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2016 최고의 이슈메이커 '베스트&워스트'

'격변의 병신년' 한반도 달군 핫피플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원숭이가 가고 닭이 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6년도 이제 다 갔다. 매년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올해만큼 다양한 인물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 해도 드물 듯하다. 국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준 인물, 좌절감을 준 인물 등 병신년 한해 최고의 이슈메이커들을 뽑아봤다.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1월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제주공항이 폐쇄되는 일이 있었다.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는 4월, 20대 총선서 여소야대로 정치권 지형을 바꿔놓았다. 5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는 전 국민을 분노와 슬픔에 휩싸이게 했다. 8월 브라질 리우올림픽서 우리 선수들은 좌절한 국민들에게 희망찬 소식을 전했다. 9월부터는 암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경주에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고, 대통령과 비선 실세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고냐 최악이냐
희망·좌절 동시에

▲‘알파고 이긴’ 이세돌 = 바둑은 기계가 아무리 발달해도 정복당하지 않을 최후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직전까지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낙승을 예측했다.

예측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내리 3판을 이기면서 깨졌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인류를 놀라게 한 기계의 승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의 ‘1승’은 어마어마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4국에서 ‘신의 한수’라 불리는 78번째 수로 알파고를 혼란에 빠뜨렸다. 알파고는 180수만에 ‘AlphaGo resign’ 메시지로 패배를 인정했다.

인간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기계에 거둔 1승은 곧바로 이세돌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세 번을 연이어 패한 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해 기어코 1승을 따낸 이세돌 9단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이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특히 1승 4패로 알파고와의 대국을 마친 후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겁니다” 등 이세돌 어록은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거침없는 언변으로 ‘바둑계 아웃사이더’였던 이세돌 9단은 대국 이후 국민기사로 떠올랐다. 광고·출판계의 러브콜이 줄을 이었고, 때 아닌 깜짝 바둑 열풍까지 불었다.
 

▲‘채식주의자’ 한강 =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감이다. 영국 런던에서 전해온 낭보는 한국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불리는 맨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처음 소개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중편 소설을 엮은 연작소설로 한 여성이 극단적으로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보이드 턴킨 심사위원장은 “압축적이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소설이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묘한 조화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벌써…평탄지 않았던 365일
“나라에 즐거운 일이 없었다”
되돌아보니 고개 절레절레

맨부커상 수상으로 5월 한 달을 달군 한강 작가의 이름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3일 한강 작가는 광주 5·18기념 문화센터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서 “<소년이 온다>를 낸 순간부터 제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라며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라고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작품으로 1980년 5월 광주의 어린 소년 동호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할 수 있다’ 박상영 = 21살의 검객 박상영은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던 그 때 ‘할 수 있다’를 연거푸 중얼거렸다. 세계랭킹 3위 헝가리의 임레 게저 선수에 10-14로 지고 있던 2피리어드 직후 휴식시간이었다. 박상영의 중얼거림은 기적으로 변했다. 마지막 47초 동안 내리 5점을 뽑은 박상영은 15-14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따냈다.

에페 종목은 사브르나 플뢰레와 달리 전신 공격이 가능하고 양 선수가 동시에 서로를 타격하면 점수가 함께 올라간다. 그렇기에 박상영의 승리는 더욱 짜릿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가 잡힌 동영상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박상영의 모습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상영은 지난 9월 제43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나의 간절함이 국민께 힘이 됐다면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해 큰 호응을 받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즐거움 준 사람들

▲‘부패 방지’ 김영란 = 지난 9월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으로, 2015년 3월 공포됐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은 사회 곳곳의 변화를 가져왔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받기로 약속할 경우 직무연관성을 불문하고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에는 공무원을 비롯,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임직원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 대다수는 김영란법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행정연구원은 일반 국민, 기업인, 공직자, 정치인, 법 시행에 영향을 받는 유통업 종사자 등 총 352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1%는 김영란법 도입과 시행에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3000개 전국 소상공인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5.2%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1년 평정’ 김은숙 = 올 한해 드라마 시장은 김은숙 작가가 꽉 잡았다. 올해 초 <태양의 후예>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연말에는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김수현, 박지은 등 걸출한 스타 작가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서 사용한 가명이 작가가 만든 가상 인물 ‘길라임’으로 드러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된 <시크릿 가든>부터 <파리의 연인> <온에어> <상속자들> 등 다수의 화제작을 썼다. 지난 2월 SBS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는 재난 지역에서 만난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그려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TV드라마 시청률이 하향세에 접어든 시기에 친 ‘대박’이었다.

