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①더민주 우상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23 09:59:00
  • 호수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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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이 정치교체?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 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첫 번째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났다.

광화문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는 이내 전국을 밝히는 들불로 번졌다. 정권의 실정에 단단히 뿔이 난 민초들은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였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집회 누적 연 인원 1000만명 돌파는 촛불에 국민적 염원이 담겼다는 점을 방증하는 대목이다(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집계·발표한 지난해 10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 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문재인·이재명·박원순·김부겸 등 유권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인재풀도 넉넉하다. 관건은 소위 ‘한 가닥’하는 이들 대선주자들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을지 여부다.

뭉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만약 분열한다면 그 아픔은 배가 되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본지는 분수령이 될 당내 경선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우상호 원내대표를 만나 정국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우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접한 심정이 어떠셨나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차라리 오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2년 전 우리 당 안민석 의원님이 상임위서 처음 제기했던 ‘정유라 특혜 의혹’이 제대로 밝혀졌다거나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내용을 담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제대로 조사됐다면 박근혜-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막고 법의 심판대 앞에 세울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큽니다.


- 정유라의 국내 송환 여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혹시 정치권서 조기 송환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정유라 조기 송환을 위해 사법당국과 외교당국이 즉각적으로 움직였어야 했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더욱이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유럽 장기체류에 도움을 줬다는 보도도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일단 특검이 덴마크 검찰에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보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특검은 핵심 혐의자들을 소환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하는 등 수사의 속도를 내면서 잘해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유라 송환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특검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서석구 변호사가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습니다. 반론을 해주신다면?
▲그런 망언을 하고 본인은 ‘탄핵무효 집회’에 참여했다고 인증샷까지 남겼습니다. 한 방송에 나와서는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북한 동조 세력”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이없는 말과 행동에 실소가 나옵니다. 그런 사람이 한 망언에 굳이 반론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박근혜정권은 4년 내내 종북몰이와 색깔론을 들먹였습니다. 유신 때나 통하던 그 말을 지금 누가 믿겠습니까? 뻔한 수법에 속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광장의 촛불민심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한파가 몰려와도 꺼지지 않는 1000만 촛불. 백 마디 말보다 그 모습이 바로 강력한 국민의 뜻입니다.

- 청문회는 끝났지만 증인의 불출석, 위증 등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국민들 속이 많이 터졌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온갖 사유를 대면서 핵심 증인들이 줄줄이 불출석하고, 위증을 밥 먹듯이 하고, 현직 장관은 위증을 작심했는지 증인 선서도 안 하는 광경까지 목도했습니다. 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 처벌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상 징역형 또는 벌금형 중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징역 단일형으로 바꾸는 내용입니다. 불출석과 위증 같은 안이한 태도가 더 이상 묵인되거나 용인되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으로 반드시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속도 높이는 특검 “잘 하고 있다”
서석구 망언에 “실소 금치 못해”


- 탄핵이 헌재 결정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결과는 언제쯤 예상하시나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 특검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헌재의 판결도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느 언론사가 실시한 헌법전문가 조사를 보니, 대부분 2월말∼3월초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렵지 않은 곳이 거의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빠른 시일 안에 판결을 내려주길 바랍니다.

- 당에서 속칭 ‘개헌 저지 보고서’ ‘문자 폭탄 사태’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계파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개헌 보고서’의 경우 당 자체 조사를 통해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문자 폭탄’ 역시 지지자들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당내 경선이 과열되다 보니 다들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감정의 골이 깊게 파이는 것은 본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각 후보자들도 이를 잘 알 것이기에 현명하고 슬기롭게 행동할 것이라 믿습니다. 당도 경선을 더욱 엄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 앞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신 적 있습니다.
▲개헌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합니다. 헌법 규정상 개헌에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4개월(110일)가량인데, 지금 당장 개헌안에 합의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이 기간을 맞추기가 힘듭니다.

더구나 개헌의 세부적 내용에 각 정당과 정파 간에 입장 차이가 쉽게 조정될 수 있겠습니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선 후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권력구조에 집중된 ‘원포인트 조기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 등을 포함한 ‘포괄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원내대표께서는 어떤 쪽에 좀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신가요?
▲촛불민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10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권력구조나 개편하라고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습니까. 우리 사회에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해달라는 것 아닙니까.

