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도는 노무현 타살설 ‘소문과 진실’

여전히 아쉽기만 한 노짱의 죽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모론, 유언비어는 세상이 혼란한 틈을 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평온한 때에는 ‘터무니없는 소리’로 일축됐던 소문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각색과 가공이 반복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10여년 가까이 세간에 떠돌고 있는 ‘노무현 타살설’ 역시 그 중 하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가장 재평가 받고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난달 2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역대 대통령의 국가 발전 기여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에서 노 전 대통령은 35.5%로 1위에 올랐다. 2015년 조사에서 1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40.7%)을 2위로 밀어냈다.

근거 있나?

리얼미터는 “노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순위가 뒤바뀐 것은 최근의 국정농단과 탄핵 정국으로 인해 다수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국가발전의 미래나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향수로 치환됐다는 것.

이를 방증하듯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및 박 대통령 연루 의혹이 하나둘 사실로 밝혀질 때마다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게시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노 전 대통령 일화, 대통령 시절 사진, 봉하마을 사진, 연설 영상 등은 커뮤니티 인기글로 급부상했다. 그러면서 함께 부각된 게 ‘노무현 타살설’이다. 2009년 5월23일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사인이 자살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사망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주장
박근혜 탄핵 정국서 다시금 회자

병원서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사망원인은 두부외상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양산부산대병원 측은 “두개골 골절 등이 관찰됐으며 두부의 외상이 직접 사망원인으로 판단되고 늑골골절, 척추골절 등 다발성 골절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인이 실족사라는 말도 나왔지만 경찰은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살설이 불거진 건 노 전 대통령의 경호관이 진술을 번복하면서부터다. 이모 경호관은 1차 경찰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기 전까지 부엉이바위에서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2차 조사에선 “정토원에 갔다 와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로 진술을 번복했고, 3차 조사에서 “부엉이바위 인근 등산객을 산 아래로 보낸 뒤 와보니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고 또 다시 말을 바꿨다.

당시 이운우 경남경찰청장은 서거일로부터 닷새가 지난 5월27일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할 때 경호관이 주변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호관의 진술 번복은 수많은 의혹을 낳았다. 진술 번복으로 당시 상황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경호관의 진술 번복 이유를 둘러싼 억측도 쏟아져 나왔다. 이씨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뿐만 아니라 책임 추궁, 문책 등이 두려워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청와대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자타공인 최고의 경호관으로 평가받았다. 그런 베테랑 경호관이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경호수칙 ‘경호 대상을 시야에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를 지키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았다. 이씨가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불거진 경찰의 허술한 초기 수사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노 전 대통령 투신 이후 이씨가 진행한 응급처치도 의혹을 확산시키는 데 기름을 부었다. 이씨는 사고 현장에서 노 전 대통령을 업고 공터로 내려와 인공호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노 전 대통령을 업고 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추락 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똑바로 눕혀 숨을 쉴 수 있도록 기도를 확보한 뒤 머리를 잡고 인공호흡을 하는 게 기본”이라며 “무리하게 업고 뛰면 부러진 뼈가 내장을 찌르는 등 심각한 부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호흡 조치 이후에는 119센터에 연락해 기다리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도 이씨의 대응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당일 119응급차가 아닌 승용차로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불과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진영119센터가 있었다.

진영119센터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신고가 들어온 게 없다”며 “온몸에 골절상을 입은 위급환자를 119응급차가 아닌 승용차로 옮겼다는 게 의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자살로 위장한 타살설, 당시 대통령이었던 MB 기획설 등 수많은 음모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빠르게 확산되자 노 전 대통령 측은 “의혹의 여지가 없다”며 타살설을 일축했다.

당시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여러가지 의혹들이 제기되는데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하신 것에 대해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천 전 수석은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경호관 이씨의 최초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경호관 진술 번복
“유서도 이상하다”

노 전 대통령 측의 단호한 대응으로 뜬소문 정도로 사그라졌던 타살설은 최근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박 대통령 5촌조카 살인사건’이 방송을 타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사건은 2011년 9월 박 대통령의 5촌인 박용철씨가 북한산 등산로서 흉기에 피살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을 말한다. 경찰은 박씨가 박 대통령의 또 다른 5촌인 박용수씨에게 살해됐고, 피의자 박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박용수씨의 유서를 주요 증거로 내세웠다.


누리꾼들이 박용수씨의 유서와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타살설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 모두 유서의 필적 감정이 되지 않았다는 점과 ‘화장’을 언급한 부분이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컴퓨터로 유서를 작성해 필적 감정 자체가 불가능했고 박씨의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서는 유서에 나온 필적이 그의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내용에 있어서도 두 사람은 모두 화장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리워서…

노 전 대통령은 유서를 통해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라고 언급했다. 박씨의 유서에는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주세요. 절대 땅에 묻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와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씨의 유서에 대해 “죽은 다음에 내 시신이 어떻게 되는지를 걱정할 만한 그렇게 낙관적인 자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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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