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박근혜 탄핵 & 하야 시나리오

'식물대통령' 하야가 답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짤막한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국정농단 논란은 쉽사리 식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풍 우려가 있어 금기어로 통했던 ‘탄핵’과 ‘하야’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들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진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말로만 듣던 ‘비선 실세’의 실체가 또렷해지자 박근혜정부의 존립도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 모르쇠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상초유의 ‘비선실세’ 사태는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뿔난 민심
성토글 봇물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박근혜정부는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다. 지난 24일 <JTBC뉴스룸>은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고 보도했다. 의혹과 설만 난무했던 상황에서 이른바 ‘물증’을 제시하자 그제야 박 대통령은 꼬리를 내렸다. 보도 이후 20시간이 지난 시점에 박 대통령은 1분40초 분량의 대국민사과를 발표했다.

보좌진이 채 구성되기 전 최순실씨에 연설문 및 홍보 관련 도움을 받았다 내용이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박 대통령은)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며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썼다. 더민주 의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성남시장도 강한 어조로 박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다음날인 지난 26일, 이 시장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고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서 국가 권력을 모두 넘기는 맞다”며 “어떻게 국민이 맡긴 통치 권력을 근본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넘기다시피 했느냐. 결국 국정 농단, 헌정 파괴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대형 포털사이트의 검색어도 박근혜 대통령에 성난 민심을 반영했다. 지난 26일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는 ‘하야’ ‘탄핵’ 등의 검색어가 순위에 올랐다. 다음에선 한때 1위가 ‘하야’, 2위가 ‘탄핵’이었고 ‘박근혜 탄핵’이 4위였다. 네이버에선 ‘시국선언’ 또는 ‘이재명’이 1위, ‘하야’가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치권 외부서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학생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적나라한 박근혜 선배님의 비참한 현실에 모든 국민과 서강인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선배님께서는 더 이상 서강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며 국민적 불신을 자초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이 대통령으로 납득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리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면서 진상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을 요구했다.

서강대 뿐만 아니라 대학가 곳곳서 ‘대통령 비선 실세’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 26일, 이대 정문 앞에서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을 했다.

이대 최은혜 총학생회장은 “대통령 연설문을 포함해 외교, 안보, 심지어는 해외 정상과의 통화 내용까지 모두 최순실씨에게 보고됐다”며 “명백한 국정 농단이고 국기문란”이라고 비판했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도 같은 날 오후 12시 부산대 정문서 시국선언을 열고 “국민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 위에 실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실세에 의한 비리가 정·재계를 비롯한 이나라 곳곳에 만연해있다는 사실이 통탄스럽다”고 규탄했다.

못믿을 청와대
탄핵 절차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이후 청와대의 행보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다음날, 청와대는 연설문 유출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언론들이 분석해 놓은 것을 봤는데 대부분이 (법 위반이) 아닌 쪽으로 해석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연설문) 유출 부분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도 있고, 또 (수사에) 포함될 부분도 있을 테니까 검찰 수사를 지켜보도록 하자”고 말했다. 자체 감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에 공을 넘긴 것이다.
 

26일 국회 운영위원회의에 출석한 이원종 비서실장은 비선 실세가 있는줄 몰랐다는 취지로 “국민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를 입고 마음이 아픈 분이 대통령”이라며 박 대통령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감쌌다.

이처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을 비호하는 세력이 건재해 대통령의 하야는 어려운 모양새다.

문서유출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청와대 답변은 지난 2014년 박관천 경정의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당시 청와대 반응과 모순된다. 당시 박 대통령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를 주문했다. 그 결과 박관천 전 경정은 구속 기소돼 1심서 징역 7년과 추징금 434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 항소심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안 먹히는 개헌카드…최순실 사태 일파만파
자고 일어나면 펑펑…계속 샘솟는 의혹들

문건 한 개 유출을 놓고 일벌백계를 주문했던 청와대가 국정 전반에 이르는 문서 유출에 대해서는 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자처했던 검찰의 모습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은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도 박 대통령의 자리 보존에 힘을 실어준다.

