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라이즈F&T’ 미심쩍은 6년 행적

죽지 않는 관피아…제식구 봐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해외 자본 및 기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은 각종 인프라, 세제 및 행정적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일종의 경제특구 개념이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세제 감면부터 규제 완화까지 파격적인 혜택이 뒤따른다. 하지만 평택항을 거점으로 삼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서는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10년 설립된 '(주)선라이즈에프앤티(이하 선라이즈)'는 고관세 농산물을 수입해 가공하는 회사다. 선라이즈는 여타 농산물 가공업체와 차별화된 입지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바로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업체라는 점이다. 경제자유구역에 터전을 잡았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선라이즈는 이득을 얻고 있다. 수입한 농산물 원재료를 인근 가공설비로 곧바로 보낼 수 있게 돼 유통비 절감 효과를 불러왔고 줄어든 유통비는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쟁사 밟고
나홀로 쑥쑥

선라이즈 홀로 누리는 입지 혜택에 볼멘소리가 곳곳서 나왔지만 지금껏 선라이즈는 황해자유경제구역에 들어선 유일한 농산물 가공업체로 등록돼있다. 2012년 이후 경제자유구역에 농산물 가공 제조 업종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세관장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법 개정이 이뤄진 탓이다. 정부 차원서 더 이상 농산물 가공업체를 자유경제구역에 들이지 않겠다고 공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자 몇몇 업계 종사자는 선라이즈가 특혜를 누린다고 주장한다. 자유경제구역에는 애초부터 농산물 가공설비가 들어설 수 없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인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들은 무슨 이유로 항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가공공장을 짓고 유통비를 추가로 투입하면서 공장을 운영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선라이즈가 지금의 자리에 농산물 가공설비를 갖추자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경기도 해양항만정책과에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자유구역 안에 가공설비 인허가를 내달라고 요구하자 법 개정을 거치며 더 이상의 업체 진입을 막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반면 경기도 측은 원래 이 구역에 농산물 가공업체가 들어서는 건 허가되는 일이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즉, 허용된 곳에 선라이즈만이 설비를 들였고 이후 개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기도 해양항만정책과 관계자는 “법 개정 전에는 가공업체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해당 업무를 하던 직원이 없기 때문에 서류상 차원에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점 커지는
밀수 논란

입지를 둘러싼 구설은 시작에 불과하다. 한술 더 떠 몇몇 사람들은 선라이즈가 조직적인 밀수를 벌인다는 충격적인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관세청은 국내 농업인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농산물에 대해서는 고관세 정책을 취하고 있다. 다만 가공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수입해오는 농산물은 고관세 정책서 한발 비껴간다. 콩나물콩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콩을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의 관세만 반영된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11월말까지 선라이즈가 국내에 수입한 농산물은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이다. 이들 모두 세율이 높은 고관세 품목이다. 건조녹두의 관세율은 607.5%에 달한다. 물론 가공 목적이라면 관세는 현격이 낮아진다. 

조직적인 밀수 가능성 제기
눈에 안보이는 무언가 있나

문제는 밀수 가능성이다. 가공용 수입 농산물을 시중에 유통하면서 당국의 적발을 비껴갈 수 있다면 엄청난 폭리가 가능해진다. 한 수입 농산물 유통업자는 “이미 평택항에선 선라이즈가 밀수를 저지른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라며 “당장 공장만 가도 알 수 있다. 현재 갖춘 설비만으로는 대단위 수입물량을 온전히 소화해낼 여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고추가루(관세 270%)를 24톤 컨테이너에 가득 실어서 밀수한다고 가정하면 1톤당 1000만원 가량의 차액이 생긴다. 선라이즈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수입한 고추가루는 약 1만4609톤. 만약 수입한 고추가루를 선라이즈가 온전히 밀수에 이용했다면 무려 1460억원의 차액이 발생한다.

고추가루는 그나마 관세가 낮은 축에 속한다. 관세가 높은 품목일수록 밀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차익이 클 수밖에 없다.

