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총수 청문회 막전막후

‘죄송, 송구, 다시는…’ 그때 그 정주영은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총수 9명이 총출동한 재벌청문회는 의원들의 ‘거친 목소리’로 시작해 증인들의 ‘버티기’로 끝났다. 정경유착 고리를 끊겠다던 총수들은 강요에 의한 상납 차원이었다고 발뺌하기 바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그대로 통용된 셈이다. 그나마 지금껏 의혹 수준에 그쳤던 몇몇 정황이 사실로 판명됐다는 건 위안 삼을 만한 구석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지난 6일, 국회서 열렸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청문회는 밤 11시까지 약 13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뻔한 질의와 응답이 오갔지만 틈틈이 눈길을 끌 만한 발언이 이어졌다. 

[입 맞춘 듯]
[동문서답]

이날 증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 사면, 경영 특혜,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제가 부족한 점이 많다”며 대부분의 질문을 피해갔다. 정몽구 회장도 “잘 몰랐다”가 주된 답변이었다. 구본무 회장의 경우 ‘정부의 압력’을 강조하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대신 대기업이 준조세를 내는 것에 대해 입법을 통해 막아달라는 등 직설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 또한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면세점 사업은 우리에게 매우 적은 부분”이라고 강조하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신동빈 회장은 긴장 속에도 다소 편한 모습으로 질의에 응했다. 지난 6월 진행된 검찰 압수수색과 관련해 "알지 못했다. 조직 정보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웃으며 말하는가 하면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의 발언이 나오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조양호 회장과 손경식 회장은 청와대의 인사 개입을 인정하며 비교적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애먹은 회장님]
[후속조치 고심]

이번 청문회서 가장 바빴던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의원들의 전체 질의 가운데 80% 이상이 이 부회장을 향했다.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던 이 부회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깜짝 계획을 내세웠다.

속시원한 한방 없었던 13시간 공방전
대가성 전혀 없었다…정부 입김만 살짝

이 부회장은 “(미전실 관련)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가 있었고 미전실에 관해서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창업자인 선대회장이 만든 조직이고 회장님이 유지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서 출발한 삼성 미래전략실은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해 온 미래전략실은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다.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은 삼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 차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안팎에선 미래전략실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말 지원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발언이 특위 위원들의 압박으로 인한 돌발 언사였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축소 및 폐지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청문회 발언으로 명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준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 부회장이 언급한 미래전략실 해체설에 대해 예정된 발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 부회장의 입을 통해 미래전략실 폐지가 공식화됨에 따라 삼성 전체 조직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은 조만간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조직 재편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탈퇴 선언]
[침몰 직전 전경련]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의 존폐를 가늠할만한 발언도 쏟아졌다.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앞장섰다. 그는 “(전경련)해체를 논할 자격은 없지만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내는)기부금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하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추궁에 이 부회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재차 화답했다.

이로써 그간 정경유착의 매개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목되어 온 전경련에 대한 삼성의 탈퇴가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전경련은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이 부회장의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주도해 1961년 출범한 단체다.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 손경식 회장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자 정몽구 회장은 “(탈퇴할)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과 구본무 회장은 하태경 의원이 연이어 전경련 탈퇴 의사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삼성 집중포화…미전실 폐지 깜짝 발언
잇단 탈퇴 선언…전경련 이대로 침몰하나

주요 그룹이 속속 탈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경련이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경련은 600여개 회원사로부터 매년 400억원의 회비를 걷고 있다. 5대 그룹인 삼성·현대차·SK·LG·롯데그룹이 이 가운데 절반인 200억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삼성이 내는 회비만 연간 1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전경련이 어떤 쇄신안을 내놓는지에 따라 조직의 존속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경련은 청문회 의견과 회원사들의 견해를 반영해 조직 쇄신안을 준비하고자 내부적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공개 탈퇴 선언 와중에서도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 9명 중 정몽구, 구본무, 신동빈, 김승연, 조양호 회장 등 5명은 “전경련 해체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의견수렴에서부터 쇄신안 마련까지 매 단계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공식적인 의견수렴을 위한 회장단 회의를 열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개최하려다 최순실 국정 농단 관련 검찰 수사와 참석률 저조 탓에 무산돼 버린 정례 회장단 회의는 다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의혹에서 사실로]
[밝혀지는 실체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부 차원의 재벌기업에 대한 압력 행사 의혹 상당수는 사실로 재확인됐다. 최순실씨와 연루된 각종 의혹이 총수들의 입을 통해 정황상 의심 차원을 넘어 실제 있었던 일로 판명된 셈이다.

손경식 회장에게는 청와대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손경식 회장은 “조원동 당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이 부회장이 조금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라고 증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자유경제주의적 시장 질서에 어긋난 요구 아닌가’라고 묻자 손경식 회장은 “과거에 군부정권 때에는 이런 일이 있었지만 흔한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안다”라고 답했다. 또 “차은택씨가 CJ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거절했다고 들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조원동 전 수석과 재차 통화한 배경에 대해 “이미경 부회장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고 해서 그러면 자기가 조 수석 얘기를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조양호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일하던 당시 정부 차원의 사퇴 압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조 회장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조직위원장직의 사퇴 압력을 받았냐는 질문에 “사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조 회장께서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 않았나”고 물자 조 회장은 “(열심히 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최순실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물러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런 내용을 신문기사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정확히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추가 출연 압박을 거절한 이유를 공개했다. 최태원 회장은 “K스포츠재단의 추가 요청을 왜 거절했느냐”는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K스포츠재단이 80억원을 추가 요청한 적 있다”며 “당시 계획이 부실했고 돈을 전하는 방법도 부적절해 실무진 차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추가된 의혹도 있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한화그룹이 정유라에게 8억원 상당의 말을 상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의원은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 “2014년 4월26일 한화갤러리아 명의로 원산지가 독일인 8억3000만원 상당의 말을 두 필 구입했다. 어디에 썼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 말 두 필이 사실상 정유라 전용말로 쓰였고 정유라는 이 말로 훈련을 받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회장은 “정유라가 금메달 딴 건 알고 있다”면서도 “(증여한 사실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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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