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덮치는 3대 쟁점밀착취재


여의도가 출렁이고 있다. 굵직한 현안들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까닭이다.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북핵 문제,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입법, 검찰의 구여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작업 등 세 가지다. 북한은 최근 두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는 최근 유명 연예인의 자살 등을 계기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구여권 인사들에 대한 전면적 사정도 여의도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태영 합참의장은 ‘북한이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소형 핵탄두를 개발했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문에 “뭐든지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이 (기술개발을) 하고 있으리라 본다”며 가능성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의장은 ‘북한이 40kg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다는 게 국방부의 의견인데 이런 양이면 핵탄두를 몇 개 제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양이면) 6~7개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북, 군사적 무력시위 긴장감만 고조

북한 문제 전문가인 한 인사는 “북한이 자신들의 핵능력을 확실하게 알리려고 추가 핵실험을 할지도 모른다. 소형 핵탄두의 위력을 공간적으로 과시하고자 미국까지 사거리로 둘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핵실험 2주기나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기해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지 10월9일로 2년이 됐다. 하지만 북한의 핵을 폐기하기 위한 북핵 6자회담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검증문제를 놓고 북·미가 이견을 보이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신고와 검증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의 검증방안에 합의해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2.13합의에는 신고서를 제출하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게 돼 있다”고 미국의 약속 위반에 맞서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특히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에 대한 불만으로 불능화가 이뤄지던 핵시설에 대한 복구를 시작하고 핵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강경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며칠간의 방북활동을 마치고 북한이 제안한 메시지를 들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힐 차관보는 방북 기간 중 북한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과 검증문제 등을 협의했다.

아직까지 협의내용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힐 차관보는 정식 신고서에 담긴 영변 핵시설을 먼저 검증한 뒤 북·미 간 비공개의사록에 담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확산 문제는 추후 검증한다는 이른바 ‘분리검증안’을 제시해 북한의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이에 따라 힐 차관보가 전달한 북한측의 제안에 대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가 향후 6자 회담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월2일 이명박 정부 출범 후 8개월 만에 열린 첫 판문점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1시간30분이란 짧은 시간으로 끝마쳤다. 북측은 이날 남측에서 날려 보내는 삐라(전단)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삐라가 계속 날아오면 개성공단사업과 개성관광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개성과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인원의 체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회의에 참석한 남측 관계자들을 압박했다.

북측이 이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그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심각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북측이 군사실무회담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군사분계선(MDL) 지역에서의 상호비방 등 선전활동 금지 합의가 동일한 채널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2일 북한이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우리 민간단체들의 삐라 살포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해당 단체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고 8일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문제제기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탈북자 단체들이 삐라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003년부터 ‘김정일은 3백만 인민들이 굶어 죽을 때도 일본 요리사를 불러 진수성찬을 차렸다’ ‘기쁨조 미녀들과 향락의 노래를 불러대며 인민들의 피와 눈물을 마셨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삐라를 풍선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고 있다.

불거진 삐라 문제 해결 정부 ‘발만 동동’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을 중지하기로 한 남북간 합의를 성실히 이행, 준수한다는 입장 하에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 문제를 다뤄 나가고 있다. 전단 살포를 예정하고 있는 1개 이상의 단체를 대상으로 남북 간 합의, 군사실무회담 내용, 현재 남북관계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자제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의 삐라 살포 중단 요구에 대해 “우리 전단지 때문에 개성공단을 안 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격이다. 왜 남북관계가 경색이 됐냐. 북한에 관광하러 갔던 우리 관광객, 그것도 아줌마를 북한 군인이 조준사격해서 살해한 것에 국민이 분노해 그렇게 된 것이지 우리 전단지 때문이란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현재 ‘자유북한운동연합’,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등 대북 민간단체들은 이같은 정부의 요청을 묵살하고 북한의 노동당 창당 63주년인 오는 10월10일에 맞춰 예정대로 북한을 향해 전단지를 날려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통일부 직원 2명이 찾아와 전단 살포를 연기하거나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도 나왔다.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 대표는 “최근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전단을 언제, 어디서 보낼 건지 등을 문의하는 일이 잦아졌다면서 계획대로 날려 보내기 위해 강화도나 파주, 포천 등의 후보지를 놓고 마지막에 풍선을 날릴 장소를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현실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실무부서에선 일단 정부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에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RFA는 실제로 전단이 북측에 뿌려질 경우 북한 군부는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운영 등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으로 남측에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탈북자 관련 단체들은 2003년부터 풍선에 삐라를 실어 북한으로 보내고 있으며 국내 종교단체와 미국 인권단체 등이 자금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미사일 2발 발사 의미 분석 놓고 갑론을박