선라이즈 측은 이 같은 세간의 인식에 대해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적법한 통관을 거쳐 수입 농산물을 가져왔고 이를 통해 가공해왔는데 음해세력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펼친다는 주장이다. 엄청난 금액을 착복했다면 공장이 가동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외부의 시각과 달리 설비를 운영하는 것 조차 빠듯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선라이즈 관계자는 “행여 밀수를 했다면 엄청난 이득을 취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우리 회사는 경기 불황의 여파를 체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외부인들의 논조에는 지극히 불온한 발상이 담겨 있다”고 성토했다.

곳곳에 퍼진
불법 흔적들

그러나 지난해 생강구근(종자) 유통 과정을 돌이켜 보면 선라이즈의 해명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국내서 유통되는 생강 종자는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국내산보다 발아율이 뛰어나고 품질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강 종자철인 매년 3∼4월에는 중국산 생강이 200컨테이너(4800톤) 이상 수입된다.

선라이즈 역시 생강을 대단위로 수입하던 업체다. 특히 지난해에는 3월25일부터 4월14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생강구근를 국내에 다량 들여왔다. 공교롭게도 선라이즈는 이 시기에 수입한 상당수 생강 물량을 충남·경북에 위치한 다수의 지역 농협에 종자용으로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농산물 가공업체가 수입 농산물을 직접 유통하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기시되는 행위다.

다만 충남·경북의 지역 농협과 직접 거래한 곳이 선라이즈의 자회사인 천하무역이라는 점에서 해석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회사의 이름으로 거래가 이뤄졌더라도 선라이즈가 수입한 농산물의 상당량을 천하무역이 유통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쉽사리 떨치긴 힘들다.

이 경우 제조가공을 목적으로 수입한 생강이 원재료로 유통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77.3%의 관세가 아닌 가공용 8% 관세가 매겨진 생강이라면 이는 보통 사안이 아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천하무역 측은 강력히 부인했다. 천하무역 대표는 “정식 허가를 받고 종자용으로 들여온 상품”이라며 “천하무역은 선라이즈의 자회사지만 그렇다고 밀수로 무작정 규정짓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선라이즈가 유독 구설에 휘말리는 이유는 뭘까. 농산물 수입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관공서와 선라이즈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 선라이즈의 태생 과정을 되짚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관 공무원 출신 모여 퇴직후 새살림
심증 가득한 특혜 의혹과 수많은 구설

선라이즈는 세관에 몸담았던 공무원들이 퇴직 후 주축이 돼 만들어진 회사다. 대표인 유모씨를 비롯해 핵심 창립멤버로 꼽히는 8명 가운데 5명이 세관 공무원 출신이다. 얼마 전 회사에 합류했던 조모씨 역시 평택세관서 실세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평택세관, 식물검역소 등 통관 관련 업무처들이 선라이즈 품목을 검사할 때 유독 통과 빈도가 높다는 공공연한 소문도 떠돈다. 고관세 품목 수입 시 세관, 식물검역소의 감시 아래 유통경로와 원자재 사용내역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데 선라이즈는 여기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지적이다.

한 농산물 수입업자는 “선라이즈는 관련 관공서의 도움 없이 커왔다고 말하겠지만 업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며 “그게 아니라면 굳이 다들 퇴직 후 같은 곳에 모여 사업을 차렸겠나”고 반문했다.

물론 선라이즈와 관련 관공서의 연결고리가 표면상으로 명확히 드러난 건 없다. 세관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석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평택세관 역시 선라이즈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평택세관 관계자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드러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평택세관서 불거진 공무원의 금품수수 사건은 선라이즈와 몇몇 공무원들의 유착 가능성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지난 13일 평택직할세관 직원이 보세창고 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던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평택직할세관 직원 박모씨(6급)는 2013부터 2014년까지 보세창고 업자로부터 수십만원씩 수십차례에 걸쳐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 관련 보세창고와 관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평택세관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박씨를 직위 해제했다.

소문으로 떠도는
유착관계

놀랍게도 박씨는 지난 18일 “경찰 조사를 받게 돼 힘들고 가족들한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자신의 아파트 다용도실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더구나 박씨는 그동안 선라이즈와의 유착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인물이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선라이즈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세관본부와 중앙지검 외사부 역시 선라이즈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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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