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분수령’ 조기대선론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11:29
  • 호수 1088호
  • 댓글 0개

“퇴진 프로그램 가동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박 대통령 사퇴 여론이 득세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기대선론’이 힘을 받고 있다. 조기대선론은 1년2개월여 남은 차기 대선을 앞당겨 권력을 이양하자는 정국 시나리오다.

조기대선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들고 나왔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한 라디오프로그램서 ‘조기대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작은 혼란과 고통이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면서도 “모든 새로운 탄생엔 껍질을 벗는 아픔이 있지 않느냐”고 말해 조기대선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통령 내리고
선거 치르자”

다만 박 시장은 “국민의 요구와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시장이 조기대선론을 처음 언급했다면 정의당 심상정 공동대표는 조기대선론을 위한 절차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심 대표는 지난 4일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여야 4당이 국회의장 주재로 과도중립내각을 확정해야 한다”며 “권력이양 일정이 확정되면 ‘조기대선준비특위’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조기대선 실시에 따른 문제점과 혼란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과도중립내각을 구성한 뒤 조기대선을 실시한다는 로드맵이다. 심 대표는 내년 4월10일로 예정된 재보궐 선거에 맞춰 대선을 치르자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통령 사임은 조기대선일 전 60일로 정한다. 즉 대통령이 사임 날을 조기대선일에 맞추는 것이다. 과도중립내각은 권력이양 및 일정관리, 헌정유린 사태 진상규명·헌정유린 사범 단죄, 경제·안보 등 국가위기 관리를 목적으로 운용된다.

같은 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도 조기대선론을 강조했다.그는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 있다가도 여론이 조금이라도 우호적으로 돌아온다 싶으면 언제든지 권한을 행사할 위험성이 있다”며 “현재 보수적인 헌법재판소 구성상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맞물려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까지 대통령이 명예롭게 하야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퇴진 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국회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조기대선이 거론됐다. 지난 7일 전직 국회의장 6명은 국회의장 초청으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임채정 전 의장은 “대통령은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고 내각에 모든 권한을 넘겨야 하며 앞당길 수 있으면 대선을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를 했다”며 “지금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출구 전략 거론
박원순 최초 언급…“국민 요구에 달려”

차기 대선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조기대선론에 동참했다. 안 전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난 9일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조기대선 실시에 뜻을 같이 했다. 이들은 “나라의 혼란을 가장 빨리 수습하는 방법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지난 12일 ‘민중 총궐기’에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언급해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수렴한 책임총리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최근 SNS를 통해 ‘조기대선이 해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민 의원은 과도거국내각의 성역 없는 수사, 선거관리, 6개월 후 조기대선을 강조했다.

민 의원은 선출 권력이 아닌 과도내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됨을 들어 대선을 6개월 후로 앞당기자고 말했다. 일정기간의 시간을 둬 차기후보들이 대선 준비를 마치고 경선에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돼 안정된 권력이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 일부 의원이 공개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면서 조기대선안에 힘을 실었다.

이상민, 안민석, 홍익표, 한정애, 소병훈, 금태섭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을 이끌어갈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은 이미 붕괴돼 산산조각이 났고, 다시 복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퇴진을 하게 된다면 헌법에 따라 60일 내 선거를 통해 임기 5년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는 만큼 국정혼란 수습과 새 출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이 조기대선론을 주장하는 교수의 강연을 들어 이목이 집중된다. 새누리당 당내 소장파 모임인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약칭 진정모)’은 지난 8일 김형준 명지대 교수를 초빙해 조언을 들었다.

2선 후퇴 후
대선 치른다?

김 교수는 강연서 “김병준 총리 내정자 지명을 철회한 뒤 현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박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안에 조기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로 바뀌는 것이 문제 해결의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초빙한 전문가가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부의 입장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이처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조기대선론은 대통령의 모르쇠와 버티기에 대한 야권의 응수타진으로 풀이된다. 특히 야권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하며 야당이 주장한 국회 추천 책임총리 방안 수용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야3당은 대통령의 국회 국무총리 추천 요청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거부했다. 이들은 강력한 검찰수사와 국정조사 및 별도 특검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데도 의견을 함께했다.

이들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일축한 이유에 대해서는 2선 후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의 요청은 2선 후퇴도, 퇴진도 아니고 그냥 (사태를) 눈감아 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정에서 한시바삐 손을 떼고 국회 추천 총리에게 권한을 넘기겠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야권이 주장하는 ‘2선후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권이 주장하는 2선 후퇴론은 대통령이 내치뿐만 아니라 외치까지 모두 내려놓고 새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야권 인사 중 2선 후퇴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추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외치든 내치든 자격이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외교·국방 분야에 대한 권한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엇갈리는 잠룡
조기 뛰어든다?

