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는 현대중공업 진짜 노림수

하다 하다 안되니 ‘MJ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현대중공업이 회사 쪼개기에 나섰다. 중차대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분사를 결정한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물밑작업 차원이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각각 3조2000억원과 1조5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14년 말 권오갑 사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1월 15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올해 5월에도 2000명이 사직서를 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훨씬 큰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살길 찾아
몸집 줄이기

현대중공업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그룹을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 지붕 밑에서 독립경영을 유지하기보다 아예 회사 자체를 쪼개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선·해양·엔진을 제외한 분사되는 5개사 사업 매출은 3조8000억원대로 현대중공업 3분기 전체 매출(28조9800억원)의 13%에 해당된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해왔다. 현대커민스,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태안법인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한 데 이어 현대종합상사,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자원개발은 계열 분리됐다. 현대아반시스 매각과 호텔사업 독립경영 체제 구축도 비슷한 시기에 이어졌다. 분사 결정 역시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이다.
 

그룹의 기존 차입금은 분할되는 회사로 상당 부분 이전될 전망이다. 6개 독립회사 중 규모가 큰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은 분사된 회사에 차입금 배정이 가능한 사업분할 방식을 따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 ▲서비스 부문은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된다. 정확한 분할 비율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 회사 부채 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분사가 완료되면 기민하게 시장 흐름에 대처할 여력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극복 플랜
진짜 계획은?

문제는 분사 방침이 노조의 강한 반발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추가 자구계획이 확정된 지난 6월부터 파업을 실시하는 등 분사에 반대해왔다. 분사가 시행되면 노조 입장에서는 기존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받던 급여를 포함해 복지혜택 등이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분사를 통해 노조의 규모를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팽배하다.

지난 16일에는 울산 본사 노조 조합원을 주축으로 회사의 결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달 중으로 3차례 더 울산 본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을 이어간다는 복안도 마련한 상태다. 절차를 밟고 있는 금속노조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는 한편 투쟁 수위를 높여 전면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그룹사 6개 부문 회사로 분리 추진 발표
실상은 경영권 승계 물밑작업?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중공업 분사가 경영권 승계 구도와 연결된다는 점이다. 표면상 현대중공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으로 분류된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7년 회장을 거친 후 2001년 고문으로 물러나 지금껏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최대주주 자리는 유지한 상태에서 정치인으로서 무게중심이 실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정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후퇴한 사이에 회사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렇다고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전무한 건 아니었다.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전무(1982년생)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정 전무는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임원 직급을 달고 그룹 승계구도에 이름을 올리는 재벌가 후계자들의 전형을 보여준다. 2009년 대리로 입사한 정 전무는 반년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2013년 부장 직함을 달고 회사에 복귀했다. 본격적으로 승계 교육을 받기 시작했던 정 전무는 이듬해 임원으로 승진했다. 현재 정 이사장의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 지분 94.92%를 손에 쥔 상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 지분 7.96%를 보유 중이다. 아직까지 정 전무는 상여금 등으로 받은 현대중공업 주식 617주가 전부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통해 본격적인 지분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이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정 전무가 경영권을 승계할 시기가 빨라질 거란 분석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곳이 '현대로보틱스'다. 이번 분사 결정으로 ▲그린에너지 ▲서비스 부문은 신설회사인 현대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로봇 부문은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 차입금을 떠안는 대가로 지분(91.1%)을 확보하게 된다. 향후 로봇 부문이 현대중공업 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 이사장이 향후 인적분할 하는 4개 회사의 지분을 지주사가 될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게 되면 10%대 지분율이 4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지분 승계가 이뤄지면 정 전무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될 시 지배구조 개선은 물론이고 차후 경영권 승계까지 가능한 셈이다.

진짜 이유는
경영권 승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뿐 정 이사장이 오너 경영인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4년 긴급 투입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모두 정 이사장과 오래전부터 연을 맺어 온 최측근이다. 겉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지만 실상은 최대주주의 최측근이 경영을 맡는, 최대주주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원 25%를 내보내며 고위직 의자 빼기에 나섰지만 정 전무의 자리는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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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