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한미약품 수사, 왜?

역시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사건’ 수사가 묘한 여운을 남긴 채 종결됐다.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유출해 이득을 챙긴 일당을 솎아냈을 뿐 진짜 물줄기는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한미약품 임직원 1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지난 13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미약품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임원 황모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2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작전세력 없었나

한미약품은 지난해 독일 제약업체 베링거잉겔하임과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계약 해지 사실이 공시 전, SNS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를 토대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기소된 17명은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업체와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와 독일 제약업체인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정보’ 등 미공개 정보를 미리 파악했다. 이후 관련자들은 동료 및 지인에게 전화, 사내 메신저 등을 이용해 정보를 전파하고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지금까지 내부정보 이용자로 확인된 사람은 총 45명. 이들 가운데 한미약품 임직원은 22명에 달한다. 특히 회사 임원인 황씨는 기술수출 계약 체결과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달해 3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4억9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직원 3명은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알려 직접 주식 매매를 해 72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고 4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미약품 임원으로부터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보령제약 임원은 1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3억4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한미약품 측은 일부 임직원이 정보 유출을 한 사실을 인정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한미약품은 검찰의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항암신약 개발 계약 해지에 관한 공시를 둘러싸고 혼란이 야기된 데 대해 한미약품을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과 주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일부 임직원들이 이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 유출과 이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회사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식거래는 범죄수익은닉에 관한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수사과정서 확인된 2차 이상 다차 정보수령자들은 금융위원회에 통보해 과징금이 부과되도록 조치 예정이다.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득 ‘33억’
달랑 4명만 구속…공매도 세력은?

다만 불법 공매도 세력의 실체나 뚜렷한 혐의 규명이 덜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약품 내부자와 기관투자자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 실패한 탓이다. 그간 검찰은 조직적인 공매도 세력이 사전 유출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했다.

실제로 공시 당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 수량은 5만769주로 같은 달 1∼28일 하루 평균 공매도(1만2996주) 규모의 4배에 달하던 상황이었다. 그사이 한미약품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9월29일 종가 기준 62만원이던 한미약품 주가는 다음날인 30일(계약 해지 공시일) 종가 기준 50만8000원으로 급락했다.


호재 공시 직후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매도세가 집중돼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친 점은 의구심을 더한다. 또한 악재 공시 전 매도수량이 늘어났다가 장 개시 직후 하락한 점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세력을 규명하지 못했고 불법 공매도 혐의로 기소되거나 과징금 처벌을 받은 사람은 없다.

회사 차원의 늑장공시 의혹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검찰은 한미약품 측의 의도적인 지연공시 의혹에 대해서는 고의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오너 일가, 공시담당자 들의 컴퓨터, 휴대폰 등을 분석한 결과에도 본인 및 주변인들의 주식매도 내역, 정보수수 정황 등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9월30일에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장 개시 전 공시를 지시한 사실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최근 다시 발생하자 의혹은 한층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한미약품 주가는 전날보다 10.76% 하락했다.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수출한 신약의 임상시험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한미약품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신약(JNJ-64565111)은 지난 7월 얀센의 주도로 글로벌 임상 1상에 돌입했으나 현재 환자 모집이 일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다. JNJ-64565111은 한미약품이 지난해 11월 얀센에 총 9억1500만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비만·당뇨 바이오 신약 ‘HM12525A’를 칭한다.

재현될 우려도

공교롭게도 임상 지연 소식은 회사 측 공시가 아닌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임상 지연일 뿐 계약 중단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경계감을 선뜻 풀지 못하고 있다. 임상 지연 자체 보다 지난 9월 물의를 빚었던 미공개 정보 유출 논란이 또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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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