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는’ 최경환 의혹들

터지면 묻히고 터지면 묻히고, 최경환은 웃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정부 실세, 최경환 의원에 대한 의혹들이 수면 아래로 잠겼다. 당초 정권을 흔들 만한 사안이라며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 분야서 주목했지만, 이후 검찰의 지지부진한 수사와 미르·K스포츠재단 등 다른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주목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의혹을 밝혀낼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그가 정권 실세이기 때문인 것일까. 일각에선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청탁 의혹이 새로운 전기를 맞기 전까지,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에 대한 의혹들 중 핵심은 ‘롯데그룹 50억원 금품수수설’이었다. 지난 7월경 <아시아투데이>가 관련 의혹을 보도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 의원에게 50억원의 금품을 건넨 정황이 있다고 전했다.

준 사람 있고
받은 이 없다?

당시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이던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와 특수4부(조재빈 부장검사),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가 신 회장에 대한 해당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보도내용에 따르면 검찰이 롯데그룹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신 회장이 그룹 내 핵심 수뇌부들 간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이때 최 의원의 이름이 회의석상서 거론됐다는 것이다. 당시 기사에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는데 그동안 우리(롯데)가 돈 뿌린 사람들이 뭔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그룹 내부인의 말이 인용됐다.

최 의원 측은 즉각 법적 조치에 나섰다. 그는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 언론사와 관계자들을 총 3차례 고소했다.


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거듭 밝히지만 롯데그룹으로부터 한푼의 불법자금도 받은 적이 없으며 검찰과 롯데그룹 측에서도 해당 언론사의 보도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앞으로도 허위보도가 계속될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침해된 권리 구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후 정치권에선 진실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보도 직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최 의원의 50억원 수수설은 현 정부의 최측근 실세가 직접 연루된 의혹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도덕성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매우 파괴력이 큰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비슷한 시점에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최 의원의 50억 수수설이 언론에 논란이 되고 있다”며 “첩보가 확실히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장관은 “내가 알고 있는 한 언론서 들은 것밖에 없다”며 사정당국이 신 회장의 측근으로부터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최근엔 검찰의 롯데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추궁하며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50억원 수수설, 검찰 봐주기 의혹
정부-롯데 사드 빅딜? 거래 있었나

당시 노 원내대표는 검찰이 롯데그룹 핵심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서 50억원 수수설에 대해선 수사했는지, 최 의원을 고소인 조사했는지 등을 지적했는데 검찰은 “롯데 수사상황으로 볼 때 금품 수수설을 뒷받침할만한 자료가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만 답했다.


국감서 지적받을 정도로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갖가지 설이 난무한 상황이다. 항간에는 ‘사드 빅딜설’이 원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감이 있기 전 노 원내대표는 검찰의 수사와 관련해 “세간에는 이미 롯데 비자금이 최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에 대해서 얘기가 많다”며 “사드 성주배치 관련 롯데 소유 골프장과의 거래선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 원내대표의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달 22일, 사드 부지로 골머리를 않던 국방부가 기존의 경북 성주군에 위치한 성산포대가 아닌 롯데 소유의 성주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때였다.

노 원내대표의 의혹 제기가 있은 후 재판부가 신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기각 하루 만에 국방부는 골프장을 새로운 사드 부지로 발표하게 된다. 이처럼 79일 만에 사드 최적지가 바뀐 사태에 대해 일각에선 정부와 롯데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국방부는 다른 후보지였던 성주 수륜면 까치산과 성주 금수면 염속봉산에 비해 성주 골프장이 부지 가용성 평가기준에 보다 충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수사가 제자리걸음만 하면서 최 의원과 관련된 의혹 또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50억원 수수설과 달리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취업 청탁 의혹’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줄곧 “최 의원의 청탁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지난달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서 “최 의원이 자신의 지역사무소 인턴직원 출신 황모씨를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최 의원과 박 전 이사장이 만난 건 지난 2013년 8월1일, 그해 6월 중진공에 지원한 황모씨의 채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박 전 이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아 “황모씨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했지만, 도저히 (자격이) 안 돼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최 의원에게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내가 결혼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권한 것으로 전해진다.

쌓이는 의문들
갖가지 설 난무

결과적으로 황모씨는 4500명의 지원자 중 1차 서류전형서 2299등이었지만, 점수 조작 등을 거쳐 176등으로 통과했고 2차 인적성 시험서도 164등이었지만, 결국 36명의 합격자 안에 포함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박 전 이사장의 진술이 번복된 것에 대해 “처음 이 사건이 벌어진 당시 국회에서 관련자 증언과 이 사건 수사과정서 최 의원 측은 끊임없이 회유와 협박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방해했다”며 “검찰도 문제다. 처음부터 꼬리자르기 수사로 일관했다. 실무자에게 모든 죄과를 미루고 최 의원에게는 계획된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최 의원이 자신의 인턴을 부정 취업시킨 의혹은 젊은이들의 헬조선 분노를 불러 일으켰으나, 검찰은 당시 박근혜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이었던 최 의원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박 전 이사장의 진 한마디를 근거로 불기소처분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손 대변인의 말처럼 검찰은 그간 ‘부실수사’ 의혹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7월 감사원이 중진공 수사 참고자료를 검찰에 보내면서 수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감사원서 보낸 참고자료에 최 의원의 이름이 빠져 의혹을 낳았다.
 