야권 내부서도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범위를 놓고 노선이 엇갈리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일단은 적어도 내정에 대해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천 전 국무총리 역시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를 운영해보니 총리가 갈 수 있는 회의가 있고 대신할 수 없는 회의가 있다. 대통령이 갈 곳에 총리가 대신 가면 큰 나라 대통령들은 상대도 안해주더라”고 말해 대통령의 외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헌법 제74조를 보면 국군 통수권을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등 안보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헌법에 따라 군을 통수할 수 있는 권한은 총리에게 없는 셈이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 박 대통령에게 외치까지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을 두고 자진해서 내려오게 하기 위한 압박용 포석이라 분석이 나온다.


또한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라는 단어를 명시함으로써 대통령이 책임총리를 간섭할 여지를 없애겠다는 복안이다. 게다가 통치 능력과 권위를 상실한 대통령이 외교와 안보를 통할할 수 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2선 후퇴’라는 용어는 ‘하야’라는 단어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대통령이 2선 후퇴를 넘어 하야를 한다면 조기대선이 불가피하다. 대통령 궐기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헌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각 당의 잠룡들도 빠르게 대선정국에 합류할 전망이다. 우선 조기대선론에 대한 각 잠룡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하야-과도중립내각-조기대선 로드맵
물건너간 거국내각…엇갈리는 잠룡들

당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가능하냐에 대한 견해가 분분했다. 지난 5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법상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되어 있는데, 공직선거법 53조에는 공무원의 경우 (선거전) 90일 이내에 사퇴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 규정에 의하면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성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자치단체장들은 차기 대선에 출마를 못하게 된다”고 말해 여야 잠룡들을 압박했다.

당초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2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르게 돼 있지만 지자체장이 출마하려면 90일 이전에 사임해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렸다”고 말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출마가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35조는 대통령 사임으로 대선을 치르게 되는 경우 ‘보궐선거’ 규정을 준용해 자치단체장들이 입후보하는 경우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출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기대선론에 대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는 명시하지 않았다. 조기대선도 검토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 측근 김경수 의원은 “문 전 대표는 국정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고 탄핵 사태까지 경험했다”며 “현재로선 가장 바람직한 차선책은 거국내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하야하고 조기대선을 치르면 솔직히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국정이나 헌정의 문제는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헌정중단이란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부겸 의원도 신중한 모습이다. 안 지사 측은 조기대선에 대해 “위기를 어떻게 수습할 지가 문제이지 향후 정치 일정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2선 후퇴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청와대에 각을 세웠지만 하야라는 표현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외교를 포함한 모든 권한을 여야 합의 총리에게 이양하고 즉각 물러나야 한다”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다만 조기대선에 대해서는 “지금은 이후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해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권한대행 필요
내년 4월 적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9일 “현재는 헌법적으로 대통령 ‘사고’ 상태”라며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한대행 총리는 합헌적으로 대통령 권한을 가지면서 국정을 운영하고 조기대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국 교수는 “내년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대표가 내년 4월12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 조기대선을 치른다고 합의 공표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햐야’ 갈리는 야권 잠룡들
야권 공조 깨진다?

잠룡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야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조찬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이 시장은 “박근혜는 대통령직을 박탈하고 형사처벌해야 한다”며 “금품갈취 집단범죄의 왕초는 그냥 두고 졸개들만 처벌하고 끝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손학규 부정
박원순-안철수 긍정

반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고문은 하야 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의 요구에 의해서 박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것은 아주 길고 긴 어려운 투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국민들의 대통령 하야 요구는 당연하지만 지금 하야했을 때 생기는 정치적 혼란을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며 하야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박 대통령 하야 여부를 놓고 야당 잠룡들의 셈법이 엇갈리면서 공조 분위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사 속 기사> ‘대통령 퇴진’ 국민의당 당론 보니…

국민의당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당론을 결정했다. 국민의당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1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공식화 했다. 아울러 오는 12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 촛불집회에 당 차원에서 적극 참여키로 결정했다.

중앙위원들 간에 박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 촉구를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며 2시간이 넘는 격론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논의 끝에 구체적 퇴진 방향은 추후 결정키로 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퇴진 운동 방향에 대해 “먼저 거국내각을 구성해서 그 총리의 책임 하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순실씨 사단을 인적 청산하고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으로 진실규명이 되면 그 결과를 갖고 국민 정서를 보면서 해결방법을 내자”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가 시작한 박 대통령의 퇴진 서명운동을 중앙당 및 전국지역위원회 차원으로 확대 실시키로 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의원총회와 비대위에서 사실상 퇴진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이제 서명운동으로 이어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