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총수 청문회 막전막후

‘죄송, 송구, 다시는…’ 그때 그 정주영은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총수 9명이 총출동한 재벌청문회는 의원들의 ‘거친 목소리’로 시작해 증인들의 ‘버티기’로 끝났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던 총수들은 강요에 의한 상납 차원이었다고 발뺌하기 바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통용된 셈이다. 그나마 지금껏 의혹 수준에 그쳤던 몇몇 정황이 사실로 판명됐다는 건 위안 삼을 만한 구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지난 6일, 국회서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청문회는 밤 11시까지 약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뻔한 질의와 응답이 오갔지만 틈틈이 눈길을 끌 만한 발언이 이어졌다. 

[입 맞춘 듯]
[동문서답]

이날 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 사면, 경영 특혜,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제가 부족한 점이 많다”며 대부분의 질문을 피해갔다. 정몽구 회장도 “잘 몰랐다”가 주된 답변이었다. 구본무 회장의 경우 ‘정부의 압력’을 강조하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대신 대기업이 준조세를 내는 것에 대해 입법을 통해 막아달라는 등 직설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 또한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우리에게 매우 적은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신동빈 회장은 긴장 속에도 다소 편한 모습으로 질의에 응했다. 지난 6월 진행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알지 못했다. 조직 정보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웃으며 말하는가 하면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의 발언이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양호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인정하며 비교적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애먹은 회장님]
[후속조치 고심]

이번 청문회서 가장 바빴던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의원들의 전체 질의 가운데 80% 이상이 이 부회장을 향했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던 이 부회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깜짝 계획을 내세웠다.

속시원한 한방 없었던 13시간 공방전
대가성 전혀 없었다…정부 입김만 살짝

이 부회장은 “(미전실 관련)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가 있었고 미전실에 관해서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창업자인 선대회장이 만든 조직이고 회장님이 유지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서 출발한 삼성 미래전략실은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 온 미래전략실은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삼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차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안팎에선 미래전략실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지원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발언이 특위 위원들의 압박으로 인한 돌발 언사였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축소 및 폐지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청문회 발언으로 명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 부회장이 언급한 미래전략실 해체설에 대해 예정된 발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부회장의 입을 통해 미래전략실 폐지가 공식화됨에 따라 삼성 전체 조직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은 조만간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조직 재편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탈퇴 선언]
[침몰 직전 전경련]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의 존폐를 가늠할만한 발언도 쏟아졌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앞장섰다. 그는 “(전경련)해체를 논할 자격은 없지만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내는)기부금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추궁에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재차 화답했다.

이로써 그간 정경유착의 매개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목되어 온 전경련에 대한 삼성의 탈퇴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전경련은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이 부회장의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주도해 1961년 출범한 단체다.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 손경식 회장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자 정몽구 회장은 “(탈퇴할)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은 하태경 의원이 연이어 전경련 탈퇴 의사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삼성 집중포화…미전실 폐지 깜짝 발언
잇단 탈퇴 선언…전경련 이대로 침몰하나

주요 그룹이 속속 탈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경련은 600여개 회원사로부터 매년 400억원의 회비를 걷고 있다. 5대 그룹인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이 이 가운데 절반인 200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삼성이 내는 회비만 연간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경련이 어떤 쇄신안을 내놓는지에 따라 조직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경련은 청문회 의견과 회원사들의 견해를 반영해 조직 쇄신안을 준비하고자 내부적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공개 탈퇴 선언 와중에서도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 9명 중 정몽구, 구본무, 신동빈, 김승연, 조양호 회장 등 5명은 “전경련 해체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의견수렴에서부터 쇄신안 마련까지 매 단계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회장단 회의를 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개최하려다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검찰 수사와 참석률 저조 탓에 무산돼 버린 정례 회장단 회의는 다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의혹에서 사실로]
[밝혀지는 실체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부 차원의 재벌기업에 대한 압력 행사 의혹 상당수는 사실로 재확인됐다. 최순실씨와 연루된 각종 의혹이 총수들의 입을 통해 정황상 의심 차원을 넘어 실제 있었던 일로 판명된 셈이다.

손경식 회장에게는 청와대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손경식 회장은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이 부회장이 조금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자유경제주의적 시장 질서에 어긋난 요구 아닌가’라고 묻자 손경식 회장은 “과거에 군부정권 때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만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안다”라고 답했다. 또 “차은택씨가 CJ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거절했다고 들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조원동 전 수석과 재차 통화한 배경에 대해 “이미경 부회장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자기가 조 수석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정부 차원의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 회장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조직위원장직의 사퇴 압력을 받았냐는 질문에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조 회장께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나”고 물자 조 회장은 “(열심히 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최순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물러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출연 압박을 거절한 이유를 공개했다. 최태원 회장은 “K스포츠재단의 추가 요청을 왜 거절했느냐”는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K스포츠재단이 80억원을 추가 요청한 적 있다”며 “당시 계획이 부실했고 돈을 전하는 방법도 부적절해 실무진 차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추가된 의혹도 있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화그룹이 정유라에게 8억원 상당의 말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2014년 4월26일 한화갤러리아 명의로 원산지가 독일인 8억3000만원 상당의 말을 두 필 구입했다. 어디에 썼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 말 두 필이 사실상 정유라 전용말로 쓰였고 정유라는 이 말로 훈련을 받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회장은 “정유라가 금메달 딴 건 알고 있다”면서도 “(증여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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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