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의 비밀 책사들 대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10:38:34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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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조력자들 ‘고도의 두뇌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승상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를 완성, 유비를 초대 황제로 옹립했다. 고려 말 학자 겸 정치가인 정도전은 이성계와 함께 조선이라는 새 왕조를 일으켰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루이 하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비서로 일하며 그를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킹메이커는 항상 존재해왔다. 이번 2017년 대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일요시사>는 고도의 두뇌전이 펼쳐지고 있는 책사들의 세계를 취재했다.

책사들은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군에게 조언한다. 그렇기에 관련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원로·실무자들이 책사로 등용되곤 한다. 대선을 앞둔 현 정치권에선 능력 있는 책사를 모셔오기 위한 일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
책사 쟁탈전

삼고초려는 이미 예삿일이 된지 오래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 이십고초려도 불사한다. 특히 여러 차례 대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은 캠프 간 쟁탈전이 펼쳐질 정도다.

정책공약을 위해 영입하는 책사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경제·노동·복지 등 대선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분야의 전공자 영입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최근 ‘뜨고 있는’ 4차산업혁명 이슈에 대비해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대거 캠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번 주목받아 온 경제분야 전문가의 몸값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선주자들 중 경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유일하다.


문재인·반기문·이재명 등 빅3는 물론 안철수·안희정·박원순·손학규·남경필·김부겸 등 지지율 10%대 이하 군소 후보들 중에서도 경제 전문가는 전무하다. 지난 대선에 이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한번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경제 전문가를 찾는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유력인사도 영입 대상 중 하나다. 특히 취약 지역의 경우 반드시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인사를 데려와야 한다. 이 인사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향후 경선 및 본선서 소중한 자산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금값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서도 여론조사의 비중은 상당하다.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느냐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 중요도에 비해 변수가 많아 대선주자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대선주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두머리 책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각 분야 책사들의 조언을 한 데 묶어 정세를 파악, 대권의 길을 밝혀주는 선견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들을 총괄하는 일인 만큼 자격 조건도 엄격하다. 지식·안목·경험을 두루 갖추면서 난관을 헤쳐 나갈 임기응변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주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반기문-김숙
외교부 라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책사는 김숙 전 유엔대사다. 그는 현재 반기문 대선 컨트롤타워인 마포 캠프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1∼2013년까지 유엔서 대사로 근무했던 김 전 대사는 최근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반 전 총장의 귀국을 도운 바 있다. 귀국 후에는 대선 전략과 국내 정치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물론 일정과 메시지 관리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함께 북미국 적통이다. 북미국은 외교부 안에서도 요직으로 통하며, 외교부장관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외교관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북미국장 출신인 김 전 대사는 이후 국정원 1차장, 주 유엔 대표부 대사로 부임하며 반 전 총장의 지근거리서 일했다.

반기문 캠프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핵심참모로서 김 전 대사를 총애하듯 서로 간의 신뢰가 기반인 외교관 출신들의 목소리가 캠프서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캠프 내 여러 그룹 간 파워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기문의 마포 캠프는 총 4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오랜 기간 반 전 총장과 관계를 맺어온 외교관 그룹, 이명박정부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친이(친 이명박)계 그룹, 그리고 언론인 그룹과 충청권 그룹이 그들이다. 크게 보면 친이계·충청권 인사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언론인 출신의 비정치인 그룹으로 나뉜다.

