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지난 10일 미국 위싱턴에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만남은 정 최고위원이 당내 지지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해 친이계 좌장과 물밑접촉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르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만남은 정 최고위원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인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차 미국 워싱턴을 찾은 기회에 이뤄졌다. 그러나 사실 정몽준-이재오 만남은 안상수 전 원내대표가 위싱턴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기로 약속된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원내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8명의 의원이 이번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차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며 “저는 사전에 이 전 의원을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정 최고위원이 혹시 이 전 최고위원과 위싱턴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느냐고 물었다”며 “그래서 만나기로 되어있다고 말하자 같이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루어진 자리였다”고 밝혔다.
안 전 원내대표는 “위싱턴의 한 중국식당에서 2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며 “별다른 정치적 얘기는 없었고, 미국에서 강의와 특강 요청도 들어와 바쁘면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 아직 귀국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 최고위원은 위싱턴 국정감사를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고, 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국정감사를 마치고 21일 저녁에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 만남을 두고 이 전 최고위원의 정계복귀냐 아니면 차기 대선주자인 정 최고위원의 당내 지지기반을 견고히 하기 위한 계산된 포석이냐는 문제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을 놓고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정 최고위원이 친이명박계 좌장이라 할 수 있는 이 전 최고위원과 유대를 강화하고 당내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그렇게 함으로써 친분을 더욱 쌓아 다음 경선 때 이 전 최고위원의 도움을 받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몽준, 국감차 美방문중 안상수·이재오 만나
차기 경선 준비 위한 친이계와 유대관계 넓히기?
그러나 정 최고위원 측은 당내지지 기반다지기 라는 것을 일축하는 모습이다. “정몽준-이재오 두 분은 16대 때 교육위를 같이 했고, 또 국회의원 축구팀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며 “미국까지 가서 이 전 최고위원을 안 보고 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 아니냐”며 이번 만남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두 사람은 꾸준한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최고위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지난 14대 국회 때 최형우 당시 민자당 의원의 소개로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이 전 최고위원이 한일의원 축구모임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또한 16대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 같이 활동을 했으며, 현재 이 전 최고위원이 객원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정 최고위원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최고위원은 “안상수 전 원내대표와 같이 이 전 최고위원과 식사를 했다”면서 “이 전 최고위원의 건강과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 별다른 얘기는 없었고, 과거 교육위 활동과 존스홉킨스대학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전 최고위원 간의 만남은 그 의미가 깊다는 관측이다.
사실 정 최고위원은 6선 의원이지만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내 지지기반이나 계파가 취약한 편이고,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현재 정계 복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에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단순한 회동이라고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향후 이들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