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2017 대어급 M&A 리스트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M&A시장은 예년보다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들은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시점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 대선 등 정치현안이 산적한 올해는 M&A시장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어급 M&A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M&A 전문매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국내 M&A 거래 규모는 322억달러(247건)로 758억달러(256건)에 달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5% 축소됐다. 그러나 냉랭한 M&A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유달리 관심을 끄는 M&A 매물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어떤 ‘잭팟’을 터뜨릴 지 가늠하는 건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쏟아지는
거대 기업들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오는 12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거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추려진 상태.

▲더블스타(이하 중국)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오토모빌 일렉트로메커니컬(SAAE) ▲링룽타이어 ▲아폴로타이어(인도) 등 5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됐다. 관건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되면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조건대로 금호타이어를 되살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 매출 5810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한 국내 2위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는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삭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지분 62%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38% 등 대성산업가스의 지분 100%다. 매각 대금은 1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일 열린 예비입찰에는 당초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10곳 가운데 대다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계 산업용 가스업체와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SK, 효성 등이 유력 꼽힌다.

새 주인 기다리는 대형 매물들
관심 끄는 업종들 곳곳에 포진

코웨이의 새 주인 찾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코웨이를 환경가전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왔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유력 인수 후보인 CJ그룹이 발을 빼면서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코웨이의 기대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이다. 매각 작업이 재개되더라도 3조원대 금액을 제시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2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현대시멘트는 2월 중으로 본입찰을 진행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한라시멘트 ▲한앤컴퍼니 ▲현대성우홀딩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다.

매각대상은 채권단 보유 지분 84.56%(1417만986주), 예상 매각금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매각금액을 놓고 인수 후보자들과 이견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 난제가 많지만 시멘트·레미콘 산업의 업황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까닭에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속한 투자회수(Exit)를 위해 경영권 매각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쟁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했지만 인수후보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IPO를 추진하면서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경영권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할리스커피도 새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지난해 10월, 본입찰 후 특정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중국과 대만계 SI 2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마땅한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에 대한 매각가로 20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IMM PE는 매각에 앞서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업사이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눈에 안 보이는
물밑경쟁 팽팽

업종별로 살펴보면 케이블·증권·제지·물류 등에서 활발한 M&A 추진이 예상된다. 특히 케이블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 CJ헬로비전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상반기 M&A 시장의 핵심 매물로 손꼽힌다. 주요 인수 후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다. 이들 간의 거래가 내년 중 성사되면 수조원대 M&A가 이뤄지게 된다.  

방송·통신사업 재편을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인수 합병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기존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 케이블, IPTV 관련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서로 지분을 33%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지분율 33% 규제 폐지는 유료 방송 간 M&A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뒤로 밀렸지만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매각 작업도 활발히 이어질 예정이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조선업 불황에 부딪힌 현대중공업그룹이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매각을 목표로 삼았으나 영업점 축소 및 임원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노사가 충돌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SK증권 매각 문제는 지난 2015년 8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SK와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제기됐다. 독점거래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8조 2항은 금융지주가 아닌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SK는 유예 기간인 올해 8월 안에 지분 10%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가 회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매물로 내놨으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팽팽한 눈치싸움…누가 승리?
최순실 및 사드…악재로 작용

모나리자와 쌍용C&B는 제지업계 M&A시장의 최대 화두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패키지딜을 진행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모건스탠리PE(MSPE)다. 업계에선 모건스탠리PE가 두 회사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의 150% 수준을 매각금액으로 책정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3년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약 2000억원. 모나리자와 쌍용C&B를 합치면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에 이어 위생용지 시장 3위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글로벌 제지업체 APP는 2010년에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한 굴지의 제지기업이다.


중고 매물들
이번엔 과연

대형 매물이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계약 체결 건수는 현격히 떨어질 거란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정치 이슈가 국내 M&A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비선 실세들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거래에선 주요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과 CJ, SK, 롯데 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M&A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으로 중국서 반한류 기류가 형성된 것도 M&A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국내 M&A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드 영향 등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골치 아픈 정치
경제 집어삼키나


게다가 올해 국내 M&A 시장서 주목받은 매물 거의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지분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중고 매물이다. 매각 측과 인수 후보 간 시장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 완료 단계서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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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