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연대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1:16:50
  • 호수 1096호
  • 댓글 0개

보수-진보 대통합 이뤄지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회의 탄핵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연대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양당의 연대 가능성과 연대의 형태, 연대 이후의 야권 정치 지형을 분석해 봤다.

오는 24일 창당을 목표로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바른정당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서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바른정당은 이날, 앞으로의 지향점과 가치를 담은 정강·정책 가안을 공표했다.

앞서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28일 “보수신당은 안보는 보수, 민생은 개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주목할 부분은 “친박·친문만 아니면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여권과 야권을 아우르는 '빅텐트론'을 언급했다.

서로 러브콜
친밀감 과시

현재 바른정당서 거론되는 대선주자는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정치권에선 바른정당이 소규모로 시작됐지만 ‘폐족’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비교해 세 확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외연확장의 숙제를 안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영남의 일부도 같이 도와야 한다”며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도 양극단을 제외하고는 함께 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처음에 하셨다”면서 “가칭 신당의 이름이 보수이기 때문에 정체성에선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호남 지역서 비박(비 박근혜) 신당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며 성급한 연대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주 원내대표가 바른정당(당시 개혁보수신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적 보수기 때문에 정강·정책이 만들어지면 어떨지 몰라도 우리당과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단지 흠이 있다면 과거 새누리당서 박근혜정권과 4년을 함께 한,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을 졌다는 데 분명히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국정의 한 축을 이뤘던 정부 여당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피해갈 생각이 없다”면서 “다만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의 횡포에 맞서 말리고 비판하고 했지만, 숫자적으로 적어서 안 된 것은 국민께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말했다.

서로연일 러브콜…박지원-김무성 힘겨루기?
바른정당과 연대…안 ‘NO’ 지도부 ‘YES’

이처럼 물밑에서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연대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일 양당 간 ‘연대설’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요즘 일각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과 연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호남 민심과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믿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연대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 연대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대선 과정서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함께 힘을 모아서 제3기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호남 민심이 요구하는 게 그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공조를 바라는 모양새지만 국민의당은 더민주와의 연대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안 전 대표가 대선 완주를 천명한 만큼 더민주와의 연대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흐름대로 대선 국면이 펼쳐질 경우 다자구도의 대선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각 당에서 거론되는 유력 대선주자를 살펴보면 더민주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외곽의 반기문 유엔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있다. 문재인, 반기문 양강구도를 사이에 두고 다른 잠룡들이 쫓아가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탄핵 정국의 호재에 힘입어 지지율 40%를 넘겼고, 호남서도 국민의당을 누르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기 대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반전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면 문 전 대표의 낙승도 점쳐볼만하다.

강한 ‘경선’
강한 ‘주자’

그렇다면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이 연대를 통해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시너지 효과를 들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탄핵정국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떨어졌다. 아울러 본인이 지지했던 김성식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서 떨어지고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주승용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리더십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안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시기 호남 의원들 사이서 그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는 했지만 당의 중심축이 호남으로 간 적은 없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당 내부 정치와 지지율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형국이다. 아울러 연대를 두고 호남지역 의원들과 안 전 대표의 입장은 엇갈린다.

호남 의원들은 바른정당을 비롯한 다각도의 연대를 주장하지만 안 전 대표는 무분별한 연대는 독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믿음이나 그 정당 내 대선후보에 대한 믿음 없이 계속 외부만 두리번거리는 정당에 국민들이 믿음을 주지는 않는다”며 “지금 새누리당이 갈라지긴 했지만 친박도 비박도 어느 쪽도 다음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고, 더 나아가면 대통령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반 전 총장 및 비박과의 연대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연대를 통해야만 유력 대권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기류가 강하다. 현재 국민의당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안 전 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 두 명이다.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도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더민주 잠룡들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더민주는 문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잠룡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강한 경선을 통해 강한 대선주자를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강한 경선을 통한 강한 대선은 모든 당의 숙제이자 대선승리를 위한 필수요소로 꼽힌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바른정당과 연대한다면 보수와 진보진영을 아우르는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두 연대를 통해 거론되는 대선주자로는 안 전 대표, 천 전 대표, 손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 모두 경선에 참여해 강한 경선을 치르고 최종 선택된 대선주자를 지원해준다면 강한 대선주자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반기문 변수
문 때리기