북한은 지난 7일 서해안으로 두 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단거리미사일은 KN-01 지대함 미사일을 개량한 공대함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8일 군 당국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미사일은 IL-28 폭격기에서 해상으로 발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N-01은 실크웜(사거리 83~95km)을 사거리 100km 이상으로 개량한 지대함 미사일로, 길이 5.8m, 직경 76cm다. 북한은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려 공대함 미사일로 개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로 다수의 단거리 지대함 및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 군부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측면 외에도 최근 국제관함식 등 우리 측의 대규모 건군 60주년 기념행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국감 답변에서 “북한은 6~7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갖고 있으며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을 못하도록 타격을 가하고 북한이 쐈을 때는 중간에 인터셉트(요격)할 수 있도록 공군력이나 패트리엇 미사일 등의 전력을 증강하고 관련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모욕죄 입법화 여 ‘공세’, 여 ‘반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옛 소련이 1960년 개발한 중거리 함대함 미사일인 스틱스(Styx·사정거리 46㎞)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이 스틱스 미사일을 지대함으로 개량한 KN-01 미사일 실험을 해왔고 이번에는 이 KN-01 미사일을 공대함(사정거리 70㎞ 추정)으로 개조해 IL-28 폭격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해군은 해상초계기 P-3C에서 발사하는 사정거리 1백40㎞의 하푼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공대함용 미사일은 대공방어 능력이 취약한 광개토대왕함(KDX-Ⅰ급) 이하의 우리 함정들엔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KDX-Ⅲ급)이나 충무공이순신함(KDX-Ⅱ급)과 만나면 우리의 SM-2 함대공 미사일이 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실험을 앞두고 함정들의 통행 제한을 2일부터 15일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조만간 한 번 더 같은 실험을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 “우리도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매코맥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다만 일반적인 코멘트를 한다면 우리는 이런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역내 긴장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사이버모욕죄법과 인터넷 실명제 추진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사이버 폭력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2005년 노무현 정권 시절에 이미 사이버폭력죄를 신설하려고 했다. 표현의 자유라 해서 남에게 해악을 끼치고 남을 비방하고 욕설하는 자유가 아니다. 인터넷 공간이 화장실 담벼락처럼 사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는 두 배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강력히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해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 60.7%의 찬성이 있었고 반대는 29%, 인터넷실명제 강화는 59.5%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8일, 과거 정권시절이던 2005년 정보통신부(현 방통위)에서 사이버 모욕죄 신설이 타당하다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방통위로부터 입수한 2005년 연구용역 중간보고서를 근거로 “사이버 공간에서 모욕행위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보통신망법에 사이버 모욕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가 2005년 5월,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등에 대해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반의사불벌죄, 친고죄 등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이후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위한 구체적 법률 개정안을 성안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다는 것이다.

그는 “2005년 참여정부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했다면 2007년 이후 인터넷 악성 댓글로 자살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법무부도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 사이버 모욕제 신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는 일반 모욕행위보다 더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처벌을 강화한 특별법 형식의 사이버 모욕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사이버 모욕죄의 형량을 형법상 모욕죄의 형량보다 높이는 한편,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가 가능하도록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김경한 법무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인터넷상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과 관련해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8일, 이라크 유전개발 관련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김상현 민주당 전 상임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 유전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로부터 컨소시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다.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1일, 조일현 전 국회의원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강원 홍천?횡성에서 14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 전 의원은 지역 건설업체인 S사로부터 강원랜드의 공사를 하청받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민주당 강원?홍천횡성 지역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런가하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의 출국금지와 관련해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정 고문을 소환조사했다. 정 고문은 2005년 5월 이라크에 병원을 짓고 있던 최씨가 이라크 방문을 금지한 외교통상부 지침을 어기고 현지에 다녀왔다가 적발돼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상태였고 이를 해제하기 위해 외교부 관계자 등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정 고문을 상대로 최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외교부 관계자 등에게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당시 정 고문은 16대 국회의원(2000∼2004년)으로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소속돼 있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최씨가 AK캐피탈 간부인 문모씨(구속)를 통해 출금 해제 청탁 대가로 정 고문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구여권 인사 겨냥 전면 사정에 정가 ‘술렁’

최씨는 국민의 정부 시절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으며 지난 1999∼2000년 새천년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의 비서를 지낸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고가의 외제 명품시계를 차고 있었다고 발언한 혐의로 기소된 김현미 전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 징역 1년6개월이 구형됐으며 선고공판은 10월 15일에 내려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감진행으로 어수선한 여의도에 폭풍전야의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3대 현안이 어떤 방식으로 여의도 정가를 덮칠 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그 향방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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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