숨겨둔 ‘제갈량’ 한명씩 거느려
몸값 높은 브레인…막오른 영입전

김 전 대사는 비정치인 외교관 그룹에 속한다. 그는 이명박정부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내며 관료생활을 했지만, 중앙 정치와는 꽤 거리가 있다. 특정 그룹의 리더 격인 인사가 업무총괄을 맡고 있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인 그룹과 외교관 그룹 간의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친이계 측은 외교관 그룹의 정무감각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외교관 측은 친이계 그룹이 권모술수에만 능하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혼선이 최근 반 전 총장의 ‘빅텐트론’이다. 반 전 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문(비 문재인)계와 국민의당·바른정당 인사들을 끌어안아 연대한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과연 빅텐트를 형성하기 위해 반 전 총장이 기존 정당에 입당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입당 없이 세력을 꾸릴지를 두고 두 그룹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외교관 그룹이 조만간 친이계 그룹을 배제하기 위한 캠프 정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책사이자 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 전 대사의 결단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조윤제
정책 브레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의 핵심 참모진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들이다. 윤건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 청와대서 행정관-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같은 당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동고동락한 인사들이 문 전 대표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치권에선 이들 외에 문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숨은 책사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정치인 출신 참모진들이 꾸려진 상황에서 이들 존재가 문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6일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 전 대표의 핵심 정책자문그룹이다.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이 그룹은 현재 80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공공부문 확충과 노동시간 단축 등도 조 교수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룹은 향후 1000여명의 교수들이 포진한 싱크탱크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해놓은 이들은 문 전 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만 기다리는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에 예비캠프를 차리고 대권을 정조준했다. 현역 국회의원보다 원외 정치인과 시민사회 등에 집중된 해당 캠프의 인적구성은 그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책이나 조직 부문에서 탄탄할 수 있겠지만, 당내 기반은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프 좌장은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김상희 더민주 의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남인순 의원이 조직 파트를,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와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 권미혁 의원이 정책 파트를 총괄하고 있다. 전략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한 박홍근 의원이 맡고 있다.

반, 북미 적통 이어받은 김숙
문, 핵심 정책 브레인 조윤제
박, 금강팀 좌장 염동연 영입

그러나 캠프서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과거 금강팀을 이끈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다. 금강팀은 국회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조직으로 당시 노 후보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했다.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를 찾아가 “영호남을 아우를 수 있는 당신(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하라”고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금강팀이 친노(친 노무현)의 성골로 불릴 정도로 적통을 인정받은 데는 염 전 총장의 공이 컸다.
 


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 후 당시 염 전 총장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금강팀의 조직 파트를 맡았다.

국회의원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장본인이 박원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원순 캠프의 좌장은 김상희 의원이지만, 실질적인 좌장은 염 전 총장일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이든 본선이든 본질은 선거인데, 그 분야의 귀재가 합류한 것 아닌가. 롤(역할)이 결코 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염 전 총장은 대표적인 친노이자 비문 성향”이라며 “최근 박 시장의 ‘문재인 때리기’는 염 전 총장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염 전 총장의 금강팀은 노무현정권 태동의 일등공신임에도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의 부산팀에 비해 홀대받았다. 대표적으로 염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나라종금 사건’이 터져 검찰 조사를 받은 반면, 문 전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염 전 총장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후에도 요직에 앉지 못했다.

박원순-염동연
선거의 귀재

염 전 총장을 중심으로 금강팀 책사 라인은 박 시장에게 전략과 조직 파트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 전 총장은 ‘집권결사 2017’이라는 호남지역 기반조직 창립도 준비 중이다. 과연 박 시장은 염 전 총장의 도움을 받아 군소 주자라는 꼬리표를 땔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남·손 캠프 상황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외교·안보·경제 등 분야별로 30여명의 참모진을 구축,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참모진은 성남시 내부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별도의 싱크탱크를 갖추지 않은 이 시장은 대신 30여명의 교수와 한 달에 한번 정도 의제별 스터디를 하며 정책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과거 한나라당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 출신 인사들과 함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모병제의 경우 미래연대에서 인연을 맺은 박재성 전 이명박 대선후보 상임특보의 아이디어라는 말이 전해진다. 박 전 특보는 ‘모병제희망모임’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힘은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중 가장 오래된 이 재단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었다. 때문에 오랜 세월 다져진 탄탄한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라는 평가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재단 핵심 인사로 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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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