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보너스’ 연말정산 많이 받는 꿀팁

잘 챙기면 연초가 따뜻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지만 직장인들에게는 연말정산이라는 큰 산이 하나 남아있다. 절세로 재테크를 하는 ‘세테크’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연말정산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보통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지만 대충 넘어갔다가는 ‘13월의 폭탄’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연말정산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3월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2015년 연말정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연말정산 환급금 여부가 확실한 직장인 5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0.5%만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증빙자료를 모두 전산화해 증빙이 편리해져야 한다’(26.2%) ‘전 직장에 원천징수 영수증을 요청하지 않아도 정부 사이트를 통해 다운로드받을 수 있어야 한다’(21.0%) 등 개선사항도 지적했다.

세금폭탄 걱정

연말정산은 근로자라면 필수로 거쳐야 할 일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소득공제, 세액공제, 과세표준 등 용어부터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연말정산은 한 해 동안 원천징수한 세금을 정산해 많이 납부한 사람에게는 돈을 돌려주고, 적게 납부한 사람에게는 추가로 세금을 거둬들이는 작업을 말한다. 총급여는 연말정산의 출발점으로 세금 부과 기준이 된다. 상여금 등을 포함, 1년 동안 지급받은 연소득서 비과세소득을 뺀 금액이다.

여기서 비과세소득은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소득으로, 월정액급여 150만원 이하 혹은 직전 과세기간의 총급여액이 2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야간근로수당, 월 10만원 이내 식대, 월 20만원 이내의 자가 운전 보조금, 월 100만원 한도 내의 국외 근로소득, 근로장학금, 보육관련 수당 등이 해당된다.


과세표준은 근로소득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한 금액별로 구간을 나눠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기준이다.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낮추면 산출세액도 낮출 수 있어 연말정산에서 중요하다.

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인 경우 세율은 6%지만 1200만∼4600만원 구간이 되면 15%로 세율이 껑충 뛴다. 소득공제는 세금 계산 기준인 총급여를 줄여주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에 따라 계산된 세액에서 일정부분을 공제하는 방법이다.

제대로 반영될 경우 저소득자에게 유리하고 고소득자에게 불리한 방법이다. 결정세액은 산출세액서 근로소득, 기부정치금 등 각종 세액감면 및 세액공제액을 뺀 금액이며 여기서 매달 원천징수로 뗀 세금을 공제하면 납부세액이 나온다. 납부세액으로 환급과 추가징수가 결정된다.

지난해 연말정산(2014년 귀속)때는 각종 소득공제 항목이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돼 세부담이 늘었다. 직장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에서 보완대책을 발표하는 등 ‘연말정산 대란’이 벌어졌다. 당시 정부는 교육비, 의료비 지출의 소득세 공제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일부 바꿨다.

이 과정서 일부 근로소득자의 소득세가 늘자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세금 부분에서 논란이 생기자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대충 넘어갔다간 큰 낭패
영수증 챙기고 세법 체크
절세 따라 환급액 차이

국세청은 10월20일부터 근로자가 미리 절세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서비스를 통해 올해 9월까지의 신용카드, 체크카드(직불카드), 현금영수증, 전통시장, 대중교통 등의 사용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 최저 사용금액, 결제 수단별 공제율을 감안해 연말까지 사용예상액을 추가 입력하면 소득공제 예상액과 혜택 받게 되는 예상세액도 계산해 준다. 여기에 올해 예상 총급여액을 수정 입력하면 보다 정확한 소득공제 예상액이 나온다.

이 정보를 토대로 남은 기간 동안 어떤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게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 절세 전략을 짤 수 있다.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15%를, 체크카드·전통시장·대중교통 이용분은 30%를 공제한다. 신용카드를 최저 사용금액에 도달할 때까지 사용하고 이후 체크카드를 사용하거나 전통시장 또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 유리하다.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한도액은 300만원이지만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이용액에 따라 각각 최대 100만원씩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공제 혜택이 큰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퇴직연금은 최대 700만원의 15% 또는 12%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면 15%, 넘으면 12%를 공제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은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연간 납입총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일시 납입액도 공제받을 수 있다.

조금 부지런하게 챙겨야 할 부분도 있다. 국세청은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로 자료 수집 범위를 넓히고는 있지만 몇몇 자료는 여전히 직접 챙겨야 한다.

의료비 중 시력보정용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 구입비용(1인당 연 50만원), 보청기 구입비용, 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 구입, 임차 비용 등은 영수증을 미리 챙겨두면 좋다. 자녀의 교복이나 체육복 구입비(중·고교생 1인당 50만원), 취학 전 아동 학원비, 종교단체나 지정 기부금 단체 등에 지출한 기부금도 영수증이 있으면 공제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챙기는 사람이 임자’인 부분이다.

이외에도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다 해도 실제 부양 중이면 기본 공제가 가능하다. 처남, 처제, 시동생, 시누이 등 배우자의 형제자매도 본인이 부양하는 경우 기본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이혼한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기본공제 적용 대상이 아니니 유의해야 한다.

며느리, 사위, 삼촌, 외삼촌, 고모, 이모, 조카, 사촌, 형제자매의 배우자 등도 마찬가지이다. 맞벌이 근로자는 급여가 적은 배우자에게 신용카드, 의료비 등 지출을 몰아주면 좋다. 신용카드는 총급여액의 25%, 의료비는 3%를 초과해 사용해야 공제가 가능하다.

부양하던 배우자, 부양가족 등이 부양가족 요건을 상실하는 경우에도 그 이전에 이미 지급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공제가 가능하다. 부양가족 상실 요건은 딸이 출가해 사위의 배우자 공제대상이 된 경우나 배우자가 취업해 총급여가 500만원을 넘는 경우 등을 말한다. 월세액도 공제받을 수 있다.

연간 750만원 한도로 월세 납입액의 11%(주민세 포함)를 공제받을 수 있는데, 대상은 무주택 가구주면서 연봉 7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집에 월세를 내고 살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 집주인의 동의나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공제가 가능하다.

올해 바뀐 세법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실속 있는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내년 1월1일 이후에 신용카드로 중고차를 사면 비용의 10%를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출산·육아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됐다. 기존 둘째 이상을 출산 또는 입양하면 30만원씩 적용되던 세액공제가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 70만원으로 확대됐다. 학자금을 갚는 직장인은 원리금 상환액을 교육비 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장애인공제를 놓치는 근로자가 많다. 기본공제 대상자 중 장애인이나 암 환자가 있다면 200만원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암이나 중풍·치매 등으로 평상시 치료가 필요하고 취학·취업이 곤란한 경우여야 한다. 의료기관서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고 연간 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라면 장애인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모바일로 조회

한편 미용, 성형수술 비용, 건강증진용 의약품 구입비, 산후조리원 비용 등은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또 정규수업 시간 외에 실시하는 실기지도비나 학교버스 이용료, 기숙사비 등도 교육비 세액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국세청 홈택스 어플리케이션서 ‘연말정산 절세 주머니’를 이용해 절세 팁 100개와 유의 팁 100개 등 200개 정보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말정산은 1년에 한 번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근로자가 공제 요건, 한도 등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며 “이를 위해 근로자가 손쉽게 조회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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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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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