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검수사 시나리오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09 10:31:05
  • 호수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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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모로 잡아두고 최순실 입 연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유라씨가 잡혔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지 3달 만이다. 그 동안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도피생활을 했다. 정씨가 덴마크 고등법원에 낸 항소가 기각되면서 특검 소환이 임박했다. 최순실씨의 대통령 뇌물죄를 실토하는 데 핵심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덴마크서 체포된 정씨의 불구속 수사 요구에 대해 “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덴마크 법원으로부터 정유라에 대한 긴급 인도구속 결정을 받았고 앞으로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거쳐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지서 체포
모든 혐의 부정

이어 “이미 정유라가 지명수배된 상태이기 때문에 송환되면 즉각 체포 영장을 집행할 것”이라며 “체포 영장을 집행하면 48시간 동안 (구금 상태로)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정씨가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덴마크 법원도 굳이 결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10일쯤 여권이 무효화되기 때문에 (정유라씨가) 생각보다 빨리 송환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씨가 덴마크 법원이 오는 30일까지 구금 결정을 내린 데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송환이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그보다는 ‘조기 송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법이 규정한 범죄인 인도 청구 제도를 이용, 정씨의 강제 송환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서 조만간 송환…특검팀 준비 박차
대통령 뇌물죄 실토하는데 핵심카드 활용

정씨의 혐의는 대략 부정입학·제3자뇌물·자금세탁 등이다. 그는 현지 법원서 진행된 청문절차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어머니 최순실씨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정씨는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어머니 최씨가 ‘일부 문서’를 보여줘 이에 서명을 했을 뿐이라고 진술, 자신에 대해 적용될 모든 혐의를 최씨에게 미루고 있다.
 

정씨는 현재 이화여대 입시와 학사 관련 의혹 등 업무방해 혐의,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삼성그룹·최순실씨 간의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대가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또 독일에 설립된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를 통해 최씨의 자금세탁을 조력하거나 방조했다는 의혹, 범죄자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 등 최씨의 각종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삼성의 대가성 지원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삼성이 스폰서로 말을 대는 것일 뿐이고 나는 말을 탈 뿐’이라는 말과 함께 관련 서류에 사인만 했을 뿐 아는 게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아울러 자신은 삼성이 지원한 선수 6명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과 관련, 이화여대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나 최경희 전 총장을 단 한번 만났다고 밝혀 자신이 관여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법조계에선 정씨가 혜택을 본 장본인이라고 하더라도 각종 범행이 이루어질 당시 그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을 앞세워 혐의를 어머니에게 계속 미룬다면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알아서 시인하나
물증·정황 확보

그런데도 특검이 갓 스무살을 넘긴 정씨를 압박하는 이유는 뭘까.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정씨는 최씨를 압박할 중요한 카드”라며 “현재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정씨를 구속시키거나 조사하면서 최씨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구치소 수감동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비공개 청문회에서 최씨는 딸 정씨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복수의 여야 특위 위원이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첫 질문으로 최씨에게 “딸이 더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 누구 때문에 더 걱정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최씨는 ‘딸’이라고 언급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손 의원은 “증인(최순실씨)이 많이 의지하고 살았던 정유라와 박근혜 대통령 두 사람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딸이죠”라고 답하며 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청문회서 최씨는 대부분 혐의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딸에 대해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런 딸이 붙잡힌 마당에 최씨의 심경변화는 당연할 것. 특검은 최씨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닫았지만, 앞으로는 대통령보다는 딸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검이 정씨를 강하게 압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특검 수사는 현재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압수수색한 곳만 봐도 다채롭다. 삼성·국민연금본부·문화체육관광부·이화여대·문형표 전 국민연금이사장 자택·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김영재 성형외과 원장·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자택·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자택 등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지난 3일에는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들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와 남부구치소를 동시에 압수수색하기까지 했다.


특검팀은 김종 전 차관 등을 조사하는 과정서 세 사람이 입을 맞추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은 차씨 등이 가지고 있던 메모지와 수첩 등을 압수했다.

