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 2017 대어급 M&A 리스트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질질∼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올해 M&A시장은 예년보다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대기업들은 정치 이슈가 부각되는 시점에선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 대선 등 정치현안이 산적한 올해는 M&A시장에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어급 M&A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경쟁은 한층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M&A 전문매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2016년 1∼3분기 국내 M&A 거래 규모는 322억달러(247건)로 758억달러(256건)에 달했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57.5% 축소됐다. 그러나 냉랭한 M&A시장 분위기와 상관없이 유달리 관심을 끄는 M&A 매물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들이 어떤 ‘잭팟’을 터뜨릴 지 가늠하는 건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쏟아지는
거대 기업들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오는 12일 매각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초 실시된 예비입찰에는 해외 전략적투자자(SI)들이 대거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이들을 대상으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가 추려진 상태.

▲더블스타(이하 중국) ▲지프로 ▲상하이 에어로스페이스 오토모빌 일렉트로메커니컬(SAAE) ▲링룽타이어 ▲아폴로타이어(인도) 등 5곳이 숏리스트로 선정됐다. 관건은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게 되면 박 회장은 한 달 안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조건대로 금호타이어를 되살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에 매출 5810억원, 영업이익 538억원을 기록한 국내 2위 산업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대성산업가스는 이달 말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대상은 골드만삭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지분 62%와 대성합동지주가 보유한 38% 등 대성산업가스의 지분 100%다. 매각 대금은 1조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일 열린 예비입찰에는 당초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10곳 가운데 대다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외국계 산업용 가스업체와 재무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SK, 효성 등이 유력 꼽힌다.

새 주인 기다리는 대형 매물들
관심 끄는 업종들 곳곳에 포진

코웨이의 새 주인 찾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 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코웨이를 환경가전기업으로 탈바꿈시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해외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왔지만 매각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코웨이 매각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유력 인수 후보인 CJ그룹이 발을 빼면서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었다. 코웨이의 기대 매각가는 3조원 수준이다. 매각 작업이 재개되더라도 3조원대 금액을 제시할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다는 게 문제다.

지난달 12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현대시멘트는 2월 중으로 본입찰을 진행한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한라시멘트 ▲한앤컴퍼니 ▲현대성우홀딩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다수의 투자자들이 인수의향을 밝힌 상태다.

매각대상은 채권단 보유 지분 84.56%(1417만986주), 예상 매각금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매각금액을 놓고 인수 후보자들과 이견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 난제가 많지만 시멘트·레미콘 산업의 업황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인 까닭에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ING생명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속한 투자회수(Exit)를 위해 경영권 매각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꺼내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군을 대상으로 경쟁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했지만 인수후보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는 IPO를 추진하면서 적당한 원매자가 나타난다면 경영권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할리스커피도 새주인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지난해 10월, 본입찰 후 특정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중국과 대만계 SI 2곳과 협상을 벌였지만 마땅한 후보를 선택하지 못했다. IMM PE는 할리스커피에 대한 매각가로 2000억원대를 기대하고 있다. IMM PE는 매각에 앞서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적인 업사이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눈에 안 보이는
물밑경쟁 팽팽

업종별로 살펴보면 케이블·증권·제지·물류 등에서 활발한 M&A 추진이 예상된다. 특히 케이블방송사업자인 딜라이브, CJ헬로비전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상반기 M&A 시장의 핵심 매물로 손꼽힌다. 주요 인수 후보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다. 이들 간의 거래가 내년 중 성사되면 수조원대 M&A가 이뤄지게 된다.  

방송·통신사업 재편을 위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면 인수 합병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는 통합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기존 방송법에 규정된 지상파, 케이블, IPTV 관련 규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현재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는 서로 지분을 33%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 지분율 33% 규제 폐지는 유료 방송 간 M&A를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뒤로 밀렸지만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매각 작업도 활발히 이어질 예정이다. 매물로 나온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조선업 불황에 부딪힌 현대중공업그룹이 매물로 내놨다. 지난해 매각을 목표로 삼았으나 영업점 축소 및 임원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노사가 충돌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SK증권 매각 문제는 지난 2015년 8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SK C&C가 SK와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제기됐다. 독점거래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제8조 2항은 금융지주가 아닌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SK는 유예 기간인 올해 8월 안에 지분 10% 전량을 처분해야 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G&A사모투자전문회사가 회사 지분을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매물로 내놨으나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팽팽한 눈치싸움…누가 승리?
최순실 및 사드…악재로 작용

모나리자와 쌍용C&B는 제지업계 M&A시장의 최대 화두다.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인 엠에스에스홀딩스는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패키지딜을 진행하기 위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엠에스에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모건스탠리PE(MSPE)다. 업계에선 모건스탠리PE가 두 회사를 인수할 때 투자한 금액의 150% 수준을 매각금액으로 책정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PE는 지난 2013년 두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인수금액은 약 2000억원. 모나리자와 쌍용C&B를 합치면 유한킴벌리와 깨끗한나라에 이어 위생용지 시장 3위에 이른다. 특히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가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글로벌 제지업체 APP는 2010년에 매출액 5조원을 돌파한 굴지의 제지기업이다.


중고 매물들
이번엔 과연

대형 매물이 M&A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계약 체결 건수는 현격히 떨어질 거란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한 정치 이슈가 국내 M&A 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M&A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던 주요 대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줄줄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비선 실세들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막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거래에선 주요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하다”며 “최순실 게이트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삼성과 CJ, SK, 롯데 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M&A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영향으로 중국서 반한류 기류가 형성된 것도 M&A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 자본은 국내 M&A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주체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드 영향 등으로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움츠러든 모습이다. 

골치 아픈 정치
경제 집어삼키나


게다가 올해 국내 M&A 시장서 주목받은 매물 거의 대부분은 지난 몇 년간 지분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지연된 중고 매물이다. 매각 측과 인수 후보 간 시장 가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거래 완료 단계서 틀어지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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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