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차병원 황제경영 막전막후

최순실 엎친데 제대혈 덮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참 잘 나가던 '차병원'이 위기에 봉착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정권실세들과의 유착설이 사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여기에 오너 일가의 비윤리적 태도까지 겹쳐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오너 일가의 미심쩍은 경영행태마저 부각되고 있다.

차병원그룹은 1960년 차경섭 박사가 서울시 중구 초동에 설립한 ‘차산부인과’를 모태로 한다. 현재 그룹을 이끄는 인물은 차씨의 아들이자 불임 연구분야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차광렬 총괄회장. 차 총괄회장의 지휘 하에 외형 확장에 힘쓴 차병원은 어느새 병원·대학·기업 등 20여개 자회사를 아우르는 그룹사 형태를 갖추게 됐다.

정권 결탁하고
윤리 저버리고

그러나 마냥 잘 나갈 듯 했던 차병원은 최근 각종 구설로 인해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일본 차움의원서 헐값에 면역세포 치료를 받았던 사실이 지난해 11월 공개된 후 차병원과 정권실세들 간 밀착 정황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회원권 가격이 1억7000만원에 이르는 강남 차움의원서 공짜 회원 특혜를 누린 정황도 포착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드라마 여주인공 이름으로 공짜 회원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은 것도 이 무렵이다.


차병원과 정권실세 간 밀착설이 공공연하게 퍼질 즈음에 차병원에 또 한 번 악재가 터진다. 분당차병원서 그룹 총수 일가를 대상으로 제대혈 주사를 불법 시술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차 총괄회장이 미용·보양 시술을 목적으로 제대혈 주사를 맞아왔다는 주장이 처음 제기될 때만 해도 차병원 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부작용 등의 우려로 초기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임상에 앞서 차회장이 직접 나섰을 뿐이라는 해명도 뒤따랐다.

불법 제대혈 시술…버림받은 윤리의식 
정권과 그 실세들 업고 혜택 ‘한가득’

그러나 차병원 측 해명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 후 차 총괄회장이 연구목적이 아닌 미용 등 개인적인 목적으로 제대혈 주사를 맞은 사실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제대혈 불법 시술을 단행한 차병원에 대해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 은행의 지위를 박탈하고 그동안 지원했던 예산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차 총괄회장과 부인, 부친이 총 9차례 제대혈을 투여했음을 밝혀냈다. 제대혈은 태아 탯줄서 나온 혈액으로, 노화 방지와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제대혈은 산모가 연구용으로 기증하고, 질병관리본부가 치료·연구 목적으로 승인해야 하지만 차 총괄회장 일가는 개인 목적으로 주사를 맞고 증거를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민영 의료법인의 총수 일가가 도덕적 비난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복지부의 허술한 제대혈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부는 차병원이 차 총괄회장 일가에 제대혈 공급할 때 당국 승인을 받은 연구용으로 속여 제대혈정보센터에 신고했는데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미심쩍은 성장
거듭된 의혹들

정권실세와의 결탁 정황과 비윤리적 시술 사건으로 차병원은 윤리의식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문제는 이 즈음부터 차병원의 성장과정에 대한 의혹어린 시선이 한층 굳어졌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대혈 보관 열풍이 불었지만 각종 잡음이 발생했고 결국 정부는 2011년 제대혈법을 만들고 제대혈 관련 사업 규제에 나섰다. 동시에 몇몇 기증제대혈은행에 국고를 지원해 장기적으로 제대혈을 공공재로 만들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시기에 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 제대혈은행, 대구파티마병원 제대혈은행, 가톨릭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제대혈은행 등 3곳이 이때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으로 선정됐다.

2014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이 명단에 추가된 차병원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192억원 국고지원을 받는다. 1월에는 박 대통령이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받았고 대통령 자문의로 선정된 김상만 원장은 대통령 해외순방에 세 차례 동행했다.

지원은 계속됐다. 복지부는 황우석 사태 이후 중단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 연구를 7년 만에 승인하는 과정서 차병원을 참여시켰다. 물론 잡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다.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 승인 과정서 반대 의견을 밝힌 복지부 담당과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연구계획은 끝내 정부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형태는 이 무렵부터 부각되기 시작했다. 차병원그룹은 오너가 3세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구축된 상태.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주력계열사인 ‘차바이오텍’이 있다.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대혈 보관사업을 영위하는 차바이오텍은 CMG제약, 차헬스케어 등 차병원그룹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차병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차 총괄회장의 지분 5.9%를 비롯해 오너 일가의 차바이오텍 지분율은 14.79%이다.

