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9) 신하국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21 10:28:45
  • 호수 10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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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신라, 그 해법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적장이 유신의 칼날이 목에 닿기 바로 전에 그 경황 중에도 위급을 알아차렸는지, 아니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어 유신의 칼이 적장의 목을 비껴 어깨에서 겨드랑이를 깊게 베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적장이 그 일격에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를 살피며 곁에서 알몸으로 심하게 떨고 있는 여인을 살펴보았다.

완전히 혼이 빠져나간 듯 보였다.

여인을 무시하고 유신이 고꾸라진 적장의 목에 칼을 휘둘렀다.


이어 재차에 거친 칼질로 적장의 수급을 베어 한손으로 들고 바로 밖으로 나섰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오자 수급을 높이 치켜들었다.

“고구려 장수의 수급이 이 손에 있다. 신라 병사들이여,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이도록 하라!”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라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사에 불을 지르고 술에 취해 비몽사몽에 빠져있는 고구려 군사들을 무 자르듯 베어 나갔다.

동시에 한 병사가 신라 진영을 향해 불화살을 쏘아 올렸다.

유신을 위시한 신라 병사들의 기습공격에 대비할 겨를이 없었던 고구려 진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게다가 신라 본진이 돌진해오자 전의마저 상실한 고구려 군사들이 퇴로도 없는 진영 안에서 갈팡질팡했다.

신라군은 기세를 몰아 바로 성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이미 모든 정황을 감지한 고구려 군은 싸울 기력도 없는 듯 칼도 한 번 휘두르지 않고 선선히 항복하였다.

신라군은 첫 패전을 완전히 설욕하였음은 물론 고구려 군사 오천여 명을 죽이고 일천여 명을 사로잡는 대승을 거두었다.

그 전투를 계기로 확고한 위상을 확립해나가던 중에 아버지 김서현과 최대 후원 세력이었던 김용춘이 이어 이승을 떠났다.

그러자 희한한 일이, 유신의 역할이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변해버린 자신의 처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늘 뒤에서 힘이 되어주던 아버지와 김용춘이 이승을 떠났을 뿐 달라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빈자리가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더욱 더 자신과 나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막상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자신의 의지를 피력하나 결국에는 슬그머니 따돌림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니 자연 겉돌게 되고 그저 들러리서는 역할에 만족해야했다.

특히 선덕여왕이 보위에 앉자 더욱 심화되었다.


선덕여왕은 즉위 후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국가를 경영하기 시작했다.

매사 종교의식과 외세 특히 당나라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심했다.

그러다보니 번번이 당나라에 조공을 바쳐야 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신하국으로 전락했다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게다가 백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사에만 전념했다.

그를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 작심하고 선덕여왕을 알현했다.

그 자리에서 고구려와 백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으니 군사력을 강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아울러 국경 근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 부탁했다.

그러나 전쟁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선덕여왕은 김유신의 간곡한 요구를 거절하였고, 그런 연유로 시름에 겨워 홀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집 가까이 이르자 대문 앞에서 유신의 아내 유모가 서성이고 있었다.

그를 확인하고 취한 몸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움직이자 유모 역시 황급히 다가와 유신의 한쪽 팔을 잡았다.

성장하는 고구려·백제…선덕여왕 알현
당나라 신하국으로 전락…신라 미래는?

“어인 일로 이리 취하셨어요?”

유모의 음성이 살짝 떨렸다.

“왜 아직도 자지 않고 나와 있소?”

“왜라니요. 귀가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오시지 않으니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랬구려.”

부인을 바라보는 유신의 얼굴로 공허한 미소가 흘렀다.

“무슨 일 있었나요?”“일은 무슨 일이 있겠소. 그저 부인에게 면목 없구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느닷없이 면목이 없다니요. 여하튼 어서 방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니오, 부인. 우리 정원에서 저 달 구경 좀 하다 들어갑시다.”

“달구경이오!”

“달이 얼마나 밝고 환한지 모른다오.”

유모가 정자로 향하는 유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없이 따랐다.

“뭐 좀 내올까요?”

정자에 자리 잡자 유신의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럴 필요 없소. 그냥 이대로 달구경이나 합시다.”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부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순간 잠시 주춤하던 유모가 유신의 무릎 위로 자연스럽게 넘어졌다.

자세를 바로하려는 부인을 제지하고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왜 이러세요, 서방님!”

“부인이 너무 좋소. 그리고 미안하고.”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한참 물이 올라 농익은 아내의 체취를 맡으려는 듯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

부인이 자세를 바루고는 유신을 사랑스러운 듯 감쌌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장군 마음이 온전하시겠어요.”

한동안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대로 있던 유모가 자세를 바로 했다.

“부인, 저 달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 자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듭디다.”

술기운 혹은 달빛 탓인지 유신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내 나이 벌써 마흔 여덟인데 아직도 반달은커녕 초승달만도 못하니.”

유모가 아무 말 없이 유신의 손을 어루만졌다.

“휴우!”

유신이 술기운을 쫓아내기라도 하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서방님, 제가 민망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이 나이 되도록 아직 아들 하나 없으니.”

제 11대 풍월주(화랑도의 수장)를 지낸 진골 하종공의 딸로 언니인 영모가 김유신과의 사이에 딸 넷을 낳고 사망하자 바로 유신의 아내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 때까지 아들은커녕 자식 하나 낳지 못하고 있었다.

“아들을 안겨드렸어야 하는데.”

유신이 가만히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요?”“부인, 아시오?”

“무엇을 말인가요?”

“기분이 언짢을 때 그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말이오.”

아내가 그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듯 유신의 얼굴을 빤히 주시했다.

달빛에 비친 아내의 얼굴이 창백하리만치 곱게 느껴졌다. 순간 유신이 범처럼 아내를 덮쳤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니오, 부인. 저 달에게 간절히 기원하며 여기서 일을 벌입시다.”

잠시 말을 되새긴 부인이 유신의 목을 휘감았다. 하늘에서는 보름달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충과 효 

순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 그 날 잠자리에 들었던 무왕이 생을 마감하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마냥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은 아버지의 모습을 살핀 효가 국상을 서둘렀다.

급히 국상을 준비하는 중에 성충을 비롯한 몇몇 대신들이 효를 찾아 급히 보위에 오를 것을 주청했다.

그러나 아버지 상중인데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상을 마치고 보위에 오르겠노라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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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