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들어본’ 박근혜 정신상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2:52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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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계는 17세에 멈춰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 생면부지의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인사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등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너무 뻔뻔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세월호 당일 미용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일전에 보지 못한 적극적 해명이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나 몰라라’ 식으로 수사에 비협조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 날 기자들은 왜 만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 역시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가 많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는 얘기만 쏟아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정해서 기자간담회를 할 사람이 아니다. 측근들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 않나.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연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국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 대책 수립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측근들의 태도 변화가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단 한 번도 “무엇을 했다”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다. 반면 머리손질, 미용시술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고 방어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어쨌든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일을 한 것 아닌가. 밝혀지면 큰일 나는 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뻗치고 있는 것”이라며 “밝힐 수 있으면 진작 밝혔을 것이다. 그런데 못 밝힌다는 것은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서도 (7시간의 행적이) 밝혀졌을 때 큰일 난다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기
싫은 박근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굳이 작성 지시가 없었더라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다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겁이 많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 부모를 총격에 잃은 트라우마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버지(박정희)·어머니(육영수)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궤적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끌고 왔다. (박 대통령에게) 세상은 온통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불쾌감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게 외부세계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 태도는 임기동안 줄곧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때가 되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심리를 가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안정되고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면, 측근들이 그렇게 제안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쳐낼 필요있나? 우리가 정치를 잘 하면 되지’라고 말했을 것 아닌가.”

앞서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저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서하다>서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년간담회도 누군가 지시했을 것
겁 많고 불신 심해 “비판 못 참아”

“과거 정조 때 왕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으면 신하들이 달려와 ‘숙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 정조는 ‘우리가 정치를 잘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넘겼다. 이게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연산군·박근혜 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은 ‘빨리 잡아서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박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리플리 증후군’ ‘발달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처럼 여러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심리학계가 외국, 특히 미국 심리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기존 이론으로 인물 분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물·심리 분석에 이용되는 심리학 이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론 자체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확립하고 있는 이론에 기초해 분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본적인 심리 패턴,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이 무슨 증후군을 가졌다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심리
연산군 유사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 소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국민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닌 소수의 극우 보수집단과 최순실 집안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결국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 김 소장의 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을 ‘발달장애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 정신연령이 17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의 단서는 무엇일까.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발달장애의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발달장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비이성적 행동이나 표현을 써왔다. 이는 발달장애의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김태형 “최씨 집안이 만든 대통령”
황상민 “스스로 사고·판단 안 돼”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서 연설문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평소 대통령의 철학을 알아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황 전 교수의 진단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간담회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에 따라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연설문을 고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대화해본 사람은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상대방의 추가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털어 놓을 게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만약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받고 있었다면 본인이 그 부분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만약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면 ‘전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기되는 의혹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외 자신이 직접 했던, 또는 당했던 그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절대 말 안해”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핵심 피의자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국가 문화융성사업에 나름 기여해달라고 말했을까. 문화융성사업에 기여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장 정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검이 피의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나’라고 물으면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적 없다’고 답한다. 지금 그 사람들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변호인단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들이 출석해 벌이는 짓이다. 마치 집에서 부모가 애를 두들겨 패면서 ‘이건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이런 짓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재 자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노림수

헌법재판관들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질책했다. 지난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이 행정관이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다. 이 행정관은 시종일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신문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를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반복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문에도 이 행정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에게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박 소장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행정관은 끝내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답답하다는 듯 “최순실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있느냐”며 추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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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