당시 감사원은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을 뽑았다”며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수사 필요성만 기재해 검찰에 넘겼다.

검찰 또한 박 전 이사장의 “청탁은 없었다”는 주장과 감사원 참고자료를 수용, 최 의원을 간단히 서면조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최 의원은 수사선상서 제외된 반면, 청탁을 받은 중진공 관계자들만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도마에 오른
검 수사 의지

이는 지난해 12월경 임채운 현 중진공 이사장이 검찰수사를 앞둔 중진공 인사총괄 권모 실장을 회유하려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정부 실세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당시 녹취록에는 임 이사장이 권 실장에게 “감사원 보고서에 나온 것만 진술해라” “최(경환)가 힘이 있어야 우리를 지켜준다. 최 부총리가 살아야 한다”는 등 최 의원이 관여된 정황이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박 전 이사장과 인사총괄인 권 실장만 재판에 넘긴 상태다.

박 전 이사장이 말을 바꿈에 따라 검찰은 최근 중진공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해당 사건을 형사1부에 배정, 최 의원의 부당 지시에 대한 진위 확인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검찰 측은 “박 전 이사장의 증언의 진위 여부 등을 수사기록과 함께 면밀히 검토 하겠다”라며 “추가수사의 성격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국감서도 중진공 취업 청탁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국감에선 여야가 국감 시작 직후부터 30분간 팽팽한 설전을 펼쳤다. 더민주 박광온 의원은 “박 전 이사장이 그동안 해온 진술을 번복하고 최 의원의 인사 청탁 사실을 증언했으나, 최 의원은 (지난해) 9월 기재위 국감과 10월 본회의 대정부질문서 인사 청탁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말했다”며 위증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진공 취업 청탁 논란되다 조용
미르에 집중…서별관도 물 건너가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외압과 관련해 (최 의원) 출석도 안 된다고 하는데, 최순실·최경환 두 최씨는 ‘언터쳐블(untouchable)’인가”라고 비꼬았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재부로부터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을 받을 당시 기재부 장관이 친박인 최 의원이었기에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청년광장,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의원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쳐지기도 했다.

최 의원은 지난 9월 초에 있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 일명 서별관 청문회의 증인 명단에도 빠져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도록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핵심 참석자 중 한 명이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와 관련해 결정권은 청와대와 기재부, 금융당국이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구실만 했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당시 기재부 장관이자 경제부총리였던 최 의원이 출석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최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증인 채택에 여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출석은 없던 일이 됐다. 결국 강만수 전 경제부총리,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민유성 전 KDB산업은행 회장 등이 출석한 상황서 이틀간 청문회가 진행됐고, 익히 알려진 것처럼 ‘맹탕’ 청문회라는 오명 하에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역시 친박좌장
정권 끝나면?

이에 국감 때 야당 측에서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야당의 화력이 집중되면서 서별관 회의 이슈는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5일에 있은 기재위 국감에서 몇몇 의원들이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을 물었을 뿐,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과연 오는 12일로 예정된 기재위 국감서 서별관 회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관심에서 멀어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물류대란' 국감 쟁점들
고개 숙인 회장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세계 물류대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조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여야 의원들로부터 대주주 책임론, 알짜재산 빼돌리기 의혹 등에 대한 집중 질문을 받았다.

당시 조 회장은 ‘현재 상황에 대해 대주주로서 어떻게 생각을 하는가’ ‘국민과 한진해운 임직원들에게 할 말은 없는가’ 등의 질문이 쏟아지자 연신 고개를 숙이며 “굉장히 죄송하고 깊이 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40년간 한진해운은 세계 7위 선사, 태평양 노선에서는 세계 3위권 선사로 올라섰지만 최은영 전 회장이 경영을 맡았던 2009∼2014년 사이 경영이 부실해졌다”며 “한진해운이 가졌던 네트워크와 영업권 등을 제가 인수해 다시 궤도에 올려놓으려 했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과 종업원에 대해 깊이 사죄를 올린다”고 말했다.

다만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형 글로벌 선사들과의 저가 운임 치킨게임에 밀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대주주인 대한항공과 그룹 계열사 등이 최선의 지원을 다했으며 한국 해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피력했다.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의 회생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조 회장은 “현대상선은 자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한진해운은 자회사가 없었고 파산 직전이었기 때문에 한진그룹이 인수해 2조원 정도의 자금을 투입했던 것이고, 살리려는 노력은 현대상선 이상으로 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진그룹 내 육상운송 계열사인 ㈜한진이 자금 지원을 명목으로 한진해운이 보유한 해외터미널과 영업권 등 알짜재산을 빼돌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시 자금이 급했고 한진해운이 보유한 터미널을 매입하려는 곳은 없어 강매하다시피 ㈜한진이 떠맡게 됐던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진해운을 살리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가 답할 입장은 아니지만, 누가 경영을 하든 국가 해운업을 위해서는 살려야 한다”며 “빠른 시일 내 회생을 시킨다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영업망과 네트워크 등의 무형자산의 보존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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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