양당이 연대를 통해 수권정당이 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연대카드가 상수라는 것은 정치권의 평가다. 다만 연대 과정서 변수가 있다. 비슷한 규모의 두 정당이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양당의 대표적인 킹메이커인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간에 힘겨루기도 예상된다. 경선 룰도 양당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이다. 보수신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분당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선주자를 배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두 당이 합쳐질 경우 가장 높은 지지율을 차지하고 있는 안 전 대표가 경선 과정서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바른정당에 좋은 일만 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변수는 반 전 총장이다. 지난 5일 국민의당 주 원내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정체성 검증을 통해 적 보수로 판명이 날 경우 영입해 안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이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과 손 전 대표 등이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을 치르면 지지율이 올라 국민의당이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 참여할 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았기 때문에 바른정당에 합류하는 그림도 그려진다.

바른정당 주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반 전 총장이 자당과 함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새누리당과는 정치를 같이할 수 없을 테고, 더민주나 국민의당에는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이미 있다”며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모여서 해야 하니, 바른정당과 함께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양당 연대 얻는 효과는?
반기문은 어디로 가나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합류시 경선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옹립·추대론’과는 선을 그었다. 여기서 반 전 총장이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세 가지 정도로 꼽힌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독자 신당 중 한 곳이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연대 그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 전 총장이 거취를 정하지 않은 상태서 양당이 연대를 진행한다면 반 전 총장도 연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독자 신당 형태로는 국회 내 지지세력이 부족한 반 전 총장이 대선 국면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당이 연대를 하게 된다면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까. 우선 문 전 대표를 강하게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서 ‘개헌 문건’ 파동이 일자 양당은 한 목소리로 문 전 대표를 질타했다. 문 전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상정해 놓은 행보라며 비난의 화살을 친문(친 문재인)계와 문 전 대표에게 쐈다.

추미애 대표는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문 전 대표에게 돌렸다.

국민의당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의총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무책임과 패권주의 또한 청산해야 한다”며 “유신 잔존세력의 적폐뿐 아니라 문 전 민정수석·비서실장,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대변되는 패권주의와 무책임한 집단 역시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주 원내대표도 “노 전 대통령 사망으로 끝난 비극적 사건을 막지 못한 책임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역임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면서 “친 세력은 자칭 ‘폐족 집단’이 돼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다시 스멀스멀 나와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주 원내대표도 문 전 대표 책임론에 동참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지금 야당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된 원인의 제공자이고 분당의 책임자”라며 “제가 민주당의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친문 패권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이 패권주의는 정치서 배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당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를 공격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만약 양당이 본격적으로 연대를 한다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문 전 대표에 대한 비난 어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난 호남민심
정체성 딜레마

한 정치평론가는 “현재 호남 중진의원 중심 지도부들은 비박계나 반 전 총장에도 연대를 시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호남 민심과 충돌한다. 국민의당이 자신의 힘을 키우는 것보다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키우려는 시도는 오히려 지지율을 하락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며 “연대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오히려 정체성을 가지고 독자노선을 가질 때 지지율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전당대회 관전포인트

오는 15일 국민의당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연다.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에는 손금주 의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황주홍 의원, 김영환 전 의원, 문병호 전 의원 등 모두 5명이 출마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독주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당초 전북의 맹주 정동영 의원이 출마함에 따라 박지원-정동영 양자대결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 의원이 불출마를 경선하면서 중심추가 박 전 원내대표에게로 간 모양새다.

오는 15일 당대표 경선…5명 출마 선언
박 독주 분위기…나머지 자동 최고위원

박 전 원내대표를 제외한 이들이 각각 재선과 원외 인사라는 점에서 다선에 최근까지 당을 지휘했던 박 전 원내대표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단 후보들은 반 박지원 전선을 구축해 박 전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황주홍 의원은 “이제 헌 정치를 국민의당서 퇴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환 전 의원은 “국민의당은 어느새 팀플레이가 아닌 단독 드리블 정치로 회귀해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고 말해 박 전 원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당대표 경선에서는 최다득표자가 당대표가 되고, 차순위 투표자들은 2위부터 5위까지 최고위원을 역임하게 된다. 전체 당대표 경선 출마자가 5명에 불과해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자동적으로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