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은 세월호 의문>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

최순실과 성형외과 점점 맞춰지는 퍼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 참사 이후 베일에 쌓여있던 그 7시간이 서서히 드러날 조짐이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정국의 중심에 서면서 그동안 안개 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세월호 7시간 논란’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했던 7시간을 두고 불거졌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10시 서면으로 첫 보고를 받은 이후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기까지 약 7시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사이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진도 인근 해상서 서서히 침몰했고 304명은 결국 차가운 바닷물 속에 수장됐다.

묻히나 했는데…

세월호 참사는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낱낱이 드러내면서 국가 불신의 싹이 됐다. 세월호 유족을 비롯한 국민들은 진실 규명을 요구했지만 2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대로 밝혀진 사안이 없어 많은 이들을 좌절케 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의 7시간은 루머가 난무했을 뿐 명확한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 대통령의 7시간에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 보수단체에 고발당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4년 8월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조선일보>의 한 기명칼럼을 인용 박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보수단체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로 국가 원수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했다”며 가토 전 지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출처불분명한 소문을 근거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토 전 지국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일본 정부는 검찰의 구형에 대해 이례적으로 “무척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서 “가토 전 지국장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하고 사생활 의혹을 보도했다 해도 박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를 게재한 것이 아닌 만큼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판결은 법원이 언론의 자유를 강조함과 동시에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이 이후 항소를 포기하면서 가토 전 지국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박래군 상임위원도 박 대통령의 7시간에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당했다.

박 상임위원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참사 당일) 마약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서 한번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보톡스를 맞고 있었던 것 아니냐, 보톡스를 맞으면 당장 움직이지 못하니 7시간 동안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보수단체는 가토 전 지국장 때와 마찬가지로 박 상임위원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박 상임위원은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법원은 1심과 2심서 박 상임위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은 박 상임위원의 마약, 보톡스 발언에 대해 “공적 관심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서 마약이 갖는 부정적 이미지, 박 위원이 사용한 표현 등에 비춰볼 때 심히 악의적이고 경솔했다”며 “표현의 자유로 보호할 수 없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 언론은 검찰이 의혹을 언급한 두 사람을 모두 기소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7시간이 처벌을 부르는 마법의 단어라고 표현했다. 이후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구체성을 띄기 시작한 것이다. SNS상에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최태민씨의 20주기 천도제를 지내고 있었다”는 풍문이 돌았다.

최씨 모녀 단골 병원 부각
사고 났을 때 피부과 시술?

이에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인터넷 언론 <고발뉴스>는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뉴스>에 따르면 최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데리고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매선침, 즉 피부에 얇은 실을 넣어주는 리프팅 시술을 해줬다.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빌어 세월호 참사 당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의 눈 밑에 부기가 빠지지 않았다며 이는 매선침 시술에 따른 전형적인 부기로 보인다고도 했다. 지난해 6월 박 상임위원이 언급한 피부 시술 의혹이 1년여가 지난 시점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보톡스 시술 의혹은 지난 7월에도 북한에 의해 한번 언급된 바 있다. 북한은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의문의 7시간 행적을 조사해야 한다는 민심의 요구는 정당하다”며 “(박 대통령이) 세월호 대참변이 일어난 그 시간에 얼굴에 주름살을 없애는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이 4개월이 지난 현재 비슷한 내용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누리꾼들은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JTBC 보도로 강남의 한 소형 성형외과가 갑자기 의혹의 중심으로 튀어나왔다.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이곳은 최씨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다닌 병원이었다. JTBC가 확보한 고객 명단에는 ‘정유연’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정유연은 정씨의 개명 전 이름이다.

이어 ‘최’ ‘최 회장님’ 등의 단어도 나온다. 이 병원은 녹는 실을 이용해 주름을 펴주는 ‘피부 리프팅’ 등 피부과 시술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화장품 업체와 의료기기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대통령 순방행사에 동행하거나 병원서 만든 화장품이 청와대 선물세트로 납품되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지난해 4월 의료기기 업체는 중남미 4개국 경제사절단에 포함됐고, 같은 해 9월엔 중국 경제사절단에 참여했다.


올해 5월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순방에선 병원 소속 두 업체가 동행했다. 병원이 만든 화장품은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 납품되면서 이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유명 면세점에 입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혜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병원 김모 원장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이다. 강남센터에는 성형외과가 없는데도 김 원장은 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시기는 박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교수가 병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였다.

JTBC에 따르면 김 원장이 외래교수로 위촉되는 과정에 서 원장의 압력이 있었다는 고위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최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성형 서비스가 필요해 위촉했다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2주만에 해촉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이 병원의 해외진출을 추진했다 실패해 교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민간 컨설팅업체 대표는 “조원동 전 수석이 VIP(박근혜 대통령)가 이 성형외과의 해외진출을 챙기라 지시하셨다고 했다”며 해외진출 추진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병원이 사업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해외진출은 무산됐고, 이 때문에 조 전 수석은 전격 교체됐다고 한다. 업체 대표는 조 전 수석의 교체가 보복성 인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병원은 ‘휴진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있다.

JTBC는 최씨 모녀를 비롯, 조카 장시호,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전 남편 정윤회씨까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의 프리미엄 병원 ‘차움’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차움은 최씨에게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의원을 계열사로 둔 ‘차병원’이 올해 현 정부에서 큰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차병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5월과 9월 이란과 중국을 방문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뽑혔다.

5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배아연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기도 했다. 차병원 관계자는 “현 정부로부터 받은 특혜는 전혀 없다”며 의혹을 일축한 상태다.

청와대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1일,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박 대통령은 청와대서 정상집무를 봤다”고 했다.

VIP 관계없나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세월호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대통령이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경호실에 확인한 결과 4월16일 당일 외부인이나 병원 차량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당시 관저에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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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