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스캔들’ 관세청 책임론

중심 못 잡고 ‘어정쩡’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최순실 국정개입 불똥이 면세점으로 번졌다.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조차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다. 정경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관세청을 두고 비난의 수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관세청의 갈지자 행보로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참여한 롯데면세점·HDC신라·신세계DF·SK네트웍스·현대백화점 등은 면세점 입찰 프레젠테이션(PT) 준비에 주력하며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관세청은 특허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PT 진행 시점을 심사 발표 1주일 이전 통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특허권의 향방은 최순실 국정개입의 여파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관세청에 대한 불신이 한몫 거들고 있다.

의혹투성이

관세청은 지난해 면세점 특허권 심사 때 평가 점수, 심사위원 명단 등을 공개하지 않아 ‘깜깜이 심사’ 논란을 빚었다. 당시 관세청은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심사 공정성 저해를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 공정성 논란이 계속됐고 관세청은 향후 입찰자에 대한 평가 점수를 공개하기로 공표했지만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이 터지자 지난해 7월과 11월, 두 차례 치러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특혜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검찰이 지난달 24일 롯데그룹과 SK그룹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일 때 대전에 있는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자 심증은 한층 굳어졌다. 관세청 직원이 면세점 업체 선정 전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 주식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서도 의문점은 존재한다. 관세청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박탈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4월, 서울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88만명 증가했다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추산치를 근거로 삼았다.

관세법 고시에는 시내면세점 추가 설치 요건을 ‘광역지자체별 외국인 방문자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발표된 공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서울지역 관광객 수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100만명 가량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여기저기 휩쓸리는 사이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관세법 개정안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관세법 개정안은 올해 정기국회서 처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개정안 처리는 뒤로 밀려났다. 당장 야권 측에선 관세법 개정안 처리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 정기국회서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올해 관세법 개정안 처리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면세점에 깃든 최순실 검은 그림자
심사 앞두고 연이어 터지는 돌발변수 
잘 지킨 현대면세점 오히려 피해자 될판

이렇게 되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당분간 미뤄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해당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시내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작업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관세청은 사업자 후보들의 요구를 반영해 예정대로 심사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계획 변경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하지만 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자들은 사업자 선정 연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세청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공정한 심사를 해야 추가적인 논란이 없다는 게 이들이 말하는 핵심이다.


특히 경쟁 업체들이 정경유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유일한 청정지대로 남아 있던 현대면세점의 경우 자칫 잘못하면 선의의 피해자로 몰리게 생겼다. 즉, 호재를 누려도 모자를 판국에 그간 노력이 헛수고가 될 지도 모를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사업자 선정이 연기되면 면세점 특허권 획득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과정을 거친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몇몇 후보들은 1년이 넘도록 면세점 사업에 매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준비 기간이 더 길어지면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그나마 믿을 건 관세청 뿐”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개 국면

면세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도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발표 시점에 즈음해 알려준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국이 어수선한 만큼 어떤 결정이 이뤄져도 놀랍지 않겠지만 그간 노력이 물거품 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타의 변신

두타면세점이 영업시간을 단축한다. 불과 6개월 만에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던 올빼미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은 지난 1일부터 폐점시간을 새벽 2시에서 자정(저녁 12시)으로 앞당긴다. 일부 매장의 경우 저녁 11시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영업시간 변경은 전략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두타면세점은 지난 5월 오픈 당시 야간 손님이 많은 동대문 상권을 감안, 국내 최초로 심야면세점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타면세점은 오픈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 두타면세점은 104억원의 매출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가장 적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만 160억원에 달한다. 3분기에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타면세점은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두산 전무가 사업을 이끌고 있다. 두산타워 9개층에 입점해 있으며, 총면적은 1만6825㎡(약 5090평) 수준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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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