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새, 갈대 명승지와 함께하는 ‘맛기행’ ③ 충남 보령

오서산 은빛 억새도 보령 쪽빛 바다도 제철

보령은 머드축제로 여름마다 들썩이는 곳이다. 하지만 보령의 진수는 여름보다 가을에 가깝다. 억새와 단풍, 제철 해산물 등 가을 여행의 대표 주자가 여럿이다.

오서산 억새는 첫손에 꼽는 가을 여행지다. 오서산은 서해와 가까운 산 가운데 가장 높다. 까마귀가 많아 붙은 이름인데, 내륙 가운데 솟아 고기잡이배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서해의 등대산’이라 불린다. 해발 790.7m로 그 위용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는데, 직접 올라보면 강원도의 1200~1300m 고봉 못지 않다. 강원도의 산은 해발 500~600m가 출발점이지만, 바다와 접한 오서산은 그 높이가 곧 산의 기세다. 이맘때는 억새꽃이 장관이고, 정상에 오르면 서해를 볼 수 있어 더 특별하다.

오서산 억새는 보통 10월 초순에 피어 중순을 지나며 절정에 이른다. 산행은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보령시와 홍성군의 경계가 되는 산답게 등산로도 여럿이다. 보령시 성연주차장이나 오서산자연휴양림, 홍성군 상담주차장 등에서 출발한다. 보령의 성연주차장 방면은 성골에서 시루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거나, 용못에서 신암터와 북절터 혹은 성연소류지 거쳐 문수골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산행 시간을 단축하고 싶을 때는 명대계곡을 거슬러 다다르는 오서산자연휴양림 쪽에서 하룻밤 묵고 출발한다. 오서산자연휴양림은 월정사와 약수터를 지나 통신탑 뒷길을 따라 정상에 이른다.

능선의 완만한 경사 따라 억새의 장관
수산시장의 제철 해산물 맛보기

억새는 정상부 주변 약 2km 능선을 따라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 구간이니 느긋한 걸음을 낸다. 그 사이로 바람이라도 불면 가을을 실감한다. 오서산의 또 다른 장점은 서해 최고봉의 전망이다. 사방으로 성주산, 가야산, 칠갑산 등의 절경이 시원스럽다. 억새 너머 망망대해가 서해의 등대산을 실감케 한다. 맑은 날에는 보령방조제에서 대천 앞바다의 원산도와 삽시도, 태안의 안면도까지 한눈에 들어와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해질녘 풍경을 탐하는 이가 많은데, 해가 짧은 가을에는 자제하는 게 좋다. 조금 더 긴 시간 억새 품에 머물고 싶다면 성연주차장 쪽으로 하산한다. 서쪽이라 다른 등산로보다 빛이 오래 머문다.

서해 최고 전망


오서산 낙조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면 보령의 항구를 따라 미식 여행을 겸한다. 오천항, 대천항, 무창포 등은 제철 해산물이 입맛을 돋운다. 오서산 서쪽 20km 거리에 오천항이 있다. 오천항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키조개 산지다. 키조개는 봄이 제철이지만, 9월은 금어기(7~8월)가 풀리고 오랜만에 싱싱한 키조개를 맛볼 수 있는 시기다. 키조개는 길이 20~ 30cm로, 곡식을 까불러 티끌을 골라내는 키처럼 생겼다. 특히 쫄깃한 관자 부위 맛이 일품이다. 오천항수산물판매센터에서 키조개 코스 요리를 주문하면 회, 샤부샤부, 무침 등 다양한 요리가 나온다.

제철 해산물

오천항에서 키조개를 맛보고 보령 충청수영성(사적 501호)에 오른다. 항구 옆에 자리한 충청수영성은 야트막한 언덕에 쌓은 성곽이다. 서문인 홍예 모양의 망화문으로 들어선다. 300~400m를 복원한 성곽은 오르기 수월하고, 천수만과 오천항, 보령방조제 등 전망도 빼어나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하다.

좀 더 제철에 가까운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 대천항이나 무창포로 이동한다. 대천항은 외연도, 삽시도, 녹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이 출발해 섬 여행과 연계한 코스로 좋다. 대천항의 신항수산물센터는 1층에서 수산물을 구입해 2층 식당에 상차림을 부탁해서 먹는 구조다. 꽃게와 대하, 전어 등 제철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가을 꽃게는 암게보다 수게가 실하다. 식당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샤부샤부, 무침, 볶음 등을 다양하게 조리해준다. 구항수산시장도 항구 특유의 시끌벅적한 육성이 더한다.

대천항 옆 1km 거리에 대천해수욕장이 있다. 보령머드축제가 끝나고 한갓진 풍경을 떠올렸다면, 짚트랙이나 스카이바이크 앞에서 생각이 달라진다. 대천해수욕장 짚트랙은 높이 52m 타워에서 물때에 따라 모래톱이나 바다 위로 613m를 가로지른다. 4개 와이어를 동시에 이용해 일행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짚트랙이 망설여지는 이들은 대천타워전망대를 이용한다. 20층 높이에서 대천해수욕장과 보령의 수많은 섬을 조망한다. 올해 선보인 스카이바이크도 재미있다. 대천해수욕장과 대천항 사이 높이 8~15m에 놓인 해양 레일바이크다. 왕복 4.6km에 30~40분이 걸리고, 만조 때는 바다 위를 달리는 느낌이 든다.

