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2017 대선판 데자뷰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21:38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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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인제 보면 문재인-이재명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순실 게이트’는 주권자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정치 혐오라는 장막 뒤에 숨어 각종 이권에 개입, 국정을 농단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그들에게 철퇴를 내렸고, 차기 대선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겠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야권 입장에선 정권교체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997년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는 요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레이더P’ 의뢰로 실시해 지난 15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24.0%를 기록했다. 또 다른 유력 대권후보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앞선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문 전 대표는 7주째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반문연대 돌출

‘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할 순 없다. 문 전 대표가 현 시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점은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 8월 말 치러진 더민주 전당대회를 통해 ‘친문 체제’가 공고해졌다는 점도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여론조사 1위를 섭렵하고 있는 문 전 대표가 대권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정치권 안팎의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때문에 문 전 대표가 최근 대세론에서 비롯된 조급증에 걸렸다는 분석이 있다.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던 그 주, 문 전 대표는 “탄핵 표결(지난 9일) 이전에 사임하면 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적 발언이었다고 해석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의식해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유도, 사실상 내년 2~3월 중 조기 대선이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더민주 친문계열을 제외한 다른 정치권 인사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가능하면 빨리 대선을 하겠다는 것은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먼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CBC라디오와의 인터뷰서 “그분(문 전 대표)은 처음엔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꺼렸다. 광장에서 바로 정권을 넘어뜨리자는 식으로 말했는데 조기 대선을 하면 자기가 이롭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그건 문 전 대표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급한 행보
이재명 때문?

이러한 분위기 속에 최근 야권에선 ‘문재인 고립작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개헌·반문 전선을 형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손학규, 김종인과 같은 개헌파들이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동시에 이재명, 박원순, 김부겸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소위 ‘반문연대’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 시장은 촛불집회의 열기를 타고 비상하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다. 그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기준으로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만 해도 이 시장의 지지율은 4∼5%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1차 촛불집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9∼10%로 두 배가량 수직 상승했다. 기세를 탄 이 시장의 지지율은 최근 15%를 돌파, 16∼18% 사이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굉장히 유의미한 숫자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만남에서 “대선주자가 국민들의 주목을 받아 인지도가 상승할 때 두 개의 지지율 장벽을 만나게 된다”라며 “첫 번째로 마주치는 게 10% 장벽이고, 두 번째가 15%다. 9%까지 올라가긴 쉬워도 10%를 넘는 건 굉장히 힘들다. 15%는 더더욱 뚫기 어렵다. 만약 15%를 뚫어냈다면 진정한 의미의 대선주자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레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반문연대’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대항마 이미지가 더욱 공고해진 상태다.

이재명 ‘우산론’, 박원순 손 잡았다
“문, 동반자” 해명에도 ‘반문연대설’

이 시장은 탄핵이 가결되고 하루가 지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박 시장님은 국민권력시대를 말씀하신다. 국민들이 주인 되는 나라를 위해 검찰, 재벌을 포함한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하신다. 이는 나의 생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며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박)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고 ‘우산론’을 펼쳤다.

이 시장은 글을 올린 후 곧바로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특강에 참석했다. 이 자리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우리의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고 그 중 누가 MVP(대통령)가 될 것인가는 결국 국민이 정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박 시장님과 제일 먼저 함께하는 것이고, 곧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문재인 전 대표와 다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이 사장에 대해 ‘청출어람’이라고 평가하는 등 함께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이 시장의 우산론에 대해 자신의 SNS에 “우리를 씌우는 우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비를 막아주는 우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무엇보다 이 시장과 박 시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등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어 연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후 반문연대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에 이 시장은 당 내부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 “이재명 이름 석 자로 정치하지, ‘반’이나 ‘비’자가 들어가는 패거리정치는 해온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다. 문 전 대표님을 배제하려는 제3지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방식의 제3지대는 국민의 신뢰도, 지지도 받을 수 없다’고 확신해서 답했다”며 반문연대 성격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반문계·개헌파
합종연횡 가능성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반문연대는 현실화 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리고 그 포인트는 앞으로 만들어질 개헌특위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야는 이달 말부터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따라서 개헌파의 움직임이 지금보다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

이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문 전 대표는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 오래된 적폐들에 대한 대청소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대한 논의에 집중해야 될 때”라며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당내 개헌파는 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내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서 “시간을 핑계로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대통령 후보(문재인)가 개헌 찬성을 안 하니까 개헌을 못한다는 식으로 개헌 문제를 다뤄선 안 된다”라며 “공약을 해서 개헌하겠다는 것은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 얘기”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세 규합에 나서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 비문재인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최근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대표적인 개헌론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의 싱크탱크다.

