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문체부 ‘2017년 계획’ 보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0:47:07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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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 없이 또 장밋빛 전망만 수두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2017년도 문체부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정부부처의 발표에 국민들의 관심도 모아졌다. 그러나 67페이지에 이르는 분량 속에는 자성과 성찰의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어 빈축을 사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지난 한주를 뜨겁게 달궜다. 마지막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있었던 지난 11일에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출석해 해당 리스트의 존재에 대해 인정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이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없는지. 예스(YES), 노(NO) 어느 게 맞나”라며 몇 번을 몰아붙이자 조 장관은 그제서야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핵심 빠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블랙리스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1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중 김종덕·신동철·정관주 등 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황태자’로 불렸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차은택 전 단장은 블랙리스트 집행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앞서 차 전 단장에 대한 1차 공판서 검찰은 “차은택 전 단장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좌편향 세력을 색출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문체부 소관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으로 구속된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소관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시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서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문건은 교육문화수석실로 전달됐고 문체부서 실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문체부가 2017년 업무 추진 계획을 내놨다. 해당 계획서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및 문화콘텐츠·관광산업 집중 육성, 문화향유 확대 등 정책 추진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블랙리스트에 대한 언급 여부다. 문체부는 ‘신뢰받는 문화행정 시스템 구축’에서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 블랙리스트 논란 등을 거치면서 문체부 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 및 정책고객의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사, 예산지원 사업, 체육특기자 제도 등과 관련한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고), 각종 개혁조치에 대해서도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추진 근거 또는 결정 기준이 뚜렷하지 않거나 과정 및 결과가 투명하지 못해 의사결정 구조가 외압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지난 4년간의 평가’를 보면 문화예술후원활성화법(2014년 1월)·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2014년 5월) 제정, 예술인 복지법(2016년 5월) 개정이 성과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 제정 및 개정은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퇴색됐다.

블랙리스트 단 한번 언급 “신뢰 하락”
의혹투성 평창올림픽 “기회로 삼아야”


문체부는 ‘문화를 통한 미래성장 견인’ 부분서 “공공지원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취약한 산업기반으로 인해 예술인이 창작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는 등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 예술인들은 박근혜정부에 의한 검열이 창작의 자율성을 침범했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학동네,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 등 진보 성향의 출판사에 대한 검열이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눈먼 자들의 국가> <금요일엔 돌아오렴> <다시 봄이 올 거에요> 등 세월호 참사를 다룬 책을 낸 대표적인 출판사다. 이들은 모두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검팀은 최근 문체부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김기춘 전 실장에게 특정 출판사에 대한 지원 삭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또한 진보 성향의 작가 및 출판사를 조직적으로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웹툰 종주국으로서 전 세계 선도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문체부는 “작가별 성장주기에 맞춰 소재 기획·개발, 제작, 통·번역, 주요 해외시장 진출까지 종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웹툰 작가·만화가 등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문체부 계획은 신뢰를 잃었다.

문체부의 유체이탈식 화법도 눈에 띈다. 정책 추진의 위기 요인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문체부는 “국정 농단 의혹에 따라 문체부는 물론 당해 사안과 관련 없는 현 정부의 대표 사업마저 의심받는 등 국민의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우려하는 부분에선 근본 원인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이 “한한령 분위기가 콘텐츠 수출 환경과 방한 관광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등 대외 변수에 크게 영향 받는 상황”이라고만 적시했다.

문체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 요인으로 선정했다. 일련의 국정 농단 사태로 잃은 신뢰를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만회하겠단 각오다.

문체부는 “88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개최되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국민 대화합을 이루고, 대외적으로는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각인(시키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 같은 기대와 달리 현재 평창올림픽은 그 취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워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이권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있다.

최순실 그림자

또한 최씨와 김종 전 차관이 자기 쪽 사람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앉히려 인사 청탁을 했다는 증언이 JTBC를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김기춘 전 실장까지 나서 유진룡 전 문체부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해진다. 장밋빛 미래를 꾸기에 앞서 냉철한 상황 파악과 관련자 처벌이 시급한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리로 나선 예술인들
“박·조 물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정황을 듣고 분노한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앞에 가서 기자회견과 거리공연 등 항의를 하고 있다.

예술인들은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광장에 ‘텐트촌’을 설치하고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문체부 세종청사로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즉각 퇴진 및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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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