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담> 새로운 길 모색 남경필 경기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46:45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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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이미 죽은 정당, 연정은 선택 아닌 필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래의 역사가들은 지난 2016년을 ‘최순실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난 한해는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정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힘 있는 촛불혁명의 모습은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정권과 친박(친 박근혜)계의 잇따른 실정에 30명의 비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을 떠나면서 사상 첫 보수정당 분당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의 선도자였다. 지난 11월22일 남경필 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 18년간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새누리당 떠났다. 두 사람, 특히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분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비박계와 야권의 이른바 ‘탄핵 연대’도 공고해졌다.

탈당 당시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다”는 남경필 지사의 말은 현 상황의 맥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요시사>는 지난 12월28일, 남경필 지사를 만나 현 정국 상황과 내년 대선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을 나눠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8년 동안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는 중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특히 염증을 느끼셨나요?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지금도 특정 계파에게만 당권이 집중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총선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핵심 의원들이 공천권을 독점한 결과, 공천파동이 일어났습니다.

-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새누리당은 ‘구체제의 정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 당원이 아닌 몇몇 의원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해버렸죠. 생명을 다한 새누리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지금 상황서 쇄신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탈당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새로운 정당을 내년 1월 중 창당할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어떤 성격의 정당인가요?
▲일반 당원들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당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국민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블록체인(온라인 금융 거래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접목해 스페인의 온라인 정당 ‘포데모스’와 같이 만들 생각입니다. 이러한 정당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순식간에 국민들의 의견이 집계되고 토론에 반영돼, 거기에 맞춘 정책 결정을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반대로 말하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의견에 무심했다는 뜻으로 전해집니다.
▲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촛불 민심을 봤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 최근 새누리당을 나온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지사님도 함께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만.
▲큰 흐름에선 그렇습니다. 보수신당 주도로 탄핵 연대를 유지하면서 구체제를 빠른 시간 내에 청산해내는 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수신당이 기존 새누리당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탈당파들이 권력투쟁에 져서 나왔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결국 ‘새누리당2’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전 새누리당을 왜 나왔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수신당은 어떤 정책들에 공을 들여야 할까요?
▲전 경제민주화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 등을 오는 2월 국회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수신당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18년 몸담은 새누리 전격 탈당
‘개혁보수신당’ 합류 여부 관심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사님이 예상하는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조기 대선은 5월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일각에선 조기 대선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정은 필수입니다. 내년 대선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연정을 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정책 대결하고 공감하는 정책은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권력, 자리, 예산 모두 함께 나눠야 진정한 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정 전도사’란 별명이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 후보께도 제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앞서 연정부터 공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연정의 모델을 제시해 주신다면?
▲경기도처럼 정치적 합의에 의한 연정을 하면, 여야 협치와 정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비박계 탈당 후 경기도 연정이 흔들릴 거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새누리당의 분열과 관계없이 연정은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연정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정부지사는 물론 양당서 추천한 4명의 연정위원장과 협력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습니다.
 

2기 연정은 중앙정치의 여파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을 고려해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자동 소집, 의장 산하 ‘연정중재위원회’ 가동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난 12월16일부터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기본조례’를 제정·시행해 자치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연정이 정착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 288개 과제는 도민과의 약속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해 갈 것입니다.

- 연정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치적 제도라고 확신하시나요?
▲연정은 대한민국 정치 변화의 리더십입니다. 경기도서 양당 간 협치와 협력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도처럼만 하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연정의 정신’이라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체제를 청산하고 여야, 그리고 보수·진보의 낡은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가는 시작점이 연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내년 대선 출마 계획은?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직접 도전할지, 누구를 지지하는 선에서 할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정치적 일정은 백지 상태라 보면 됩니다. 다만 정치 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전 대선 출마가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제 정치판을 갈아엎는 데 온전히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정당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무엇을 바꿀까만 생각하고 걸어가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에 힘입어 지지율이 크게 올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이재명 지지율 급등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과 분노를 사이다처럼 뻥 뚫어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 탄핵까지는 과거 청산이었고, 여기서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래비전으로 본다면, 이재명 시장은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것들을 아직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2년 연속 11조원 확보
“대선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구체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대통령 개인이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해 국정을 운영한 문제, 그리고 권력집중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돼 있습니다. 기실 권력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 것이죠. 지금은 구체제의 종말을 고하고 새 시대를 시작하는 역사적 변곡점인 셈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해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고 새누리당 해체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2017년에도 대한민국 각 분야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혁명 운동’이 계속될 거라 봅니다.

- 국회서의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개헌을 대선 과정서 시작할 수는 있을지라도, 대선 전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합니다.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두고 꿰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서는 절대 안 됩니다.

- 남 지사께서는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 꼽힙니다. 개헌의 모델을 제시해주신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니, ‘협치형 대통령제’가 맞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장관 배분을 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 봅니다.

- 지난 도정을 평가한다면?
▲연정으로 정치 안정을 이룬 결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있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6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일자리의 55.5%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례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지난 2015년 89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고 현재 7만2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최고로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해, 2년 연속 11조원 이상을 달성해냈습니다. 2017년 예산안도 법정기일보다 3일 앞당겨 의결하여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중심이 있다면?
▲제가 지향하는 바는 ‘도민 개개인의 행복을 만들어 드리는 것’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정의 종착지는 결국 도민 행복입니다. 연정도 도민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을 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빌딩을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라도 ‘제4의 길’을 열어 제치겠습니다.

- 제4의 길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자유의 바탕 위에 공유의 가치를 뿌리내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뜻합니다. 자원과 권력의 공유로 진정한 자유를 구현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돌파할 것입니다. 공유적 시장경제로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국가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잊고 싶은 과거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떻게 잘살게 해드릴 지, 고통 받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드릴 지 반성하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경필은?]

▲경기도 용인시 출생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경인일보> 사회, 정치부 기자
▲전 한나라당 총재비서실 부실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6·17·18·19대 국회의원
▲제34대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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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