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담> 새로운 길 모색 남경필 경기도지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46:45
  • 호수 1095호
  • 댓글 0개

“여당은 이미 죽은 정당, 연정은 선택 아닌 필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미래의 역사가들은 지난 2016년을 ‘최순실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로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지난 한해는 역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정권의 민낯을 본 국민들은 분노했고 광화문 광장서 촛불을 들었다. 차분하면서 힘 있는 촛불혁명의 모습은 외신들의 극찬을 받았다. 정권과 친박(친 박근혜)계의 잇따른 실정에 30명의 비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을 떠나면서 사상 첫 보수정당 분당이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탈당의 선도자였다. 지난 11월22일 남경필 지사는 김용태 의원과 함께 지난 18년간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새누리당 떠났다. 두 사람, 특히 여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분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비박계와 야권의 이른바 ‘탄핵 연대’도 공고해졌다.

탈당 당시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다”는 남경필 지사의 말은 현 상황의 맥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요시사>는 지난 12월28일, 남경필 지사를 만나 현 정국 상황과 내년 대선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을 나눠봤다. 다음은 남 지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8년 동안 몸담았던 새누리당을 떠나는 중대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특히 염증을 느끼셨나요?
▲새누리당은 ‘정당다움’을 잃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죽은 정당이나 마찬가지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지금도 특정 계파에게만 당권이 집중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난 총선만 봐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했던 핵심 의원들이 공천권을 독점한 결과, 공천파동이 일어났습니다.

-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새누리당은 ‘구체제의 정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가 일반 당원이 아닌 몇몇 의원에게만 집중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공당’이 아닌 ‘사당’으로 전락해버렸죠. 생명을 다한 새누리당은 해체가 답입니다. 지금 상황서 쇄신을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탈당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새로운 정당을 내년 1월 중 창당할 것”이라고 말하셨습니다. 어떤 성격의 정당인가요?
▲일반 당원들이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는 당입니다. 새로운 기술로 국민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담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들려고 계획 중입니다. 블록체인(온라인 금융 거래서 해킹을 막는 기술)을 접목해 스페인의 온라인 정당 ‘포데모스’와 같이 만들 생각입니다. 이러한 정당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순식간에 국민들의 의견이 집계되고 토론에 반영돼, 거기에 맞춘 정책 결정을 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 반대로 말하면 기존 정당들이 국민의 의견에 무심했다는 뜻으로 전해집니다.
▲전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촛불 민심을 봤습니다. 이는 기존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결과입니다.

- 최근 새누리당을 나온 비박계가 개혁보수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습니다. 지사님도 함께할 계획인 것으로 압니다만.
▲큰 흐름에선 그렇습니다. 보수신당 주도로 탄핵 연대를 유지하면서 구체제를 빠른 시간 내에 청산해내는 데 일조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수신당이 기존 새누리당과 분명히 달라야 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탈당파들이 권력투쟁에 져서 나왔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결국 ‘새누리당2’ 정도로 전락할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전 새누리당을 왜 나왔고,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려 합니다.

- 새누리당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수신당은 어떤 정책들에 공을 들여야 할까요?
▲전 경제민주화 법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법안,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법안 등을 오는 2월 국회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것들을 보수신당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18년 몸담은 새누리 전격 탈당
‘개혁보수신당’ 합류 여부 관심

-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사님이 예상하는 대선 시기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결정을 한다고 가정할 때, 조기 대선은 5월쯤이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일각에선 조기 대선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연정은 필수입니다. 내년 대선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연정을 해야 합니다. 치열하게 정책 대결하고 공감하는 정책은 서로 공유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또한 권력, 자리, 예산 모두 함께 나눠야 진정한 연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연정 전도사’란 별명이 어울리는 말씀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문재인, 안철수 등 야권 대선 후보께도 제안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앞서 연정부터 공약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연정의 모델을 제시해 주신다면?
▲경기도처럼 정치적 합의에 의한 연정을 하면, 여야 협치와 정치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비박계 탈당 후 경기도 연정이 흔들릴 거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새누리당의 분열과 관계없이 연정은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서 연정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정부지사는 물론 양당서 추천한 4명의 연정위원장과 협력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습니다.
 

