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들어본’ 박근혜 정신상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2:52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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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계는 17세에 멈춰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 생면부지의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인사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등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너무 뻔뻔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세월호 당일 미용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일전에 보지 못한 적극적 해명이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나 몰라라’ 식으로 수사에 비협조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 날 기자들은 왜 만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 역시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가 많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는 얘기만 쏟아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정해서 기자간담회를 할 사람이 아니다. 측근들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 않나.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연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국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 대책 수립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측근들의 태도 변화가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단 한 번도 “무엇을 했다”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다. 반면 머리손질, 미용시술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고 방어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어쨌든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일을 한 것 아닌가. 밝혀지면 큰일 나는 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뻗치고 있는 것”이라며 “밝힐 수 있으면 진작 밝혔을 것이다. 그런데 못 밝힌다는 것은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서도 (7시간의 행적이) 밝혀졌을 때 큰일 난다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기
싫은 박근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굳이 작성 지시가 없었더라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다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겁이 많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 부모를 총격에 잃은 트라우마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버지(박정희)·어머니(육영수)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궤적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끌고 왔다. (박 대통령에게) 세상은 온통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불쾌감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게 외부세계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 태도는 임기동안 줄곧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때가 되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심리를 가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안정되고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면, 측근들이 그렇게 제안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쳐낼 필요있나? 우리가 정치를 잘 하면 되지’라고 말했을 것 아닌가.”

앞서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저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서하다>서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년간담회도 누군가 지시했을 것
겁 많고 불신 심해 “비판 못 참아”

“과거 정조 때 왕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으면 신하들이 달려와 ‘숙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 정조는 ‘우리가 정치를 잘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넘겼다. 이게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연산군·박근혜 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은 ‘빨리 잡아서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박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리플리 증후군’ ‘발달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처럼 여러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심리학계가 외국, 특히 미국 심리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기존 이론으로 인물 분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물·심리 분석에 이용되는 심리학 이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론 자체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확립하고 있는 이론에 기초해 분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본적인 심리 패턴,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이 무슨 증후군을 가졌다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심리
연산군 유사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 소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국민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닌 소수의 극우 보수집단과 최순실 집안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결국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 김 소장의 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을 ‘발달장애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 정신연령이 17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의 단서는 무엇일까.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발달장애의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발달장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비이성적 행동이나 표현을 써왔다. 이는 발달장애의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김태형 “최씨 집안이 만든 대통령”
황상민 “스스로 사고·판단 안 돼”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서 연설문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평소 대통령의 철학을 알아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황 전 교수의 진단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간담회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에 따라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연설문을 고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대화해본 사람은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상대방의 추가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털어 놓을 게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만약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받고 있었다면 본인이 그 부분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만약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면 ‘전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기되는 의혹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외 자신이 직접 했던, 또는 당했던 그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절대 말 안해”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핵심 피의자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국가 문화융성사업에 나름 기여해달라고 말했을까. 문화융성사업에 기여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장 정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검이 피의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나’라고 물으면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적 없다’고 답한다. 지금 그 사람들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변호인단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들이 출석해 벌이는 짓이다. 마치 집에서 부모가 애를 두들겨 패면서 ‘이건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이런 짓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재 자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노림수

헌법재판관들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질책했다. 지난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이 행정관이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다. 이 행정관은 시종일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신문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를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반복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문에도 이 행정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에게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박 소장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행정관은 끝내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답답하다는 듯 “최순실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있느냐”며 추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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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