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정읍시의 두 얼굴 풀스토리

‘법보다 몽니’ 보복행정을 고발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스호스텔 건립사업을 사이에 두고 정읍시와 잔디로골프텔 간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정읍시는 잔디로의 약속 불이행을, 잔디로는 정읍시의 보복행정을 힐난하는 모습이 되풀이되는 모습. 평행선을 긋는 양측의 입장은 수년째 별 변동이 없다. 그간 잔디로와 정읍시의 마찰을 예의주시 해왔던 <일요시사>가 양측의 입장을 되짚어봤다.

잔디로골프텔(대표 노진구)과 정읍시의 인연은 민자유치사업기본협약(MOU)을 맺었던 200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읍시 부전동 1065-14 외 6필지에 잔디로가 유스호스텔을 짓고 정읍시가 적극 협조한다는 게 MOU의 주된 골자. 지난 2011년 8월 유스호스텔 건축 허가가 떨어지면서 내장산 일대에 대단위 유스호스텔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말바꾼 행정
좌초된 사업

그러나 잔디로의 유스호스텔 건립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사업 추진 방향과 진척속도를 놓고 양측 간 마찰이 심해진 탓이다. 결국 정읍시는 2013년 9월 공사 지연을 이유로 투자협정 파기를 잔디로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기에 이른다. 양측의 지리멸렬한 진실공방이 막을 올린 순간이다.

잔디로 측은 정읍시의 약속 불이행으로 인해 유스호스텔 사업이 좌초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온천공 발견 신고가 취소된 점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유스호스텔 사업의 수익성이 안 맞아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서 잔디로는 2011년 온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정읍시에 허가를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정읍시는 잔디로가 발견한 온천공 신고에 적합판정을 내렸지만 2013년 9월 돌연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정읍시는 온천공 개발계획 승인신청이 지연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온천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했을 때 수리한 날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 온천공보호구역 지정 등을 해야하는데 정읍시는 온천공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잔디로 측은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내세우며 온천발견신고 수리 취소 처분 및 대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잔디로 측은 사업 취소 이후에도 정읍시의 의도적인 행정폭력이 이어졌다고 성토하고 있다. 정읍시가 사업 취소 후 명령한 적지복구를 기한 내 마치지 않았다며 적지복구비용 11억3000만원을 잔디로로부터 강제 유치시켰다는 게 핵심.
 

관련 행정절차법 제21조 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관련 필요한 사항 등을 당사자 등에게 통지해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또 같은 법 제22조 1항에 의하면 의견제출 기한 내에 당사자등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청문을 하도록 규정돼있다.

시장 바뀌고 멈춘 유스호스텔 사업
적극적 지원한다더니…오히려 발목

그러나 정읍시는 잔디로의 적지복구 기한(2014년 4월30일∼2015년 5월31일)이 끝난 후 이틀 만인 지난 6월3일 사전 공지 없이 11억3000만원의 예치금을 유치시켰다. 잔디로 측은 적지복구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전액을 청구해 유치시켰다는 점에서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조치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2015년 5월 정읍시에 제출된 제7차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적지복구공사는 ▲토공 85% ▲부대공 100% ▲식재 20%가 진행됐다.

반면 정읍시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예치금 유치를 위한 공문을 수차례 보냈고 1년1개월의 공사기간을 줬는데도 공사가 지연됐다는 것. 수차례에 걸쳐 복구를 촉구하면서 ‘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행복구를 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가 고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차도가 없는 데다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상복구 명령
거듭되는 무리수

지지부진한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서 잔디로는 결국 정읍시의 일방적 산지 대행복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권익위는 잔디로의 손을 들어줬다. 정읍시에 시정 권고한 이유에 대해 산지관리법, 행정절차법 등을 들었다.

산지관리법 제41조 제1조에 따르면 기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않으면 대행하게 하고 비용을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 규정이 일반적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행정목적을 위해 국민의 신체·재산 등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잔디로가 복구공사를 50% 정도 진행했고, 복구공사를 수행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권고 이유로 꼽혔다. 권익위는 “허가지의 대행복구 중지를 구하는 잔디로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가지의 대행복구를 실시한 정읍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권고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접점찾기에 실패한 잔디로는 결국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기에 이른다. 복구공사 지연에 따른 사유(청문·공청회)와 기간 연장 등의 요청을 거부한 채 갑질횡포를 일삼고 있다며 정읍시장을 대상으로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이다.

잔디로 측의 입장은 명확했다. 법적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대행복구 부작위 행위의 위법여부 판단을 가려달라는 취지였다.

행정절차법 제23조는 행정처분을 할 때에는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고, 이의신청 등의 의견을 받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반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잔디로가 제기한 행정심판은 기각으로 종결됐고 사실상 정읍시의 승리로 끝났다. 

토지매각·기부채납 종용
시장 명의 공문에 드러나

하지만 행정심판과 별개로 양측은 더 민감한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잔디로가 제기한 대행복구 무효확인 소송(본안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7월 나온 1심 판결은 정읍시의 손을 들어줬다. 정읍시는 적법한 행정절차를 이행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심에선 상반된 결정이 나왔다.


지난 4일 고등법원 재판부는 잔디로가 제기한 복구집행정지 신청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 1심의 판결을 뒤집었다. 이 사안이 최종심까지 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난 게 없다. 다만 2심이 잔디로의 손을 들었다는 점에서 잔디로가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법은 잔디로 손
외면하는 정읍시

그렇다면 왜 정읍시는 잔디로의 유스호스텔 개발 사업에 시큰둥한 입장일까. 잔디로와 정읍시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빴던 건 아니다. 하지만 둘 사이의 공생 분위기는 현임 김생기 시장이 부임한 후 급변했다. 잔디로 측은 전임 시장과 대척점을 이루던 현임 시장이 의도적인 잔디로 죽이기를 벌인다고 주장한다. 한술 더 떠서 정읍시가 보여준 일련의 행정처리가 유스호스텔 및 골프장, 온천 등의 부지를 헐값에 넘겨받기 위한 술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잔디로는 이를 거부했고 이즈음부터 공공연하게 정읍시의 보복행정이 시작됐다는 게 잔디로 측이 내세우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읍시는 유스호스텔 건립사업이 지연되던 2012년 당시 잔디로에 토지를 헐값에 넘기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시가 잔디로 측에 보낸 공문에는 해당토지 매각과 기부채납을 종용하는 표현이 담겨 있다. 잔디로 측은 자신들이 유스호스텔 사업에서 손을 뗄 경우 전북지역에 거점을 둔 다른 건설업체가 이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즉, 정읍시가 잔디로를 의도적으로 몰아내고 사업권을 친 정읍시 성향의 제3자에게 넘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셈이다. 

잔디로 관계자는 “정읍시가 제대로 된 행정지원만 해줬어도 사업이 지금처럼 좌초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잔디로가 손을 떼면 다른 건설사가 이 사업을 넘겨받기로 돼있다는 공공연한 소문이 떠돈다”고 지적했다.

시장 바뀌더니
미운털 박혔나


정읍시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보복행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해왔다. 정읍시는 지난 2014년 4월 잔디로 측의 복구설계서 승인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착공을 촉구했다는 뜻을 거듭 밝혀온 상황이다. 정읍시는 되려 대행복구 지연의 실질적 이유로 잔디로 측이 해당부지를 청소년수련시설(야영장) 건립을 위한 의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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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