2기 연정은 중앙정치의 여파 등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을 고려해 ‘경기도 연정실행위원회’ 자동 소집, 의장 산하 ‘연정중재위원회’ 가동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지난 12월16일부터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기본조례’를 제정·시행해 자치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연정이 정착단계로 진입한 상황입니다.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 288개 과제는 도민과의 약속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복해 갈 것입니다.

- 연정이 우리 현실에 맞는 정치적 제도라고 확신하시나요?
▲연정은 대한민국 정치 변화의 리더십입니다. 경기도서 양당 간 협치와 협력이 가능함을 실제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는 정치권이 달라져야 합니다. “경기도처럼만 하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떠나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바라보고 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연정의 정신’이라는 말이라고 거듭 강조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 구체제를 청산하고 여야, 그리고 보수·진보의 낡은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실현해가는 시작점이 연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내년 대선 출마 계획은?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직접 도전할지, 누구를 지지하는 선에서 할지 고민 중입니다. 현재 정치적 일정은 백지 상태라 보면 됩니다. 다만 정치 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임없이 해나갈 생각입니다.

전 대선 출마가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체제 정치판을 갈아엎는 데 온전히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생명을 다한 정당에 연연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무엇을 바꿀까만 생각하고 걸어가겠습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촛불정국에 힘입어 지지율이 크게 올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턱밑까지 쫓아왔습니다. ‘이재명 지지율 급등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과 분노를 사이다처럼 뻥 뚫어줬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 탄핵까지는 과거 청산이었고, 여기서 이재명 시장은 국민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래비전으로 본다면, 이재명 시장은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이 판단하고 평가할 만한 것들을 아직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경기도 2년 연속 11조원 확보
“대선 출마? 가능성 열려 있어”

- 이번 최순실 사태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구체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입니다. 대통령 개인이 사사로운 인연에 집착해 국정을 운영한 문제, 그리고 권력집중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사건입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돼 있습니다. 기실 권력은 스스로 제어되지 않는 것이죠. 지금은 구체제의 종말을 고하고 새 시대를 시작하는 역사적 변곡점인 셈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해 정치와 경제의 새로운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고 새누리당 해체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2017년에도 대한민국 각 분야서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내는 ‘혁명 운동’이 계속될 거라 봅니다.

- 국회서의 개헌 논의를 어떻게 보시나요?
▲개인적으로 개헌을 대선 과정서 시작할 수는 있을지라도, 대선 전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거라 판단합니다.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두고 꿰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서는 절대 안 됩니다.

- 남 지사께서는 여권의 대표적 개헌론자로 꼽힙니다. 개헌의 모델을 제시해주신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고 싶어하니, ‘협치형 대통령제’가 맞다는 생각입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장관 배분을 하는 모델이 이상적이라 봅니다.

- 지난 도정을 평가한다면?
▲연정으로 정치 안정을 이룬 결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 있었습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6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전국 일자리의 55.5%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일례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지난 2015년 8900여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고 현재 7만20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최고로 국비 11조6248억원 확보해, 2년 연속 11조원 이상을 달성해냈습니다. 2017년 예산안도 법정기일보다 3일 앞당겨 의결하여 의회 민주주의의 모범사례로 꼽힙니다.

- 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중심이 있다면?
▲제가 지향하는 바는 ‘도민 개개인의 행복을 만들어 드리는 것’입니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도 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정의 종착지는 결국 도민 행복입니다. 연정도 도민 행복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경기도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한다’는 생각을 전 항상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리빌딩을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겠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이라도 ‘제4의 길’을 열어 제치겠습니다.

- 제4의 길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자유의 바탕 위에 공유의 가치를 뿌리내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새로운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뜻합니다. 자원과 권력의 공유로 진정한 자유를 구현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돌파할 것입니다. 공유적 시장경제로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 저성장 등 국가적 난제 해결에 앞장서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올해 국가적으로 큰 어려움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잊고 싶은 과거로 끝내지 말고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부터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들을 어떻게 잘살게 해드릴 지, 고통 받는 일을 어떻게 해결해드릴 지 반성하고, 또 이를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경필은?]

▲경기도 용인시 출생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전 <경인일보> 사회, 정치부 기자
▲전 한나라당 총재비서실 부실장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제16·17·18·19대 국회의원
▲제34대 경기도지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