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4) 의자왕의 집착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1.02 10:43:20
  • 호수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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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삼국, 큰 전쟁 벌어진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정녕 자네로 결정되었는가?”

유신이 천장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문제라기보다 조카사위가 성주 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되어 그런다.”

“왜요?”


“대야성은 전략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지역으로 백제군이 신라를 침공한다면 가장 먼저 선택할 지점이다.”

“네!”

순간 문희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장모님, 그리고 외숙부. 아무 심려 마십시오. 아무려면 제가 백제의 오합지졸들에게 당하겠습니까.”

유신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품석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자네, 성주 직이 처음 아닌가?”

“그렇습니다만.”


“성주라는 직위가 얼마나 막중한 자리인지 알고 있는가?”

품석이 대답 대신 고타소를 바라보았다.

“이런!”

김유신이 대답 대신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오라버니, 그러면 사위의 직을 변경해야 할까요?”

“왕의 명이니 변경되기는 힘들게다. 여하튼 사위는 성주란 직책이 무얼 의미하는지 세세하게 새기고 일거수일투족 오로지 성을 지키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하네.”

“명심하고 또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외숙부.”

명심하겠다는 품석의 얼굴을 바라보는 유신의 마음에 왠지 불안감이 솟구쳤다. 

“전하,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깊은 밤 의자왕이 술상을 앞에 놓고 사택비와 마주했다.

“가까이 오시오, 부인.”“부인이라 하지도 마시어요!”

사택비의 목소리가 앙칼졌다.


“나의 진정을 정녕 모른다는 말이오?”

“진정이라니요. 은혜를 저버리고 원수로 대하는 일이 진정이란 말인가요?”

“그러면 부인은 교기를 죽이자는 말이오!”

의자왕의 목소리 역시 올라갔다.

“교기를 죽이다니요!”

답에 앞서 의자왕이 잔을 채우고 단숨에 들이켰다.


“지금 조정 상황을 모른다는 말이오?”

순간 사택비가 움찔거렸다.

“중신들이 교기를 앞세워 선왕 시절 짐을 태자 직에서 내려앉히려 했던 사람들에 대해 목숨을 취해야 한다고 성화부리고 있소. 그를 모른다 하지는 않겠지요.”

“하오면.”

“부인이 있는데 어찌 목숨을 취하겠소.”

“그래서 그들을 섬으로 추방하라 말씀하셨나요?”

“달리 방도가 없지 않소.”

사택비가 잠시 눈을 깜박거렸다.

“그러면 저와 제 아비는 어찌 처리하시렵니까?”

“내 어찌 부인을 해하겠소. 그리고 대좌평은 내게 실질적으로 장인어른 아닙니까.”

의자왕이 장인어른이란 부분에 힘을 주었다.“이리 오시오, 부인.”

의자왕이 손을 뻗어 간절히 요구하자 사택비가 못이기는 체하며 다가앉았다.

“따라주구려.”

잠시 머뭇거리던 사택비가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의자왕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택비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부인도 한잔하구려, 마음도 편치 않을 터인데.”

사택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자왕이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부인, 일단 쭉 듭시다.”

의자왕이 한손으로는 잔을 들어 사택비의 잔에 부딪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어깨를 감쌌다.

잠시 의자왕을 살피던 사택비 역시 한 번에 잔을 비워냈다.

김유신 사위, 직책 변경…하얗게 질린 문희
대좌평 일본 추방…사택비의 좌절

“제 아비는 어찌 처리하시렵니까?”“왜국(일본)에 사신으로 보낼 참이오.”

“왜국에, 사신으로요!”

사택비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의자왕을 밀쳐냈다.

“왜 그러는 게요?”“결국 추방 아닌지요.”

“허허, 이 사람이. 왜 아이처럼 이러요.”

“아이처럼이라니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소.”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이보시오, 부인. 이제 백제는 곧 신라와 큰 전쟁을 벌일 참이오. 그렇게 되면 사택지적 대좌평은 어떤 방식으로든 전쟁에 참여해야 하오. 그런 경우라면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고. 여하튼 어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소.”

사택비가 그 말을 헤아리는 듯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꼭 그런 의도는 아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소.”

“하오면 저는?”

의자왕이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사택비를 바라보았다.

“결국 왕비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로군요.”

“그저 부인에게 미안할 따름이오. 그러나 부인과 나 사이에 변한 것은 하나도 없소. 하여 이미 궁 가까이에 부인의 거처를 마련하라 일러두었소. 지금처럼 언제라도 부인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말이오. 그러니 가까이 오시오.”

“여하한 일이 있어도 저를 버리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소. 여하튼 부인이 내 곁에 있는 동안 왕비의 자리는 비워두고 부인에게 오로지할 터요.”

사택비가 바짝 다가앉자 형용하기 힘든 냄새가 의자왕의 가슴을 헤집었다.

“부인, 인생사 어찌 변할지 모르는 일이니 우리 길게 봅시다.”

의자왕이 다가앉은 사택비의 머리카락에 잠시 코를 대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부인, 부인의 매력은 무엇이오?”

사택비가 답은 하지 않고 마치 의자왕의 가슴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듯 더욱 밀착했다.

“거참, 이상한 일이오.”“뭐가요?”

사택비의 손이 의자왕의 볼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부인을 만난 이후로 다른 여인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오.”“정말이옵니까?” 

“그걸 몰라서 묻소.”

사택비와 처음 관계를 가진 이후 여자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 전까지 여자는 순간적 쾌락과 배설과 종족번식에 필요한 존재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사택비는 단순히 그런 차원의 여인이 아니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여겨졌다.

물론 그리된 데는 육체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육체적 관계를 가지고 나면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자신의 반쪽을 찾은 듯한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런 연유로 시도 때도 없이 갈구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격정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온몸에서 활력이 솟았다.

한순간 의자왕의 손이 사택비의 옷을 제치고 가슴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갔다.

흡사 의자왕의 행동에 보조를 맞춘다는 듯 볼에서 놀던 사택비의 손도 의자왕의 옷을 파고들어 가슴으로 향했다.

그를 살피던 의자왕이 손에 힘을 주자 반사적으로 사택비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부인, 내 떠나면 어찌 지낼 참이오?”

“언제 떠나시려는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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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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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