당시 손 전 대표는 정계개편을 시사했다. 그는 “여러분과 함께 제7공화국 건설에 나설 개혁세력을 한 데 묶는 일을 하겠다”며 “7공화국을 위해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만들어 대한민국의 국가적 대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창 VS 인제 구도 ‘남의 일 아냐’
야권 분열 기대하는 새누리당 속내

결국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세력과 이재명 시장을 중심으로 한 반문연대와의 대립이 불가피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 관계자들은 과거 1997년 대선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자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 15대 대선, 그러나 대선 전에는 서로에 대한 난타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됐다.


당시 14대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대중 전 평민당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출마를 선언해 유권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신한국당 경선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면서 이내 팽팽한 균형이 맞춰졌다.

당시 신한국당에선 이른바 ‘9룡’이라 불린 대선주자들이 있었다. 김영삼정권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회창·이홍구·이수성과 민주계의 최형우·김덕룡·이인제, 민정계의 김윤환·이한동, 그리고 14대 대선에 출마했던 박찬종까지 유력 대권후보들이 난립했다. 이들 중 이회창과 이인제가 1,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올랐고 최종 후보로 이회창 당시 총재가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가 돌연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독자 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의 탈당은 서석재 등 지지자들의 도미노 탈당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민신당을 창당하고 이인제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비슷한 시기 야권에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결성됐다.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 총재인 김종필이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손을 잡은 것이다. 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김 총재를 국무총리로 임명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함께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당시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대중 32.1%, 이회창 31.5%, 이인제19.9%로 나타났다.

이인제 독자출마
이재명 선택은?

이후 상황은 네거티브전으로 이어졌다. 그해 12월에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한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는 작심한 듯 서로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김대중 후보가 “20억원을 선거위문금으로 받았다”고 하자 이회창 후보는 “5·18 학살자로부터 받은 돈도 위문금인가”라고 캐물었다.

다시 이회창 후보가 ‘3김정치 청산’을 주장하자 김대중 후보는 “이회창 후보는 군사독재정권에서 호의호식하지 않았나”라며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할 망정, ‘3김이다’ ‘낡은 세력’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같은 당에 몸담았던 이회창, 이인제 후보 간 난타전도 신랄했다. 이회창이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 “현재 지지도로서는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의 말로 공격하자 이인제는 “이회창은 새로운 지역패권주의를 만들고 있다”라며 응수했다.

한때 여론조사 결과가 김대중 1위, 이인제 2위, 이회창 3위로 나오다가 TV토론 이후 이회창이 2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상황은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그러나 끝내 이회창, 이인제는 손을 잡지 않았고, 결국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대선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대선주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2위간 표차는 불과 39만여표(1.6%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당시 김대중 후보 측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표를 모은 반면,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로 인한 보수표 분산이 결정적 패배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경상도 표심 분열이 뼈아팠다. 만약 이인제 후보의 득표율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15대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의 몫이었다.

이를 현 상황에 대입해보면 정권교체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더민주 경선에서 맞붙을 시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선을 하지 않고 독자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짐짓 이러한 분열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곧장 감지되곤 한다는 점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야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문재인과 이재명의 대승적 결단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과 이재명 신경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탐색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는 이달 초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이 시장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는 건 맞고 정말 사이다 같다. 내가 들어도 시원하다”면서도 “어쨌든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른다.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에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사이다로 목 좀 축이고 난 다음에 고구마로 배 채우고 든든하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받아쳤다.

‘고구마’와 ‘사이다’는 최근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게 붙은 별명이다. 문 전 대표는 최근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서 모호하고 답답한 답변으로 일관, 고구마란 별명이 붙었다.

반면 이 시장의 사이다는 박 대통령 퇴진과 관련해 빠르고 명쾌하게 움직여 생겨났다. 의미하는 바는 상반되지만 야권의 두 대선주자들은 자신의 별명을 적극 활용해 이미지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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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