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쇼크' 한반도 대지진 대예측

다음은 부산? 서울도 불안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2일, 경북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계속된 여진 발생에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상 대형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입장과 역사적인 근거를 들어 대지진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이 같은 인식이 퍼져 나가자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20시32분 경상북도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한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 이어 지난 19일 밤 또다시 4.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경주 지진의 여진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잦은 지진에 우려를 표시하며 한반도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발전소
커지는 불안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곳은 지난 12일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남쪽으로 1.4∼1.5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난 12일에도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남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서 5.8 규모의 본진이 일어났었다. 지진의 진원 깊이는 16km로 지난 5.8 규모의 지진(13km)보다 깊었다. 이번 여진 역시 부산에서 양산, 경주에 이르는 양산단층대와 평행한 단층대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센터장은 “양산단층 서쪽의 제2, 제3의 단층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지진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지겠지만 규모가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센터장은 이어 “앞으로도 규모 6.5 이하의 지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한반도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 역시 지진원을 분석한 결과 좌우 방향으로 비스듬히 뻗어있는 주향이동 단층의 왼쪽과 오른쪽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 센터장은 분석했다.


있으나 마나
기상청·안전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본진의 규모는 5.8로 굉장히 큰 편에 속했기 때문에 여진의 규모가 5대 초반까지도 가능하다”며 “위치도 본진의 위치랑 유사하고 규모도 본진보다 적기 때문에 여진이 맞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여진의 기간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까지 가능하다”며 “당분간은 여진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이 한반도에도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과거 779년에 이번 경주 지진 진앙지와 거의 비슷한 곳에서 7.0 규모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 같은 역사만 봐도 경주를 포함한 한반도에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현대과학으로 앞으로의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역사를 통해 추측은 가능하다. 역사상 한반도 대지진 주기는 300∼400년이다. 1600년대 중반에 7.4 규모로 추정되는 강진이 일어난 만큼, 현재 주기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5.8 규모 이후 계속 여진 발생
‘큰일’ 전조 아니냐 우려 확산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최근까지 한반도의 지진은 규모 2∼3짜리가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점차 강도가 세지더니 이번에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지진으로 생기는 문제 중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전일 것이다. 지진 공포와 함께 우리나라 동해 남부에 몰려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과 울산 고리 등 국내 원전시설이 대부분이 밀집해 있는 데다 석유화학단지와 같은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몰려 있어서 지진 위험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곳에 이런 시설을 지었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원전 6기, 울진 한울원전 6기, 울산 고리와 신고리 원전 6기 등 원전시설이 밀집해 있다. 국내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건설예정 포함) 전체 34기 원전 가운데 28기의 원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있고 영덕에도 2기의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다.

원전 측은 잇단 지진에도 원전 운전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9일 밤 규모 4.5의 지진은 원전에 영향 없이 안전 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지난 12일 규모 5.8의 강진으로 정지한 월성원전은 정밀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고 이날 여진으로 인한 추가 영향 여부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 규모 발생
779년 상황 주목

월성원전 1∼4호기는 규모 5.8 강진으로 수동 정지해 일주일째 정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지진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모 4.5의 여진이 원전 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은 발전소 아래 지점서 발생하는 진도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하지만 경주서 일주일 사이에 규모 5.1과 5.8의 지진에 이어 이번에 4.5의 여진이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월5일에도 경주와 인접한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는 등 강도가 센 지진이 잦아지면서 원전 주변 주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실제로 10년 전인 지난 2006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의 절반 가까이가 원전이 밀집돼 있고 화학·조선·자동차 등 중대형 사업장이 많은 울산과 경주, 포항, 부산 등 경상도 일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 절반가량이 경상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지진 위험성이 한반도 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주변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내진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하고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이 원전 건설 지역으로 적합한 지역인지를 따져보는 등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학자마다 엇갈린 분석
‘안전지대 옛말’엔 한목소리

대지진은 대륙판의 경계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열도 밑으로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이 관통하고 있다. 인도나 중국 지역서도 유라시아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충돌하는 히말라야산맥을 둘러싸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으며 판의 경계는 없다.

고윤화 기상청장마저도 우리나라에서 규모 6.0대 초반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향후 규모 5.8에서 6.0 이상 심지어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진도 6.5 이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기상청은 지진 조기경보 시간을 현재 50초 내에서 7∼25초로 단축하기로 했다. 규모 5.0 이상의 내륙지진 조기경보 시간은 2017년에는 15초 내외로, 2018년에는 10초가량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또 기상청은 정확하고도 면밀한 경주 지진조사를 위해 내년 3월31일까지 총 8명의 현장조사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확신 없는 정부
국민은 불안하다

대응팀은 서울대·부산대·부경대 등 학계 전문가와 함께 강진동 발생지역에서 현장조사를 벌여 지진 영향 범위와 정도를 파악한다. 계기 진도와 지질구조, 피해현황을 비교, 분석하는 업무도 한다. 지진정보 전달체계를 조사하고 현지 지역민으로부터 의견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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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