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최규선 인생사

치밀한 사업가인가 타고난 사기꾼인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대중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로 떠들썩했던 최규선씨. 최근 그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로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된 것. DJ맨에서 사업가로의 변신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여다본다.

1960년 전남 나주서 태어난 최규선씨는 부친이 버스터미널을 운영했기 때문에 상당히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최씨의 아버지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는 외대 재학 중이던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통일교 재단을 통해 유학을 가게 됐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유학간 지 1년 만인 1982년 그는 위스콘신대 국제학생회장이 됐다.

‘게이트’ 떠들썩

최씨는 당시 미국으로 망명 온 김 전 대통령을 다른 한국 유학생 학생회장 서너명과 함께 시카고의 한 호텔서 만나 이때부터 ‘DJ맨’이 됐다.

최씨는 1986년 대학 졸업후 귀국, 김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대학원 진학 시험 준비를 핑계로 귀국했지만 사실은 1987년 대선에 출마한 김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 곁에는 박지원 뉴욕 한인회장, 유종근 럿거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있었고 최씨와 유종근씨는 이때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1988년 최씨는 선거운동 시 종종 이용했던 서울-광주 간 비행노선서 만난 두 살 연상의 스튜어디스 손미혜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의 석사 과정에 입학, 스칼라피노 교수의 조교였다.

그러나 스칼라피노 교수가 소속된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는 “최씨가 1996년 5월 ‘평화와 분쟁학’ 전공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한 기록은 있으나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스칼라피노 교수도 최씨가 학부 학생이었음은 인정했지만 대학원 지도학생은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버클리대 동문회 관계자는 “최씨는 공부보다는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사람 만나는 일에 몰두해 유학생 사회에 수수께끼 인물이라는 평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최씨와 마이클 잭슨과의 인연도 미스터리다. 그는 지난 1992년 5월 LA의 센트럴시티서 마약퇴치 운동을 위한 자선기금 모금파티가 열린 자리에서 마이클 잭슨을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마이클 잭슨이 만난 지 석 달째 자신을 생일파티에 초대했다고 주장했다.

사기·횡령·배임…또 다시 철창행
DJ정부 최대 스캔들 주인공의 몰락

마이클 잭슨은 최씨에게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라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주선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최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한 기업인은 “최씨가 술자리서 흥이 나면 마이클 잭슨과 친분을 쌓게 된 얘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최씨가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94년. 최씨는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미국에 유학 중인 홍걸씨를 한번 만나보라”고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최씨는 1996년 다시 귀국해 그해 10월,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을 주선했다.
 


최씨는 또 1996년 당시 신한국당의 2인자였던 최형우 고문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내무부장관서 막 물러나 대권행보를 시작한 최 고문에게 그는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접근해 특보가 됐다. 그러나 그가 일부 기업체에 최형우 의원 특보라면서 금품 협찬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그의 특보 활동은 서너달 만에 막을 내렸다.

최형우 고문 특보서 물러난 최씨는 1997년 대선운동이 시작되자 김 전 대통령의 특보로 활동했다. 그는 1997년 3월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때 만델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딸 진지 만델라를 참석시키면서 섭외능력을 인정받아 대외담당 보좌역으로 일하게 됐다.

그는 1997년 12월말 김 전 대통령이 당선자가 된 직후 마이클 잭슨을 통해 세계적 펀드매니저인 퀀텀펀드의 조지 소로스 회장의 입국과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로부터 국내 투자를 유치하는 등 IMF위기 때 긴요한 수완을 발휘, 그의 진가를 드러냈다.

당시 그는 시티은행의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왕자를 통해 시티은행의 제일은행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공으로 최씨는 당선자 비서 5인 중 1명이 됐다. 당시 당선자 비서 5인방은 이강래, 박금옥, 장성민, 고재방, 그리고 최규선이었다. 그러나 비서 5인방 중 최씨는 유일하게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당시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언질로 내심 청와대 정황실장 자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낙마 이유와 관련해 최씨는 자신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되자 “시건방지다”는 이유로 동교동계로 대별되는 가신들의 텃세와 음해에 밀려 밀려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씨가 청와대 비서실 멤버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언행에 신뢰성이 없고 경력도 불분명한 데다 이권 개입설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8년 6월 최씨는 외자유치 커미션과 관련된 문제로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당 총재 보좌역 자리도 내놓게 됐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즈음 최씨의 미국 내 사기행각이 청와대에 알려졌고 이것이 그를 권력 핵심부로부터 멀어지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최씨는 1999년 당시 민주당 실세 권노갑 민주당 고문을 병문안 가는 방식으로 접근, 특보로 기용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 최씨는 권 고문 비서관에 승용차를 선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씨의 권 전고문 특보 직함마저도 대통령 특보 등을 자처하고 다니다가 문제가 돼 단기간에 그쳤다.

사우디 왕자와 친분…투자 이끌어
마이클 잭슨이 생일파티에 초대도

1999년부터 벤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자 최씨는 2000년초 김홍걸씨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크게 한 판을 벌이려 했다. 그는 2000년 2월 알 왈리드 사우디왕자로부터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끌어들여 왈리드 왕자를 회장으로 하고 자신이 사장을 맡으며 김홍걸씨를 애널리스트로 하는 벤처투자회사를 만들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김홍일 전 의원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홍걸씨는 김 전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해 7월 최씨와 함께 포스코 유상부 회장을 만나 벤처창업에 대한 도움을 받는 등 독자노선을 걷던 와중에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면서 동반몰락의 길을 걷게 됐고 그의 화려했던 정치편력도 막을 내리게 됐다.

최씨는 2015년 코스닥 상장회사인 (주)루보를 인수해 사명을 (주)썬코어로 변경하고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2016년에는 (주)썬테크놀로지스의 대표이사가 되기도 했다. (주)썬테크놀로지스는 철강 산업에 필요한 압연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인 주조 압연롤 전문 생산 업체로 일부 대형롤뿐만 아니라 중, 소형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의 이름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이유는 사기와 횡령·배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는 지난달 24일 4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0억원을 선고하고 최씨를 법정 구속했다.

최씨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와 이동식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맺고 받은 공사 대금 2700만달러를 7차례에 걸쳐 빼돌리는 등 회삿돈 총 430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금 사업은?

재판부는 “최씨는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면서 회삿돈을 빼돌렸고 피해 회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최씨가 금감원 등에 위조된 증거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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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