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6) 김품석의 일탈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0:37:46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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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일탈…위태로운 대야성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왜, 내 계책이 마음에 들지 않소?”

“그런 것이 아니라.”

“하면?”

“너무나 출혈이 심한 게 아닌가 생각되어 그럽니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출혈이 아니지요.”


“그 이야기인즉슨.”

“그저 잠시 맡겨둔다 생각하면 될 일이오.”

“그렇다면 제 집사람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사의 부인까지 말이오?”

“전방위로 압박하자는, 그리고 저희 집에 보관하고 있는 보물도 함께 털어 넣자는 말씀입니다.”

연개소문이 대답 대신 선도해의 손을 잡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 대야성 성주로 부임한 김품석이 휘하 막료들과 함께 상견례 겸해 성의 경치 좋은 곳에서 부부동반 연회를 열었다.


술잔이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한 여인이 허리가 휘어질 듯 사뿐사뿐 행사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얼큰한 술기운에 분위기가 고조될 대로 고조 된 품석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행사장으로 들어선 여인이 정 중앙에 있는 품석에게 다가오는가 했더니 멀지 않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지(17등급 중 13등급으로 4두품이 올라설 수 있는 최고위직) 검일의 곁에 멈추어 섰다.

막 술잔을 기울이려던 검일이 여인의 출현을 알아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주님, 제 안 사람입니다.”

“대야성 최고 미인이 드디어 나타났구려.”

품석이 답할 겨를도 없이 바로 곁에 있던 사지인 모척이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여인의 얼굴이 발그스름하게 변해갔다.

“그래도 형이 사람 보는 눈은 있소이다.”

검일이 다시 맞장구를 치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뭐하고 있나, 어서 성주님 내외분께 인사드리지 않고.”

여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가까이 다가가 다소곳하게 고개 숙였다.


동시에 품석의 눈에 여인의 뽀얀 가슴살이 들어왔다.

“애랑이 성주님 내외분께 인사드립니다.”

“허허, 이런 곳에 진주가 숨어 있었구려.”

가뜩이나 고운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자 품석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인사를 마친 검일의 아내가 사뿐히 자리를 옮겨 검일 곁에 자리 잡았다.

“성주님!”“말해보게.”“늦게 참여한 제수씨에게 벌주 한잔에 가야금 연주 어떻겠습니까?”


다시 모척이 걸쭉한 목소리로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일었다.

“그리하세요. 새로 부임한 성주님 내외분께 우리 대야성의 진수를 보여드립시다.”

모척의 곁에 앉아있던 사지 용석이 거들고 나섰다.

“성주님, 우리 제수씨의 가야금 연주는 근방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를 모르면 신라 사람이 아니지요.”

모척의 추임새에 용석이 다시 거들었다.

“모두의 뜻이라면 따라야 도리 아니겠는가?”

품석이 그윽한 시선으로 애랑을 주시했다.

시선을 받은 애랑이 고개를 숙이자 검일이 다짜고짜 아내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어서 성주님 분부 받들도록 하게.”

얼떨결에 일어난 애랑이 다른 여인들의 질시의 시선을 받으며 성주 앞으로 다가갔다.

품석이 급히 자신의 잔을 비우고는 애랑에게 건네고 잔을 채웠다.

잔을 받은 애랑이 살며시 고개 돌려 입에 대었다가 떼어냈다.

“아니, 그 잔을 다시 성주님께 드리겠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간접적으로…….”

모척의 걸쭉한 소리에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소녀는 술은…….”“허허, 왜 그러십니까. 평소 주량이 세다고 자랑하시면서. 다만 임자를 만나지 못해 안 마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용석의 말에 아내를 바라보는 검일의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빨리 마시고 성주님께 따라드리게.”

대야성 성주 부임…최고 미인 등장
여색 쫓는 못된 습성 결국 드러나

애써 흥분을 감추고 이야기한다고 했으나 목소리의 떨림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품석과 검일의 눈치를 살피던 애랑이 조심스럽게 잔을 비워내고 병을 들어 빈 잔을 채웠다.

잔을 채우기 위해 상반신을 기울인 애랑의 가슴골이 조금 전보다 더욱 깊게 품석의 시선에 들어왔다.

“자, 그러면 이 잔은 대야성 최고 미인의 가야금 연주를 위해 마시도록 할 터이니 모두 잔을 들기 바라네.”
한껏 기분이 들뜬 품석의 제안에 모두 잔을 비워냈다. 이어 한 병사가 으레 그랬다는 듯 가야금을 가져왔다.

모척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 강제적으로 애랑을 앉히고 병사에게 가야금을 받아 건넸다.

모두의 시선이 애랑에게 집중되었다. 특히 바로 곁에 자리한 품석의 시선이 강하게 꽂혔다.

한잔 술 탓인지 혹은 피할 수 없는 자리임을 의식했는지 애랑이 차분하게 자리 잡고 가야금의 음을 고르기 시작했다.

팅 하는 소리가 봄날의 한적함을 가르기를 잠시 화사한 봄의 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애랑의 가야금 소리에 꿈속에 깊이 빠져든 듯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또한 가야금을 안고 있는 애랑의 모습이 숨 쉬는 소리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고혹적으로 비쳐졌다.

잠시 후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께 품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지금까지 살면서 가야금 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지 몰랐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일의 안사람에게 술 한 잔과 비단 한 필로 보답코자하니 받아주시게.”

곁에서 가시눈으로 바라보는 부인, 고타소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품석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게 무슨 행동이에요?”

연회를 파하고 거처에 돌아오자마자 고타소가 품석을 몰아세웠다.

“무엇을 말이오?”

“사지 검일의 계집을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요?”“내가 어떻게 했다고 그러오.”

“침을 질질 흘려가면서, 보기에 참 딱하십디다.”

“내가 언제 그랬소?”

“그럼 안 그랬다는 말입니까?”

“그저 성주로서 성의 단합을 위해 조금 관심을 기울였기로서니 그게 무슨 흠이 된다고 그렇게 타박하는 게요?”

고타소가 품석의 구차한 변명에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가만히 있으니 더 무섭소.”

“지금 내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나요?”

“그러면.”“이제야 외숙부께서 하신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군요. 그래서 그를 새기는 중입니다.”

“갑자기 외숙부라니. 무슨 말이오?”

외숙부는 물론 김유신을 지칭했다.

“당신 없는 자리에서 내게 각별히 주의를 주십디다.”“무엇을 말이오?”

“뭐긴 뭡니까. 반반한 계집만 보면 침을 질질 흘려대고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못된 습성을 막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지요.”

“어허, 말이 참 심하구려.”

“그러면 없는 말 했습니까?”

“그거야.”

품석이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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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