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건강상태가 두 달이 넘도록 베일에 가려져 있는 탓이다. 북한에 세계 각국은 물론 우리 정부의 관심이 쏠리면서 갖가지 추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세계 언론들은 사망설과 이상설을 널뛰며 경쟁적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통한 북한 소식통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신병에 이상이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8월 중순 김 위원장은 뇌졸중으로 보이는 뇌혈관 이상 증세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현재 김정일 신변이상설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북한 체제 변화도 관심군으로 떠올랐다. 절대 권력자의 공백은 필연적으로 그 후계자에게로의 권력 이양을 가속화시키지만 현재 북한에는 공식적인 후계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병으로 북한의 향후 변화 가능성에 대해 갖가지 설과 추측이 무성하다. 아직 정확한 진위여부는 확인되진 않지만 이에 대해 세계 각국은 ‘김정일 사망설’과 ‘김정일 건강이상설’ 등 두 가지 추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과 더불어 북한 소식통이 전하는 정보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위원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 무력화(의식불명) 또는 사망하더라도 북한 체제가 급속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은 당분간 북한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3대째 권력세습이 어려운 가운데 결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김 위원장 사후 북한 지도체제가 내부 안정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제시했다. 그러면 만일 김 위원장 유고시 북한 내부의 혼란 가중은 북한 체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시나리오<1>
군부가 권력 장악
우선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 사망은 곧 북한의 급변사태를 의미하며, 급변사태는 곧 대량난민과 갑작스러운 통일로 연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김정일이 비록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내부에선 특히 김 위원장의 유고시 오극렬 중앙당 작전부장이 정국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김정일의 유고시 군부 2인자인 조명록이 실세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는 현재 만성 신부전증으로 건강 상태가 심각해져서 최근 거의 활동을 못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오극렬 작전부장이다.
그러나 군부세력들 간의 연대 없이 오극렬 작전부장 단독으로 정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군벌 간의 무력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미 전문가가 분석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CNA연구소의 북한전문가 켄 고스 국장은 “오극렬 중앙당 작전부장이 북한 정권 안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적들도 많아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시에 오 부장이 단독으로 군부 지도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군부 내 다른 세력들과의 연대 없이는 정권장악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말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2003년에 군부의 핵심 지휘관들을 대폭 물갈이했던 것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인물들을 앉히기 위한 목적도 있었으나 김 위원장이 변고나 군부 쿠데타 등으로 제거되고 나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도 의미가 없게 되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실권을 장악하려는 군부 세력들 간에 무력충돌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시나리오<2>
중국의 북한권력 장악
김 위원장이 사망할 경우 중국이 북한의 내정에 깊이 관여할 것이란 주장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병에 대한 정보가 모두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 만의 하나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따라 북한 접수 시나리오를 가동할 경우 한반도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
김 위원장 건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내 친중파와 민족주의파 간의 권력투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예고 없이 사망하거나 중국의 의도대로 정변이 발생할 경우 북한 내 친중정권 수립은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오랜 무역을 하면서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K씨는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친중파 후방 군단장과 김정일이 무리하게 부대 순시에 나선 것이 한 원인이 됐다”며 “김정일은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K씨는 2002년 10월 김 위원장이 어우야 그룹의 양빈과 손잡고 ‘신의주특구’를 신설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던 계획이 중국에 의해 물거품이 되는 과정을 직접 목도하면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절감했다고 한다.
싱가폴의 이광요 전 총리가 전망했듯 중국의 속셈은 홍콩과 마카오처럼 대만을 흡수한 다음에 북한을 속국으로 한다는 동북공정의 전략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K씨에 따르면 중국은 압록강 하구 단둥에서 두만강 하구 훈춘, 방천에 이르는 북한과의 국경에 완벽한 도로망을 건설하고 중국 국경수비대 10만명을 배치했다고 한다.
시나리오<3>
남북통일 가능성 ‘글쎄’
김 위원장이 사망하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그것이 곧 바로 통일로 이어질 것이란 가정은 사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적극적 통일정책의 추진 없이 북한 내부 상황의 변화만으로 통일이 성취되는 경우는 상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생존하고 있든 아니면 사망하든 상관없이 일관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북한전문가들 대부분이 가장 확실한 통일정책으로 ‘북진통일정책’을 말한다.
북한 전문가 김정훈씨는 “두 개의 집단이 서로 생존을 담보로 경쟁할 경우 그 경쟁은 어느 한 집단이 물리적으로 제거될 때 끝나게 된다”면서 “북한과의 군비경쟁은 통제할 일이 아니라 우리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한 극한으로 몰고 가야 한다. 그래서 북한의 궁극적으로 항복하든가 아니면 우리의 군사력이 월등하여 북한에 최후의 통첩을 보내 강압적으로 통일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