‘하야가 어렵다면 탄핵이라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여론이 득세하고 있어 박 대통령이 탄핵을 피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야당 내부서도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서 열린 더민주 긴급 의총 직후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며 “어제 포털 검색어 1,2위에 하야와 탄핵이 있었는데 의원들도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 자신의 의견을 섞어서 말한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원내대변인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의총서 탄핵을 주장한 의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 탄핵 가능성에 앞서 탄핵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발의와 재적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탄핵소추의 의결이 있을 때에는 의장은 지체 없이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법제사법위원장인 소추위원에게 송달한다. 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된다. 이를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심리를 거쳐 탄핵의 최종여부를 결정한다. 헌법재판관 중 6인 이상의 인용의견이 있어야 탄핵이 통과된다.


노무현은 되고
박근혜 안된다?

과거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속 의원 159명의 서명을 받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재적의원 270명 가운데 195명이 투표해 찬성 193표, 반대 2표로 탄핵소추 결의안이 가결됐다. 소추의결서는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송달됐다.
 

당시 소추위원인 김 전 비서실장은 주장 요지에 “공무원의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모든' 행위가 탄핵대상이며 '중대한' 위반행위만이 탄핵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발언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저해했고, 국민에게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과 불행을 안겨줌으로써 헌법 제10조(국민의 행복추구권 보장의무)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사유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 행위 ▲헌법기관을 경시한 행위 ▲썬앤문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대선캠프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최모씨와 관련된 비리 ▲ 안모씨과 관련된 비리 등으로 적시됐다.

그러나 그해 5월14일 헌법재판소에서 '법률 위반은 일부 인정되지만 대통령을 그만두게 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며 기각하며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까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의 정당별 의석수 전체 300석 가운데 야권의 3당의 의석수는 167석(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으로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결을 위한 3분의2인 200석에는 37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한다면 가결이 될 수도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는 불가능하지만은 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탄핵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노무현 때와는 다르다?
현실적 탄핵소추 가능

하지만 ‘하야’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16개월 동안 ‘식물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미 박 대통령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은 해소된 게 없다.

최씨의 국정관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드러난 사실과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대통령의 권위가 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의 명을 따르겠냐는 탄식도 나온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수습의지도 ‘식물대통령’ 우려를 강화시킨다. 각종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자리를 끝까지 지켜줬다. 최순실 및 비선 의혹 관련자를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지만 우 수석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는 점에서 수사에 신뢰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누리당 내부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과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6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사과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사람들이 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인다. 결국 그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은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야당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가 발생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초 박 대통령은 4대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국정과제 해결을 요원해 보인다.

레임덕 넘어
식물대통령?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를 지키려면 최순실씨를 즉각 검찰에 소환시키고, 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1년 4개월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넘어 식물대통령으로 남다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만약 물러난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68조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돼 있다. 우선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총리가 권한대행 상태로 국정이 운영된다. 국정 전반을 운영하던 대통령의 공백으로 외교·안보 분야의 누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 궐위 상태에서 북핵위기와 경제위기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면서 “비상시국회의에서 거국내각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수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탄핵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기사 속 기사] 청와대 문건 누가 빼돌렸나?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씨는 이 자료를 가지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 왔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문고리3인방’ 중 한명으로 불린다.

청와대 문건으로 기초로 한 비선모임에서는 최순실씨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 전 총장은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며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박근혜 지지율 보니…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4∼26일 전국의 성인 유권자 15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21.2%를 기록해 전주에 비해 7.3% 떨어졌다. 특히 26일 일간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17.5%에 그쳐 취임 후 처음으로 10%개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그동안 계속 30% 가량을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했었는데 그 지지율이 절반가량으로, 지지층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고정 지지층이라고 읽혀졌던 영남권과 대전·충남 지역에서 모두 크게 하락하면서 지금은 ‘집토끼’라는 대구·경북 외에는 아무 지역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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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