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7년 뜰’ 기대주 열전

붉은 닭의 해 “주인공은 나요 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여전히 나라가 어지럽다. 정치권은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도 각계각층에선 올해를 자신들의 해로 만들기 위해 달음박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7년 도약을 꿈꾸는 기대주들을 살펴봤다.

격동의 2016년이 가고 2017년이 열렸다. 2015년은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시대였다. 그리고 성난 민심이 배(대통령)를 뒤엎는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던 한해였다. 닭의 해, 정유년은 어떤 한해로 기록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인물들이 있다.

[정계]
박주민 의원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라고 불렸다. 박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갑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세월호 유족들은 그의 당선을 위해 운전기사를 자처했고,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췄다. ‘세월호 지겹다’ ‘돈만 바라는 가족들’ 등 세월호 참사와 유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웠을 때였다.

그들은 선거 운동에 방해될까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사무실 청소를 하는 등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움직였다. 이 소식은 박 의원이 당선된 이후 알려졌고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다. 그 때문일까. 세월호 유족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한시도 쉴 새 없이 국회와 거리를 누비고 있다.


최근 박 의원에게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거지갑’. 자료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맨 채 국회에 출석하고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잠든 모습이 영락없는 거지꼴이라 붙여진 별명이다.

국민들은 국회 출석률 100%, 매주 법안 발의, 일이 생길 때마다 거리로 달려 나가는 박 의원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그의 후원금 계좌는 나흘 만에 한도(보통 연간 1억5000만원)를 꽉 채웠다.

사실 그는 대원외고-서울대 법대-사법고시 합격-변호사 등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런 그가 인권변호사라는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더 잘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회의원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법안을 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도전했던 것. 올해도 거리와 국회를 누빌 박 의원의 행보는 정치권이 풍랑에 빠져든 이때 국민들에게 큰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화 김동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전형적인 ‘엄친아’다. 기업 상황이나 경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전무의 프로필이 정리돼 올라올 정도다. 김 전무는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통역장교로 군복무에도 문제가 없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는 소문이다. 최근 기업가 장남의 술집 난동, 재벌가 장녀의 항공기 소동 등 재계 2·3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비교된다.


정치·경제 여전히 혼란
그래도 샛별은 뜨기 마련

경영능력에 붙었던 의문부호도 떨어져 나가고 있다. 김 전무는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 자리에 앉은 지 1년 만이었다. 한화큐셀은 한화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태양광 사업을 관리한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적자였지만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김 전무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3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 등 동생들에 비해 그룹 내 지분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보면 승계 구도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지만 성과나 지분 면에서 김 전무가 가장 앞서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문학]
정세랑 작가

지난해 문단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상반기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불었던 훈풍은 하반기 연달아 터진 성추문에 꽁꽁 얼어붙었다.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는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피해자가 제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가해자들을 제재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썩은 환부를 전체적으로 도려내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피프티피플>은 시기나 내용 면에서 모두 좋은 타이밍에 나왔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피프티피플>은 각박한 세상에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해에도 사회에 분노와 슬픔을 안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연부터 성 소수자 이야기,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등 가까우면서도 먼 주제를 다뤘다. 그녀는 섬세한 문체로 주인공들의 손을 한 사람씩 맞잡아주며 아픔과 고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정 작가는 1984년생의 젊은 작가로 2010년 장르소설 월간지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장편소설 <한 명>을 쓴 김숨 작가의 편집자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문장이 탄탄하고 정갈하다.

정 작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50명 모두가 주인공이길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닮았구나, 내 얘기구나라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포츠]

남자피겨 차준환

지난달 10일, 프랑스서 낭보가 들려왔다. 차준환 선수가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차준환의 수상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2005∼2006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차준환은 프랑스 마르세유서 열린 2016∼2017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80.06점, 예술점수 74.64점, 감점 1점을 합쳐 153.70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서 받은 71.85점를 합해 총점 225.55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메달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열여섯 살인 차준환은 지난해 3월부터 김연아와 일본의 하뉴 유즈루를 키워낸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체력까지 붙으면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서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점프 실수를 했다. 본인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경기를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실수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에도 차준환의 미래는 밝다. 이번 대회는 그의 첫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었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차준환에게 쏠린 기대는 남달랐다.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열다섯의 소년은 남자 피겨의 역사를 쓴 것이다.