최순실씨에게
딸 소식 전해

특검이 이처럼 수 많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바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위한 것.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대통령 골인(뇌물죄 혐의)은 무조건 하려고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을 기소하지 못하면 실패한 특검”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특검서 압수수색한 곳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의 뇌물죄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수사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특검이 진행한 압수수색들을 보면 대부분 대통령 뇌물죄 혐의를 입증해 나가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피의자로 전환된 관계자들에게 유의미한 증언도 확보한 상태다.

특검서 가장 먼저 구속 한 문 전 이사장은 ‘삼성 합병 찬성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다. 장시호씨 역시 지난달 29일, 공판준비기일서 삼성으로부터 약 16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물증과 정황은 충분히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당사자들의 진술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딸 풀어주는 조건 빅딜?
급격한 심경 변화 노려

특검은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자금창구로 지목된 삼성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 임원진 수사는 아직 계획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특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와 직접 공모했다는 결정적인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재벌 총수들과 독대하는 자리서 ‘비선 실세’ 최씨의 회사소개서를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현재 삼성의 승마 지원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대가로 보고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최근 해명과 달리 최씨와 직접 공모를 했다는 결정적 정황이 확인됨에 따라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독대를 마친 뒤 최씨의 직·간접적인 회사들과 정유라 등을 도와달라며 수주를 위해 작성된 회사소개서인 ‘지명원’을 직접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자리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배석을 했으며, 그 역시도 박 대통령이 지명원을 총수들에게 건넨 사실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원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광고회사인 더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K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최순실과 절대 공모하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었다.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수사는 의혹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 조사하기에 앞서 청와대 압수수색 성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유라 입도
여럿 잡는다

앞서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비서실·경호실 등이 승인하지 않아 자료를 임의제출받는 데 그쳤다. 특검은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누차 확인하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장소의 특성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 이를 현실화할지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뇌물죄’ 박근혜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첫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순실 게이트 전반을 부인했다. 현재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당한 상태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언론을 상대로 직접 여론전에 나선 양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1시30분 무렵부터 40여분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간담회 일정은 행사시작 30분 전에 급작스럽게 공지됐다. 박 대통령의 대외접촉은 지난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이후 23일만이다.

지난해 11월29일 3차 대국민담화 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이번 (최순실)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던 박 대통령은, 해를 넘겨 이날에야 기자들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우선 “보도라든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돼 종잡을 수가 없다”며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왜곡된 것이 또 오보를 재생산하까 마음이 답답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정상적으로 이 참사, 사건이 터졌다는 보고를 받으면서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며 “그날은 마침 (대외) 일정이 없어서 구조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날 갑자기 ‘밀회를 했다’는 식으로 나가니까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한다. (헌재 심판에서) 이번만큼은 허위가 완전히 거둬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용시술 의혹은 “상식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고, 당일 ‘보안손님’ 존재 여부에는 “그날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가 있겠느냐”고, 관저에서 본관으로 이동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것보다) 현장이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건 아주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을 놓고 뇌물죄 의혹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검찰이) 엮은 것”이라며 “그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 아예 없었다. (헤지펀드 공격에)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국민연금에) 지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에는 “(최순실이) 지인은 지인이지만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있고, 또 판단도 있다.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 가지고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한편 특검의 출석 요구 등에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면서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격적으로 실시된 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대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탄핵심판 피소추자, 형사피의자라는 자신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고 나선 셈이다. <창>

 

<기사 속 기사> 정유라룩 뭐길래…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 현지 체포 당시 입고 있던 패딩에 이어 이용한 차량까지 대중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2일 정씨가 덴마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각 포털사이트에는 ‘정유라 패딩’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특히 정씨 일행이 폭스바겐 차량을 타고다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정씨 일행이 타고 다닌 차량은 멀티밴 ‘T6’으로 알려졌다. 정유라 패딩에 이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차량 T6은 폭스바겐의 6세대 승합차다. T 시리즈 중 가장 최신형 모델이며 해외에서는 골프만큼이나 많은 인기를 누리며 11년 동안 200만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집계된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박스형 스타일과 더불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것이 이 차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정유라 패딩에 이어 차량까지 화제가 되면서 새삼 ‘블레임 룩’현상에도 이목이 쏠린다. 블레임 룩 현상은 사회적으로 파문이나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 등이 관심을 받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비난이라는 뜻을 가진 블레임(Blame)과 옷차림, 룩(Look)을 합한 신조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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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