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①더민주 우상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00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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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정치교체?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 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이내 전국을 밝히는 들불로 번졌다. 정권의 실정에 단단히 뿔이 난 민초들은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집회 누적 연 인원 1000만명 돌파는 촛불에 국민적 염원이 담겼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집계·발표한 지난해 10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 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재인·이재명·박원순·김부겸 등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인재풀도 넉넉하다. 관건은 소위 ‘한 가닥’하는 이들 대선주자들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을지 여부다.

뭉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만약 분열한다면 그 아픔은 배가 되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본지는 분수령이 될 당내 경선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정국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우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한 심정이 어떠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차라리 오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2년 전 우리 당 안민석 의원님이 상임위서 처음 제기했던 ‘정유라 특혜 의혹’이 제대로 밝혀졌다거나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내용을 담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제대로 조사됐다면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막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울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큽니다.


- 정유라의 국내 송환 여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정치권서 조기 송환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정유라 조기 송환을 위해 사법당국과 외교당국이 즉각적으로 움직였어야 했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유럽 장기체류에 도움을 줬다는 보도도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단 특검이 덴마크 검찰에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보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특검은 핵심 혐의자들을 소환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내면서 잘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유라 송환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특검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습니다. 반론을 해주신다면?
▲그런 망언을 하고 본인은 ‘탄핵무효 집회’에 참여했다고 인증샷까지 남겼습니다. 한 방송에 나와서는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북한 동조 세력”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이없는 말과 행동에 실소가 나옵니다. 그런 사람이 한 망언에 굳이 반론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박근혜정권은 4년 내내 종북몰이와 색깔론을 들먹였습니다. 유신 때나 통하던 그 말을 지금 누가 믿겠습니까? 뻔한 수법에 속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광장의 촛불민심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파가 몰려와도 꺼지지 않는 1000만 촛불. 백 마디 말보다 그 모습이 바로 강력한 국민의 뜻입니다.

- 청문회는 끝났지만 증인의 불출석, 위증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국민들 속이 많이 터졌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사유를 대면서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하고, 위증을 밥 먹듯이 하고, 현직 장관은 위증을 작심했는지 증인 선서도 안 하는 광경까지 목도했습니다. 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처벌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징역형 또는 벌금형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징역 단일형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불출석과 위증 같은 안이한 태도가 더 이상 묵인되거나 용인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속도 높이는 특검 “잘 하고 있다”
서석구 망언에 “실소 금치 못해”


- 탄핵이 헌재 결정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결과는 언제쯤 예상하시나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헌재의 판결도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언론사가 실시한 헌법전문가 조사를 보니, 대부분 2월말∼3월초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렵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빠른 시일 안에 판결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 당에서 속칭 ‘개헌 저지 보고서’ ‘문자 폭탄 사태’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개헌 보고서’의 경우 당 자체 조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자 폭탄’ 역시 지지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내 경선이 과열되다 보니 다들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것은 본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각 후보자들도 이를 잘 알 것이기에 현명하고 슬기롭게 행동할 것이라 믿습니다. 당도 경선을 더욱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앞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신 적 있습니다.
▲개헌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헌법 규정상 개헌에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4개월(110일)가량인데, 지금 당장 개헌안에 합의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이 기간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개헌의 세부적 내용에 각 정당과 정파 간에 입장 차이가 쉽게 조정될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선 후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권력구조에 집중된 ‘원포인트 조기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 등을 포함한 ‘포괄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원내대표께서는 어떤 쪽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촛불민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권력구조나 개편하라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까. 우리 사회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기본권과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등 다뤄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중차대한 부분들은 뒤로 미루고 권력구조만 개헌한다? 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구조에만 손 대는 누더기 개헌에는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힙니다.

- 문재인 대세론이 꾸준히 정치권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선이든 경선이든 변수가 많고 정국 또한 급변 중이기 때문에 아직 대세론을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내 주자들이 각자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당내 경쟁을 벌이고 경선 후 힘을 합친다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아닌 ‘민주당 대세론’이 대선 판도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때문에 경선 흥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45∼50%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민주당 주자들과 당내 경선에 큰 관심을 쏟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정하게만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역동적으로 경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선 흥행만큼 중요한 것이 경선 후유증 최소화입니다. 경선이 아무리 흥행하면 뭐하겠습니까.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경선 과열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정하고 공정한 경선관리와 함께 굳건한 당의 화합과 통합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안철수·박지원에 야권통합 제안
“블랙리스트 부역자·친일파 같아”

- 최근 원내대표께서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요. 제안은 계속되는 건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입니다. 그동안 국민의당 전당대회 때문에 언급을 자제해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야권통합과 연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번에 당선되신 박지원 신임 당 대표께도 제안을 했습니다. 촛불민심이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민의당과 대화가 가능한 제가 야권통합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서로 손잡는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연초부터 이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을 언급하고, 반기문 전 총장의 주변에는 이 전 대통령의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천명하면서 민생파탄의 공동책임이 있는 이명박정권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교대에 불과합니다. 구악의 부활이자 구태정치의 재연입니다. ‘도로 이명박근혜’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이 광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촛불을 든 것이 아닙니다.

-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논리가 “중국의 ‘한한령’ 일본의 ‘위안부 협상’ 등 꼬여버린 한국 외교를 풀어줄 사람은 반기문 뿐”이라는 건데요. 반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 날 일해 온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알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명무실한 인물’ ‘투명인간’ ‘최악의 총장’ ‘우려왕’ 등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외교참사를 불러온 사드배치 결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환영했다가 최근 위안부 합의문 내용을 몰랐다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 전 총장의 외교적 자세는 세 가지 행태를 보여줍니다. 첫째, 진실하지 않은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마저도 영혼 없는 외교적 수사로 외면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습니다. 둘째, 원칙 없는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의 인기와 상황에 따라 외교적 입장을 달리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셋째, 무능한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외교전문가라고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의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협력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손학규 전 고문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제3지대에 50∼100명 정도가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 수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손 전 고문님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이 기사화됐는데, 제가 직접 전화해보고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더민주 의원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문화융성’을 외치던 정권이 ‘문화말살’ ‘사상말살’을 했습니다. 민주주의 유린이자 헌법 위반입니다. 보수정권 10년 간 문화계가 황폐화됐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블랙리스트’라는 이 다섯 글자가 그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눈치보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느라 물불 안 가린 사람들. 친일파와 다를 바가 없는 이 사람들이 문화계를 암흑기로 만든 진짜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설 연휴를 앞둔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명절은 설레고 즐거워야 하는데, 국민들 먹고 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은 파탄나고 생활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과 100만명을 돌파한 실업자,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파탄난 민생과 짓밟힌 헌정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합니다. 촛불민심을 받들어 더불어민주당이 꼭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며, 재벌·검찰·언론·정치개혁과 시급한 입법과제를 실천해 민생 돌보기에 앞장설 것입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국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chm@ilyosisa.co.kr>


[우상호는?]

▲강원도 철원 출생
▲전 이한열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전 민주당 대변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7·19·20대 국회의원(서울 서대문구갑)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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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