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3) 알현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23:14
  • 호수 10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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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라…그 해법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뭐라!”

“왜요, 오라버니?”

“기어코 대야성 성주로 발령 났다는 말이지!”

김유신의 눈초리가 이상해지자 품석과 유신을 번갈아 바라보던 문희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오라버니!”


유신이 대답하지 않고 품석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만 있었다.

“외숙부, 왜 그러세요?”

 

얼마 전 정월을 맞이하여 김춘추와 함께 선덕여왕을 알현했었다. 춘추의 이모이기도 한 선덕여왕에게 새해 인사 겸해서였다.

“두 사람 모두 잘 왔어요.”

신년 인사를 마치자 선덕여왕이 마치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살갑게 맞았다.

“무슨 하문하실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하문이 아니라 경들과 상의할 일이 있어 그런다오.”


단순히 신년 인사차 방문했는데 국사를 논한다 하니 두 사람 모두 긴장했다.

“마마, 무슨 일이신지요?”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이웃 백제의 동정에 대해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들리는데, 그 일에 대해 상의 좀 해야겠어요.”

“백제의 동정이라니요?”

순간 유신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무왕의 뒤를 이은 의자왕이 오래 전 관산성 전투에 패한 일을 두고 복수를 벼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복수라니요! 그때가 언제인데.”

“단순히 복수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새로 보위에 앉은 의자왕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에게 그 화살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의자왕이 반대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겠다, 이 말씀이십니다.”

“그래요, 장군.”

“선왕인 무왕의 죽음에 대해 의혹의 소리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유신이 잠시 침묵을 지키자 춘추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건 무슨 소린가?”

“의자왕이 왕좌에 오르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다는 풍문도 돌고 있습니다.”

“의자왕이라면 효자로 소문난 사람 아닌가?”“권력 앞에 효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여하튼 무왕의 간부인 사택비와 결탁해서 아버지를 죽이고. 여하튼 그 일로 어수선한 모양입니다.”

“그랬군요. 의자왕이 보위에 앉기 위해 효도로 위장했는데 이제 보위에 앉았으니 더 이상 효도에 연연해할 이유가 없어졌지요. 그리고 작금에 불거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탈출구가 필요했겠지요. 결국 그 모든 화살을 우리를 향해 쏟아 부을 것이고.”

선덕여왕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졌다.

“제 놈들이 어디 감히 신라를 넘본다는 말입니까. 우리가 허수아비인줄 아는 모양입니다.”


유신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렇지만 장군 홀로 모든 전쟁을 치룰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춘추의 반구에 되살아나던 선덕여왕의 안색이 다시 어둡게 변해갔다.

“그래서 말인데요.”“말씀하십시오, 마마.”

“당나라가 우리에게 진상품을 보내라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유신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지난해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람들로부터 정식으로 신라의 토산품을 진상하라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정식으로 진상하라 함은 신라를 공식적으로 신하 국으로 생각한다는 의미 아닙니까?”“꼭 그런 차원으로 접근하기보다 그저 훗날을 대비해서 정례화하면 어떨까 싶어요. 유사시에 그들의 힘도 빌릴 수 있게 말이오.”

“그래서는 아니 됩니다.”

유신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왜 그러세요, 장군!”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우리.”

유신이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장군!”

선덕여왕의 표정이 더욱 근심스럽게 변해갔다.

김춘추-김유신, 선덕여왕과 당나라 문제 이견
의자왕 전쟁 야욕…대야성 성주는 누가 되나?

“신라 최고의 명장인 김유신 장군이 남의 힘을 빌리고 싶겠습니까.”

춘추가 즉시 중간에 끼어들었다.

“하기야, 장군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용납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이는 국가의 운명과 연계되는 문제이니 숙고해야 합니다.”

“그 부분은 전하의 뜻대로 처리하십시오. 유사시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유신의 표정이 더욱 어둡게 변해갔다.

“그리하겠어요. 어차피 당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각오해야지요.”

“단순히 손해가 아니라.”“외교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일이지요.”다시 춘추가 유신의 말을 잘랐다.

“그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우리 입장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 대야성 성주가 공석이지 않소.” 

대야성.

일찍이 대가야국의 영토였으나 진흥왕 시절 신라의 장군 이사부가 공략하여 신라에 복속시키고 대량주(大良州)라고 개칭한 곳으로 백제와의 접경지대인 신라 서부의 군사 요충지, 신라의 대백제 방어에서 최전선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누굴 보낼 계획입니까?”

“마침 경들에게 말을 꺼내려 했는데 경의 사위고 장군의 조카사위인 김품석이 어떨까 싶어요.”
“김품석이오!”

유신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왜요, 장군. 김품석이 적합하지 않은가요?”

“그 중요한 곳에. 마마, 김품석은 재고해 주십시오.”

“왜 그러십니까. 제 사위가 뭐가 어때서 그러십니까?”

춘추가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유신을 바라보았다.

“김품석이 비록 이찬의 높은 직급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 전투 경험도 없는데다.”“장군, 주저 말고 말씀세요.”

“대야성처럼 중요한 성의 성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곳은 그야말로 실전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세워야 하옵니다.”

“그건 그렇고 하려다 만 말이나 해보세요.”

선덕여왕의 독촉에 유신이 춘추를 바라보았다.

“비록 제 조카사위이지만 아직 혈기왕성한 데다, 혹여 경거망동할 수 있으니 재고해달라는 이야기입니다.”“경거망동이라니요?”

춘추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여자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야 단단히 이르면 되지요.”“그게 단단히 일러서 될 일인가. 층층시하인 이곳에서도 그런데 변방의 성주 자리에 앉게 되면 통제도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유신의 단호한 말투에 춘추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마마, 여하튼 단순한 일이라 생각 마시고 신중하게 받아들여 김품석은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유신의 재차에 걸친 완곡한 말투에 선덕여왕과 춘추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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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