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①더민주 우상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00
  • 호수 1098호
  • 댓글 0개

“반기문이 정치교체?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 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이내 전국을 밝히는 들불로 번졌다. 정권의 실정에 단단히 뿔이 난 민초들은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집회 누적 연 인원 1000만명 돌파는 촛불에 국민적 염원이 담겼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집계·발표한 지난해 10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 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재인·이재명·박원순·김부겸 등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인재풀도 넉넉하다. 관건은 소위 ‘한 가닥’하는 이들 대선주자들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을지 여부다.

뭉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만약 분열한다면 그 아픔은 배가 되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본지는 분수령이 될 당내 경선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정국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우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한 심정이 어떠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차라리 오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2년 전 우리 당 안민석 의원님이 상임위서 처음 제기했던 ‘정유라 특혜 의혹’이 제대로 밝혀졌다거나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내용을 담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제대로 조사됐다면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막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울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큽니다.


- 정유라의 국내 송환 여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정치권서 조기 송환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정유라 조기 송환을 위해 사법당국과 외교당국이 즉각적으로 움직였어야 했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유럽 장기체류에 도움을 줬다는 보도도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단 특검이 덴마크 검찰에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보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특검은 핵심 혐의자들을 소환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내면서 잘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유라 송환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특검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습니다. 반론을 해주신다면?
▲그런 망언을 하고 본인은 ‘탄핵무효 집회’에 참여했다고 인증샷까지 남겼습니다. 한 방송에 나와서는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북한 동조 세력”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이없는 말과 행동에 실소가 나옵니다. 그런 사람이 한 망언에 굳이 반론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박근혜정권은 4년 내내 종북몰이와 색깔론을 들먹였습니다. 유신 때나 통하던 그 말을 지금 누가 믿겠습니까? 뻔한 수법에 속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광장의 촛불민심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파가 몰려와도 꺼지지 않는 1000만 촛불. 백 마디 말보다 그 모습이 바로 강력한 국민의 뜻입니다.

- 청문회는 끝났지만 증인의 불출석, 위증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국민들 속이 많이 터졌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사유를 대면서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하고, 위증을 밥 먹듯이 하고, 현직 장관은 위증을 작심했는지 증인 선서도 안 하는 광경까지 목도했습니다. 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처벌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징역형 또는 벌금형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징역 단일형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불출석과 위증 같은 안이한 태도가 더 이상 묵인되거나 용인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속도 높이는 특검 “잘 하고 있다”
서석구 망언에 “실소 금치 못해”


- 탄핵이 헌재 결정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결과는 언제쯤 예상하시나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헌재의 판결도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언론사가 실시한 헌법전문가 조사를 보니, 대부분 2월말∼3월초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렵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빠른 시일 안에 판결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 당에서 속칭 ‘개헌 저지 보고서’ ‘문자 폭탄 사태’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개헌 보고서’의 경우 당 자체 조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자 폭탄’ 역시 지지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내 경선이 과열되다 보니 다들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것은 본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각 후보자들도 이를 잘 알 것이기에 현명하고 슬기롭게 행동할 것이라 믿습니다. 당도 경선을 더욱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앞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신 적 있습니다.
▲개헌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헌법 규정상 개헌에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4개월(110일)가량인데, 지금 당장 개헌안에 합의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이 기간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개헌의 세부적 내용에 각 정당과 정파 간에 입장 차이가 쉽게 조정될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선 후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권력구조에 집중된 ‘원포인트 조기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 등을 포함한 ‘포괄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원내대표께서는 어떤 쪽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촛불민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권력구조나 개편하라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까. 우리 사회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기본권과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등 다뤄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중차대한 부분들은 뒤로 미루고 권력구조만 개헌한다? 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구조에만 손 대는 누더기 개헌에는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힙니다.

- 문재인 대세론이 꾸준히 정치권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선이든 경선이든 변수가 많고 정국 또한 급변 중이기 때문에 아직 대세론을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내 주자들이 각자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당내 경쟁을 벌이고 경선 후 힘을 합친다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아닌 ‘민주당 대세론’이 대선 판도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때문에 경선 흥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45∼50%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민주당 주자들과 당내 경선에 큰 관심을 쏟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정하게만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역동적으로 경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선 흥행만큼 중요한 것이 경선 후유증 최소화입니다. 경선이 아무리 흥행하면 뭐하겠습니까.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경선 과열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정하고 공정한 경선관리와 함께 굳건한 당의 화합과 통합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안철수·박지원에 야권통합 제안
“블랙리스트 부역자·친일파 같아”

- 최근 원내대표께서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요. 제안은 계속되는 건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입니다. 그동안 국민의당 전당대회 때문에 언급을 자제해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야권통합과 연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번에 당선되신 박지원 신임 당 대표께도 제안을 했습니다. 촛불민심이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민의당과 대화가 가능한 제가 야권통합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서로 손잡는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연초부터 이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을 언급하고, 반기문 전 총장의 주변에는 이 전 대통령의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천명하면서 민생파탄의 공동책임이 있는 이명박정권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교대에 불과합니다. 구악의 부활이자 구태정치의 재연입니다. ‘도로 이명박근혜’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이 광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촛불을 든 것이 아닙니다.

-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논리가 “중국의 ‘한한령’ 일본의 ‘위안부 협상’ 등 꼬여버린 한국 외교를 풀어줄 사람은 반기문 뿐”이라는 건데요. 반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 날 일해 온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알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명무실한 인물’ ‘투명인간’ ‘최악의 총장’ ‘우려왕’ 등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외교참사를 불러온 사드배치 결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환영했다가 최근 위안부 합의문 내용을 몰랐다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 전 총장의 외교적 자세는 세 가지 행태를 보여줍니다. 첫째, 진실하지 않은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마저도 영혼 없는 외교적 수사로 외면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습니다. 둘째, 원칙 없는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의 인기와 상황에 따라 외교적 입장을 달리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셋째, 무능한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외교전문가라고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의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협력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손학규 전 고문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제3지대에 50∼100명 정도가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 수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손 전 고문님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이 기사화됐는데, 제가 직접 전화해보고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더민주 의원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문화융성’을 외치던 정권이 ‘문화말살’ ‘사상말살’을 했습니다. 민주주의 유린이자 헌법 위반입니다. 보수정권 10년 간 문화계가 황폐화됐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블랙리스트’라는 이 다섯 글자가 그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눈치보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느라 물불 안 가린 사람들. 친일파와 다를 바가 없는 이 사람들이 문화계를 암흑기로 만든 진짜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설 연휴를 앞둔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명절은 설레고 즐거워야 하는데, 국민들 먹고 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은 파탄나고 생활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과 100만명을 돌파한 실업자,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파탄난 민생과 짓밟힌 헌정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합니다. 촛불민심을 받들어 더불어민주당이 꼭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며, 재벌·검찰·언론·정치개혁과 시급한 입법과제를 실천해 민생 돌보기에 앞장설 것입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국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chm@ilyosisa.co.kr>


[우상호는?]

▲강원도 철원 출생
▲전 이한열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전 민주당 대변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7·19·20대 국회의원(서울 서대문구갑)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