고도의 두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완성, 유비를 초대 황제로 옹립했다. 고려 말 학자 겸 정치가인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루이 하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비서로 일하며 그를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킹메이커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2017년 대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요시사>는 고도의 두뇌전이 펼쳐지고 있는 책사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책사들은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군에게 조언한다. 그렇기에 관련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원로·실무자들이 책사로 등용되곤 한다. 대선을 앞둔 현 정치권에선 능력 있는 책사를 모셔오기 위한 일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
책사 쟁탈전

삼고초려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 이십고초려도 불사한다. 특히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캠프 간 쟁탈전이 펼쳐질 정도다.

정책공약을 위해 영입하는 책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경제·노동·복지 등 대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분야의 전공자 영입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최근 ‘뜨고 있는’ 4차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대거 캠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주목받아 온 경제분야 전문가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빅3는 물론 안철수·안희정·박원순·손학규·남경필·김부겸 등 지지율 10%대 이하 군소 후보들 중에서도 경제 전문가는 전무하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문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도 영입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반드시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 이 인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경선 및 본선서 소중한 자산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금값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은 상당하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 중요도에 비해 변수가 많아 대선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 책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 분야 책사들의 조언을 한 데 묶어 정세를 파악, 대권의 길을 밝혀주는 선견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들을 총괄하는 일인 만큼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지식·안목·경험을 두루 갖추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임기응변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기문-김숙
외교부 라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사는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현재 반기문 대선 컨트롤타워인 마포 캠프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까지 유엔서 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대사는 최근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도운 바 있다. 귀국 후에는 대선 전략과 국내 정치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함께 북미국 적통이다. 북미국은 외교부 안에서도 요직으로 통하며, 외교부장관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국장 출신인 김 전 대사는 이후 국정원 1차장,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의 지근거리서 일했다.

반기문 캠프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핵심참모로서 김 전 대사를 총애하듯 서로 간의 신뢰가 기반인 외교관 출신들의 목소리가 캠프서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캠프 내 여러 그룹 간 파워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기문의 마포 캠프는 총 4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관계를 맺어온 외교관 그룹, 이명박정부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친이(친 이명박)계 그룹, 그리고 언론인 그룹과 충청권 그룹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친이계·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언론인 출신의 비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숨겨둔 ‘제갈량’ 한명씩 거느려
몸값 높은 브레인…막오른 영입전

김 전 대사는 비정치인 외교관 그룹에 속한다. 그는 이명박정부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관료생활을 했지만, 중앙 정치와는 꽤 거리가 있다.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인사가 업무총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 그룹 간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측은 외교관 그룹의 정무감각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외교관 측은 친이계 그룹이 권모술수에만 능하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혼선이 최근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문(비 문재인)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들을 끌어안아 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입당 없이 세력을 꾸릴지를 두고 두 그룹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교관 그룹이 조만간 친이계 그룹을 배제하기 위한 캠프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책사이자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전 대사의 결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조윤제
정책 브레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 참모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들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 청와대서 행정관-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같은 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들 외에 문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숨은 책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출신 참모진들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들 존재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 전 대표의 핵심 정책자문그룹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이 그룹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공부문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 등도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룹은 향후 1000여명의 교수들이 포진한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은 이들은 문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만 기다리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에 예비캠프를 차리고 대권을 정조준했다. 현역 국회의원보다 원외 정치인과 시민사회 등에 집중된 해당 캠프의 인적구성은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책이나 조직 부문에서 탄탄할 수 있겠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더민주 의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조직 파트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권미혁 의원이 정책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전략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홍근 의원이 맡고 있다.

반, 북미 적통 이어받은 김숙
문, 핵심 정책 브레인 조윤제
박, 금강팀 좌장 염동연 영입

그러나 캠프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과거 금강팀을 이끈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조직으로 당시 노 후보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했다.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를 찾아가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당신(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금강팀이 친노(친 노무현)의 성골로 불릴 정도로 적통을 인정받은 데는 염 전 총장의 공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후 당시 염 전 총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의 조직 파트를 맡았다.

국회의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박원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원순 캠프의 좌장은 김상희 의원이지만, 실질적인 좌장은 염 전 총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이든 본선이든 본질은 선거인데, 그 분야의 귀재가 합류한 것 아닌가. 롤(역할)이 결코 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 전 총장은 대표적인 친노이자 비문 성향”이라며 “최근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는 염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전 총장의 금강팀은 노무현정권 태동의 일등공신임에도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부산팀에 비해 홀대받았다. 대표적으로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라종금 사건’이 터져 검찰 조사를 받은 반면,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염 전 총장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에도 요직에 앉지 못했다.

박원순-염동연
선거의 귀재

염 전 총장을 중심으로 금강팀 책사 라인은 박 시장에게 전략과 조직 파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총장은 ‘집권결사 2017’이라는 호남지역 기반조직 창립도 준비 중이다. 과연 박 시장은 염 전 총장의 도움을 받아 군소 주자라는 꼬리표를 땔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남·손 캠프 상황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분야별로 30여명의 참모진을 구축,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참모진은 성남시 내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싱크탱크를 갖추지 않은 이 시장은 대신 30여명의 교수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제별 스터디를 하며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모병제의 경우 미래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후보 상임특보의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박 전 특보는 ‘모병제희망모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힘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래된 이 재단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때문에 오랜 세월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재단 핵심 인사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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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