차바이오텍의 주요 주주는 차 총괄회장(5.9%), KH그린(4.79%), 성광학원(4.31%), 장남 차원태(4.04%), 장녀 차원영(2.23%), 차녀 차원희(1.74%), 부인 김혜숙(0.88%) 순이다. 부인과 자녀를 포함한 차 회장 일가의 상장사 차바이오텍 주식 자산 합계는 1100억원이 넘는다.
 

오너 일가는 공익재단인 ‘성광학원’과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 ‘KH그린’을 통해 차바이오텍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우회 지배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비상장사 KH그린과 공익법인 성광학원은 차바이오텍의 2, 3대 주주이다. 차 총괄회장은 성광학원 이사인 동시에 KH그린의 최대주주다.

1996년에 설립된 성광학원은 차의과학대학교를 운영 중이며 건물 및 토지가 약 1600억원을 포함해 자산규모가 3000억원이 넘는다.

차케어스 등 주요 계열사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지분을 확보해 주식평가액도 약 370억원에 이른다. 특히 성광학원 이사진 총 12명 중에는 차 총괄회장과 장남인 차원태 상무 등이 포함돼있어 오너 일가가 차병원그룹 계열사 지분 매입 등을 무리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구조다.


탄탄한 지배체제…수익사업 혈안
다시 부각되는 비자금 조성 의혹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의 막강한 그룹 내 영향력은 타 분야로 확장을 진행하는 과정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여기서도 정권과의 연계설이 연이어 부각된다. 지난해 1월 복지부는 제약·의료기기·화장품·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범시켰다. 복지부 예산 300억원과 10개 민간기관 출자 1200억원 등 총 1500억원이 투입됐다.

복지부가 조성한 펀드 4개 중 가장 운용금액이 크다. 솔리더스는 KB금융지주 계열의 K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펀드 운용사로 참여하게 된다. 자본금 80억원대 소규모 회사가 대규모 국책사업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솔리더스의 이전 펀드 운용 실적은 최대 300억원 규모의 펀드 4개(총 운용액 770억원)를 굴린 게 전부다. 
 

게다가 해당 펀드는 복지부가 지난해 4월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명목으로 ‘한국의료글로벌펀드’(500억원 규모)를 조성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졌다. 한국의료글로벌펀드는 현재까지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서 정책목표가 겹치는 펀드를 또 만든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복지부가 애초 차병원그룹을 염두에 두고 펀드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미국 진출에 성공한 차병원그룹을 우대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투자 과정서 솔리더스가 차바이오텍 등 차병원그룹이 거느린 의료 관련 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현행법상 솔리더스가 그룹 계열사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지만, 계열사와 합작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우회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병원 오너 일가의 경영형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몇 해 전 불거졌던 불법 리베이트 사건도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자금 조성 가능성 때문이다.

2012년 차병원그룹 계열사인 CMG제약은 병·의원 불법 리베이트로 압수수색을 받은 이력이 있다. 당시 경찰은 성광의료재단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강남차병원 등 소속 기관에는 서류를 제출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1998년부터 500억원대의 매출 가운데 80%가 넘는 의약품을 차병원그룹에 납품했던 도매업체를 수색했다. 수사 과정서 차병원 측이 납품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불거졌다.

그러나 경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도매업체 쪽에 대해선 회계장부 압수, 계좌추적을 했으나 차병원그룹 쪽은 계좌추적조차 하지 않았다. 리베이트의 상당 부분이 비자금 용도로 특정 사람들에게 전달됐다는 추측만 남겨진 찜찜한 마무리였다.

곳곳에 흔적
소문만 무성

2011년에는 오너 일가에서 내부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창업주의 둘째 딸인 광은씨는 자신의 투자회사를그룹 계열사인 것처럼 홍보하다 분란을 일으켰다. 위조된 위탁계약서를 이용해 차인베스트먼트가 마치 차병원그룹의 계열사인 것처럼 홍보했다는 게 차병원 측의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성광의료재단 이사회는 광은씨를 CHA의과학대 대외부총장에서 보직해임하며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표면적인 이유와 상관없이 그룹 실권을 두고 오너일가 사이에 충돌이 있어났다는 관측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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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