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암울한 경제’ 희망의 경제 메시지

힘 합쳐 다시 일어섭시다 ‘으쌰으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난해 국내 산업계는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불황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환율악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여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가 더해지기도 했다. 올해 역시 상황 역시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러나 악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몇몇 호재는 올 한해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게끔 만든다.

대한민국의 대외 수출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대외 수출이 2015년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이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은 1957∼1958년 이후 58년 만이다. 세계 10대 수출국 중에서 한국의 수출 감소율은 브렉시트 파장을 겪고 있는 영국(-12.3%)에 이어 두 번째였다.

녹록지 않은
경제 분위기

2017년 역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회복이 불투명하고 ‘트럼프 리스크’는 보호무역주의 악재의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기업들에 대한 특검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국정공백 등 부정적 요인들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각각 2.2% 및 2.3%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59개 업체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7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서도 2.3%라는 전망치가 나왔다. 올해(2.6%)보다 성장이 더 둔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성장률과의 격차도 더 벌어진다는 예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 2.2%로 예상했다가 지난달 18일 2.1%로 다시 낮췄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심리 위축과 고용시장 악화 등 경기적 요인과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주거비 부담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1.5% 상승해 당초 전망(1.4%)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올해(0.9%)보다 상승세가 소폭 확대될 전망이지만, 국제 유가의 제한적 상승, 국내 수요 부진 확대, 주택경기 둔화 등으로 상승 폭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동력이
변수 만든다

그러나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한동안 감소추세를 보였던 수출물량은 2017년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예상치를 내놓는 곳들도 제법 눈에 띈다.

한국무역협회는 ‘2016년 수출입 평가 및 2017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수출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51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다 본 2017년 수출 증가율은 연간 3.8%(상반기 5.8%, 하반기 2%)다. 포스코경제연구소와 산업 연구원(KIET)은 각각 3.2%, 2.1%로 증가율을 예측했다.
 

수출 현장서도 2016년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은 전국 250개 수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 2017년 중 제조업 수출이 올해 대비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사대상 기업의 67.9%가 2017년 수출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수출 회복을 견인할 요인 중 하나는 수출 단가의 상승이다. 수출처의 물가가 오르면 수출 단가도 상승한다. 수출 회복세가 더뎌졌던 한국으로선 반길 일이다. 미국에선 트럼프의 경기 부양책이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Inflation)’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서도 생산자 물가가 오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수출만이 살길…호재 이용 관건
정부 먼저 내수 살리기 총력전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예상되는 것도 한국 수출 산업에 호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8%, 4.6%로 내다봤다. 올해 예상치 1.6%, 4.2%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2017년 세계 경제의 무게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하면 한국의 수출 회복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름세로 돌아선 국제유가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8년 만에 산유량 감축을 결정했고 덩달아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호재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내놓은 ‘2017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보면 우선 내년엔 신기술에 기반한 제품들의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서 기술경쟁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IT산업군이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정보통신기기는 SSD, 웨어러블 기기, OLED 디스플레이 등이 대표적이다. 3D 낸드플래시,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수출 호조도 예상했다.

고급화, 개인화, 고기능성화로 경쟁력이 높아진 한국산 음식료는 중간 식재료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섬유도 코트, 자켓, 셔츠, 유아복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더욱이 12대 주력산업 중에선 자동차, 조선, 가전을 제외한 모든 분야서 내년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올해 -21.3%나 빠진 정유는 내년엔 올해보다 10.7% 가량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역시 올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석유화학도 내년엔 5.5% 수출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OPEC 감산 합의 효과가 지속될 경우 그동안 위축됐던 중동, CIS(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국가), 중남미 시장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으로 이들 나라의 수요가 살아나면 한국의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물론 건설·플랜트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원

정부 차원의 내수 지원 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거란 기대감도 올해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제5차 경제현안점검회의서 “경기 하방에 대응하기 위해 1분기 내 재정을 조기투입할 예정”이라며 “특히 17조원에 달하는 청년 일자리 예산을 조기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1분기 약 30% 안팎(중앙재정 기준, 올해 경방 준용시)의 재정이 대거 민간에 풀릴 전망이다.

이밖에도 한국전력공사 등 투자여력이 있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신산업 투자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생안전 대책도 나온다. 우선 정부는 노인·청년 등 취약계층이 몰려 있는 1∼2인 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또한 최저임금 미준수 임금체불 등을 막기 위한 근로감독과 파견 강화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저출산 대책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이 육아휴직을 얼마나 실시하고 있는지를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공공기관 평가에 반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정부는 개별여행객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고가 여행상품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부유층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한류비자'를 발급한다. 개별관광객의 여행 편의를 도모하고자 안내판 등을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고 움직이는 관광안내소 등을 만들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동남아 시장 각각에 맞는 마케팅을 펼쳐 관광 시장을 다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 넘어 산’ 올해도 쉽지 않다
내성 키우는 선별작업 필수

물론 무조건적인 장밋빛 전망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정부 정책 기조와 금리인상, 중국의 성장둔화폭 확대 가능성, 지정학적 불안이, 국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와 구조조정 여파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국내 정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경기 악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환율 역시 올해보다 기업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70원 수준으로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절하되겠지만, 유로나 엔, 위안화 등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여 실효환율은 올해보다 2%가량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경제연구소는 글로벌 교역 환경을 둘러싼 대외 리스크가 수출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대외 여건이 불안해지는 등 부정적 요인도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가 한국 주력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전한 불확실
대외리스크

수출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국 등 개도국의 기술 추격, 국가 간 수출 경쟁 심화, 신성장동력 부재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실질 수출 증가율은 2014년 2분기 이후 2015년 4분기를 제외하고 글로벌 교역 증가율을 장기간 밑돌고 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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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