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담> 새로운 길 모색 남경필 경기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46:45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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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이미 죽은 정당, 연정은 선택 아닌 필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래의 역사가들은 지난 2016년을 ‘최순실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난 한해는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정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힘 있는 촛불혁명의 모습은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정권과 친박(친 박근혜)계의 잇따른 실정에 30명의 비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을 떠나면서 사상 첫 보수정당 분당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의 선도자였다. 지난 11월22일 남경필 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 18년간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새누리당 떠났다. 두 사람, 특히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분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비박계와 야권의 이른바 ‘탄핵 연대’도 공고해졌다.

탈당 당시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다”는 남경필 지사의 말은 현 상황의 맥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요시사>는 지난 12월28일, 남경필 지사를 만나 현 정국 상황과 내년 대선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을 나눠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8년 동안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는 중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특히 염증을 느끼셨나요?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지금도 특정 계파에게만 당권이 집중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총선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핵심 의원들이 공천권을 독점한 결과, 공천파동이 일어났습니다.

-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새누리당은 ‘구체제의 정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 당원이 아닌 몇몇 의원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해버렸죠. 생명을 다한 새누리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지금 상황서 쇄신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탈당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새로운 정당을 내년 1월 중 창당할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어떤 성격의 정당인가요?
▲일반 당원들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당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국민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블록체인(온라인 금융 거래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접목해 스페인의 온라인 정당 ‘포데모스’와 같이 만들 생각입니다. 이러한 정당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순식간에 국민들의 의견이 집계되고 토론에 반영돼, 거기에 맞춘 정책 결정을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반대로 말하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의견에 무심했다는 뜻으로 전해집니다.
▲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촛불 민심을 봤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 최근 새누리당을 나온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지사님도 함께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만.
▲큰 흐름에선 그렇습니다. 보수신당 주도로 탄핵 연대를 유지하면서 구체제를 빠른 시간 내에 청산해내는 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수신당이 기존 새누리당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탈당파들이 권력투쟁에 져서 나왔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결국 ‘새누리당2’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전 새누리당을 왜 나왔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수신당은 어떤 정책들에 공을 들여야 할까요?
▲전 경제민주화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 등을 오는 2월 국회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수신당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18년 몸담은 새누리 전격 탈당
‘개혁보수신당’ 합류 여부 관심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사님이 예상하는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조기 대선은 5월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일각에선 조기 대선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정은 필수입니다. 내년 대선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연정을 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정책 대결하고 공감하는 정책은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권력, 자리, 예산 모두 함께 나눠야 진정한 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정 전도사’란 별명이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 후보께도 제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앞서 연정부터 공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연정의 모델을 제시해 주신다면?
▲경기도처럼 정치적 합의에 의한 연정을 하면, 여야 협치와 정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비박계 탈당 후 경기도 연정이 흔들릴 거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새누리당의 분열과 관계없이 연정은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연정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정부지사는 물론 양당서 추천한 4명의 연정위원장과 협력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습니다.
 

2기 연정은 중앙정치의 여파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을 고려해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자동 소집, 의장 산하 ‘연정중재위원회’ 가동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난 12월16일부터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기본조례’를 제정·시행해 자치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연정이 정착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 288개 과제는 도민과의 약속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해 갈 것입니다.

- 연정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치적 제도라고 확신하시나요?
▲연정은 대한민국 정치 변화의 리더십입니다. 경기도서 양당 간 협치와 협력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도처럼만 하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연정의 정신’이라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체제를 청산하고 여야, 그리고 보수·진보의 낡은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가는 시작점이 연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내년 대선 출마 계획은?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직접 도전할지, 누구를 지지하는 선에서 할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정치적 일정은 백지 상태라 보면 됩니다. 다만 정치 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전 대선 출마가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제 정치판을 갈아엎는 데 온전히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정당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무엇을 바꿀까만 생각하고 걸어가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에 힘입어 지지율이 크게 올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이재명 지지율 급등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과 분노를 사이다처럼 뻥 뚫어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 탄핵까지는 과거 청산이었고, 여기서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래비전으로 본다면, 이재명 시장은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것들을 아직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2년 연속 11조원 확보
“대선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구체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대통령 개인이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해 국정을 운영한 문제, 그리고 권력집중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돼 있습니다. 기실 권력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 것이죠. 지금은 구체제의 종말을 고하고 새 시대를 시작하는 역사적 변곡점인 셈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해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고 새누리당 해체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2017년에도 대한민국 각 분야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혁명 운동’이 계속될 거라 봅니다.

- 국회서의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개헌을 대선 과정서 시작할 수는 있을지라도, 대선 전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합니다.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두고 꿰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서는 절대 안 됩니다.


- 남 지사께서는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 꼽힙니다. 개헌의 모델을 제시해주신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니, ‘협치형 대통령제’가 맞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장관 배분을 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 봅니다.

- 지난 도정을 평가한다면?
▲연정으로 정치 안정을 이룬 결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있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6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일자리의 55.5%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례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지난 2015년 89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고 현재 7만2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최고로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해, 2년 연속 11조원 이상을 달성해냈습니다. 2017년 예산안도 법정기일보다 3일 앞당겨 의결하여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중심이 있다면?
▲제가 지향하는 바는 ‘도민 개개인의 행복을 만들어 드리는 것’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정의 종착지는 결국 도민 행복입니다. 연정도 도민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을 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빌딩을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라도 ‘제4의 길’을 열어 제치겠습니다.

- 제4의 길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자유의 바탕 위에 공유의 가치를 뿌리내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뜻합니다. 자원과 권력의 공유로 진정한 자유를 구현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돌파할 것입니다. 공유적 시장경제로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국가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잊고 싶은 과거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떻게 잘살게 해드릴 지, 고통 받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드릴 지 반성하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경필은?]


▲경기도 용인시 출생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경인일보> 사회, 정치부 기자
▲전 한나라당 총재비서실 부실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6·17·18·19대 국회의원
▲제34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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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