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2017 대어급 M&A 리스트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M&A시장은 예년보다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들은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시점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 대선 등 정치현안이 산적한 올해는 M&A시장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어급 M&A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M&A 전문매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국내 M&A 거래 규모는 322억달러(247건)로 758억달러(256건)에 달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5% 축소됐다. 그러나 냉랭한 M&A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유달리 관심을 끄는 M&A 매물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어떤 ‘잭팟’을 터뜨릴 지 가늠하는 건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쏟아지는
거대 기업들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오는 12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거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추려진 상태.

▲더블스타(이하 중국)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오토모빌 일렉트로메커니컬(SAAE) ▲링룽타이어 ▲아폴로타이어(인도) 등 5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됐다. 관건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되면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조건대로 금호타이어를 되살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 매출 5810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한 국내 2위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는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삭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지분 62%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38% 등 대성산업가스의 지분 100%다. 매각 대금은 1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일 열린 예비입찰에는 당초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10곳 가운데 대다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계 산업용 가스업체와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SK, 효성 등이 유력 꼽힌다.

새 주인 기다리는 대형 매물들
관심 끄는 업종들 곳곳에 포진

코웨이의 새 주인 찾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코웨이를 환경가전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왔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유력 인수 후보인 CJ그룹이 발을 빼면서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코웨이의 기대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이다. 매각 작업이 재개되더라도 3조원대 금액을 제시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2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현대시멘트는 2월 중으로 본입찰을 진행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한라시멘트 ▲한앤컴퍼니 ▲현대성우홀딩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다.

매각대상은 채권단 보유 지분 84.56%(1417만986주), 예상 매각금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매각금액을 놓고 인수 후보자들과 이견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 난제가 많지만 시멘트·레미콘 산업의 업황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까닭에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속한 투자회수(Exit)를 위해 경영권 매각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쟁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했지만 인수후보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IPO를 추진하면서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경영권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할리스커피도 새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지난해 10월, 본입찰 후 특정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중국과 대만계 SI 2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마땅한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에 대한 매각가로 20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IMM PE는 매각에 앞서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업사이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눈에 안 보이는
물밑경쟁 팽팽

업종별로 살펴보면 케이블·증권·제지·물류 등에서 활발한 M&A 추진이 예상된다. 특히 케이블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 CJ헬로비전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상반기 M&A 시장의 핵심 매물로 손꼽힌다. 주요 인수 후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다. 이들 간의 거래가 내년 중 성사되면 수조원대 M&A가 이뤄지게 된다.  

방송·통신사업 재편을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인수 합병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기존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 케이블, IPTV 관련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서로 지분을 33%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지분율 33% 규제 폐지는 유료 방송 간 M&A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뒤로 밀렸지만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매각 작업도 활발히 이어질 예정이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조선업 불황에 부딪힌 현대중공업그룹이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매각을 목표로 삼았으나 영업점 축소 및 임원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노사가 충돌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SK증권 매각 문제는 지난 2015년 8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SK와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제기됐다. 독점거래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8조 2항은 금융지주가 아닌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SK는 유예 기간인 올해 8월 안에 지분 10%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가 회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매물로 내놨으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팽팽한 눈치싸움…누가 승리?
최순실 및 사드…악재로 작용

모나리자와 쌍용C&B는 제지업계 M&A시장의 최대 화두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패키지딜을 진행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모건스탠리PE(MSPE)다. 업계에선 모건스탠리PE가 두 회사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의 150% 수준을 매각금액으로 책정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3년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약 2000억원. 모나리자와 쌍용C&B를 합치면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에 이어 위생용지 시장 3위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글로벌 제지업체 APP는 2010년에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한 굴지의 제지기업이다.


중고 매물들
이번엔 과연

대형 매물이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계약 체결 건수는 현격히 떨어질 거란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정치 이슈가 국내 M&A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비선 실세들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거래에선 주요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과 CJ, SK, 롯데 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M&A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으로 중국서 반한류 기류가 형성된 것도 M&A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국내 M&A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드 영향 등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골치 아픈 정치
경제 집어삼키나


게다가 올해 국내 M&A 시장서 주목받은 매물 거의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지분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중고 매물이다. 매각 측과 인수 후보 간 시장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 완료 단계서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