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2016 최고의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격변의 병신년' 한반도 달군 핫피플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숭이가 가고 닭이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6년도 이제 다 갔다. 매년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올해만큼 다양한 인물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해도 드물 듯하다. 국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인물, 좌절감을 준 인물 등 병신년 한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들을 뽑아봤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1월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4월, 20대 총선서 여소야대로 정치권 지형을 바꿔놓았다. 5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는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서 우리 선수들은 좌절한 국민들에게 희망찬 소식을 전했다. 9월부터는 암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경주에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고냐 최악이냐
희망·좌절 동시에

▲‘알파고 이긴’ 이세돌 = 바둑은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정복당하지 않을 최후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낙승을 예측했다.

예측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내리 3판을 이기면서 깨졌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놀라게 한 기계의 승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의 ‘1승’은 어마어마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4국에서 ‘신의 한수’라 불리는 78번째 수로 알파고를 혼란에 빠뜨렸다. 알파고는 180수만에 ‘AlphaGo resign’ 메시지로 패배를 인정했다.

인간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기계에 거둔 1승은 곧바로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세 번을 연이어 패한 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해 기어코 1승을 따낸 이세돌 9단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1승 4패로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겁니다” 등 이세돌 어록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거침없는 언변으로 ‘바둑계 아웃사이더’였던 이세돌 9단은 대국 이후 국민기사로 떠올랐다. 광고·출판계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고, 때 아닌 깜짝 바둑 열풍까지 불었다.
 

▲‘채식주의자’ 한강 =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영국 런던에서 전해온 낭보는 한국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중편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로 한 여성이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은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벌써…평탄지 않았던 365일
“나라에 즐거운 일이 없었다”
되돌아보니 고개 절레절레

맨부커상 수상으로 5월 한 달을 달군 한강 작가의 이름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강 작가는 광주 5·18기념 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순간부터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어린 소년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할 수 있다’ 박상영 = 21살의 검객 박상영은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던 그 때 ‘할 수 있다’를 연거푸 중얼거렸다. 세계랭킹 3위 헝가리의 임레 게저 선수에 10-14로 지고 있던 2피리어드 직후 휴식시간이었다. 박상영의 중얼거림은 기적으로 변했다. 마지막 47초 동안 내리 5점을 뽑은 박상영은 15-14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에페 종목은 사브르나 플뢰레와 달리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양 선수가 동시에 서로를 타격하면 점수가 함께 올라간다. 그렇기에 박상영의 승리는 더욱 짜릿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가 잡힌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박상영의 모습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상영은 지난 9월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나의 간절함이 국민께 힘이 됐다면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즐거움 준 사람들

▲‘부패 방지’ 김영란 =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으로, 2015년 3월 공포됐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사회 곳곳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할 경우 직무연관성을 불문하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는 공무원을 비롯,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 대다수는 김영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행정연구원은 일반 국민, 기업인, 공직자, 정치인, 법 시행에 영향을 받는 유통업 종사자 등 총 35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는 김영란법 도입과 시행에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전국 소상공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2%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년 평정’ 김은숙 = 올 한해 드라마 시장은 김은숙 작가가 꽉 잡았다. 올해 초 <태양의 후예>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연말에는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수현, 박지은 등 걸출한 스타 작가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서 사용한 가명이 작가가 만든 가상 인물 ‘길라임’으로 드러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된 <시크릿 가든>부터 <파리의 연인> <온에어> <상속자들> 등 다수의 화제작을 썼다. 지난 2월 SBS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는 재난 지역에서 만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그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TV드라마 시청률이 하향세에 접어든 시기에 친 ‘대박’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는 전역하자마자 출연한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한류 스타가 됐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 방식으로 방영되면서 드라마 사전 제작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방영 중인 <도깨비>는 도깨비, 저승사자 등 판타지적 요소에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도깨비>는 케이블 tvN에서 방송하고 있지만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6회분의 경우 평균 12.9%, 최고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게 나라냐”
국민들 좌절

▲‘나라 망친’ 박근혜·최순실 = 올해 하반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최 게이트로 최근 몇 달 새 나라의 뿌리를 뒤흔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그 중 몇몇은 사실로 밝혀져 국민들은 경악했다.

지난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이다.

특히 10월24일 연설문 등 청와대 핵심 문건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가 JTBC에 의해 공개되면서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11월4일, 11월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봇물처럼 터져 나온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0월29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는 지난 12월3일 6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인원인 232만명이 집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현재 심리 중에 있다.

최순실씨 등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재판, 특검팀 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 사후 조치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박-최 게이트는 정유년에도 나라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민 밉상’ 이정현·우병우 = 지난 16일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원내대표 자리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을 앉힌 후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한 이래 4개월 동안 숱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지지율 4%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손에 장을 지진다’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비뚤어진 충성은 사무처 당직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했다. 국민들의 조롱과 비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전 대표 못지않게 전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른바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하는 등 꼼수를 써가며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몇몇 정치인들은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걸었고,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등 누리꾼들의 추적이 이어졌다.

결국 우 전 수석은 지난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1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당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앞에 검사들이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 수사’ 등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성추문 몰락’ 박유천 = 올 한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한류스타를 뽑으라면 박유천의 이름이 첫손에 꼽힐 듯하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서도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해무> 등에서 바른 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였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컸다.

그나마 올림픽·바둑이 위안
오랜만에 문화계 경사도 화제

지난 6월 유흥업소 종업원 A씨는 박유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업소의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연달아 세 명의 여성이 화장실, 박유천의 집 욕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나섰다.

피소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박유천은 연가와 병가를 다른 요원들보다 훨씬 많이 쓴 사실이 알려지는 등 근무태만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의혹 등은 여전히 조사 중인 상태다.
 

▲‘악재 폭탄’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몰아친 악재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형 신동주 에스디에이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부터 올해 검찰 수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이이원 부회장 자살 등 갖가지 문제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그룹 경영활동은 엉망으로 꼬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올해 그룹의 재도약을 꿈꿨다.

그러던 중 진행된 검찰 수사에 롯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검찰 수사는 롯데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고, 계열사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그러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는 등 그룹 경영은 마비됐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잃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문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의혹의 진원지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기금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논란의 연예인들

▲‘불륜 낙인’ 김민희 = 최근 영화 <아가씨>가 미국 비평가상을 싹쓸이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소설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미장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국내에서 4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판서 여배우 두 명을 앞세운 퀴어 영화의 성공에는 배우 김민희의 공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김민희는 예전부터 ‘발연기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랬던 그녀가 변영주 감독의 <화차>부터 연기를 인정받더니 <아가씨>서 만개한 것. 실제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디렉터스컷어워즈,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배우로서 활짝 필 것 같았던 김민희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퍼지면서다. <아가씨> 상영 막바지에 터져 나온 감독과 여배우의 염문설은 김민희의 이미지를 난도질했다. 홍 감독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기에 김민희는 불륜, 가정파괴 등으로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감독들은 시상식서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라며 김민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해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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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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