기본권과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등 다뤄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중차대한 부분들은 뒤로 미루고 권력구조만 개헌한다? 이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권력구조에만 손 대는 누더기 개헌에는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힙니다.

- 문재인 대세론이 꾸준히 정치권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이 30%를 돌파했다는 여론조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선이든 경선이든 변수가 많고 정국 또한 급변 중이기 때문에 아직 대세론을 장담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당내 주자들이 각자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당내 경쟁을 벌이고 경선 후 힘을 합친다면, 특정 후보의 대세론이 아닌 ‘민주당 대세론’이 대선 판도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하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문 전 대표와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때문에 경선 흥행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 당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45∼50%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민주당 주자들과 당내 경선에 큰 관심을 쏟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공정하게만 관리한다면 얼마든지 역동적으로 경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선 흥행만큼 중요한 것이 경선 후유증 최소화입니다. 경선이 아무리 흥행하면 뭐하겠습니까.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경선 과열은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정하고 공정한 경선관리와 함께 굳건한 당의 화합과 통합에도 노력할 것입니다.


안철수·박지원에 야권통합 제안
“블랙리스트 부역자·친일파 같아”

- 최근 원내대표께서 국민의당에 야권 통합을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요. 제안은 계속되는 건가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입니다. 그동안 국민의당 전당대회 때문에 언급을 자제해왔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야권통합과 연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번에 당선되신 박지원 신임 당 대표께도 제안을 했습니다. 촛불민심이 염원하는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 전체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국민의당과 대화가 가능한 제가 야권통합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서로 손잡는 그림이 그려지는데요.
▲연초부터 이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을 언급하고, 반기문 전 총장의 주변에는 이 전 대통령의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천명하면서 민생파탄의 공동책임이 있는 이명박정권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치교대에 불과합니다. 구악의 부활이자 구태정치의 재연입니다. ‘도로 이명박근혜’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려고 국민들이 광장에서 찬바람 맞아가며 촛불을 든 것이 아닙니다.

-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논리가 “중국의 ‘한한령’ 일본의 ‘위안부 협상’ 등 꼬여버린 한국 외교를 풀어줄 사람은 반기문 뿐”이라는 건데요. 반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난 날 일해 온 것을 보면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알 수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은 10년 동안 유엔사무총장으로 있으면서 ‘유명무실한 인물’ ‘투명인간’ ‘최악의 총장’ ‘우려왕’ 등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외교참사를 불러온 사드배치 결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올바른 용단”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환영했다가 최근 위안부 합의문 내용을 몰랐다고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 전 총장의 외교적 자세는 세 가지 행태를 보여줍니다. 첫째, 진실하지 않은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눈물마저도 영혼 없는 외교적 수사로 외면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꿨습니다. 둘째, 원칙 없는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반 전 총장은 박근혜정부의 인기와 상황에 따라 외교적 입장을 달리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셋째, 무능한 외교관의 행태입니다. 외교전문가라고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러의 이해관계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고 협력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손학규 전 고문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제3지대에 50∼100명 정도가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예상 수치가 과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손 전 고문님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우리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등이 기사화됐는데, 제가 직접 전화해보고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촛불민심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더민주 의원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습니다.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문화융성’을 외치던 정권이 ‘문화말살’ ‘사상말살’을 했습니다. 민주주의 유린이자 헌법 위반입니다. 보수정권 10년 간 문화계가 황폐화됐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블랙리스트’라는 이 다섯 글자가 그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눈치보고, 정권의 입맛에 맞추느라 물불 안 가린 사람들. 친일파와 다를 바가 없는 이 사람들이 문화계를 암흑기로 만든 진짜 ‘블랙리스트’라고 생각합니다.

- 설 연휴를 앞둔 국민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명절은 설레고 즐거워야 하는데, 국민들 먹고 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은 파탄나고 생활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습니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과 100만명을 돌파한 실업자,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는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파탄난 민생과 짓밟힌 헌정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야 합니다. 촛불민심을 받들어 더불어민주당이 꼭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며, 재벌·검찰·언론·정치개혁과 시급한 입법과제를 실천해 민생 돌보기에 앞장설 것입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국민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chm@ilyosisa.co.kr>


[우상호는?]

▲강원도 철원 출생
▲전 이한열추모사업회 사무국장
▲전 민주당 대변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17·19·20대 국회의원(서울 서대문구갑)
▲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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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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