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DJP연합’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01:39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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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DJ 노리는 반·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긴 미국 생활을 끝마치고 전격 귀국했다.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던 그는 이날 오후 공항철도를 이용, 서울로 입성했다. 한때 서울역은 몰려든 지지자들과 취재진, 경호팀이 뒤엉켜 일대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마치 현 대선구도를 상징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재 정치권에는 ‘뉴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란 메가톤급 시나리오가 던져진 상태다.

YS(김영삼)·DJ(김대중)·JP(김종필)로 대표되는 이른바 ‘3김(金) 시대’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분열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소통과 화합을 이뤄냈던 당시 정치권의 연정을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킹메이커는?

JP는 당시 한 축을 맡아 정치 역사를 써내려갔다. 지난 1990년 JP는 3당 합당에 참여해 민주자유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다가 1995년 탈당을 선언,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을 창당하고 초대 총재에 올랐다. 자민련은 지난 1996년 4월12일 치러진 15대 총선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조건을 훨씬 웃도는 50석을 획득하고 제3당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이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충청남도지사·충청북도지사·강원도지사·대전광역시장 등 4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일부 남아있던 비관론을 잠재웠다.

JP는 기세를 몰아 15대 대선서 이념적 차이가 있던 DJ와 손을 잡고 ‘DJP연합’을 구축했다. 당시 JP는 DJ가 당선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의 쓴맛을 봐야 했다. JP 이름 뒤에는 국무총리 2회, 국회의원 9회(최다선) 등 화려한 이력에 ‘킹메이커’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2년반 전, 반 전 유엔사무총장 측 인사가 찾아와 ‘뉴 DJP연합’을 제안했고, 한 달반 전쯤에도 국민의당 입당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폭로 내용이다. 현재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DJP연합의 등장이다.

박 대표의 말에 비춰 봤을 때, 반 전 총장은 적어도 2014년부터 대선 출마를 비롯한 국내 정치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여권이 아닌 야권과 함께할 계획이었다. 이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누리당 대선주자로 꼽혔던 상황과 다르다.

박 대표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점은 반 전 총장이 꽤 오랜 기간 국내 정치권을 노크해왔다는 것이다. 언론 앞에서는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 쳤던 반 전 총장은 막후서 꽤나 분주하게 움직인 셈이다.
 

바른정당도 뉴 DJP연합론에 합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 지형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 전 총장이 국민의당, 바른정당 중 한 곳에 입당, 연정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했으면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에둘러 표현하지 않았다. 최근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서 열린 바른정당 서울시당 창당대회 직후 기자들 앞에서 그는 반 전 총장에게 “바른정당으로 입당해서 우리 후보들과 당당하게 경쟁해 달라. 우리 당의 후보가 돼달라”고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양당이 추파(?)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반 전 총장은 어느 당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이 당분간 탄핵 정국을 관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이상일 전 의원은 귀국 후 행보와 관련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대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빅텐트를 만든 후 그 안에 자신과 뜻이 같은 세력을 규합시키겠단 전략으로 해석된다.

반기문 귀국, 요동치는 정치 지형
안철수 총리설…누가 군불 지피나

빅텐트 행이 가장 유력한 사람 중 한 명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대표다. 앞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부족한 인지도로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치권은 손 전 대표가 반 전 총장과의 대결구도서 해법을 찾으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손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새정치로 가게 되면 같이 연대를 해볼 수 있다”고 수락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 손 전 대표가 포스트 DJ라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포스트 JP가 유력하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 총리설이 꾸준히 제기된 적 있다.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개헌이 이루어질 경우, 반 전 총장과 외치·내치를 나눠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 DJP연합이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규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간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대결하기 위해선 연합의 규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문(비 문재인)계 인사들 영입에 나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민주 측 관계자는 비문계 탈당 가능성에 대해 “제로라고 보면 된다. 정권 교체가 눈앞에 있는데 굳이 누가 당을 나가겠나. 아무리 (성향이) 비문이라고 곧 여당이 될 곳을 나가는 바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빅텐트 구축

반면 새누리당 이탈자는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충청권 인사들이 반 전 총장을 쫓아 당을 옮길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정치권에선 설 연휴를 전후로 2차 탈당 러시를 진단하고 있다. 먼저 바른정당으로 옮긴 후 반 전 총장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지, 아니면 바른정당에 남아 있을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들과 함께 반 전 총장의 핵심 지지 세력으로 활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 출사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는 데 내 한 몸 불사를 각오가 돼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비록 ‘대선’이나 ‘출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0자 원고지 17장 분량의 발표문을 약 15분간 읽어 내려갔다. 단호한 어조 속에는 정치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듯 한 발언도 내놨다. “패권과 기득권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반 전 총장의 주장은 결국 친문(친 문재인) 패권주의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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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