남자 주인공인 송중기는 전역하자마자 출연한 작품으로 명실상부한 한류 스타가 됐다.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 방식으로 방영되면서 드라마 사전 제작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방영 중인 <도깨비>는 도깨비, 저승사자 등 판타지적 요소에 로맨틱 코미디를 적절히 섞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도깨비>는 케이블 tvN에서 방송하고 있지만 지상파를 압도하는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6회분의 경우 평균 12.9%, 최고 14%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이게 나라냐”
국민들 좌절

▲‘나라 망친’ 박근혜·최순실 = 올해 하반기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인물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박-최 게이트로 최근 몇 달 새 나라의 뿌리를 뒤흔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그 중 몇몇은 사실로 밝혀져 국민들은 경악했다.

지난 2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7월 TV조선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 설립·모금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여 만이다.

특히 10월24일 연설문 등 청와대 핵심 문건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태블릿PC가 JTBC에 의해 공개되면서 상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 대통령은 10월25일, 11월4일, 11월29일 세 차례에 걸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지만 봇물처럼 터져 나온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10월29일 처음 시작된 촛불집회는 지난 12월3일 6차 촛불집회에 사상 최대 인원인 232만명이 집결하면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현재 심리 중에 있다.

최순실씨 등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재판, 특검팀 수사, 헌법재판소 심리 등 사후 조치 와중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박-최 게이트는 정유년에도 나라를 달굴 것으로 보인다.
 

▲‘국민 밉상’ 이정현·우병우 = 지난 16일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했다. 원내대표 자리에 친박계 정우택 의원을 앉힌 후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한 이래 4개월 동안 숱한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지지율 4%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손에 장을 지진다’ 등의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대통령을 향한 비뚤어진 충성은 사무처 당직자들뿐만 아니라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외면당했다. 국민들의 조롱과 비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전 대표 못지않게 전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물로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꼽힌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이른바 국조특위의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하는 등 꼼수를 써가며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보다 못한 몇몇 정치인들은 우 전 수석에게 현상금을 걸었고,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등 누리꾼들의 추적이 이어졌다.

결국 우 전 수석은 지난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 11월,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두한 바 있다. 당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앞에 검사들이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 <조선일보> 카메라에 포착돼 ‘황제 수사’ 등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성추문 몰락’ 박유천 = 올 한해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한류스타를 뽑으라면 박유천의 이름이 첫손에 꼽힐 듯하다. 성추문으로 얼룩진 연예계서도 박유천의 성폭행 피소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영화 <해무> 등에서 바른 청년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였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컸다.

그나마 올림픽·바둑이 위안
오랜만에 문화계 경사도 화제

지난 6월 유흥업소 종업원 A씨는 박유천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업소의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연달아 세 명의 여성이 화장실, 박유천의 집 욕실 등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나섰다.

피소 당시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던 박유천은 연가와 병가를 다른 요원들보다 훨씬 많이 쓴 사실이 알려지는 등 근무태만 사실까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성폭행 혐의는 벗었지만 성매매 의혹 등은 여전히 조사 중인 상태다.
 

▲‘악재 폭탄’ 신동빈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쉴 틈 없이 몰아친 악재에 정신이 없을 듯하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형 신동주 에스디에이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부터 올해 검찰 수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이이원 부회장 자살 등 갖가지 문제가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과정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그룹 경영활동은 엉망으로 꼬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신 회장은 올해 그룹의 재도약을 꿈꿨다.

그러던 중 진행된 검찰 수사에 롯데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검찰 수사는 롯데 총수 일가를 정조준했고, 계열사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그러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무산되는 등 그룹 경영은 마비됐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신 회장은 자신의 최측근을 잃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이후에도 문제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의혹의 진원지인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롯데가 기금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팀은 기업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논란의 연예인들

▲‘불륜 낙인’ 김민희 = 최근 영화 <아가씨>가 미국 비평가상을 싹쓸이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 소설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미장센,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국내에서 4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판서 여배우 두 명을 앞세운 퀴어 영화의 성공에는 배우 김민희의 공이 컸다는 말이 나온다. 김민희는 예전부터 ‘발연기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랬던 그녀가 변영주 감독의 <화차>부터 연기를 인정받더니 <아가씨>서 만개한 것. 실제 김민희는 <아가씨>를 통해 디렉터스컷어워즈,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배우로서 활짝 필 것 같았던 김민희가 나락으로 떨어진 건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설이 퍼지면서다. <아가씨> 상영 막바지에 터져 나온 감독과 여배우의 염문설은 김민희의 이미지를 난도질했다. 홍 감독이 아내와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기에 김민희는 불륜, 가정파괴 등으로 누리꾼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감독들은 시상식서 “민희야 감독들은 너를 사랑한단다”라며 김민희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해 복귀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