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2017 대어급 M&A 리스트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M&A시장은 예년보다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들은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시점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 대선 등 정치현안이 산적한 올해는 M&A시장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어급 M&A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M&A 전문매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국내 M&A 거래 규모는 322억달러(247건)로 758억달러(256건)에 달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5% 축소됐다. 그러나 냉랭한 M&A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유달리 관심을 끄는 M&A 매물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어떤 ‘잭팟’을 터뜨릴 지 가늠하는 건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쏟아지는
거대 기업들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오는 12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거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추려진 상태.

▲더블스타(이하 중국)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오토모빌 일렉트로메커니컬(SAAE) ▲링룽타이어 ▲아폴로타이어(인도) 등 5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됐다. 관건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되면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조건대로 금호타이어를 되살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 매출 5810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한 국내 2위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는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삭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지분 62%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38% 등 대성산업가스의 지분 100%다. 매각 대금은 1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일 열린 예비입찰에는 당초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10곳 가운데 대다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계 산업용 가스업체와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SK, 효성 등이 유력 꼽힌다.

새 주인 기다리는 대형 매물들
관심 끄는 업종들 곳곳에 포진

코웨이의 새 주인 찾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코웨이를 환경가전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왔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유력 인수 후보인 CJ그룹이 발을 빼면서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코웨이의 기대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이다. 매각 작업이 재개되더라도 3조원대 금액을 제시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2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현대시멘트는 2월 중으로 본입찰을 진행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한라시멘트 ▲한앤컴퍼니 ▲현대성우홀딩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다.

매각대상은 채권단 보유 지분 84.56%(1417만986주), 예상 매각금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매각금액을 놓고 인수 후보자들과 이견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 난제가 많지만 시멘트·레미콘 산업의 업황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까닭에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속한 투자회수(Exit)를 위해 경영권 매각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쟁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했지만 인수후보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IPO를 추진하면서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경영권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할리스커피도 새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지난해 10월, 본입찰 후 특정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중국과 대만계 SI 2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마땅한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에 대한 매각가로 20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IMM PE는 매각에 앞서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업사이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눈에 안 보이는
물밑경쟁 팽팽

업종별로 살펴보면 케이블·증권·제지·물류 등에서 활발한 M&A 추진이 예상된다. 특히 케이블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 CJ헬로비전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상반기 M&A 시장의 핵심 매물로 손꼽힌다. 주요 인수 후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다. 이들 간의 거래가 내년 중 성사되면 수조원대 M&A가 이뤄지게 된다.  

방송·통신사업 재편을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인수 합병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기존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 케이블, IPTV 관련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서로 지분을 33%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지분율 33% 규제 폐지는 유료 방송 간 M&A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뒤로 밀렸지만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매각 작업도 활발히 이어질 예정이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조선업 불황에 부딪힌 현대중공업그룹이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매각을 목표로 삼았으나 영업점 축소 및 임원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노사가 충돌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SK증권 매각 문제는 지난 2015년 8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SK와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제기됐다. 독점거래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8조 2항은 금융지주가 아닌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SK는 유예 기간인 올해 8월 안에 지분 10%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가 회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매물로 내놨으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팽팽한 눈치싸움…누가 승리?
최순실 및 사드…악재로 작용

모나리자와 쌍용C&B는 제지업계 M&A시장의 최대 화두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패키지딜을 진행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모건스탠리PE(MSPE)다. 업계에선 모건스탠리PE가 두 회사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의 150% 수준을 매각금액으로 책정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3년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약 2000억원. 모나리자와 쌍용C&B를 합치면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에 이어 위생용지 시장 3위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글로벌 제지업체 APP는 2010년에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한 굴지의 제지기업이다.

중고 매물들
이번엔 과연

대형 매물이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계약 체결 건수는 현격히 떨어질 거란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정치 이슈가 국내 M&A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비선 실세들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거래에선 주요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과 CJ, SK, 롯데 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M&A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으로 중국서 반한류 기류가 형성된 것도 M&A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국내 M&A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드 영향 등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골치 아픈 정치
경제 집어삼키나

게다가 올해 국내 M&A 시장서 주목받은 매물 거의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지분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중고 매물이다. 매각 측과 인수 후보 간 시장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 완료 단계서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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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