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17년 뜰’ 기대주 열전

붉은 닭의 해 “주인공은 나요 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여전히 나라가 어지럽다. 정치권은 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래도 각계각층에선 올해를 자신들의 해로 만들기 위해 달음박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2017년 도약을 꿈꾸는 기대주들을 살펴봤다.

격동의 2016년이 가고 2017년이 열렸다. 2015년은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의 시대였다. 그리고 성난 민심이 배(대통령)를 뒤엎는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던 한해였다. 닭의 해, 정유년은 어떤 한해로 기록될 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인물들이 있다.

[정계]
박주민 의원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 변호사’라고 불렸다. 박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갑 후보로 출마했을 때 세월호 유족들은 그의 당선을 위해 운전기사를 자처했고,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췄다. ‘세월호 지겹다’ ‘돈만 바라는 가족들’ 등 세월호 참사와 유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웠을 때였다.

그들은 선거 운동에 방해될까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사무실 청소를 하는 등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움직였다. 이 소식은 박 의원이 당선된 이후 알려졌고 사실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다. 그 때문일까. 세월호 유족들의 염원을 등에 업고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한시도 쉴 새 없이 국회와 거리를 누비고 있다.


최근 박 의원에게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바로 ‘거지갑’. 자료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맨 채 국회에 출석하고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잠든 모습이 영락없는 거지꼴이라 붙여진 별명이다.

국민들은 국회 출석률 100%, 매주 법안 발의, 일이 생길 때마다 거리로 달려 나가는 박 의원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다. 그의 후원금 계좌는 나흘 만에 한도(보통 연간 1억5000만원)를 꽉 채웠다.

사실 그는 대원외고-서울대 법대-사법고시 합격-변호사 등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런 그가 인권변호사라는 길을 걷기 시작한 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더 잘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회의원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들을 돕는 것도 좋지만 애초에 법안을 잘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도전했던 것. 올해도 거리와 국회를 누빌 박 의원의 행보는 정치권이 풍랑에 빠져든 이때 국민들에게 큰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화 김동관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전형적인 ‘엄친아’다. 기업 상황이나 경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김 전무의 프로필이 정리돼 올라올 정도다. 김 전무는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통역장교로 군복무에도 문제가 없다. 자기관리도 철저하다는 소문이다. 최근 기업가 장남의 술집 난동, 재벌가 장녀의 항공기 소동 등 재계 2·3세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비교된다.


정치·경제 여전히 혼란
그래도 샛별은 뜨기 마련

경영능력에 붙었던 의문부호도 떨어져 나가고 있다. 김 전무는 2015년 12월 한화큐셀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 자리에 앉은 지 1년 만이었다. 한화큐셀은 한화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태양광 사업을 관리한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적자였지만 2015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다. 김 전무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3남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 등 동생들에 비해 그룹 내 지분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의 나이를 보면 승계 구도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지만 성과나 지분 면에서 김 전무가 가장 앞서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문학]
정세랑 작가

지난해 문단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상반기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불었던 훈풍은 하반기 연달아 터진 성추문에 꽁꽁 얼어붙었다.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는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피해자가 제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가해자들을 제재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썩은 환부를 전체적으로 도려내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면서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발간된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피프티피플>은 시기나 내용 면에서 모두 좋은 타이밍에 나왔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연결된 50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피프티피플>은 각박한 세상에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해에도 사회에 분노와 슬픔을 안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사연부터 성 소수자 이야기,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등 가까우면서도 먼 주제를 다뤘다. 그녀는 섬세한 문체로 주인공들의 손을 한 사람씩 맞잡아주며 아픔과 고통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정 작가는 1984년생의 젊은 작가로 2010년 장르소설 월간지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장편소설 <한 명>을 쓴 김숨 작가의 편집자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문장이 탄탄하고 정갈하다.

정 작가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50명 모두가 주인공이길 바랐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닮았구나, 내 얘기구나라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스포츠]

남자피겨 차준환

지난달 10일, 프랑스서 낭보가 들려왔다. 차준환 선수가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초로 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이다. 차준환의 수상은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2005∼2006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무려 11년 만이다.

차준환은 프랑스 마르세유서 열린 2016∼2017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80.06점, 예술점수 74.64점, 감점 1점을 합쳐 153.70점을 얻었다. 쇼트프로그램서 받은 71.85점를 합해 총점 225.55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번 수상으로 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메달 기대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열여섯 살인 차준환은 지난해 3월부터 김연아와 일본의 하뉴 유즈루를 키워낸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탄탄한 기본기에 체력까지 붙으면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서 쇼트와 프리에서 모두 점프 실수를 했다. 본인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경기를 마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실수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에도 차준환의 미래는 밝다. 이번 대회는 그의 첫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었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차준환에게 쏠린 기대는 남달랐다.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열다섯의 소년은 남자 피겨의 역사를 쓴 것이다.