번잡한 축제를 피하고 싶다면 바다가 갈라지는 시기와 맞춰보자. 10월은 16일~20일에 무창포해수욕장부터 석대도까지 1.5km 구간에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바다가 갈라진 길에서 바지락, 민꽃게 등 해산물을 잡아볼 수 있다.


무창포타워도 들러볼 만하다. 높이 45m 전망대에서 무창포와 서해 전경을 조망하고 쉬었다 갈 수 있다. 대천에서 무창포에 이르는 해변은 일몰 풍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가을 낙조에 젖어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을빛을 탐하고 싶다면 오서산에서 내륙으로 방향을 잡는다. 남쪽 8~9km 거리에 청라 은행마을이 있다. 수령 100년이 넘는 은행나무 고목이 마을을 뒤덮는다. 10월 말에는 시골의 정취와 샛노란 은행잎이 동화의 한 장면처럼 어우러진다. 은행마을 인근의 보령 성주사지(사적 307호)도 가을 여행지로 매력이 넘친다. 우리나라의 대표 절터가 감성을 자극한다.

청라 은행마을

공원 산책을 원할 때는 개화예술공원이나 죽도 상화원이 제격이다. 개화예술공원은 주변의 산세와 어우러진 조각 공원의 정취가 빼어나다. 최근에 생긴 플라워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봄 직하다. 상화원은 죽도에 자리한 정원이자 휴양 시설이다. 숙박은 25인 이상 단체에 한해 가능하지만, 다음달까지는 매주 금~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 정원을 개방한다. 보존 가치가 있는 한옥을 옮겨 복원한 한옥마을, 섬 둘레 1km에 이르는 회랑 등이 바다와 어울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가을 풍경 여행: 오서산→청라 은행마을→보령 성주사지→무창포해수욕장
가을 미식 여행: 오서산→오천항→대천항→대천해수욕장→무창포해수욕장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서산→오천항→보령 충청수영성→청라 은행마을→대천해수욕장 스카이바이크
둘째 날: 무창포해수욕장→죽도 상화원(금~일요일, 법정 공휴일)→개화예술공원→보령 성주사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보령시 문화관광 http://tour.brcn.go.kr
- 대천항종합수산물시장 www.dcharbor.com
- 대천해수욕장 http://daecheonbeach.kr
- 짚트랙코리아 http://ziptrek.co.kr
- 무창포해수욕장 www.muchangpo.or.kr
- 개화예술공원 www.gaehwaartpark.com
- 죽도 상화원 www.sanghwawon.com

○ 문의 전화
- 보령시 관광안내소 041)932-2023
- 오서산(보령시청 산림공원과) 041)930-3824
- 오서산자연휴양림 041)936-5465
- 오천항(오천면사무소) 041)932-4301
- 대천항종합수산물시장 041)931-7087
- 대천해수욕장 041)933-7051
- 짚트랙코리아 041)934-3003
- 대천해수욕장 스카이바이크 041)931-1180
- 무창포해수욕장 041)936-3561
- 보령 성주사지(보령시청 관광과) 041)930-4072
- 개화예술공원 041)931-6789
- 죽도 상화원 041)933-4750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용산역-대천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5~20:35) 운행, 약 2시간30분~2시간40분 소요.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서울-보령,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9회(06:00~21:5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3회(09:20, 10:50, 18: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 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광천 IC→광천IC교차로 청양·광천 방면 우회전→홍남로 2.2km→단아애사거리 서천·보령 방면 우회전→충서로 6.3km→진죽사거리 오천·청소 방면 좌회전→청소큰길 1.1km→평촌삼거리 화성·청라 방면 좌회전→넙티로 5.1km→오서산 등산로 입구(성연주차장 방면)

○ 숙박 정보
- 오서산자연휴양림: 청라면 오서산길, 041)936-5465
- 성주산자연휴양림: 성주면 화장골길, 041)934-7133, 930-3529, http://forest.brcn.go.kr
- 비체팰리스: 웅천읍 열린바다1길, 041)939-5501~3, www.beachepalace.co.kr


○ 식당 정보
- 오천항수산물판매센터 7호점: 키조개 코스, 오천면 오천해안로, 041)931-9663
- 야경수산횟집: 대하구이, 웅천읍 열린바다2길, 041)936-3518
- 평강뜰애: 연잎밥, 청라면 가느실길, 041)934-7577

○ 축제와 행사 정보
- 2016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대하·전어축제: 9월24일~10월9일, 무창포항·무창포해수욕장, 041)936-3510, www.mbeach.co.kr
- 성주산단풍축제: 10월29일, 보령석탄박물관·가로공원 일원, 041)933-5301(성주면사무소)
- 청라은행마을단풍축제: 10월29일~30일, 청라 은행마을, 070-7845-5060, www.은행마을.org

○ 주변 볼거리
성주산자연휴양림, 보령석탄박물관, 충청수영해양경관전망대, 순교성지 갈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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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