차준환은 13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두고 “부상 관리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 (올림픽에) 나가면 좋겠다”며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실수하지 않고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과학]
박문정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7일, 한해 동안 우수한 연구 성과를 달성한 과학기술자를 포상하는 ‘2016년 우수과학자 포상 통합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박문정 포스텍 교수는 ‘2016년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뛰어나고 발전 잠재력이 큰 과학자를 대상으로 한다. 박 교수는 오성진 고등과학원 연구교수, 이성재 고등과학원 교수, 고재원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수상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생체를 모방해 만든 로봇들을 저전압서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개발했다.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붕괴된 건물이나 잔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구조로봇 등은 생체를 모방해 만든 인공근육에 의해 움직인다. 이 인공근육이 빨리 반응하기 위해서는 낮은 전압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액추에이터(작동장치)가 필요하다.

액추에이터는 인공근육 동작을 위한 필수 부품이다. 그 중에서도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적은 중량, 뛰어난 유연성, 높은 기계적 강도 등의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구동전압을 낮추면 작동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 때문에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교수의 연구팀은 이를 개선해 하나의 이온만 움직이는 단일이온전도체를 활용, 수십㎳(1000분의 1초) 이내에 수㎜를 이동할 수 있는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이전에 발표한 연구 성과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다.

[충무로]
배우 이원근

배우 이원근은 지난해 전도연, 올해 김하늘 등 대선배들과 잇따라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과는 tvN 드라마 <굿와이프>서, 김하늘과는 영화 <여교사>에서다. 전도연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굿와이프>에서 이원근은 초보 변호사 역할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여교사>에선 김하늘과 유인영 사이를 오가는 마성의 무용과 학생 재하 역을 맡았다. <여교사>의 김태용 감독은 영화 언론시사회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영악함이 좋았다”며 이원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원근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서 호위무사 운(송재림)의 아역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 같은 곱상한 외모를 가졌지만 거장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신고식을 치르는 등 굵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그물>서 탈북자를 감시하는 국정원 오진우 역을 맡아 이념을 뛰어넘는 휴머니즘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던 김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현지서 <그물>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이원근은 김 감독, 또 다른 주연배우인 류승범과 함께 영화제를 누빈 것으로 전해졌다.

도약 꿈꾸는 유망주들
올 한 해 행보 관심↑

2016년을 자신의 터닝포인트로 꼽는 이원근의 광폭행보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교사>가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으로 비롯, <괴물들> <그대 이름은 장미> 등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올해 개봉하는 <환절기>에선 동성애자 역을 맡아 또 한번 변신을 꾀한다.

[드라마]
배우 김현수

지난달 16일 첫 방송된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솔로몬의 위증>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10대 학생들이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교내재판을 통해 진실을 추적해 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솔로몬의 위증>은 처음 편성될 당시만 해도 조용히 묻힐 드라마로 꼽혔다.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의 <도깨비>와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서 외면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이 무색하게 <솔로몬의 위증>은 첫회 시청률 1.422%, 2회 1.106%, 3회 1.731% 등 제법 선전 중이다. 시청률이 높진 않았지만 대량의 마니아층을 양산한 드라마 <청춘시대>처럼 시청자 유입이 늘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반전에 큰 역할을 한 건 교내재판을 주도하는 고서연 역의 김현수다. 김현수는 지난달 23일 방송된 3회에서 학생주임 선생님과 설전을 벌이며 틀을 깨는 모습으로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4회에선 교내재판을 결심한 이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눈물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현수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서 청각장애 아동 김연두 역을 맡아 아역답지 않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전지현) 아역, 영화 <굿바이 싱글>의 미혼모 등 쉽지 않은 역할을 두루 맡았다.

<굿바이 싱글>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혜수는 김현수를 가리켜 “대배우 자질이 있는 아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전지현, 신세경 등 여배우들의 아역서 화제작의 여주인공으로 올라선 김현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능]
개그맨 김명선

지난해 10월 tvN <예능인력소> 기자간담회서 개그맨 김구라와 전 농구선수 서장훈은 개그맨 김명선을 에이스로 뽑았다. <예능인력소>는 기존 예능인의 끼를 재발굴 하거나 신선한 매력을 지닌 새 인재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간담회서 김구라는 “김명선이라는 후배가 있는데 제2의 이국주”라며 “방송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기 때문에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며 극찬했다. 서장훈 역시 “나도 김명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잘나가는 예능인들의 예상은 방송에서 확인됐다. <예능인력소>에 첫 출연한 김명선은 MVP로 선정됐다. 개그맨 이국주, 가수 토니안, 배우 박소현 등 쟁쟁한 출연진들 사이에서 빛난 활약 덕분이었다. 처음으로 예능에 등장한 김명선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기인 개그맨 정형돈의 얼굴모사부터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패러디까지 시종일관 적극적인 모습은 진행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단단히 각인됐다.

김명선은 “예능이 처음인데 개그맨으로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예능인력소> 출연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명선은 출연 중인 tvN <코미디 빅리그>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코빅>서 다양한 콩트에 등장하며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코빅>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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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