차준환은 13개월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두고 “부상 관리를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둬 (올림픽에) 나가면 좋겠다”며 “올림픽에 참가한다면 실수하지 않고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과학]
박문정 교수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7일, 한해 동안 우수한 연구 성과를 달성한 과학기술자를 포상하는 ‘2016년 우수과학자 포상 통합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박문정 포스텍 교수는 ‘2016년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자연과학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뛰어나고 발전 잠재력이 큰 과학자를 대상으로 한다. 박 교수는 오성진 고등과학원 연구교수, 이성재 고등과학원 교수, 고재원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수상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생체를 모방해 만든 로봇들을 저전압서 더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개발했다.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붕괴된 건물이나 잔해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구조로봇 등은 생체를 모방해 만든 인공근육에 의해 움직인다. 이 인공근육이 빨리 반응하기 위해서는 낮은 전압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액추에이터(작동장치)가 필요하다.

액추에이터는 인공근육 동작을 위한 필수 부품이다. 그 중에서도 고분자 액추에이터는 적은 중량, 뛰어난 유연성, 높은 기계적 강도 등의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구동전압을 낮추면 작동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 때문에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 교수의 연구팀은 이를 개선해 하나의 이온만 움직이는 단일이온전도체를 활용, 수십㎳(1000분의 1초) 이내에 수㎜를 이동할 수 있는 고분자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이전에 발표한 연구 성과보다 약 100배 빠른 속도다.

[충무로]
배우 이원근

배우 이원근은 지난해 전도연, 올해 김하늘 등 대선배들과 잇따라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과는 tvN 드라마 <굿와이프>서, 김하늘과는 영화 <여교사>에서다. 전도연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굿와이프>에서 이원근은 초보 변호사 역할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오는 4일 개봉하는 <여교사>에선 김하늘과 유인영 사이를 오가는 마성의 무용과 학생 재하 역을 맡았다. <여교사>의 김태용 감독은 영화 언론시사회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영악함이 좋았다”며 이원근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원근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서 호위무사 운(송재림)의 아역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 같은 곱상한 외모를 가졌지만 거장 김기덕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 신고식을 치르는 등 굵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그물>서 탈북자를 감시하는 국정원 오진우 역을 맡아 이념을 뛰어넘는 휴머니즘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에 다녀오기도 했다.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던 김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현지서 <그물>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이원근은 김 감독, 또 다른 주연배우인 류승범과 함께 영화제를 누빈 것으로 전해졌다.

도약 꿈꾸는 유망주들
올 한 해 행보 관심↑

2016년을 자신의 터닝포인트로 꼽는 이원근의 광폭행보는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여교사>가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으로 비롯, <괴물들> <그대 이름은 장미> 등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올해 개봉하는 <환절기>에선 동성애자 역을 맡아 또 한번 변신을 꾀한다.

[드라마]
배우 김현수

지난달 16일 첫 방송된 JTBC 드라마 <솔로몬의 위증>이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솔로몬의 위증>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10대 학생들이 친구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교내재판을 통해 진실을 추적해 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솔로몬의 위증>은 처음 편성될 당시만 해도 조용히 묻힐 드라마로 꼽혔다. 최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의 <도깨비>와 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쟁쟁한 경쟁작 사이서 외면 받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이 무색하게 <솔로몬의 위증>은 첫회 시청률 1.422%, 2회 1.106%, 3회 1.731% 등 제법 선전 중이다. 시청률이 높진 않았지만 대량의 마니아층을 양산한 드라마 <청춘시대>처럼 시청자 유입이 늘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반전에 큰 역할을 한 건 교내재판을 주도하는 고서연 역의 김현수다. 김현수는 지난달 23일 방송된 3회에서 학생주임 선생님과 설전을 벌이며 틀을 깨는 모습으로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4회에선 교내재판을 결심한 이후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눈물어린 사과를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현수는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서 청각장애 아동 김연두 역을 맡아 아역답지 않게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전지현) 아역, 영화 <굿바이 싱글>의 미혼모 등 쉽지 않은 역할을 두루 맡았다.

<굿바이 싱글>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혜수는 김현수를 가리켜 “대배우 자질이 있는 아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전지현, 신세경 등 여배우들의 아역서 화제작의 여주인공으로 올라선 김현수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능]
개그맨 김명선

지난해 10월 tvN <예능인력소> 기자간담회서 개그맨 김구라와 전 농구선수 서장훈은 개그맨 김명선을 에이스로 뽑았다. <예능인력소>는 기존 예능인의 끼를 재발굴 하거나 신선한 매력을 지닌 새 인재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간담회서 김구라는 “김명선이라는 후배가 있는데 제2의 이국주”라며 “방송에서 보면 정말 재미있기 때문에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며 극찬했다. 서장훈 역시 “나도 김명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잘나가는 예능인들의 예상은 방송에서 확인됐다. <예능인력소>에 첫 출연한 김명선은 MVP로 선정됐다. 개그맨 이국주, 가수 토니안, 배우 박소현 등 쟁쟁한 출연진들 사이에서 빛난 활약 덕분이었다. 처음으로 예능에 등장한 김명선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특기인 개그맨 정형돈의 얼굴모사부터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패러디까지 시종일관 적극적인 모습은 진행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단단히 각인됐다.

김명선은 “예능이 처음인데 개그맨으로서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예능인력소> 출연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김명선은 출연 중인 tvN <코미디 빅리그>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코빅>서 다양한 콩트에 등장하며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코빅>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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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