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바뀌는 당명 비하인드 스토리

아직도 한나라당이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당명으로 정체성과 이념을 밝히며 존재해왔다. 건국 이후 잦은 이합집산과 당명 변경으로 보수·진보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는 상황.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과 야권통합이라는 미명 하에 합당을 이뤘다. <일요시사>는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정당들의 당명에 얽힌 뒷이야기를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은 지난 18일, 창당 61주년을 맞아 원외 민주당과 합당을 전격 발표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경기 광주의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를 방문한 자리서 “우리는 61년 전 신익희 선생이 창당한 민주당의 같은 후예”라며 “분열로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어 두 당의 통합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보스 맘대로

합당은 더민주가 민주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추후 약칭을 민주당으로 쓰기로 한 것 이외에는 통합에 아무 조건도 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합당 뒤에도 별도의 당직을 맡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더민주는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출범으로 잃었던 민주당 당명을 약칭으로나마 2년6개월 만에 다시 달게 됐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지난 1955년 9월18일 신익희 선생 등이 창당한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36년 동안 정당 간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1991년 9월 신민당과 민주당이 합당하게 되면서 김대중-이기택 공동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등장했다.

이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정권을 잡고 여당이 됐지만 약칭으로만 민주당을 사용했다. 2003년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으로 열린우리당이 등장하면서 분열의 길을 걷기 시작해 새천년민주당에는 구 민주당 인사들만 남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내홍에 시달리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탈바꿈했고, 2008년 손학규-박상규 공동대표 체제의 통합민주당으로 이어졌다. 같은해 8월에는 통합민주당이 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2011년에는 민주당은 친노계, 시민사회계,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을 세운다. 민주통합당은 2년 뒤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지만 2014년 안철수 국민의당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합당을 계기로 사라지게 사라진다. 당명 약칭도 민주당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서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기존 새정연은 더민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김민석 대표를 중심으로 원외서 민주당이 존재했기 때문에 약칭으로 ‘더민주’만 쓸 수 있었을 뿐 ‘민주당’을 사용할 수 없었다. 이처럼 진보정당은 민주당이라는 큰 뿌리를 중심으로 분열과 통합을 반복해 왔다. 정부수립 이후 보수정당의 계보도 복잡하다.

현 새누리당의 근간이 된 자유당은 1951년 12월 창당해 이승만 대통령을 당수로 했다. 이후 제1공화국 기간 중 여당으로 존속했고, 1960년 이후 해체 위기를 겪으면서 일부는 탈당해 민주공화당과 신민당 등으로 이탈했다. 이후 민주공화당은 구 자유당 세력과 군부세력이 힘을 합쳐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17년간 대한민국의 집권여당이 됐다.
 

신군부가 해체를 명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하는 민주정의당이 1981년 창당했다. 이후 1990년 민주자유당이 3당합당을 선언하며 거대 여당을 구성했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신한국당이 출범했지만 2년여 뒤인 1997년 한나라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한나라당은 약 15년간 대한민국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재보궐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 중심으로 변모했다. 이듬해 2월 박근혜 지도부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의미의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민주당이 있었나? 더민주와 합당
무분별 이합집산…유사정당 존재

2012년 11월 선진통일당과 합당해 2000년대 중반 이후 분열을 맞이한 보수 정당들은 새누리당으로 흡수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유일한 제도권 보수정당으로 남게 됐다. 최근에는 보수진영을 표방한 원외 정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동일 명칭을 쓰는 정당도 존재한다.

한나라당 이태희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원내 입성을 노렸지만 유효투표 총수 2% 이상을 확보하지 못해 당시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등록 취소 절차를 밟았다. 지난 2013년 4월 ‘새한나라당’으로 다시 정당 등록을 한 뒤 지난해 2월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는 정당은 등록을 취소한다는 정당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한나라당은 정당을 유지했다.

현재 한나라당 공약은 ‘우파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고, 반기문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반기문의 세계평화 정책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등 총 10가지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중점 공약으로 현 정권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지지를 내세워 친정부·친여권을 표방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지지를 표방하는 정당은 올해에만 2곳이 등장했다. 지난 3월21일 정당등록을 마친 친반통일당은 반 총장을 적극 지원하는 정당이다. 친반연대는 과거 친박연대와 비슷하게 특정 정치인을 지칭하는 표현을 당명으로 사용했다.

친박연대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측에서 당명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친박연대’라는 명칭이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친박연대는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길을 택했다.
 

지난 2월15일 정당 등록을 마친 한누리평화통일당(한누리당)도 반 총장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호일 총재는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추대해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을 이뤄 대한민국을 하나 되고 큰 나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총재는 과거 한나라당 소속으로 14·15·1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월 “4·13총선에 전 지역구 후보를 배출해 반드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선서 단 1석도 가져오지 못하면서 원외 정당으로 머물러 있다.

유력 대선주자를 당명으로 내세우는 정당들은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정당목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은 반 총장의 의지와 무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선 반 총장의 대권행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정당들의 잦은 당명 변경에 대해 한 정치 전문가는 “정당이 이념과 노선, 정책을 근간으로 하지 않고 인물·보스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 구조 탓”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과정에서 대부분 새로운 당을 창당한 데서도 잘 확인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거지당, 핵나라당…’이색 정당들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8개 정당이 정당 등록을 마쳤다. 최근에는 거지당·핵나라당·재개발반대당 과 같이 독특한 당명을 지닌 정당들이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를 마치고 정당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거지당 창당을 준비중인 김모씨는 “지금까지는 부자정치였다. 부자정치는 감동이 없다”며 “지금부터는 감동이 있는 거지정치다”라고 말했다.

거지당 당원으로는 “어민, 농민, 서민, 일용직 노동자, 구걸인, 노숙자 그리고 정치인이 부를 버리고 명예를 택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핵나라당이 결성신고를 했다. 핵나라당은 발기취지문을 통해 핵무장은 물론 6000조원 국채 발행, 해병대 50만 명 증강 등 목표를 제시했다.

이색 정당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지난 13일 “정당의 목적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에서 정한 창당 절차 등을 거치면 정당 등록을 해준다”고 밝혔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